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하연의 빌보드 차트 진입 >
송하연은 앨범 발매에 앞서, TV예능과 유튜브 예능을 숨 돌릴 틈 없이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하얀 배경에, 의자만 달랑 있는 스튜디오 역시 조회수가 잘 나오는 유튜브 프로그램 중 하나.
이런 단출한 스튜디오와 상반되게, 송하연은 무대의상까지 차려 입고 화려하게 꾸민 채 앉아 있었다.
“컴백 축하드립니다.”
피디의 말이 들렸지만, 영상에는 편집되어 자막으로만 나갈 터.
피디의 말에 송하연은 작게 웃으며, 자기소개와 더불어 컴백날짜와 정규앨범으로 컴백하게 됐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어떤 컨셉인지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릴게요.”
“네, 이번 앨범의 컨셉은 설렘과 기쁨, 그리고 사랑을 담았는데요. 풋풋한 소녀가 아닌 숙녀로서 느낄 수 있는 이성 간의 얘기를 담은 곡들이에요. 썸을 타기 직전에 긴가민가하면서 게임을 하듯이 눈치를 보는 곡도 있고, 상대방과 너무 잘 통해서 사귀면 어떨 지 상상하면서 소녀로서의 감성을 되찾는 느낌을 말하는 곡도 있어요. 아마 가사를 유심히 들어보시면 더 재밌을 테니까요. 좋게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에도 박한울 실장님이랑 같이 전곡을 만드셨어요.”
하연은 하하,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번에도 저 때문에 실장님께서 많이 바쁘셨어요. 죄송하고 또 감사합니다. 이젠 아예 그냥 작곡가 팀으로 활동할까 봐요. 하하.”
“실장님은 따로 음악을 배우시지 않았다고 알고 있는데, 작곡하는 데 잘 맞으시나 봐요?”
“네, 너무나요. 처음부터 잘 맞았는데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잘 맞아가고 있어요. 그리고 실장님께서 음악을 배우진 않으셨다지만 그 누구보다도 더 감각이 있으신 분이에요. 실장님이 능력이 좋으신 건 전국민이 다 알고 있잖아요?”
이후 몇 가지 질문과 답변이 더 오간 뒤, 피디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마지막으로 하연 씨가 꼽는 이번 앨범만의 장점이 있을까요?”
송하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눈썹을 작게 휘며 말했다.
“이 앨범만의 장점···이라고 말하기엔 좀 그럴 수도 있는데, 작곡이나 노래하는 데 있어서 감정을 좀 더 깊게 담아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으음. 조금은 성장했다? 하하. 너무 자신감이 넘쳤나요?”
그 대답을 끝으로 인터뷰를 끝내고 피디가 건네주는 핸드 마이크를 잡았다.
이젠 라이브 무대를 보여줄 차례.
지그시 눈을 감은 하연은 스튜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반주를 들으며, 옅게 미소 지었다.
감정을 더 깊게 담아낼 수 있었던 이유는, 감정이 더 풍부해지고 깊어졌기 때문.
박한울과 함께 작곡과 녹음을 할 때, 하연은 좋은 감정들만을 끄집어냈었고.
그 없이 스튜디오에서 노래를 부르는 지금 역시, 이는 마찬가지였다.
***
올해로 스무 살인 대학생 김정호.
작년까지도 고등학교에서 왕따에 시달렸던 그는, 송하연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로 위로해준 것을 계기로, 그녀의 팬이 되었다.
그때 위로를 받고 지금까지 밝게 생활할 수 있었던 것엔 그녀의 덕이 컸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호에게 있어 송하연의 정규앨범 컴백 소식은 무척이나 커다란 빅뉴스였다.
오매불망 컴백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티저란 티저는 다 찾아보고 떡밥도 모두 다 찾아보는 나날.
설렘을 점차 키우는 이런 날들이 지나, 마침내 그녀의 앨범과 뮤비가 공개됐을 때.
그는 그 누구보다도 빨리 뮤직 비디오를 감상했다.
언제 들어도 좋은 목소리와 예쁜 얼굴, 그리고 가슴 설레게 만들며 귀에 확 꽂히는 음악까지.
뮤직 비디오를 보는 김정호의 얼굴엔 미소와 기쁨, 행복만이 가득했다.
송하연이 음악에서 담아내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한없이 짧게만 느껴진 뮤직 비디오가 다 끝났을 때.
똑똑, 방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리고 어머니가 들어오셨다.
“송하연 목소리던데, 신곡 나온 거야?”
“어, 정규앨범 나왔어. 엄마도 노래 들어볼래?”
어머니와 아버지 또한 송하연을 좋아하셨다.
우울과 분노에 휩싸였던 자신이 변화하게 된 게 송하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 뒤로부터.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부모님은 점점 송하연의 음악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것 같았다.
자기도 모르게 흥얼거리시기도 하고, 송하연의 음악을 듣는 걸 자주 보기도 했다.
‘요즘 남녀노소 다 좋아하니까.’
팬으로서 자부심이 느껴지는 대목.
“둘이서 오붓하게 뭐 해?”
그때, 아버지도 방으로 들어오셨다.
“송하연 신곡 나왔대.”
“그래? 나도 같이 들어보자, 그럼.”
매사에 부정적이었던 자신으로 인해 집안의 분위기가 영 말이 아니었었는데.
지금은 단란하기 그지없었다.
김정호는 씩, 웃으며 방금 전에 봤던 뮤직 비디오를 다시 틀었다.
“얘는 진짜 노래 잘하네.”
“그러니까. 음악도 다 직접 만든다잖아.”
뮤직 비디오를 보며 대화를 나누시는 부모님.
뮤직 비디오가 끝나자, 두 분께서 김정호에게 말씀하셨다.
“노래 되게 좋다. 나 이거 핸드폰에 넣어줘라.”
“나도 넣어줘.”
스트리밍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님이시기에 자주 다운로드를 받아드리곤 한다.
“수록곡까지 총 열 곡이니까 그거 다 넣어줄게.”
김정호는 아버지께 한 가지를 슬쩍 더 물었다.
“벨소리는 괜찮아?”
“그럼 그것도 할까?”
김정호는 그녀의 뮤비를 처음 보고, 이번 활동 역시 초대박을 터뜨릴 거라는 걸 바로 예상했지만.
설령 초대박이 터지지 않더라도, 자신에게는 그 가치가 조금도 떨어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녀는 이미 자신의 많은 것을 바꿔놨고, 자신에게 있어 송하연은 다른 가수와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가수였으니까.
***
송하연의 앨범이 발매된 날로부터 이틀이 지났다.
그리고 그동안 앨범은 가요계에 풍지평파를 일으켰다.
모든 음원차트에서 1위부터 줄을 세우는 건 물론이고, 뮤직 비디오의 조회수도 주춤하지도 않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뿌듯하네.’
매니저로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도 좋긴 하지만, 작곡가로서의 보람 또한 상당했다.
‘일단 모니터링의 느낌부터가 달라.’
인터넷에서의 화제는 기세가 너무 거세, 도무지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연이어 쏟아지는 기사들과 더불어, SNS와 커뮤니티도 그녀의 얘기로 홍수가 날 지경.
이는 비단 그녀의 앨범 내적인 화제 때문만은 아니었다.
화제가 되기엔 앨범만으로도 충분하긴 했으나, 추가적인 이유가 생겼지.
-속보) MLB 괴물 투수 제이콥 디그롬 SNS에서 송하연 뮤비 시청 인증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아니 이게 왜 진짜냐?ㅋㅋㅋ
└형··· 팔꿈치 조심 좀 해ㅠㅠㅠㅠ
유명 스포츠 선수부터 시작해서.
-속보!!! 롤데랑 제이슨 므라즈도 송하연 언급함!!!!!!
빌보드에서 뛰어노는 유명한 가수들까지 송하연의 앨범 홍보를 도와주었다.
자세한 이유가 나와있진 않지만, 추측되기로는 한 가지 이유밖에 없긴 했다.
아디다스의 브랜드 광고곡으로 만들었던 현지와의 듀엣곡, 를 계기로 팬이 된 거겠지.
그 곡은 빌보드에서 14위를 기록하기도 했으니까.
‘느낌이 좋아.’
사무실에서 흐뭇한 얼굴로 반응들을 살펴보고 있을 때.
지금 가장 바쁘게 일하고 있을 송하연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네, 하연 씨.”
-실장님, 저 회사 근천데 스케줄 사이에 시간이 좀 남아서요. 혹시 점심 드셨어요?
“아, 그럼 같이 먹어요. 지금 나갈게요. 어디예요?”
난 곧장 사무실을 나가 그녀와 함께 근처의 식당으로 향했다.
무대의상이 아닌 일상복이지만 그래도 풀메이크업 상태라 그런지, 미모가 평소보다 더욱 눈부셨다.
역시 세계가 주목하는 탑스타다웠다.
“실장님, 미역국이랑 제육 먹을까요?”
고급 음식만 먹을 것 같은 외모로 구수한 메뉴를 말하는 그녀.
그래서 더욱 정감이 갔다. 대중들도 그래서 더욱 그녀를 사랑하는 거겠지.
난 메뉴를 주문하고 스테인리스 컵에 물을 따르며 말했다.
“많이 바쁘실 텐데, 식사는 제대로 하고 있어요?”
“아뇨. 제대로 먹지도 못해요. 맨날 샐러드만 먹고, 먹는 게 먹는 것 같지가 않아요. 그래서 지금 배 터지게 먹으려고요.”
우린 가볍게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앨범의 반응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방금 전까지도 사무실에서 체크하고 있었는데, 지금 미국에서도 SNS 중심으로 입소문이 많이 퍼지고 있더라고요. ‘Enjoy Together’ 덕분에 미국 현지에서도 기사가 많이 나기도 했고요.”
“네, 저도 확인했어요. 국내에서도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에요.”
그녀는 환한 미소를 띠우며 기뻐했는데.
내 느낌으로는, 해외의 반응보단 국내 팬들과 대중들의 반응에 더욱 감사하는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말해도 되겠지?’
이제 나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빌보드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으니까.
일단 빌보드에 차트 인 되는 건 거의 확정이나 다름없었다.
“이번엔 미국에서도 활동하시는 거죠?”
그녀의 활동에 대해선 그녀의 생각이 가장 중요했다.
최팀장님도 본부장님도, 그리고 대표인 아버지마저도 그녀에게 싫은 것을 강요하며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었다.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번 보지 않았나.
최팀장님이 최실장님이던 시절, 그녀가 다른 선배 가수의 노래를 커버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기 싫다고 사무실에 직접 찾아와서 최실장님이 쩔쩔매던 것을.
그녀는 미소 짓는 얼굴 그대로 나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실장님은 제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미국 가기 싫으세요?”
“아뇨, 그냥 실장님 의견은 어떤 지 한 번 들어보고 싶어서요.”
난 어깨를 으쓱이며 내 생각을 가감없이 말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면 좋죠. 지금 좋은 흐름도 타고 있고요. 그런데 우선은 국내 활동부터 집중해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론, 몇 주 정도는 국내에서 열심히 활동하다가 미국으로 가는 게 베스트일 것 같아요.”
내 말에 송하연의 눈매가 더욱 부드럽게 휘어졌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비록 미국에 나랑 같이 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난 그녀가 항상 잘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했다.
“하연 씨라면 미국에 가서도 잘할 수 있을 거예요.”
“고마워요.”
***
A&R팀의 사무실.
내 옆엔 현지가 다소곳이 앉아 있었고.
사방엔 직원들이 입을 다문 채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심지어 박부장님까지도.
지금 들은 음악에 대해,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거였다.
이 음악이 현지의 앨범에 들어갈 마지막 퍼즐이자, 또 하나의 타이틀 곡이었으니까.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에서는 기대와 염려가 동시에 품어져 있었다.
만약 내가 고개를 젓는다면, 그들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당분간 다시 일에 파묻히겠지.
그런데.
내 입에서는 진하디 진한 미소만이 큼지막하게 피어올랐다.
“···!”
“···!”
내 미소에, 모두의 눈에서 염려가 사라지고 기대감으로 팽배해졌을 때.
난 그들이 지금 이 순간 가장 원하는 답을 기꺼이 내뱉었다.
“최고네요. 완벽합니다. 다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기쁨, 환희, 어쩌면 광기?
직원들은 물론이고, 애써 담담하게 표정을 위장하고 있던 박부장님 또한 두 손을 번쩍 들며 포효와도 같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우와아아아!”
“예에에─!”
무슨 축제의 한가운데라도 온 듯한 광경에 나는 커다랗게 웃음을 터뜨렸고.
내 옆에 앉은 현지도 작게 입을 벌리며 웃음소리를 냈다.
“현지야, 너도 마음에 들지?”
내가 질문해놓고도 어이가 없긴 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어느 누가 고개를 저을 수 있겠는가.
아. 송하연이라면 가능했을지도?
“네, 저도 되게 좋아요.”
억지로 대답한 건 아닌 것 같다. 지금까지 현지 옆에 얼마나 많이 붙어 있었는데 그런 것도 모를까.
심지어 난 하나밖에 없는 남자친구 아닌가.
마음에 든다는 그녀의 말은 진심이었다.
“다행이네.”
우리가 마주보고 미소 지으며 나름의 분위기를 즐기고 있을 때, 박부장님이 끼어들며 산통을 깨버렸다.
“이제 녹음이랑 같이, 안무랑 뮤비 진행하면 되겠네요.”
“네. 얘기했던 대로 안무는 몇 군데에서 시안도 받고, 현지도 같이 짜보면 될 것 같아요.”
우린 계속 업무적인 얘기를 나눴다.
녹음, 안무, 뮤직 비디오, 앨범 아트 등, 아직 앨범이 발매되기까지 남은 과정들이 산더미처럼 많았으니까.
그러나, 이곳의 분위기는 조금도 처지지 않았다.
앨범 발매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핵심 그 자체인 음악이 모두 다 완성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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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렇게 며칠 뒤.
모두가 예상했고, 모두가 바라던 일이 때에 맞춰 일어났다.
[싱어송라이터 송하연, 마침내 단독으로 빌보드 핫100차트 진입하다.]
[국내 차트를 비롯해 세계 차트를 휩쓸고 있는 슈퍼스타 송하연, 빌보드까지 점령 가능할까?]
[송하연의 빌보드 차트 진입 순위는 86위! 전문가 “상위권도 충분히 가능하다!”]
< 송하연의 빌보드 차트 진입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