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낙하산이 천재매니저였다고-156화 (156/170)

< 이건 범죄야 이 양반아! >

<우리들의 세상에 빛은 없다.>의 시즌2 공개.

이는 시즌1을 재밌게 본 이들을 한날한시에 열광케 하여, 이 드라마를 미처 접하지 못했던 사람들마저 이 드라마를 알게 만들었다.

그니까, 화제가 됐다는 거다.

“오늘은 한국이 만든 넷플릭스 드라마를 리뷰할 거야. 지금 댓글로 요청이 쇄도하고 있거든. 그럼 얼마나 재밌는지 한 번 보자고.”

이렇게 리액션 영상과 리뷰 영상이 우후죽순 나오는가 하면.

[오! 대장님! 저도 초능력이 생긴 것 같습니다. 절 데려가세요!]

유명 스포츠선수나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배우들의 SNS에서 이와 비슷한 글들이 나오고 있었다.

이는 곧 유행으로 이어졌고, CG와 마술, 속임수 등으로 초능력을 찍은 영상들이 그치지 않고 올라왔다.

대장 열풍, 초능력 열풍, 그리고 드라마 열풍.

세계의 네티즌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동일했다.

-이게 왜 시즌1때 안 떴었는지 정말 의문이야! 말도 안 되잖아?

-이미 한국과 아시아에서는 1위를 차지했어 :) 이제 세계를 함께 정복해버리자고 대장!

-우리 대장의 매력을 모두가 알아줘서 너무 기뻐!! 그리고 책사의 매력도 알아줬으면 해. 그녀 또한 엄청나거든.

전세계적으로 초대박을 일으킬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이렇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반응도 더욱 폭발적이었다.

세계가 한국의 컨텐츠에 열광을 하고 있으니 안 기쁠 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정작 그 드라마의 주인공이자,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대장’, 정채희는 지금 그리 기뻐할 수가 없었다.

“예능 촬영 가는데 왜 이렇게 우울해해?”

“···.”

“···내가 뭐 잘못한 거 있어?”

“그런 거 없어요.”

공개된 드라마의 화제가 높아짐에 따라, 다른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정채희 역시 스케줄이 어마어마하게 잡혔다.

지금도 예능을 촬영하러 가는 길.

박한울은 계속해서 표정이 흐린 채희의 눈치를 살살 살피며 물었지만.

그녀는 박한울에게 퉁명스럽게 대답할 뿐이었다.

“쯧. 보나마나 별것도 아닌 거 때문에 또 삐졌겠지.”

“···! 뭐라고요!? 별, 별것도 아닌 거!?”

욱하고 올라왔다.

지금 사람 마음이 얼마나 복잡한 지도 모르고.

“끝나고 떡볶이 먹자. 알겠지?”

“오빠는 내가 진짜 애인 줄 알아요? 나도 알 거 다 알고! 어? 뭐야, 그··· 그러고 싶기도 하고··· 나도 그··· 여자고, 사람이고···.”

“뭐라는 거야.”

채희는 머릿속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 여자가 누군지, 정말 박송이의 말대로 보통 사이가 아닌지 등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다.

분명 질투심이겠지.

그런데 뒤늦게 이래봤자 꼴 사나운 짓이라는 박송이의 말이 떠올라, 입밖으로 차마 내뱉지 못하고 계속 입 안을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됐어요. 잘 먹고 잘 살라지.”

“나?”

“그래요!”

“아오, 진짜 또 왜 그러는데?”

채희는 언젠가 예능에서 봤던 앙케트 결과를 드디어 공감할 수 있었다.

여자들이 제일 열 받는 말 1위가 어째서 “또 왜 그러는데?”인지.

‘진짜 짜증나···!’

그녀는 그날 예능에서 ‘대장’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며 레전드를 찍었다.

그니까 과격하고, 거칠고, 사나웠다는 거다.

***

“이번주 1위는, 피에스타! 축하드립니다!”

파아악! 은박지 꽃가루가 터지며 휘날리고.

피에스타는 트로피를 받으며 데뷔 후 첫 음방 1위의 기쁨을 만끽했다.

“흐어어엉!”

“흐윽···!”

“정말··· 팬분들께 감사하고···! 박한울 실장님이랑 우리 고팀장님이랑 그리고 회사 대표님이랑 우리 스타일리스트 언니들, 그리고 헤어-”

엉엉 울면서 기쁨을 터뜨리는 멤버들.

그녀들의 신곡, 는 드디어 어젯밤 차트 1위를 찍었기에 음방 1위도 당연했다.

물론 차트 1위를 해도 음방 1위가 안 되는 경우도 있지만, 지금 그녀들의 기세를 꺾을 수 있는 가수는 아무도 없었다.

음방 1위, 그리고 차트 1위.

언제까지고 이렇게 최고의 순간을 만끽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곧 있으면 홈엔터의 신인 걸그룹 ‘웨타’가 컴백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장찬수가 미니앨범으로 컴백하니까.

“그래도 우리는 잘됐어. 그 오빠랑 안 붙어도 되니까.”

“우리도 조금은 겹칠 거야. 웨타는 완전히 겹치겠지만.”

“근데 사실 우리도 정면으로 붙으면 이겼을걸?”

어차피 같은 회사라 동시 컴백을 하진 않았으나, 만약 동시 컴백을 했다 하더라도 이번에는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만큼 이번 반응은 끝내줬으니.

1위의 기쁨을 만끽하며 다음 스케줄을 위해 이동하는 차 안에서.

강해정은 헤실헤실 웃으며 멤버들에게 말했다.

“실장님한테 연락해볼까요?”

어젯밤, 차트 1위를 했을 때도 통화를 하긴 했지만 음방 1위는 또다른 일 아닌가.

이효진과 송하니, 성윤지는 해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곧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보세요!

박한울의 목소리가 들리는 대신, 잔뜩 성이 난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해정은 당황하며 물었다.

“어? 박한울 실장님 핸드폰 아니에요?”

-맞아요. 저 정채희예요. 강해정 씨 맞죠?

“아! 안녕하세요, 선배님! 피에스타의 강해정입니다!”

-해정 씨가···.

채희의 목소리가 이어지려 할 때, 박한울이 그녀의 말을 중간에 끊었다.

-야, 그거 내 핸드폰 아니냐? 너 누구랑 통화해.

-왜요? 겁 나요? 내가 누구랑 통화할까 봐 그렇게 사색이 되셨을까?

-사색은 개뿔. 난 원래 피부가 하얀 편이야.

-얼씨구? 목소리가 아주 파르르르 떨리네요. 찔리긴 하나 보죠? 하! 누군가 했더니···. 이건 범죄야 이 양반아!

-넌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야?

그들이 아웅다웅 정겹게 다투는 목소리가 차 안에 노골적으로 울려퍼졌다.

애초에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걸었기 때문.

피에스타의 멤버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눈동자를 바쁘게 돌려댔다.

그리고 작게 속삭이며 대화를 나눴다.

‘끊어야겠죠···?’

‘끊어! 빨리 끊어!’

‘안 돼요! 정채희 선배님이 기분 나빠하시면 어떡해요!’

‘그럼 어떡해야 하는데!’

안절부절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뚝, 통화는 알아서 끊어졌다.

“후우!”

피에스타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성윤지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우리··· 잠깐 핸드폰 꺼놓을까?”

멤버들은 조용히 핸드폰을 들어 전원을 껐다.

혹시 전화가 올 지 모르니까.

곤란한 일은 마주하기 전에 예방하며 피하는 게 상책 아니겠나.

***

대본과 시나리오가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모두 다 정채희를 원하는 작품들.

4팀의 최팀장은 요즘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고 정채희의 차기작으로 적합한 작품을 찾는 데 여념이 없었다.

‘나도 하나만 골라보자!’

자신의 가치를 더 높여야만 했다.

지금까지 일에 대해 실수를 한 건 거의 없었고, 스스로 자신의 업무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도 나름대로 합격점을 줄 수 있었으나.

‘그것만으론 모자라.’

박한울의 옆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겠다는 처음의 계획은 분명 좋았지만,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었다.

박한울의 능력이 너무 뛰어나, 그의 옆에선 자신이 뚜렷한 성과를 내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

반면 1팀의 강팀장은 장찬수를 필두로 팀원들을 탄탄하게 이끌고 있으며, 유대감이 끈끈한 3팀 역시도 한팀장이 드리머와 더불어 다른 아티스트들을 아주 잘 이끌고 있었다.

2팀의 고팀장은 피에스타로 1위를 했으니 두말할 필요도 없고.

이들 모두 박한울 실장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4팀은 그저 ‘도움’ 수준이 아니라 A부터 Z까지 그 혼자 다 이끌고 있었다.

때문에, 그가 온 뒤로 쓸 기회조차 없었던 자신의 안목 또한 그렇게까지 글러먹지 않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박한울이 회사의 대표가 된다는 게 기정사실로 굳혀진 지금.

자신에 대한 말은 회사에서 아예 나돌지 않고 있지 않은가.

보통 같은 경우엔 말이 나도는 게 위험한 거지만, 최팀장은 조용히 물 흘러가는 대로 직장생활을 할 생각이 없었다.

박한울의 뒤를 받쳐주는 2인자가 되고 싶다는 야망이 있었다.

그러나 이대로는 2인자는커녕 3인자 자리도 넘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무조건 내가 먼저 찾아야 돼!’

최팀장은 눈빛을 번들거리며, 초대박이 터질 만한 작품을 고르고 또 골라냈다.

한창 반응이 좋은 액션이나 할리우드 작품 위주로.

혹은 다양한 감정을 많이 쏟아낼 수 있으며, 연기력이 돋보일 수 있는 작품들 위주로.

차기작은 좀 편하게 임하고 싶다는 정채희의 의견은 꿈에도 모르고 있는 최팀장이었다.

***

익히 예상했던 대로였다.

아디다스 측은 우리가 보내준 음악에 격찬, 또 격찬을 보냈다.

우리는 곧바로 믹싱과 마스터링 작업에 들어갔고.

동시에 뮤직 비디오 작업도 들어갔다.

“역시 대기업이 좋네요.”

난 촬영장을 둘러보며 혀를 내둘렀다.

이번 뮤직 비디오 촬영은 그야말로 돈 잔치였다.

“그러게요. 저도 이런 사이즈는 처음이에요.”

송하연도 입을 벌리며 감탄했다.

이건 단순히 우리의 곡을 알리는 뮤직 비디오가 아니다.

엄연히 아디다스 미국 본사의 브랜드 광고.

그들은 돈을 그야말로 퍼붓다시피 했다.

해외 로케, 거기에 다양한 국적의 수백 명의 배우들, 그리고 수 톤의 토마토와 우유.

연출을 위한 각종 장비들까지.

“만약 NG라도 났다간··· 몇 억이 증발하겠네요.”

송하연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이미 섭외해놓은 주택가와 거리를 모두 엉망진창으로 만든다고 하니, 중요한 장면에서 NG가 났다간 그야말로 대참사나 다름없었다.

깔끔하게 다 치우고 다시 찍어야 한다는 위험도 있으나, 촬영 시간이 훨씬 더 늘어남은 물론 수백 명의 배우들을 다시 씻기고 의상도 새로 입혀야 한다는 위험도 컸다.

“어려운 것도 없는데요, 뭐. 긴장하지 마세요.”

하연에게 말하며 현지의 표정도 슬쩍 살폈다.

그녀는 내 시선을 눈치 채곤 배시시 웃어 보였다.

“크흠.”

긴장했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긴장은커녕 오히려 미소로 나를 긴장시키고 있다.

“아무튼 잘할 수 있을 거예요. 파이팅.”

“네, 잘하고 올게요.”

촬영이 시작되기 직전, 송하연에게 말했고.

옆에 있던 현지에게도 말했다.

“현지야, 잘하고 와. 파이팅.”

“네.”

현지와 송하연은 나란히 걸음을 옮겨 중심으로 들어갔다.

그녀들이 포함된 수백 명의 이목을 주목시키며 촬영을 설명하는 감독.

몇 번이나 말했는지 세는 걸 잊을 만큼, 그에게서는 이 촬영을 한방에 성공시키고 말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 의지 덕분이었을까.

한 장면에 수 억을 쏟아부은 이번 씬은 단 한 번만에 완벽한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와아아아!”

“예에에!”

오케이 사인이 나오자 스탭들과 배우들에게서 환호가 터져 나왔고, 우리는 진정한 축제 같은 그림을 만들어냈다.

‘카메라 다시 돌아가고 있네.’

어쩌면 지금 이 장면 역시 쓸 지도 모르겠다.

정말 자연스럽고 멋지잖아.

“하으···.”

그러나 주변이 토마토와 우유, 그리고 물로 범벅이 되어 엉망이 된 만큼.

송하연과 현지의 모습 또한 비슷한 모습으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토마토, 우유, 물로 홀딱 젖어버린 모양새.

그런데 얼굴 위로는 잔뜩 웃음기를 띠고 있어, 내 입가에서도 킥킥 웃음이 터져 나왔다.

“둘 다 수고했어요. 진짜 축제에 온 것 같네요.”

“실장님은 멀쩡한데요? 이럼 기분 못 내죠.”

송하연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확 달라붙었다.

“아!”

살짝 껴안았다가 곧바로 떨어졌으나, 이미 내 온몸은 흔적들이 덕지덕지 묻어버렸다.

“하하! 이러니까 좀 실감이 나시죠?”

즐거워하며 웃는 송하연.

난 옷의 상태를 보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시선을 옆으로 돌려 현지를 바라봤다.

그녀도 내게 포옹하며 옷에 흔적들을 묻힐 것 같아서 바라본 건데.

그녀는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싱긋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저번에 차에서 손을 잡을 때도 송하연이 내린 직후에 그러더니.

'혹시 일부러 그러는 건가....'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왠지 내 눈에는 현지가 송하연을 자극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 이건 범죄야 이 양반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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