013. 소식
27.
새로 들어온 고블린들은 아스빌람에 빠르게 적응했다. 잠자리가 불편하다느니 밥이 시원찮다느니 하는 불평은 일절 없었다. 수정 채굴을 거부하는 고블린도 없었다. 고블린은 고병갑의 말이면 무조건 ‘예예.’하며 따랐다.
고블린 로드라는, 정체조차 알 수 없는 타이틀은 그토록 편리한 것이었다. 손 안 대고 코 푸는 것 따위와는 격이 달랐다.
고병갑이 할 일은 고블린들의 밥을 챙겨 주는 것 정도였다. 입이 90개가 되니 먹는 양도 상당하여 이틀에 한 번은 균열을 돌아야 했다. 그런데 어차피 돈을 벌기 위해선 헌팅을 해야 하니 따로 귀찮은 일이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일이 훨씬 편해졌다.
E~F랭크 균열은 고블린 몇 마리 대동하면 금방 정리할 수 있었으니까.
오늘도 고병갑은 고블린 스무 마리와 함께 E랭크 균열을 찾았다. 균열에서 나온 몬스터는 F급의 뿔이리였다.
뿔이리는 날쌘 몸놀림이 위협적인 몬스터다. 또한 이빨이 작살처럼 되어있어 한 번 물리면 어지간해선 떨어지지 않는다.
「안 물리게 조심해라. 물리면 억지로 떼어내려 하지 말고 코를 찍어버려. 그러면 알아서 떨어져 나가니까.」
「알겠습니다!」
「그리고 제발 다치지 마라. 포션 값 많이 나가니까.」
「예!」
홉 고블린들은 조악한 무기를 꼬나들고 뿔 이리와 격돌했다. ‘깨갱!’거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잘 싸우네.’
고블린이 생긴 건 영 미덥지 못해도 은근히 강한 몬스터였다.
하위에서는 몇 찾아볼 수 없는 인간형 몬스터이기도 한 고블린. 인간형 몬스터의 강점이라고 한다면 각 개체의 전투력은 평이할지 몰라도 뭉치면 무섭다는 거다. 또한 어디 한군데 특출난 점은 없더라도 골고루 밸런스가 좋았다.
홉 고블린들은 서로를 보완하며 견고한 방어진을 만들었다. 멀리 있는 적은 화살이나 창으로 격추하고, 가까이 접근한 적은 몽둥이로 머리를 깨놓았다.
자이언트 고블린 투르카야 D급의 강한 몬스터이니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총알도 몇 발이나 버텨내는 맷집을 가지지 않았던가? 뿔이리의 이빨 정도로는 가죽을 깊이 뚫고 들어가지도 못했다.
C급의 키리얀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녀석은 홉 고블린들의 비호를 받으며 치명적인 전력 공격을 퍼부었다. 맷집은 그저 그래도 딜러로서 자질은 최고였다.
서른여 마리의 뿔이리는 금세 정리됐다. 부상이라고 해봤자 경미한 찰과상이 전부였다.
‘확실히 빠르네. 나 혼자였으면 빨라도 1시간은 걸렸을 텐데. 물론 지금은 더 단축됐겠지만.’
총 한 자루 들고 뿔이리 서른 마리를 상대하라고 하면 꽤 골치 아프다. 좋은 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피해 다녀야 할 테니까. 더구나 한 번이라도 접근을 허용하면 포션 반병은 써야 했다.
「자자! 얼른 마석 수거하고 고기 챙기자.」
「예!」
고블린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뿔이리의 가슴팍을 파내 응어리진 푸른 담석을 뽑아낸다. 마석을 거둔 고깃덩이는 아스빌람으로 옮겼다.
몬스터를 죽이고, 뒤처리를 하고, 다시 몬스터를 죽이는 일련의 과정이 반복됐다. 고병갑이 한 일이라곤 고블린들을 끌고 다니며 뒤에서 총 몇 발 쏜 게 전부였다.
이면 세계에 진입한 지 1시간 20분 정도 흘렀을까? 보스 몬스터인 갈퀴늑대가 등판했다.
현존하는 가장 큰 늑대인 북극늑대보다도 1.5배나 큰 덩치를 가진 E급 몬스터. 힘과 덩치, 스피드도 위협적이지만 두 갈래의 꼬리에 달린 칼날이 특히나 매섭다.
‘그래 봤자 하급 몬스터지.’
-타다다다다당!
보스 몬스터는 항상 고병갑이 처리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고 그냥 그러고 싶었다.
갈퀴늑대는 저항다운 저항은 해보지도 못한 채 8발의 총알에 관통돼 죽었다. 고병갑은 갈퀴 늑대의 꼬리를 잘라 챙겼다. 경매에 부치면 용돈 정도는 벌 수 있는 전리품이었다.
「고생했다. 다들 아스빌람으로 돌아가. 다친 놈들은 포션으로 치료하고. 내가 포션 놔둔 곳 알지?」
「예. 알고. 있습니다.」
「그래. 너희들은 오늘 작업 열외하고 좀 쉬어.」
고블린들은 좋다고 하며 아스빌람으로 돌아갔다. 고병갑은 전리품과 마석을 챙겨 밖으로 빠져나왔다.
밖이 벌써 어둑어둑했다. 오늘 일을 늦게 시작한 탓도 있었고 균열을 2개나 돈 탓도 있었다.
그는 서둘러 서울로 돌아갔다.
그는 협회로 향했다. 마석을 정산받고 전리품을 경매에 부치기 위해서였다.
대기표를 뽑아 순번이 오기를 기다렸다. 늦은 시각임에도 대기 인원이 꽤 됐다.
고병갑의 옆으로 한 사내가 앉았다. 비릿한 냄새가 난다고 했더니 피와 오물을 잔뜩 뒤집어쓴 상태였다.
‘아······ 매너 없게.’
몬스터와 싸우다 보면 필연적으로 몸이 더러워진다. 몸에 묻은 흙먼지야 이면 세계를 벗어나면 사라져 없어지지만, 피와 오물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협회로 오기 전 몸을 씻는 게 기본 매너였다. 그럴 여유가 없으면 최소한 옷이라도 갈아입었다. 고병갑도 차에 여벌의 옷을 항상 챙기고 다녔다.
하지만 간혹 저렇게 피범벅이 된 몸을 닦아내지도 않고 협회를 방문하는 사람이 있었다.
고병갑은 인상을 찌푸리며 한 칸 옆으로 갔다. 다른 대기자들도 사내에게서 조금씩 멀어졌다.
그런데 피범벅인 사내가 고개를 돌리더니 고병갑을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고병갑은 눈을 마주치기 싫어서 괜히 정면만 응시했다.
‘왜 사람을 빤히 보고 지랄이야?’
그렇게 생각한 순간. 사내가 말을 걸었다.
“······저, 혹시 병갑이 형 아니세요?”
“음?”
“형. 저 못 알아보시겠어요? 저 형철이에요. 박형철.”
“박······ 형철?”
“왜요. 형 김아진 팀에서 활동하실 때 잠깐 같이 일했잖아요. 기억 안 나세요?”
“아······. ”
고병갑은 기억 속에서 사내의 얼굴을 찾아낼 수 있었다.
약 1년 반 전. 고병갑이 김아진이란 양아치놈 밑에서 일을 할 때 함께 활동했던 친구였다. 사실 함께 활동했다곤 하나, 고병갑이 팀을 탈퇴하기 전 2개월 정도 같이 다녔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친하지는 않았다.
덧붙여 김아진 팀과 관련된 것은 어지간해선 나쁜 기억으로 남았다. 고병갑은 박형철을 보고도 그다지 반가움을 느끼지 못했다.
“아, 기억난다. ······그래. 잘 지내지?”
그래서 형식적인 인사를 할 뿐이었다.
“그냥저냥 지내죠. 형은 잘 지내셨어요?”
“나도 그래. 그냥저냥 살고 있었지.”
“아. 그랬구나.”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자고로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끼리의 대화란 이런 법이었다. 상대방이 여자였으면 좀 나았을지도 모르지.
“형. 혹시 소식 들으셨어요?”
“무슨 소식?”
“아. 다른 건 아니고 김아진······.”
고병갑은 김아진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격하게 반응했다.
“그 새끼랑 관련된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아······. 그럼 그냥 말 안 할게요.”
박형철이 바로 입을 다물었다.
고병갑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냥 말해 봐. 무슨 소식인데.”
고병갑이 묻자 박형철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김아진 팀 해체됐어요. 아진이 형이 3개월 전에 죽었거든요.”
“뭐? 그 새끼가 죽었다고?”
“반응을 보아 하니까 모르셨나 보네요.”
고병갑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벽에 똥칠할 때까지 안 죽을 것 같던 뺀질이 자식이 죽었다니?
“왜? 어쩌다가?”
“변종 균열에 잘못 걸렸어요. C랭크 균열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B랭크였대요. 그때 아진이 형이랑 같이 들어간 7명도 다 죽었어요. 뉴스에도 나왔는데 못 보셨어요?”
“몰라. 나 뉴스 잘 안 보거든. ······혹시 희진이 누나도?”
“아뇨. 희진이 누나는 그날 없었대요.”
고병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희진은 김아진의 애인이다. 양아치의 애인치고는 참 아까운 여자였다. 고병갑은 그녀가 왜 김아진 같은 놈과 붙어 다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돌이켜 보면 고병갑이 양아치라고 여겼던 이들의 연인은 죄다 괜찮은 사람이었다. 제기랄. 무슨 빌어먹을 법칙이라도 있는 건가?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김아진이 죽으면 축배라도 들겠다고 생각했건만, 막상 변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김아진.’
김아진. C급 헌터로 소규모 헌터 육성 학원을 운영하는 놈이었다.
헌터 육성 학원은 수백 개가 있지만, 제대로 된 곳은 전국에 단 몇 개뿐이었다. 나머지는 전부 사기꾼 집합소다.
고병갑은 각성자 판정을 받고 헌터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을 알아보던 중 김아진을 만났다.
수강료 없이 단기 속성으로 자격증을 취득시켜준다는 데 혹한 게 실책이었다.
돌이켜 보면 말도 안 되지 않은가? 무슨 자선 사업가도 아니고 공짜로 수업을 해주겠다니.
조금만 냉철했다면 세상에 결코 공짜가 없다는 걸 알아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의 고병갑은 그러지 못했냐.
왜냐면 엄마 병원비 걱정만 하더라도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김아진은 “야야, 원장님은 무슨! 앞으로 형이라고 불러. 나는 우리 학원에 들어온 사람들 전부 식구라고 생각하거든. 너 돈 필요하다고 했지? 그럼 나만 믿고 따라와. 꾹 참고 내 밑에서 3년만 일 배우면 부자 될 수 있어.”라는 말로 고병갑을 현혹했다.
그리고 공짜 수업을 빌미로 어떤 계약서를 적게 했다. 그건 그야말로 노예 계약이었다.
-수강료는 공짜지만 장비 사용료는 내야지.
뻔한 수법이었다. 그런데 웃긴 것은 걸려드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헌터가 되고 나니까 내 앞으로 수천만 원의 빚이 생겨있었지. 그 개새끼가 장비 사용료라고 청구한 말도 안 되는 금액이······.’
김아진이 제공했던 장비는 모두 쓰레기 같은 거였는데 값은 터무니없었다. 당연히 김아진과 합이 맞은 양아치 사업체에서 납품한 것들이었다.
-걱정하지 마, 인마. 형이 어디 돈 갚으라고 재촉하는 사람이냐? 형이 균열 알선해주고 팀까지 꾸려 줄 테니까 일하면서 천천히 갚아. 그러면서 너 경력 쌓는 거야. 야. 나같이 잘 챙겨 주는 형이 어디 있냐?
김아진이 꾸려준 팀으로 일하면 적어도 일감 끊길 일은 없었다. 그의 균열 알선 능력은 솔직히 대단했다. 한 달 30일 중 20일은 토벌에 나갔다.
하지만 그렇게 몸이 부서지라 일하고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고작 달에 백몇십만 원이었다.
채무도 갚아야 했고, 수수료다 뭐다 떼먹는 것도 엄청났으니까.
도저히 엄마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한 고병갑은 집을 팔았다. 나중에는 사채까지 당겨 썼다. 인생이 아주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한 달에 29일 토벌 다니면서 김아진 개새끼 빚 다 갚고 탈출했지. 지금 생각하면 진짜 지옥이었는데.’
그때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열불이 올랐다.
“아무튼 김아진 팀 해체되고 저도 빠져나왔어요. 아직 빚은 조금 남아 있지만요. 저는 도저히 형처럼 못 하겠더라고요.”
박형철은 피 묻은 얼굴로 실실 웃었다.
“형 옛날에 진짜 대단했잖아요. 한 달 내내 토벌 나간다고 사람들이 기계라고 불렀어요. 혹시 알고 있었어요?”
고병갑은 별로 대꾸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때마침 상담원이 고병갑의 번호를 불렀다.
고병갑은 바로 몸을 일으켰다.
“그래. 만나서 반가웠고. 몸조심해라.”
“아. 병갑이 형. 혹시 활동하는 팀 있으세요? 제가 이번에 팀 하나 꾸리려는데······.”
“관심 없어.”
고병갑은 바로 말을 잘랐다. 그는 떠나기 전 한 마디 붙였다.
“그리고 너 토벌 끝나면 좀 씻고 다녀.”
28.
집으로 돌아가면서 고병갑은 많은 생각을 했다. 대개는 김아진에 관한 것이었다.
‘희진이 누나는 살아 있다고?’
김아진을 생각하면 저절로 고희진이 떠올랐다. 끝내주는 여자다. 성격은 사근사근하고 얼굴과 몸매가 최고다. 솔직히 예전에 그녀를 짝사랑했다.
고희진을 찾아가 볼까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내 던져버렸다.
과거의 인연들과 다시 엮이고 싶지 않았다. 오늘 박형철을 만난 기억도 가능만 하다면 지워버리고 싶었다.
그는 고희진을 머릿속에서 떨쳐내기 위해 다시 김아진을 떠올렸다.
“염병. 잘 뒤졌다 개새끼! 그렇게 사람 등쳐먹으니까 봉변이나 당하지.”
인생에서 김아진을 만난 건 일생일대의 실수지만 교훈도 몇 가지 얻었다.
첫째. 사람을 쉽게 믿지 마라.
둘째. 세상에 공짜는 없고 돈 벌기는 더럽게 힘들다.
셋째. 혼자 일하는 게 제일 속 편하다.
넷째. 사람을 도구로 쓰지 마라.
‘사람을 도구로 쓰지 마라······.’
고병갑은 그 대목을 곱씹었다. 집에 도착하기까지 계속 곱씹었다.
집에 도착한 고병갑은 씻지도 밥을 먹지도 않고 바로 아스빌람으로 넘어갔다.
아스빌람의 시간은 바깥과 비슷했다. 밖에 해가 저물면 이곳에도 밤이 찾아왔다.
어둑어둑했음에도 고블린은 몇 마리뿐 보이지 않았다. 전부 동굴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동굴 쪽으로 걸음을 옮기던 고병갑이 멈칫했다. 그의 앞엔 테이블이 있었다.
버려진 걸 발견해 들고 온 테이블이었다. 그 위에는 포션이 놓여 있었는데, 고병갑이 항상 두 병씩 가져다 놓는 것이었다.
그런데 포션이 조금도 줄어있지 않았다.
오늘 고병갑과 함께 토벌을 돈 고블린들이 손도 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들이 다친 데 치료하라니까!’
그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동굴로 뛰어갔다.
동굴에서는 고블린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수정을 캐대고 있었다.
동굴이 어느새 꽤 넓어졌다.
「앗! 로드님. 오셨습니까?」
고붕이가 고병갑을 발견하곤 인사를 했다. 다른 고블린들도 잠시 곡괭이질을 멈추고 고병갑에게 인사했다.
고병갑은 살짝 울컥하는 기분에 괜히 신경질을 냈다.
「야 이 미련한 것들아! 해 저물었으면 적당히 접고 쉴 것이지 뭘 아직도 일하고 있어? 지금 시간이 몇 시인지 알아?」
「···로드시여?」
「전부 정리하고 튀어나와!」
「아, 알겠습니다!」
고블린들은 장비를 정리하고 헐레벌떡 밖으로 나왔다. 바깥에서 쉬고 있던 고블린들도 모여들었다.
「앞으로 해 저물면 일하지 말고 쉬어. 알겠냐? 원래 몸 쓰는 일은 휴식이 제일 중요한 거야. 밤낮없이 몸 쓰면 골병 난다고!」
「저, 저희는. 괜찮습니다. 아스빌람의. 재건을. 위해서라면. 힘들어도······.」
「얀마! 토 달지 마!」
「히익! 죄, 죄송합니다.」
「그리고 오늘 나랑 토벌 갔다 온 놈들! 진짜 다 죽고 싶냐? 당장 가서 포션 바르고 상처 치료해!」
「아, 알겠습니다!」
지목당한 고블린들이 부리나케 테이블 쪽으로 뛰어갔다.
「그 밖에도 몸 아픈 놈 있으면 참지 말고 바로바로 말해라. 괜히 삭이고 있으면 돈만 더 깨지니까. 알겠어?」
「예, 옙!」
고블린들은 성난 고병갑의 모습에 잔뜩 긴장하며 대답했다.
그들은 쉬라는 명령(?)에 모닥불 주위로 두런두런 모여 앉았다. 그러고는 흙바닥에 대충 몸을 누여 휴식을 취했다.
고병갑은 그것도 못마땅했다.
‘쯧. 새끼들 이불도 없어서 흙바닥에 누워 자네.’
고병갑은 내일 고물상이나 폐가구 처리장에 들려서 침대라도 몇 개 들고 오자고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