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낙하산이 천재매니저였다고-145화 (145/170)

< 재난, 반전, 공포 >

[HJ엔터 신인 걸그룹 ‘피에스타’, 데뷔무대부터 화제! 박한울의 힘인가?]

[초대박 조짐 보이는 슈퍼 신인 나오다. 대중들의 반응을 얻은 이유는 바로 음악과 무대.]

[송하연, 유현지, 장찬수와 같은 솔로 전성시대에 나타난 그룹형 괴물 ‘FIESTAR’]

SNS와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자, 기자들도 이 기류에 탑승했다.

무대가 화제를 낳고, 신인의 데뷔무대가 화제가 되었다는 사실에 다시 화제가 되는 모양새.

이렇게 화제가 된 덕분이었다.

강해정이 작곡한 피에스타의 데뷔곡, ‘동글동글’은 음방이 방송에 나가고 바로 다음 날.

─24. 동글동글 – 피에스타

24위라는 높은 순위에 랭크될 수 있었다.

그리고, 유튜브의 반응은 그보다 더욱 대단했다.

데뷔무대의 영상 조회수가 24시간만에 벌써 250만을 넘겼으니까.

이는 이제 막 데뷔한 신인에게 말도 안 될 정도로 대단한 수치였다.

이렇게 한 방에 화제를 끌었기 때문인지, 대중들의 시선이 고운 시선만 있는 건 아니었으나.

이 정도 화제를 얻는 것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하면 싸게 먹힌 수준이었다.

-ㅋㅋㅋㅋ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함? 사람들 순진하네ㅋㅋ 바이럴인데.

-기승전박한울이면 이렇게 과하게 바이럴 해도 먹혀버리네?ㅋ 진짜 사람들 능지 왜 이러냐.

-??무대는 보고 그런 말 하는 거임? 나도 보고 깜짝 놀랐는데.

-사실 막 그렇게 미친듯이 잘하는 건 아니긴 한데, 음악도 좋고 애들 표정도 너무 비장하고 결연한 게 귀여워서 화제 되는 것 같음ㅋㅋㅋ 보면 미소 나오자너~

-그렇게 막 잘하는 건 아닌 것 같은 거엔 동의. 그런데 왜 더 잘하는 것 같은 애들보다 훨씬 더 무대가 좋아 보이냐곸ㅋㅋ

-하여튼 욕하는 사람들은 자기 인생 살기는 하는 거냐? 저런 애들한테 관심 주지 마세요~

사실 박한울의 덕이 크기도 했다.

‘기승전박한울’이라며 비꼬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대중들에게 언제나 실망을 준 적이 없었기 때문에 대중들은 박한울의 이름이 들어간 모든 컨텐츠에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된 것이다.

드라마, 영화도 그렇지만 가요계에서의 영향력은 그보다 더욱 대단한 수준이었다.

팬덤의 규모도 그렇고 접근성도 그렇고, 요즘엔 드라마나 영화보다 가요계가 더 가깝게 다가오는 게 사실이니까.

아무튼, 박한울과 같이 화제의 중심에 있는 피에스타에게 있어서.

이런 원인과 과정에 대한 분석은 정말 요만큼도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미쳤어···.”

“이거··· 장난 아니죠? 꿀잼 몰래 카메라 같은 거 아니죠?”

피에스타의 숙소.

같은 방을 쓰는 이효진과 성윤지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회사 내에서 이 그룹의 시너지에 대해, 그리고 얼마나 조화로운지에 대해 많은 소리들을 들었으나.

아무래도 송하니와 강해정에게 더 큰 기대를 품고 있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송하니는 메인보컬이기도 하고, 송하연의 사촌동생이며, 엄청난 화제와 시청률을 낳았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자였으니 두말할 것도 없었고.

강해정은 사기적인 외모와 함께 이번에 새로이 작곡에 대한 재능까지 드러냈다.

반면, 이효진과 성윤지는 이들에 비견될 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성윤지는 메인댄서이자, 강해정과 동갑인 막내이며, 막내인데도 불구하고 리더를 맡았다는 점이 특별하긴 했으나.

그래도 강해정과 송하니급으로 특별하지는 않다.

이효진은 그보다 더 초라하다. YU엔터에서 데려왔다는 점 빼곤 특별한 점이 없었다.

그런데.

한 명의 멤버가 부각되는 게 아니라, 아예 무대 자체가 부각되어버리니, 대중들의 관심은 그룹 전체에 쏠리게 되었다.

이게 박한울이 말했던 시너지라는 것일까.

성윤지는 감격스러움에 차오르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다.

“흐윽···!”

“왜 울어. 너 울면··· 나도 눈물··· 나잖아!”

“언니···. 다시 생각해보니까, 실장님이 음방에서 저희 자극했던 것도 이걸 위해서 큰 그림 그리신 걸 수도 있겠더라고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미소 짓는 얼굴을 보면 웃음이 나올 법도 했지만.

이효진 역시 사정은 같았기에 웃을 처지가 아니었다.

“맞아. 실장님께서 음방 오신 것도 우리 자극하려고 오신 거겠지.”

작은 오해가 있긴 했다.

그런데 뭐, 그 누구도 피해 보는 사람은 없었으니 별로 중요한 건 아니었다.

“저희, 실장님한테 진짜 잘해야겠어요.”

“응. 정말 감사한 분이니까.”

박한울을 향한 피에스타의 감사한 마음은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

‘우리들의 세상에 빛은 없다.’ 시즌2의 첫 촬영날이 밝았다.

이번에 현지의 태국 공연 일정이 있긴 했는데, 그래도 이 첫 촬영을 놓칠 수 없었기에 나는 태국에 가지 않고 국내에 남았다.

새벽 5시에 채희의 집으로 와 도어 락을 열었다.

전화를 받지 않는 걸 보니 아직까지 자고 있을 게 분명했다.

역시나.

그녀는 침대에 엎어진 채 베개에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난 그 괘씸한 모습에, 마찬가지로 괘씸한 짓을 하기로 했다.

“채희야, 떡볶이 먹자.”

꽉 감겨 있던 눈이 반쯤 떠졌고, 그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떡···보끼···?”

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떡볶이.”

“떡볶···. 떡볶이!?”

그녀의 상체가 벌떡 일으켜졌고, 눈빛은 쫄쫄 굶은 하이에나처럼 희번득거렸다.

***

“···.”

“···.”

촬영장에 도착한 우리.

박송이는 서로 삐진 티를 팍팍 내는 나와 채희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둘 다 몇 살이에요, 대체?”

채희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투덜대듯 답했다.

“지금 식단 관리 때문에 얼마나 힘든데, 알람 소리 좀 못 들은 걸로 그러면 안 되죠. 상식적으로.”

난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알람으로 못 일어나면 알람을 하나 더 놓든가. 상식적으로. 그리고 등짝을 그렇게 진심으로 때려? 얼마나 아픈 줄 알아?”

“떡볶이를 잃은 제 마음은 얼마나 아픈 줄 알아요!?”

“우리 엄마도 그렇게 세게는 안 때려!”

우리는 진심모드로 다퉜지만 주변에서는 우릴 보며 웃음을 터뜨릴 뿐이었다.

‘아웅다웅’, 혹은 ‘투닥투닥’ 정도로 보고 있는 것 같은데, 그건 등짝 스매시를 안 맞아봐서 그런 거다.

‘진짜 등짝 쪼개지는 줄 알았네.’

그러나 촬영장에 와서 하루종일 싸울 수는 없는 일.

이제 촬영 준비가 끝나 배우들이 카메라 앞으로 들어가기 직전.

박송이는 내게 한마디 말을 남기고 걸음을 옮겼다.

“한 번 보세요. 좀 나아졌을 테니까.”

그때 아주 혹독하고 세세한 피드백을 남겼었는데, 이런 말을 하는 걸 보니 연습을 꽤 많이 했나 보다.

‘집중해서 봐야겠네.’

배우들이 카메라 앞에 서고, 비로소 시즌2의 첫 번째 큐 사인이 촬영장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드디어, 박송이와 채희의 연기가 시작됐다.

숨 죽인 채 그녀들의 연기를 바라보는 스탭들.

나 또한 숨 죽인 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촬영 중이니 시끄럽게 하면 안 된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둘의 연기는 마치 날카롭게 벼려진 칼처럼 날이 바짝 서 있었다.

연기로 칼싸움을 하듯, 그녀들은 친분을 떠나 각자 할 수 있는 최선의 연기를 펼쳤다.

한 장면에서 함께 연기하는 둘의 수준차가 너무 나서 서로를 받쳐주지 못하면, 각자 최고의 연기를 할 수가 없지만.

그녀들은 충분히 서로를 받쳐줄 수 있었으니 각자가 가진 100%를 그대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난 박송이의 연기만을 유심히 살펴보지는 않았다.

채희와 그녀의 연기를 모두 전체적으로 바라봤다.

배우들에겐 이곳이 바로 무대.

나는 얼마 전에 봤던 유현지, 송하연, 피에스타의 무대와는 또다른 종류의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자신 있을 만했네.’

박송이가 자기 입으로 나아졌다고 한 이유가 있었다.

내 말을 단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조리 흡수했으니까.

그때 이후로 얼마나 연습했을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컷! 오케이!”

첫 촬영의 첫 장면부터 호쾌하게 울려 퍼지는 오케이 사인.

둘은 동시에 내게 다가왔다.

박송이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띠우고 있었고, 채희는 아직 삐진 게 안 풀렸다고 말하는 듯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었다.

“어때요?”

박송이의 물음에 난 인정한다는 듯 엄지를 척, 들어올리며 답했다.

“어떻게 보면 또 고맙네요. 제 피드백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는데 이렇게까지 존중해줄 줄이야.”

“그건 또 무슨 겸손이에요. 안 어울리니까 하지 마요. 소름 돋을 뻔했어요.”

“···.”

“그래서 좋았다는 거죠?”

“네. 연기는 엄청 좋았죠. 성품은 잘 모르겠고.”

그 정도면 만족했다는 듯 그녀는 입꼬리를 씨익 말아 올렸다.

난 그녀에게서 눈을 떼고, 계속 앞에서 얼쩡거리는 채희를 바라봤다.

입술을 내밀고, 시선은 다른 쪽을 바라보는데, 앞에서 자꾸 얼쩡대고 있다.

몇 살이야 대체.

‘어휴···. 마음 넓은 내가 져줘야지.’

난 채희를 바라보며 옆에 있는 의자로 손짓했다.

“여기 앉아. 서서 뭐 하고 있어.”

그녀가 대답 없이 의자에 앉자, 난 주머니 속에 넣어놨던 초콜릿을 꺼냈다.

이게 또 애 달라는 데에는 특효약이거든.

“이거 먹어. 연기 엄청 잘했으니까 보상으로 주는 거야.”

“···이거 먹어도 돼요?”

“응.”

초콜릿을 손에 쥔 그녀의 표정이 눈 녹듯이 사르르 녹았다.

좀 너무할 정도로 단순한데, 그게 또 그렇게 귀여워 보일 수가 없었다.

난 그녀의 미소를 바라보며 마주 미소 지었고.

박송이는 이런 우리를 보며 한마디 말을 내뱉었다.

“둘 다 왜 이렇게 단순하지?”

“···.”

말 진짜 함부로 하네.

단순한 건 채희지, 내가 아닌데.

***

심민정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드라마, ‘수세미’의 촬영이 오늘부로 완전히 막을 내렸다.

날이 갈수록 높아지기만 하는 시청률과 화제 덕인지, 아니면 그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던 배우들이 비로소 주목을 받으며 열정을 불태워서인지.

촬영이 다 끝날 때까지 현장은 단 한 번의 위기나 소란도 없이 순항하기만 했다.

이에, 쫑파티의 분위기가 화기애애한 건 당연했고.

나와 심민정은 그 활기차고 밝은 분위기를 적당히 즐기다가 빠져나왔다.

굳이 2차, 3차까지 갈 필요는 없으니까.

그리고 그녀의 집 앞, 어느 익숙한 가로등 아래에서.

심민정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여기 저희 스캔들 터졌었던 곳인데. 사진 찍혀가지고.”

“그러네요. 여기였죠?”

시상식이 끝나고, 그녀가 내게 지갑을 선물해줬던 그 장소.

그때와 시간대가 비슷하기도 하고, 촬영도 이제 다 끝나서, 그때의 그 기쁘고 몽글몽글한 기분까지도 다시 재현되는 것 같았다.

“실장님, 지금도 누가 어디서 찍고 있으면 어쩌죠?”

“뭐 찍는다고 해도 상관 있겠어요? 평범하게 집 바래다주는 중인데.”

그녀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만약에 상관 있는 걸 하면요? 예를 들면 손을 잡는다든가, 팔짱을 낀다든가.”

그녀의 장난기에는 이미 다 적응해서, 나도 태연하게 장난을 받았다.

“저도 너무 그러고 싶긴 한데, 걸려 있는 게 너무 많네요. 오해가 아니라 진짜 스캔들이 터져버리면 앞으론 제가 담당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헐. 그럼 안 되겠다. 다른 건 다 돼도 그건 절대 안 되죠. 진짜 팔짱 끼고 싶었는데 꾹 참아야겠네.”

가로등이 거리를 비추는 가운데, 우리는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실장님, 저 이제 영화 찍어보고 싶어요.”

심민정의 영화라.

그것 참 기대되지 않을 수 없었다.

새로운 시도를 하면 할수록 발전할 게 분명했으니.

난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물었다.

“영화는 저도 찬성이에요. 그런데 어떤 영화 찍고 싶어요? 제가 우리 민정 씨 영화는 정말 엄청 심사숙고해서 골라드릴게요.”

그녀는 장르에 욕심을 낸 적이 없었다.

내가 골라주는 대로 다 마음에 든다며 받아들였다.

내가 고른 게 정말 마음에 들었긴 했겠지만, 그래도 이번이 세 번째 작품이기도 하니, 이제 그녀가 먼저 의견을 낼 때도 됐다.

어떠한 것을 갖다줘도 연기를 곧잘 하긴 할 텐데, 아무래도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는 자기주장이 있는 게 앞으로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테니까.

“음. 일단 멜로 영화는 별로 안 내켜요.”

“왜요?”

“해피 엔딩이면 그것대로 질투 날 것 같고, 새드 엔딩이면 많이 슬퍼질 것 같아서요.”

의아한 이유이긴 하나, 의견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논리가 중요한 건 아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액션도 별로 안 내켜요. 이건 채희 씨가 하는 거 보니까 좀··· 식단 관리랑 액션에 너무 스트레스 받으시는 것 같아서. 하하.”

“액션 씬이 없는 역할일 수도 있잖아요.”

내 말에,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저었다.

이것 봐라. 사실 논리는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그냥 안 내킨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알아들으면 그만이다.

“하기 싫은 거 말고, 하고 싶은 건 있어요?”

그녀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며 생각에 잠기더니, 곧 환하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

“재난, 반전, 공포. 셋 다는 아니더라도 이런 요소들이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짜릿하잖아요. 지금은 이렇게 뭔가 확 뒤집어지는 게 땡기는 것 같아요.”

자세하게 묻지는 않기로 했다.

이 또한 이유를 꼭 알 필요는 없으니까.

“알았어요. 참고해서 골라볼게요.”

이제 다 도착했으니 헤어져야 할 때.

내가 가볍게 손을 흔들자, 그녀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이며 물었다.

“실장님, 잠깐 넷플릭스 한 편 보고 가지 않을래요?”

난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곤 고개를 저었다.

“아침에 현지 입국하는 거 배웅하러 가야 해서요.”

“아, 그렇구나. 알겠어요. 그럼 다음에 한 번 날 잡고 봐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녀와 인사를 나누고 되돌아가는데.

어째선지 박송이에게 피드백을 줬던 날의 채희의 모습이 떠올랐다.

조수석에 앉아 똥이 마려워 안절부절못하면서도, 핸드폰으로는 넷플릭스를 껐다 켰다 했던 것 같았다.

< 재난, 반전, 공포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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