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낙하산이 천재매니저였다고-128화 (128/170)

< 오지랖의 대가 >

루머는 말끔하게 해소됐다지만, 굳이 나서서 시선을 끌 필요는 없다.

이미 유명인이긴 하나, 난 연예인이 아니니까.

어디서나 삐딱하게 바라볼 사람은 존재하기 때문에, 꺼진 불씨도 조심할 겸, 난 공중파 연말 음악 프로그램에 모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송하연과 유현지를 떠나, 컨텐츠 덕후 기질이 강한 나로서는 연말이라 특별히 꾸민 무대들을 놓친다는 사실이 많이 아쉽게 다가왔지만.

이런 심정과는 별개로 육체는 오랜만에 찾아온 휴식을 반겼다.

이번 년도에 이룬 게 많은 만큼, 피로가 많이 쌓였는지.

자고 또 자도 어느새 보면 또 다시 눈이 꿈뻑꿈뻑 감겼다.

난 집에서 한량처럼 있던 때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그때는 직업이 없었지만 컨텐츠를 즐기느라 부지런하게 생활해야 했거든.

아무튼 며칠을 내리 쉬어버리니 몸이 가볍지가 않고 되려 무겁다.

조금 몽롱해서 그런지 시상식에 참석하러 가는 느낌이 생경하기까지 하다.

-한울아, 오고 있어?

“네, 거의 다 도착했어요.”

그리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자가용을 몰고 송하연과 현지가 있을 샵으로 향했다.

공중파 연말 프로그램엔 참석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시상식은 참석해야지.

윤본부장님의 전화를 끊고, 주차장에 막 주차를 했을 때.

YU엔터 김대훈 대표님께 전화가 걸려왔다.

“네, 대표님.”

가볍게 받았던 전화였으나.

난 꽤 오래 통화해야 했다.

전화를 끊고 차에서 내린 내 입에서는 옅은 조소가 지어졌다.

역시, 이래서 평소에 주변을 잘 챙겨야 하나 보다.

***

“뭐야. 주차장에서 뭘 그리 오래 있어?”

윤본부장님이 창문으로 턱짓하며 물었다.

창밖으로 내 차가 온 걸 봤나 보다.

난 시선을 돌려 송하연과 현지가 뭐 하고 있는지 살폈다.

메이크업은 이미 끝났고, 헤어도 거의 다 끝나가는 듯했다.

난 의자에 털썩 앉으며 목소리를 낮췄다.

“김대훈 대표님께서 정재훈 기자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셨대요.”

“···그래서! 알았대?”

단번에 굳은 표정과 확 낮춰진 목소리.

낮은 목소리에는 아직 해소되지 않은 분노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그동안 우리가 가만히 있던 건 아니다.

우리도 현재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형 기획사로 거듭났으니까.

그런데 아무리 뒤져봐도 증거가 잡히질 않는다고 한다.

물론 심증이 가리키는 방향이야 뻔하다.

큐빅 엔터테인먼트.

물론 이 또한 가능성일 뿐이지, 확신은 할 수 없었다.

정재훈 기자가 단독으로 저지른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사주한 것일 수도 있겠지.

“아뇨. 그쪽도 증거는 못 잡았나 봐요. 직접 떠봐도 억울하다고 하고.”

“미친! 억울하긴 뭘 억울해. 전에 수작질하려고 했다면서.”

루머가 터진 즉시, 김대훈 대표님께 들은 말이었다.

전에 큐빅 엔터가 수작을 부리려 했었고, 한 번 단단히 경고했었다고.

그 때문에 오히려 더 의심스러운 거다.

정재훈 기자의 입막음도 단단히 되어 있고, 증거 역시 아무것도 꼬리가 밟히는 게 없이 깔끔했으니까.

“그래서 방금 전에 대표님이 자기 방식대로 도와줘도 되냐고 물어보셨어요.”

“김대표님이?”

“네. 그래서 저도 고맙다고 했죠.”

“···.”

김대표님이 어떻게 도와주실 지는 모르나, 어쨌든 큐빅에겐 그리 유쾌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이 바닥에서 활동하며 알게 된 건데, 김대표님을 건드렸다가 본전도 못 건진 이들이 꽤 많더라고.

난 방법에 대해 자세히 묻지 않았고, 김대표님도 자세히 말하지 않았으며, 지금 본부장님도 내게 자세히 묻지 않았다.

김대표님이 안목에 대해 내게 도움을 구했듯이, 이 또한 전문가의 손에 맡기면 될 일이다.

“오빠, 잘 쉬셨어요?”

“어, 현지야. 끝났어? 어제 무대 잘했더라. 되게 멋있었어.”

윤본부장님이 피식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말도 마. 거기 남자 아이돌들 다 어떻게든 번호 한 번 따보려고 얼쩡대더라고.”

“네!? 어떤 새-, 아니, 누가요?”

오버하듯 반응하자, 현지가 작게 웃음 지었다.

“아니에요. 농담하신 거예요.”

“현지야. 누가 껄떡대면 단호하게 말해. ‘안 돼요.’, ‘싫어요.’”

“네. 그럴게요.”

나지막한 웃음이 오가는 분위기.

나와 본부장님은 이 뒤에도 김대표님과 큐빅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

음악에 가장 친화적인 방송국, ArmNET.

여기서 열리는 ‘KAMA’는 국내 유일의 가요 시상식이었기에, 팬들이나 아티스트나 그 열기가 대단했다.

물론 시상만 하는 건 아니다. 당연히 무대도 하지.

해외 많은 국가에서도 인터넷으로 방송을 보며 시선을 집중할 테니, 다들 무대에 서길 갈망했는데.

시간 관계상 어쩔 수 없이 무대에 설 수 있는 인원은 한정된다.

그리고 그 인원들은 모두 올 한 해, 최고의 성적을 거둔 아티스트들뿐.

최고의 아티스트들끼리 가장 주목받는 무대에 서게 되니 직접적으로 비교가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아티스트들은 젖 먹던 힘까지 무대에 다 쏟아붓곤 한다.

덕분에 팬들만 신났지.

그리고 나 또한 신났다.

현지의 무대에 거친 환호성을 내지르는 관객들의 목소리가 귓가를 먹먹하게 울렸다.

딱 이 반응들만 봐도 알지.

굳이 무대를 보지 않아도, 신인상은 누구의 차지인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진짜 운이 좋았어.’

암만 생각해봐도 그렇다.

그때 연습실 복도에서 흥얼거리는 허밍 소리를 듣지 못했더라면, 나는 이렇게 빛나는 그녀를 놓쳤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보다 더 전, 그녀가 송하연의 댄스팀이 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YU엔터 데뷔조에서 떨어지지 않았더라면.

뭐든 과정 없는 결과 없듯이, 과장하여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수만 관객들이 쏟아내는 뜨거운 감정들에 전염되어 감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그녀를 만나게 된 건 다 정해진 운명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꺄아아아! 언니!”

“현지야아아! 와아아아!”

어찌 보면 가장 영광스러운 무대일 수도 있고, 가장 큰 무대일 수도 있으니.

혼신의 힘을 다하는 건 그녀 역시 마찬가지.

아무리 객관적으로 보려고 해도.

역시 그녀의 무대는, 이 전의 아티스트들과는 비교가 불허할 정도라고 생각됐다.

평소엔 그렇게 순한 애가, 어떻게 무대 위에선 이렇게도 멋있는지.

매번 볼 때마다 새롭고 경이로웠다.

***

“뉴 아티스트 상입니다!”

“유현지이이!”

“유현지!”

“현지야아아!”

뉴 아티스트 상, 그러니까 신인상.

후보로는 샴페인 노바도 있었고, 장찬수도 있었으며, 다른 가수들 또한 있었다.

하지만 관객들은 발표를 하기도 전에 하나된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외쳤고.

결과 역시 관객들의 바람과 일치했다.

“유현지! 축하드립니다!”

흐트러짐 없는 미소를 띠우며 차분하게 걸음을 옮기는 그녀.

신인답지 않은 여유가 자연스럽게 흘러, 멋지게도 보였다.

그녀는 트로피를 손에 든 채 마이크 앞에 섰다.

“가장 먼저, 언제나 제게 넘치도록 큰 응원을 보내주시는 저희 팬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저희 HJ엔터 직원분들, 이번 앨범의 곡을 주신 김준민 프로듀서님-“

스타일리스트와 댄서들 그리고 가족 등을 언급한 그녀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듯 마지막으로 내 이름을 입에 올렸다.

“마지막으로, 한울 오빠.”

스탭들 역시 내 이름이 나오리라 확신하기라도 한 것처럼, 바로 내 얼굴을 화면에 비췄고.

꿀이라도 바른 것처럼 부드러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금껏 감사 인사를 몇 번 드리긴 했는데, 이 자리에서 하는 건 또다른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제가 그때 노래를 흥얼거리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가끔 상상하는데요. 절대 지금처럼 행복하진 않았을 것 같아요. 제 꿈을 다시 찾아주시고, 이뤄주셔서, 그리고 앞으로도 꿈을 꿀 수 있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앞으로도 쭉, 잘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끊어지고, 허리를 깊이 숙이는 그녀.

관객들의 박수 소리와 함께, 나 또한 환하게 미소 지으며 힘껏 박수를 보냈다.

***

영예로운 대상.

비록 이 시상식이 대한민국의 모든 장르의 가수들을 전부 범주 안에 넣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대상은 충분히 영예롭다 할 수 있었다.

송하연은 겉으로 여유로워 보이기 위해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웠으나, 숨을 쉬진 못하고 있었다.

숨을 쉬면 입가가 파르르 떨리며 애써 꾸며놓은 표정이 흐트러질 테니까.

‘진짜··· 대상이야?’

뭔가 상을 하나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했었다.

팬들은 대상을 입에 올렸지만 ‘설마’하는 생각이 들어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아니, 사실 기대를 하긴 했다. 다만 확신하지는 못했을 뿐이다.

그런데 대상이 발표되기 직전인 여태까지 아무런 상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아, 이제는 어느 정도 확신이 들었다.

‘대상···.’

작년까지만 해도 차트 1위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올해 그를 만나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

어느샌가 차트 1위를 당연하다는 듯 하고 있었으며, 대상 발표 직전인 지금 주위에서 전부 이쪽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

“송하연 씨! 축하드립니다!”

마침내 이름이 언급된 순간.

전신에 전율이 흘렀다.

그리고 애써 여유롭게 표정을 꾸미고 있던 게 무색하게도, 단번에 몸의 긴장이 풀렸다.

입이 슬며시 벌어졌고, 바들바들 떨리는 손이 어쩔 줄 모르고 허공을 배회했다.

여기 모인 가수들 중에서는 베테랑 축에 속한다고는 하나, 전체로 따지면 아직 파릇파릇한 축에 속하는 송하연이었다.

올해, 그를 만나기 전까지 차트 1위를 해본 적도 없으니, 대상을 받은 지금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했다. 주변을 둘러싼 세상이 바뀐 것 같은 느낌이다.

하연은 아까 전 신인상을 받았던 유현지와 완전히 대비되는 반응을 보였다.

무대 위로 향하는 발걸음이 흔들리지는 않았으나, 전혀 여유로워 보이지 않았고.

마이크 앞에 놓인 입은 소리를 쉽게 내뱉지 못한 채 달싹거렸으며, 눈은 사방팔방 자유롭게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시선이 어느 한 곳에 다다르자.

천천히 안정을 되찾아갔다.

귓가를 계속해서 두드리고 있던 환호성이 멎어갈 때쯤, 하연의 입꼬리는 어느새 헤벌쭉 올라가 있었다.

그제서야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저 멀리 앉아 있는 관객들의 얼굴과 비교적 가까이 앉아 있는 동료 가수들, 그리고 한쪽을 차지한 연예계 관계자들과 스탭들까지.

그들의 얼굴 위로 짓궂은 장난기가 얼핏 엿보였다.

루머, 그리고 SNS에 적은 글들과 커뮤니티에 돌아다니고 있는 말들까지.

하연은 그들의 기대를 읽고는 작게 웃었다.

“하하. 지금까지 비밀을 잘 지켜주신 여러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정말 잘 들어주셨네요?”

서프라이즈를 할 테니, 비밀을 지켜달라고 했던 SNS 글.

장내에 커다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쩌다 보니 선물에 관심이 집중된 것 같은데 그건 나중에 밝힐 수 있을 때 밝힐게요. 아시죠? 이거 서프라이즈인 거.”

주위에 온통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큰 상을 처음 받아봐서인지, 안정을 되찾은 지금 역시 그리 현실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제게 가장 큰 힘이 돼주었던 건 누가 뭐래도 저희 팬분들입니다. 팬분들께 더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기 위해서, 그리고 팬분들이 제 팬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덕분에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공백기를 가져야 했지만··· 지금은 누굴 만난 덕분에 그 병이 말끔하게 치료됐죠.”

하연은 피식 웃다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사실 준비해온 소감이 있었는데··· 이미 첫 마디부터 다른 말이 나가서··· 망했네요. 하하. 그래도 지금처럼 말하는 게 더 진심처럼 느껴져서 그리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아무튼, 감사 인사를 드릴 분이 많지만 그분들 다 대려면 한 시간도 모자랄 것 같아서 생략하도록 할게요.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이분도 짧게 끝낼 거라서요.”

말을 끝낸 하연의 시선이 한 곳을 향했다.

박한울, 그의 얼굴엔 이미 순진한 소년처럼 커다란 미소가 피어 있었다.

“고마워요. 더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지금은 고맙다는 말이 제일 제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고맙습니다.”

***

공공연한 선물 교환 시간이었다.

다들 웃으면서 알아서 자리를 빠져준다.

괜스레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이들의 시선이 몰릴 것이 뻔하고 기자가 따라올지도 몰랐기에, 비록 분위기가 나는 장소는 아니었지만.

시상식이 막 끝나서 그런지 아직 흥분이 채 가시지 않았다.

모두가 떠난 대기실.

어수선한 복도의 소리들이 문 틈 새로 들리는 가운데, 나와 송하연은 이곳에 단둘이 남아 어색하게 미소를 띠웠다.

“대상 축하해요.”

난 굳이 잴 것도 없이, 바로 축하인사와 함께 선물 상자를 내밀었고.

그녀는 천천히 손을 뻗어 선물을 건네받았다.

“지금 풀어봐도 돼요?”

“네. 마음에 드실 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포장을 뜯었고, 케이스를 열어 목걸이를 손에 들었다.

“너무 마음에 들어요. 되게 예쁘다.”

바로 목걸이를 착용하곤 손가락으로 더듬거리며 만져본다.

그리곤 나를 곁눈질로 흘끔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지금 바로 줄 수는 없는 선물이에요.”

“···?”

아까 대상에 호명되고 막 마이크 앞에 섰을 때처럼 입술을 한 번 달싹이더니,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턱시도 같이 맞추러 가요.”

“네? 아, 그렇게까지 안 해주셔도-“

“아뇨. 제가 해주고 싶어서 그래요. 정말 억지로 선물해주는 거 아니에요. SNS 보셔서 아시겠지만 정말로 선물 준비했었어요. 진짜로 제가 너무 선물해드리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그렇다면야 뭐.

난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날짜를 잡았다.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함께 가기로.

***

버튼이라도 된 듯하다.

목에 걸린 목걸이를 손가락으로 쓸면, 미소가 새어 나온다.

비록 처음 원했던 반지가 아니라서 아쉬운 마음이 아예 없진 않았으나,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어쩔 수 없었겠지.

그래도 좋았다. 너무 예쁘기도 하고.

“언니! 그게 선물이야?”

시상식이 있던 다음 날인 오늘.

대상 트로피를 구경하기 위해, 송하니가 집에 놀러 왔다.

송하니는 트로피에 관심을 보이기보단, 먼저 선물에 관심을 보였다.

그녀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려 대답하려던 찰나.

송하니는 왠지 모르게 흡족한 미소를 만면에 띠우며 말했다.

“그래, 그거 봐. 목걸이가 오해도 안 받고 이뻐서 괜찮다니까.”

“응?”

“아, 목걸이 선물해주라고 내가 추천해드렸거든. 아니, 연습실에서 보니까 글쎄, 핸드폰으로 반지를 보고 계시더라고.”

“···뭐?”

동그랗게 떠진 하연의 눈을 보곤, 하니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거 여친 선물해주려는 거냐고 물어봤는데, 언니한테 선물하려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 그래서 내가 반지는 언니가 오해할 수도 있으니까 목걸이 선물해드리는 게 어떠냐고 말씀드렸지. 사실 그렇잖아. 요즘 네티즌들이 얼마나 예리한데. 반지 끼고 있으면 출처도 다 밝혀지고 한다니까? 괜히 오해받을 바에야··· 어···?”

하니는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갸웃했다.

왠지 사촌언니의 눈빛이 굉장히 차갑게 느껴졌다.

처음엔 착각인가 싶었다.

칭찬을 들으면 들었지, 차가운 시선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었으니까.

“언니···?”

“···계속 말해봐.”

그런데 착각이 아니었다.

언니의 목소리가 착, 가라 앉아 있었다.

하니는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면서도 계속 말을 이었다.

“그게 끝인데? 그니까··· 어··· 내가 그래서··· 반지 말고 목걸이 선물하라고 말씀드려서··· 알겠다고···.”

말이 이어질수록 목소리가 점차 바람 빠진 풍선처럼 잦아들었다.

“왜 그랬어?”

“어?”

“연습생이 연습에만 집중해야지, 왜 실장님한테 그런 선 넘는 충고를 했냐고. 실장님이 우스워? 실장님이 편하게 대해주니까 친구 같아?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너 안심할 처지 아니라고. 왜 하라는 연습은 안 하고, 다 데뷔한 것처럼 구는데? 지금 다른 곳에 정신 팔고 있을 때야?”

송하니는 연습생의 올바른 자세에 대해.

그리고 연습생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무려 3시간이나 들들 볶인 다음에야 집을 나설 수 있었다.

오지랖의 대가였다.

< 오지랖의 대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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