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낙하산이 천재매니저였다고-150화 (150/170)

< 성배 안에 든 게 있다면 그건 성수겠죠 >

YU엔터의 보이그룹, 미라클이 드디어 컴백했다.

데뷔곡 이후, 별로 공백도 없이 매우 빠른 속도로 후속곡을 내는 거였다.

허나, 그 짧은 시간 만에 발전된 최준성의 실력은 명확하게 보였고, 팬들은 이에 열광했다.

“얘네들 기세를 보니까 만만치 않겠네···.”

한팀장님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이제 곧 3팀의 보이그룹, 드리머도 컴백을 하기 때문.

당연하게도 경쟁자의 성장과 활약이 달갑게 느껴지지는 않으리라.

“야, 좀 적당히 좀 하지 그랬어. 얘네도 그렇고 홈엔터 걸그룹 웨타도 그렇고, 네가 건든 신인 그룹들마다 포텐이 장난이 아니더라.”

한팀장님의 말에 피식 웃으며 답했다.

“도와준 대신 얻은 것도 많잖아요. 당장 드리머 후속곡도 홈엔터 통해서 배운 노하우로 잘 만들었더만요.”

“그건 그래. 우리 회사 A&R팀이 아주 의욕이 넘치더라고.”

곧 있으면 컴백인 드리머.

당연하게도, 난 그들의 곡을 미리 들었었고, 그들이 퍼포먼스를 연습하는 것 또한 봐줬었다.

송하연이나 유현지의 신곡을 볼 때만큼 충격적이지는 않았으나, 상당히 괜찮았다.

“그래서, 네가 보기엔 어느 팀이 더 나은 것 같아?”

“네?”

“이번 활동에서 누가 더 대박 터질 것 같냐고. 우리 애들이 미라클 이길 수 있겠지?”

솔직히 말하면, 이번엔 미라클의 우세가 점쳐졌다.

다른 건 다 비슷한데, 최준성의 발전이 역시 눈부셨으니까.

별거 아닌 것처럼 툭, 물으면서도 열정이 가득 담긴 한팀장님의 눈동자를 마주 바라봤다.

‘굳이 의욕을 꺾을 필욘 없지.’

난 고개를 갸웃하며 잘 모르겠다는 듯 말했다.

“글쎄요. 아무래도 색깔이 좀 달라서요. 까봐야 알겠죠.”

“···그러냐.”

뭐지? 내 생각을 꿰뚫어본 것 같은 저 힘없는 목소리는.

송하연이 최팀장님의 행동을 다 꿰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내가 채희를 다 꿰고 있는 것처럼.

한팀장님 또한 내 대답에 담긴 속마음을 다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

“하아. 이번 활동 땐 지더라도 다음엔 이길 수 있겠지. 우리 애들이 참 열심히 하잖아. 잘하기도 하고.”

“막말로 지고 이기는 게 어디 있습니까. 팬들이 남고 돈이 남고 경험이 남는데. 이제 막 두 번째 곡 내는 신인이면 앞으로 발전의 여지가 얼마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거고요.”

“넌 알잖아, 인마. 연예계에 네가 모르는 게 어딨어.”

“···꼭 그렇지만은 않긴 한데, 아무튼···. 그러니까 말하는 거예요. 제가 보기엔 성장할 여지가 엄청 많다는 거죠.”

장찬수나 피에스타 또한 그렇다.

그들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

그들이 가진 포텐도 그렇고 커리어도 그렇고, 올라갈 계단은 아직 너무나도 많이 남아 있었다.

난 눈매를 진하게 휘며 말했다.

“그리고 우리 회사는 제가 있잖아요. 열심히 하다가 잘 안 되면, 제가 프로듀싱에 좀 더 적극적으로 가담하죠, 뭐.”

“와···. 나 방금 진짜 듬직했다? 진짜 너 같은 사기캐랑 같은 회사인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 홈엔터랑 YU는 아마 절대 안심 못 할 거야? 앞서가고 있어도 너 때문에 언제든지 따라잡힐 수 있다고 생각할 테니까. 큭큭.”

한팀장님과 아티스트들을 비롯해 모두는 나를 믿지만, 난 반대로 그들을 믿는다.

또한, ‘사기캐’라고 했나? 솔직히 진짜 사기캐는 내가 아닌 그녀들이다.

유현지, 정채희, 심민정.

송하연은 이 라인에서 비해 가진 재능이 살짝 밀리긴 하나, 그래도 부족한 재능은 아니지. 경험도 많고 열정도 식지 않으니 이토록 발전할 수 있었던 거기도 하고.

“난 이제 일하러 가봐야겠다. 너도 채희 현장 가본댔지? 빨리 가봐. 채희 목 빠져라 기다리겠다.”

“입술 빠져라 내밀고 있을지도 모르죠.”

‘우리들의 세상에 빛은 없다.’의 시즌2.

촬영은 벌써 중반을 넘어가고 있다고 했는데,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쳐 촬영현장에 자주 찾아가지 못했었다.

지금쯤이면 정말 삐져도 어마어마하게 삐져있을 터.

그녀를 달랠 생각에 벌써부터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단순하기는 하지만 진짜 삐지면 또 쉽게 풀어지진 않으니까.

***

“오빠.”

“응.”

채희가 내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불렀다.

분명 새침하게 대할 줄 알았는데, 어째선지 지금 그녀의 모습에선 삐진 티가 전혀 나지 않았다.

설마 안 삐진 건가? 그럴 리는 없을 텐데?

“오빠, 혹시 연애해요?”

“···어?”

질문을 듣는 순간, 그때의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송하연과 함께 드라마를 보며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었던 그때.

아쉽게 대하사극은 보지 못했지만, 적당히 16부작 드라마를 보기로 해 이틀에 나눠 왠종일 봤었지.

“···왜 당황해요? 진짜··· 여친 생겼어요?”

“아니, 네가 갑자기 생뚱맞은 걸 묻길래 당황한 거지. 갑자기 그런 건 왜 물어봐.”

그녀의 눈이 순식간에 도끼눈으로 변했다.

“그런 것도 아니면서···! 나한테 이렇게 소홀해도 되는 거예요!? 오빠 그때 저랑 약속했던 거 다 까먹었죠?”

그녀와의 약속.

너무 인상이 깊어서 잊을 수 없었다.

내가 한창 유현지를 뒤에서 몰래 돕고 있었을 때.

채희는 내가 말하기도 전에 이를 먼저 눈치 채고 면죄권을 주기도 했고, 나중에 가서는 이런 대화까지 나누었다.

‘오빠, 근데요. 저 이런 말하기는 좀 그런데, 아니··· 이런 말은 꼭 해야겠는데요.’

‘···뭔데?’

‘저한테 소홀하지 마세요. 알겠죠?’

‘하. 또 뭐라고.’

‘알겠냐니까요?’

‘그걸 말이라고 하냐?’

‘···오빠 진짜 나쁜 버릇 있는 거 알죠. 확실하게 알겠다! 아니다! 대답을 해달라니까요?’

‘알겠다고 하는 거잖아. 뭐 말도 안 되는 걸 걱정하고 있어.’

‘그럼 됐어요.’

자기한테 소홀하지 말라고.

내가 생각해봐도 최근 들어 채희에게 정말 소홀하기는 했다.

난 머쓱한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미안. 콘서트다 뭐다, 너무 바빠서 그랬어. 그건 내가 잘 모르는 거라 배워야 했고, 넌 이제 믿음직스러우니까.”

게다가 ‘시즌2’지 않은가.

스탭들이나 배우진들도 거의 같으니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거의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요! 진짜··· 좀 서운했다고요. 내가 첫 번째였는데.”

그녀의 목소리는 차츰 잦아들었다.

난 어쩐지 평소보다 약해 보이는 그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었다.

그런데 어깨가 좀 단단해졌다.

운동 열심히 했네.

그렇게 어깨에 잠시 손을 올리고 있자, 그녀의 얼굴이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스탠바이 하겠습니다!”

촬영의 시작을 알렸다.

이번에 액션씬이었지?

“채희야, 안 다치게 조심해. 무리하지 말고.”

“알았어요. 오빠가 전에 말했던 것처럼 100프로 말고, 딱 70프로만 할게요!”

밝게 웃으며 살랑살랑 걸음을 옮기는 그녀.

카메라 앞에 서서는, 역시 우리 회사 최고의 에이스답게 현장의 분위기를 강제로 장악해버렸다.

모두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그리고 모두가 몰입해서 볼 수 있도록.

“진짜 사기캐라니까.”

***

청룡예술대상을 며칠 앞둔 시기.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OTT 컨텐츠까지 모두 포함하는 시상식인데.

권위가 높고 대중들에게 큰 관심을 받는 시상식이라서 그런지, 커뮤니티에선 벌써부터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었다.

-드라마 여자 신인상은 정채희겠네ㅋㅋ

└???심민정 무시함?ㅋ 정채희는 영화 신인상 있잖아. 그거 받으면 되지.

-공정하면 됐지, 언제부터 시상식이 공평해야 했나요?ㅋㅋㅋㅋ 정채희가 영화 신인상이랑 드라마 신인상 다 가져가는 게 맞는 것 같은데요?

-정채희는 최우수상 주고 심민정은 신인상 받자!!

-다들 이상하시네. 왜 심민정을 정채희 아래로 보는 거임? 어이가 없어서;;; 심민정이 주연으로 나온 건 수세미 하나뿐이긴 해도 주연 개수로 위아래 따지는 건 아니지 않음?

-솔직히 임팩트도 정채희가 더 쩔긴 했지.

-다 신인상 갖다가 그러시는데;;; 애들이 신인이라 그렇지 솔직히 얘네보다 잘한 사람 누가 있음? 최우수 누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또 그렇네. 둘 다 최우수 가즈아!!!!

“다들 아직 모르나 보네.”

이미 노미네이트됐는데, 이에 관해선 대중들이 관심이 없긴 한 모양이다.

채희는 이미 <더 BAD>로 영화 여자신인연기상에, 그리고 <우리들의 세상에 빛은 없다.>로 TV 여자최우수연기상에 노미네이트 됐다. <헌팅포차에서 만난 사이>로 TV 여자조연상에도 노미네이트됐고.

심민정은 로 TV 여자조연상에, 그리고 <수세미>로 TV여자신인상에 노미네이트됐다.

아깝게도 심민정은 최우수연기상에 노미네이트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출연작이 모두 노미네이트되었고, 첫 주연작이 신인상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아주 대단한 성과였다.

걸그룹 ‘레이니데이’ 시절과 비교하면 입만 아플 정도지.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며 인터넷을 살피고 있을 때.

자리에 앉아 있는 최팀장님의 입에서 묘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어···!?”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고 팀장님의 얼굴을 바라봤다.

고개는 갸웃하고 있고, 입은 웃고 있는데, 미간은 모아져 있다.

지금 이 표정을 어느 배우가 했더라면, 아마 영화평론가에게 엄청난 찬양을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왜 그러세요?”

“메일··· 왔는데 말이야. 그게 좀···.”

“메일이요?”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메일을 설명했다.

“미국 아디다스 본사에서 광고를 맡겼어. 우리 회사 아티스트랑 같이 음악이랑 뮤직 비디오 하나 만들자고.”

“네!? 미국 본사요?”

“애리조나 뮤직 페스티벌에서 무대 엄청 감명깊게 봤대. 아시아랑 유럽, 남미, 중동, 다 통할 수 있다고 봤나 봐. 그리고 북미에서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볼 것 같다고도 하고.”

기쁜 소식임이 분명했다.

분명 무조건 기뻐해야 하는 소식인데, 그 오묘한 표정은 왜 그랬던 걸까?

의문이 지워지지 않고 있을 때.

최팀장님의 말이 이어졌다.

“현지랑 하연이한테 맡기고 싶대. 듀엣으로.”

“···!”

아디다스.

그들이 왜 아직까지도 나이키에 밀리고 있는 건지 당최 모르겠다.

이렇게 훌륭한 안목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다.

“한울아, 이거··· 독이 든 성배 같은 거 아니겠지?”

그의 물음에.

난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보이며 답했다.

“성배 안에 든 게 있다면 그건 성수겠죠. 독이 아니라.”

이 듀엣, 내가 집도한다.

***

나는 할 게 없었다.

사이즈가 너무 크기 때문에 미팅과 계약은 아버지와 본부장님이 나서고 있는 중이었다.

난 그저 계약이 무사히 성사되기를 기대하고 있기만 하면 됐다.

다만, 회사 내 회의에서 아버지와 본부장님께 몇 가지 당부를 드리긴 했다.

-그쪽이 원하는 컨셉이랑, 음악에 담았으면 하는 내용을 명확히 알려달라고 하세요. 저쪽도 이쪽이 듀엣을 할 때 어떤 색깔이 나올 지 기대하는 게 있을 테니 이런 계약을 던진 거겠죠.

그럼 음악은 저희가 알아서 만들어준다고 말씀하시면 될 거예요. 계약에 대해선 저보다 훨씬 더 잘 아시겠지만, 둘이 듀엣을 안 해봤고 색깔이 다르다고 우리 쪽에서 먼저 자신감 잃을 필요는 없어요. 둘이 듀엣 할 때 나올 음악에 대해서, 전 충분히 자신 있거든요.

좋은 소식은 한 번에 몰려오는 건지, 아니면 아디다스가 우리에게 컨택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인지.

이어서 빌보드 아티스트들의 피처링 제안 몇 개가 들어왔지만, 우리는 이 광고를 우선하기로 했다.

피처링도 물론 좋은 제안이긴 하나, 우리에겐 이것이 몇 배는 더 좋은 제안이었다.

둘이서 호흡을 맞추고, 회의를 하고, 음악을 만들고···. 여기에만 집중해도 시간이 모자라다.

아무튼.

“재밌겠어.”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거린다.

둘의 듀엣이라니.

이게 바로 ‘천사들의 하모니’인가 뭔가, 그런 건가?

***

최창수 감독의 영화, <양녕을 탐한 무녀>의 촬영 현장.

최락현은 촬영장 한 켠에 앉아 있는 이성호에게 은근슬쩍 다가가 옆에 스윽- 걸터앉았다.

“날씨 죽여주네요. 그렇지 않습니까, 선배님?”

이성호는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5분 동안 서성거리다가 왔으면서, 겨우 꺼낸 말이 그거냐?”

“···그걸 보셨어요?”

이성호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면서도 입꼬리가 내려오지 않았다.

넉살 좋고 뻔뻔한 모습이 왠지 밉게 보이지가 않아서.

자신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후배들을 한둘을 봐온 게 아니라, 이제 이런 과정은 귀찮음이 더욱 클 텐데도.

최락현은 귀찮음 대신 재미만을 주었다.

“그래서 이번엔 또 뭔데.”

“아니, 그게 아니라요. 저 감독, 저렇게 하는 게 맞는 겁니까? 같은 씬을 무슨 몇 번이나 찍어요? 후딱후딱 좀 찍지, 우유부단해서는.”

“남 뒷담화하고 공감대 형성해서 친해지려는 거, 그거 안 좋은 선택이다? 확 한울이한테 말해버리는 수가 있어.”

엄한 목소리에, 최락현은 무척이나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제 가슴을 두드렸다.

“아니, 제가 언제 남 욕을 했습니까? 저 감독, 우리 친형이에요, 친형! 전 남 욕하고 뭐 그런 파렴치하고 양아치스러운 짓거리는 평생토록 한 적도 없는 사람이에요. 가족은 남 아니잖아요. 맞죠? 가족 욕을 가족이 하지, 그럼 누가 합니까?”

“에라이. 말이나 못하면.”

“제가 남 욕하는 거 한 번이라도 보신 적 있으세요? 정말 오해예요, 오해. 저 진짜 억울합니다?”

이성호는 헛웃음을 터뜨렸고, 최락현은 금세 실실 웃으며 말을 돌렸다.

“그나저나 이번에 청룡예술대상에서 최우수상 받으시죠? 캬! 역시 선배님이십니다.”

“네가 아주 메소드 연기를 하는구나. 무녀 믿는 역할을 한다고 진짜 미래라도 보는 거야?”

“에이. 선배님 아니면 누가 받겠습니까. 하하, 전 굳게 믿고 있습니다. 이래봬도 같은 회사 식구 될 몸이기도 하고.”

마지막 말에, 이성호는 씨익 웃음을 지었다.

박한울이 계약 제안을 하기는커녕, 촬영장에 코빼기도 비추지 않으니까 점점 똥줄이 타고 있는 모양이다.

자꾸 와서 말을 걸고 친해지려고 하는 것도 그 목적이 어느 정도는 있으리라.

자신과 박한울이 친한 사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잘 좀 말해달라는 거겠지.

“같은 식구는 무슨. 한울이 지금 엄청 바빠. 아마 한동안 여기 못 올 거야. 와봤자··· 시상식 끝나면 그때서야 구경이라도 오겠지.”

“선배님, 정말이죠? 시상식 끝나고 오는 거 확실한 거 맞죠? 언제요? 정확히 언제? 저 중요한 씬 촬영할 때 그때 불러주시면 안 됩니까?”

그의 간절한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지금으로선 별로 그럴 마음이 안 드는데.”

“···.”

최락현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나는 걸 유쾌하게 바라보고는 물었다.

“오늘 한 잔 하고 싶기는 한데··· 같이 먹을 사람이 없네.”

“선배님! 당연히 제가 따라가야죠! 식구끼리 당연히 같이 가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

최락현을 곁에서 유심히 지켜봐달라는 박한울의 부탁을 들었던 이성호.

그는 이미 판단을 진작에 마친 뒤였다.

그러지 않았으면 이렇게 쉽게 옆자리를 내주지도 않았지.

“회 어때.”

“아무렴요. 어차피 또 마음대로 하실 거, 제 입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지금 비꼬는 거 맞지?”

“그럴 리가요. 오햅니다, 오해!”

물론, 옆에 두면 재밌다는 것 또한 그 판단에 한 몫 하긴 했다.

‘앞으로도 심심하진 않겠네.’

< 성배 안에 든 게 있다면 그건 성수겠죠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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