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낙하산이 천재매니저였다고-146화 (146/170)

< 황금세대의 태동 >

심민정의 드라마 <수세미>의 마지막회가 방영됐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32%로 굉장히 높았으나, 주 시청자층의 연령대가 20~30대였던 만큼 인터넷에서의 화제성은 그보다 더욱 높았다.

-내 인생 최고의 드라마!!

-보면서 많이 울고 많이 위로받았어요ㅠ 이런 드라마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라만데 어떻게 그렇게 현실적인지···. 예전의 제가 생각나서 공감하면서 봤다 진짜. 엔딩까지 갓벽!

-그야말로 완벽하다. 1회부터 마지막회까지 아쉬운 부분이 진심 하나도 없음! 다들 행복해지십시다ㅠㅠㅠ

난 그 예상됐던 반응들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믿고 보는 조수연 작가’, ‘믿고 보는 심민정’이라고 하는 댓글들처럼, 심민정과 조수연 작가가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갔지만.

연출과 다른 배우들을 칭찬하는 반응 또한 상당했다.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무척이나 높은 덕이었다.

이런 반응을 제작사도 확인한 걸까.

쫑파티에서도 그렇게나 감사 인사를 해놓고, ‘워칭필름’의 김정연 대표는 또다시 전화를 걸어 내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배우들을 전부 내가 추천한 대로 캐스팅해서 결과가 너무 좋으니 그럴 만도 하지.

그녀는 또한 은근슬쩍 이런 말도 꺼냈다.

-괜찮은 대본이 몇 개 있어서 그런데, 일단 한 번 보내라도 볼게요. 시간 괜찮으시면 꼭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이게 진짜 목적인지도 모르겠다.

난 픽 웃으며 답했다.

“민정 씨 차기작은 영화로 할 거라서요.”

-아! 더 잘됐네요! 마침 또 괜찮은 시나리오도 있거든요!

어련할까.

어쨌든 우리에게도 손해는 아니었으니, 시나리오를 전해 받기로 했다.

난 전화를 끊고 다시 인터넷의 반응을 살폈다.

그리고 충분히 만족이 차오를 즈음, 난 핸드폰을 내려놓고 시나리오를 들어올렸다.

재난, 공포, 반전.

이 셋 중에 하나의 요소라도 들어간 영화.

그리고 심민정이 하면 딱 좋을 것 같은 캐릭터.

이제 다시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을 시간이었다.

***

최창수 감독의 ‘양녕을 탐한 무녀’의 리딩에 참석하러 가는 길.

정실장이 운전하는 차 안 뒷좌석에 앉은 이성호는 시나리오를 보며 입매를 끌어올렸다.

매력적인 시나리오, 매력적인 캐릭터.

이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를 고르자면 첫 손가락으로 양녕을 꼽을 수 있었다.

‘최락현이라고 했지?’

생초짜 신인이지만 편견은 갖지 않았다.

박한울 실장의 안목이 어련히 또 힘을 발휘하지 않았겠는가.

‘얼마나 잘하는지 한 번 보자고.’

기대감이었고 흥미였다.

어쩌면 또 같은 소속사 식구가 될 수도 있고, 그의 운이 좀 더 좋다면 같은 팀이 될 수도 있다.

주차장에 도착해 리딩장으로 올라가는 동안, 이성호의 머릿속엔 신인을 어떻게 놀리고 어떻게 시험해볼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실력은 이미 박한울의 안목으로 통과됐기 때문에, 같은 작품을 하는 배우로서 그와 어느 정도까지 호흡을 나눌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애드립이라도 할까? 아니면 그냥 연기력으로 눌러? 아님 예상했던 톤이랑 다르게 대사를 해보는 것도 좋겠지.’

그렇게 마주친 사람들의 공손한 인사를 받으며 계속 걸음을 옮겼고.

마침내 리딩장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누군가가 마치 포효하듯 소리쳤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양녕대군’역을 맡은 신인배우 최락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최창수 감독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었다.

저 인사는 빈말로라도 예의 바르다고 표현할 수는 없었으니까.

저건 숫제, 인사가 아니라 도발을 하는 것 같지 않은가.

눈빛을 매섭게 불태우고, 목소리 또한 으르렁거리는 듯했다.

하지만, 이성호는 기분이 나쁘긴커녕 더 유쾌해졌다.

그의 속마음이 너무나 잘 보였기 때문에.

‘발악을 하는군.’

겁먹고 긴장한 자기자신을 이겨내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게 그리 나쁘게 보이지 않았다.

집념과 의지, 그리고 열정이 없다면 결코 저런 행동을 보일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어느 미친 신인이, 모두가 보는 곳에서 대선배인 자신에게 이렇게 할 수 있겠는가.

저건 이미지는 개나 줘버리는 한이 있어도 최선의 연기를 보이고 싶다는 욕심에서 기인한 행동임이 틀림없었다.

이성호는 한순간에 싸늘해진 리딩장에서 태연하게 손을 들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네, 저도 반가워요.”

***

최락현은 오늘을 위해 제대로 잠도 자지 않으며, 준비에 최선을 다했다.

경력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누적된 노력이라면 다른 배우들한테 밀릴지도 모르나, 이 시나리오에 대한 노력의 크기를 비교해보자면 그 누구에게도 질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역시 처음부터 너무 큰 작품의 너무 큰 역할을 맡았기 때문일까.

리딩장에 도착한 뒤, 긴장감이 몸을 좀먹기 시작하면서 안면 근육이 경직되는 게 느껴졌다.

허나, 만나뵙기만 해도 영광일 터였던 이성호에게 마치 시비 걸듯이 인사한 뒤부터는 확실히 많이 나아진 게 느껴졌다.

주변의 눈초리는 따가웠으나, 그래도 미친 짓을 한 덕에 긴장이 풀렸으니 락현으로서는 이득이었다.

그렇게 모두 인사를 나눈 뒤 본격적으로 시작된 리딩.

최락현은 온정신을 다해 흐름에 집중했고, 이내 첫 번째 대사를 칠 순간이 다가왔다.

“그래서, 노비가 큰 화를 당할 것을 그 무녀가 정확히 맞췄다는 것이냐.”

껄렁껄렁함과 거만함이 깃든 목소리.

눈으로 보지 않고 귀로만 들어도 이런 캐릭터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도록 만들 생각이었다.

무료함 속에 흥미가 일었다는 느낌 또한 빼놓아서는 안 된다.

“또다른 얘기는 없느냐. 우연일 수도 있지 않느냐.”

대본리딩이긴 하지만, 목소리뿐만 아니라 표정과 눈빛에서도 그것이 역력하게 드러나도록 했다.

대본에서 시선을 거둔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머릿속에, 장을 지지듯 확실하게 각인될 수 있게.

장면이 넘어가자, 그제서야 비로소 몇몇 이들이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허나, 아직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에는 많이 일렀다.

오히려 락현은 조금 풀어지려는 긴장을 억지로 다잡았다.

이 장면만으로는 아직 이 캐릭터의 반도 드러내지 못했으니까.

위엄과 더불어 위태위태함, 그리고 보는 이로 하여금 분노와 답답함, 안쓰러움과 한심함 등 많은 감정이 느껴도록 만들어야 한다.

락현은 이 캐릭터를 통해 자아낼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을 단 하나도 놓칠 생각이 없었다.

“어리, 오늘따라 더욱 미색이 뛰어나구나. 내 너를 조금만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겠지만··· 괜찮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걱정 마라.”

정황상 한심한 개자식이 분명하건대, 어떻게 보면 또 비극적인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처럼 보이게끔.

“아바마마! 신 세자, 이제이옵니다! 어찌하여 전하께오서는 충녕의 말에만 더 귀를 기울이십니까! 정녕 노쇠하여 세자인 신의 말은 귀에 들리지도 않사옵니까!”

감탄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의 후레자식이지만, 또 어떻게 보면 동정심이 무럭무럭 유발되게끔.

양녕대군은 매력이 많은 만큼, 이토록 이해도가 굉장히 많이 요구되는 어려운 캐릭터였으나.

최락현은 부연설명 없이, 그저 연기로 증명해내었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생초짜인 배우도 이만큼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박한울 실장의 안목은 이번에 역시 정확했다는 것을, 모두 증명해내었다.

리딩이 모두 끝난 뒤.

형은 멍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고.

이성호 선배 또한 입이 찢어질 듯이 웃으며 자신을 보고 있었다.

‘해냈다.’

땀으로 흠뻑 젖은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리는 락현.

그제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이 입밖으로 새어 나왔다.

***

피에스타는 그야말로 꿈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음악방송에도 나가고, 라디오와 예능에도 출연했으며, 행사에도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좋은 건 대중들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점과 팬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

허나, 잘하고 주목받는 신인은 그녀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피에스타가 데뷔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시점.

보이그룹 명가로 이름 높았던 홈 엔터테인먼트가 신인 걸그룹을 데뷔시켰다.

[홈 엔터 신호석 대표, 이 갈았다. 신인 걸그룹 ‘웨타’에 전폭 지원 발표.]

[신인들로 점점 뜨거워지는 가요계. 유현지의 뒤를 잇는 ‘괴물신인’ 타이틀을 가져갈 이는 누구?]

[‘장찬수’, ‘드리머’, ‘미라클’, ‘피에스타’에 이어 ‘웨타’까지. 이 모든 신인들의 공통점은 박한울!]

걸그룹이 데뷔한 것만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홈 엔터의 홍보전략인지, 아니면 그저 대중들의 변덕인지, 유현지 이후로 데뷔한 주목받는 신인들을 모두 뭉뚱그려 라이벌 구도로 만들어버렸다.

박한울이라는 공통점도 있으니 그리 연관성이 없는 것도 아니긴 했다.

가요계에 관심이 있는 라이트 팬들에게는 그저 팝콘을 뜯으며 구경하고 싶을 만큼 재밌는 상황이었다.

-와 요새 신인들 왜 이렇게 다들 실력 좋냐ㅋㅋㅋ

-박한울 이 쉨ㅋㅋ 내가 이래서 얘를 좋아하지. 소속 가수들의 경쟁자들을 자기 손으로 만들어버리네ㅋㅋ 개꿀잼 진짴ㅋㅋ

-아 요새 좀 너무 재미없긴 했어. 그래서 어디가 제일 잘한다고?

-뭐 박한울의 아이들이냐?ㅋㅋㅋㅋ 얘네들 서로 승부욕 불태우다가 황금세대 되는 거 아님?

└너무 갔다;;;

└??? 킹능성 있음. 다 박한울 안목에 든 애들이라며. 그만큼 재능 있으면 다들 서로 자극하고 경쟁해서 황금세대 될 수도 있는 거지. 당연히 송하연이랑 유현지 아래 레벨에서ㅋ

장찬수와 드리머, 그리고 피에스타는 모두 HJ엔터 소속.

미라클은 YU엔터의 보이그룹이며, 웨타는 홈 엔터의 걸그룹이다.

시기상으로 보면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일반 대중들이 느끼기에는 죄다 거기서 거기.

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라이벌들로밖에 안 보였다.

하지만.

팬덤들끼리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과 같아, 물밑에서 칼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룹들끼리 비교하는데 찬수가 왜 껴 있음? 데뷔도 제일 먼저 했는데.

└그놈의 솔로부심 하여간ㅋ ‘박한울’, 그리고 ‘신인’이라는 공통점으로 묶은 거라잖아요. 기레기님들이.

└유현지는 아예 쏙 빼놓네. 하긴 체급이 좀 다르긴 하지.

-아니 앀ㅋㅋㅋ 피에스타는 데뷔무대로 빵 떠서 저 라인에 어거지로 낄 수 있다고 쳐도 웨타는 대체 어떻게 이 라인에 끼게 된 거냐? 증명한 거 하나라도 있음? 단지 홈엔터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홈엔터는 신나겠넼ㅋㅋㅋ 머리 빈 애들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떡밥 물어버려서ㅋㅋㅋ 웨타 올려치기 대성공! 꺄악~ >_

└홈엔터에서 한 게 아니라 커뮤 어그로가 커져서 이렇게 된 거임;;

-아 씹 진짜···. 돌 덕질하면 진짜 스트레스 개오짐;;;

신인은 어떠한 이유로도 화제가 되면 좋다지만, 이런 식으로 다른 아티스트와 묶어 팬덤들끼리 싸움이 붙는 건 절대 좋다고만은 할 수 없었다.

아주 약간의 실수만으로도 타 팬들이 물고 늘어져 문제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고, 말도 안 되는 루머가 갑자기 퍼져서 대중들에게 이미지 타격을 줄 수도 있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각 회사들은 긴급히 의사소통을 나눴다.

정확히 말하면, 홈 엔터가 먼저 연락을 준 것이다.

이렇게 구도가 짜여진 건, 자신들이 홍보를 위해서 한 게 아니니 오해하지 말라고.

“얘들아. 지금 각 회사들 다 알아서 조심시킨다고 하니까 너희들도 발언 같은 거 특히 조심해야 돼. 인사도 열심히 하고, 다른 가수들 만나도 표정 굳어지지 말고.”

예능에서 보여줄 댄스를 연습하기 위해 연습실에 모여 있던 피에스타에게, 고팀장이 말했다.

그녀들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얼굴은 평탄한 커리어를 걷고 있는 신인답지 않게 굳어 있었다.

요즘 타 팬덤의 짓으로 보이는 악플들이 많이 달리기 시작했고, 직접적으로 실력을 비교하며 까내리는 영상들도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고팀장이 몇 번을 더 안심시키고 주의를 준 다음에야 연습실을 나섰고.

피에스타의 리더이자 막내인 성윤지가 다시 한번 더 멤버들에게 말했다.

“고팀장님 말씀대로 우리는 잘하고 있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원래 아이돌이 이렇게 고난이 많은 건 다들 많이 봐서 잘 알고 있잖아요. 금방 지나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

물론 고난을 겪지 않고 저 높은 곳까지 승승장구하는 예가 아주 가까이에 있긴 했으나.

유현지는 규격 외이기 때문에 비교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노래는 얼마나 잘하고, 매력과 비주얼도 최고였으며, 초일류 댄서들에게 전혀 꿀리지 않는 무브먼트까지 갖추고 있으니 더 말해 뭐 하겠는가. 게다가 인성 역시 최고였다.

“그래! 우리 팬들도 많이 신경 곤두서 있고 힘들 텐데 우리라도 밝은 모습 보여줘야 돼요!”

송하니가 주먹 쥔 손을 보여주며 입술을 앙다물었다.

허나, 말과는 다르게 분위기는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당해 최고의 신인에게 주어지는 신인상에 대한 욕심과 더불어, 다른 신인들에게 질 수 없다는 승부욕 때문에.

그 승부욕의 대상에는 같은 회사 동료인 장찬수와 드리머도 예외는 아니었다.

“···.”

“···.”

그녀들은 서로가 서로의 눈을 쳐다보며, 다들 자신과 같은 마음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도 지금으로선 우리 활동에 집중하는 게 최선-“

가장 맏언니인 이효진이 멤버들을 다독이려던 그때였다.

갑자기 연습실의 문이 열리며 박한울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지···가 없네? 잘못 들어왔다. 미안 얘들아. 수고해.”

잘못 들어온 듯한 박한울이 다시 문을 닫고 나가려 할 때.

송하니가 그쪽을 향해 손을 쭉 뻗으며 외쳤다.

“잠깐만요! 실장님! 잠깐만요!”

“응? 왜.”

“저희··· 잠깐 상담 좀 할 수 있을까요?”

그대로 나가려던 박한울이 안으로 들어오자.

송하니는 손짓 발짓을 다 해가며 감정에 대한 것 90%, 그리고 정확한 사실 정황 10%의 비중으로 말을 늘어놓았다.

박한울은 손을 들어올려 더 말하려던 송하니의 말을 멈추며 물었다.

“그러니까 간단하게 얘기해서 커뮤니티 어그로에 너네도 휩쓸렸다는 거 아냐.”

“···!”

“···!”

“···!”

뭔가 굉장히 서운하다는 듯 쳐다보는 그녀들에게, 한울은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며 덧붙였다.

“하는 활동에 집중하는 게 최선이야. 알지? 너희 이제 막 데뷔했으니까 괜히 욕심 부리지 말라는 거야. 그러다가 겉으로 다 티 나서 안티들 먹잇감만 준다?”

다들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때, 강해정이 작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물었다.

“저희 후속 곡, 만들어도 돼요?”

“글쎄. 시간 날 때 만들어도 되긴 하는데, 너무 무리해서 그러지는 마. 그런다고 거기서 최고가 되는 건 아니니까.”

박한울의 말 뜻은, 무리한다고 하여 최고가 되는 게 아니니, 하던 활동을 열심히 하며 다음 활동도 열심히 해보자는 의미였으나.

한창 예민해진 그녀들의 귀에는 조금 다르게 들렸다.

‘너희들은 부족하기 때문에 무리해봤자 최고가 될 수 없다.’라고.

박한울이 나간 연습실.

성윤지, 이효진, 송하니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눈동자에 담아내며 강해정을 바라보았다.

“해정아. 너 오늘부터 집안일 아무것도 하지 마. 아침에 씻는 것도 제일 오래 잔 다음에 마지막에 씻어.”

“스케줄 끝나면 제일 빨리 씻고. 그러니까 곡 좀 만들어줘.”

“···저 높은 콧대를 아주 납작하게 만들어버리자!”

강해정은 그녀들과 달리, 착 가라앉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곡 만들어서 꼭 인정 받아볼게요.”

그녀들이 승부욕을 불태우는 대상에 한 명이 더 추가된 순간이었다.

< 황금세대의 태동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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