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낙하산이 천재매니저였다고-126화 (126/170)

< 수상소감 안 잊으셨죠? >

정채희가 참석한 MBS연기대상.

심민정은 집에서 이를 생방송으로 시청하며 레이니데이의 전 멤버, 이지연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한때는 심민정도 인기를 독차지하는 이지연을 원망한 적도 있었지만, 한 번 벽을 허물고 나니 가까워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이제 여우조연상이네. 정채희 씨가 타겠지?

“그럴걸?”

둘의 예상대로, 신인상에 이어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정채희.

TV속 그녀의 얼굴은 척 보기에도 기쁨이 주체 못할 정도로 퍼지고 있었다.

-근데, 민정아. 너도 내일 준비해야 하는 거 아냐?

“수상소감? 그건 이미 진작에 다 준비해 놨는데, 실장님 드릴 선물이 문제야.”

여우조연상은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신인상은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되었다.

인터넷을 봐도, 주변의 말을 들어봐도, 모두 다 그럴 거라 생각하니 큰 걱정도 되지 않았다.

-선물? 아, 전에 준비했던 거? 그거 내일 바로 드리려고?

“응. 근데 좋아하실 지 모르겠어.”

-네가 주는데 어떻게 안 좋아해. 하하. 그리고 남자들 선물로 지갑이 괜찮다고 하잖아.

‘스타 아이돌’에서 박한울이 유현지에게 받은 넥타이 핀을 자랑하는 걸 본 뒤.

특별한 날에 선물을 드리기 위해 지금까지 기다려왔다.

지갑을 준비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시계 선물이 겹칠 뻔했다.

“그렇겠지?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

마침 TV에 박한울의 얼굴이 비쳤다.

정채희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정채희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은 얼굴이 되어 있었다.

“풉.”

-왜?

“아니, 실장님 표정이 웃겨서.”

자신이 상을 받을 때도 저런 표정일까?

한 번 유심히 살펴봐야겠다고, 심민정은 생각했다.

***

심민정의 전 회사였던 큐빅 엔터테인먼트.

인터넷을 살펴보던 이대표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역시 정채희 신인상 탔네ㅋㅋㅋ 심민정이랑 유현지도 당연히 타겠지?

└무조건임. 심민정 유현지가 안 타면 대체 누가 타냐고ㅋㅋ

-정채희 여우조연상도 받을 것 같은데? 내일 심민정도 신인상이랑 여우조연상 둘 다 탈 듯.

-ㅋㅋㅋㅋ근데 생각하면 할수록 웃기네. 대체 큐빅이랑 YU는 그 옹이눈깔로 연예기획사 왜 차린 거임?ㅋㅋ 어떻게 심민정이랑 유현지를 못 알아보냐곸ㅋㅋㅋ

심민정에 대한 커뮤니티와 SNS의 반응.

이대표는 동병상련일 거라 생각했던 YU의 김대훈 대표로부터 경고성 발언을 들은 이후, 그쪽엔 애써 신경을 끄고 지냈었지만.

막상 심민정의 수상이 코앞으로 다가오니, 도무지 신경을 끌래야 끌 수가 없었다.

화병이 날 것 같아 황급히 인터넷을 껐지만, 이미 뻗칠 대로 뻗쳐버린 분노는 도통 식을 줄을 몰랐다.

그는 당장 터질 것 같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길 원했기에,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레이니데이를 맡았던 김실장에게로 전화했다.

-예, 대표님.

“야! 이 머저리 같은 자식아! 넌 도대체 똑바로 하는 일이 뭐야!”

버럭, 소리 지르며 막말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얼마가 지났을까, 속이 조금 진정된 다음에야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화풀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행위였으나.

이대표로서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으면 아무래도 좋을 일이었다.

.

.

.

“지랄맞네, 진짜.”

내일 있을 가요축제 때문에 한창 바쁜 이때.

대표라는 인간이 전화해서 한다는 소리가 고작, 심민정이 잘나가고 있는 것에 대한 분풀이.

이대표로부터 시작된 분노는 곧이곧대로 김실장에게로 번졌다.

“그게 왜 내 탓이야, 이 빌어먹을 양아치 새끼야.”

전화가 끊긴 핸드폰에 대고 씹어대듯 말을 내뱉은 그는 밖에서 담배 한 대를 피고는,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계단을 올라 대기실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고리를 잡은 그때.

“근데, 민정아. 너도 내일 준비해야 하는 거 아냐?”

심민정.

안에서 들리는 이지연의 통화소리에 김실장은 문고리를 잡은 손에 슬며시 힘을 뺐다.

“선물? 아, 전에 준비했던 거? 그거 내일 바로 드리려고?”

선물.

“네가 주는데 어떻게 안 좋아해. 하하. 그리고 남자들 선물로 지갑이 괜찮다고 하잖아.”

남자.

종합해보면, 심민정이 전부터 준비했던 지갑 선물을 내일 남자한테 해준다는 거였다.

만약 HJ엔터의 직원이 이 대화를 들었다면 머릿속에 단번에 박한울이 떠올랐을 테지만.

큐빅 엔터에서 근무하는 김실장으로선, 아티스트가 매니저에게 선물을 미리부터 준비해서 준다는 걸 상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러니 머릿속에 떠오른 건 당연하게도 연애.

김실장은 주변을 티 안 나게 살펴보며, 태연하게 걸음을 밖으로 옮겼다.

자신이 오랫동안 맡았던 심민정이 현재 잘나가고 있다는 건 김실장에게 또한 배 아픈 일임에 틀림없었으며.

과정이야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심민정 때문에 요즘 욕이란 욕은 다 들으며 짜증이 폭발하고 있었으니, 잔칫상에 재라도 뿌려줘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왜. 생각해보니까 열받아!? 그래서 한 번 들이받아보려고 전화했냐?

“그게 아니고요, 대표님. 제가 방금 들은 정보가 있어서요.”

방송으로 화제가 됐기 때문에, 유현지가 박한울에게 넥타이 핀을 선물해준 것만 아는 그들은.

정채희가 박한울에게 시계를 선물해준 것과, 박한울이 유현지, 정채희, 심민정에게 악세서리를 선물한 것까지는 몰랐다.

만약 이들이 이러한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아티스트와 유대감이 없는 김실장과 이대표도, 연애 스캔들을 떠올리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

MBS의 가요축제.

현장 관객석에는 다양한 팬덤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예능, ‘우리의 컨텐츠’에서 송하연의 곡으로 위로를 받았던 그 또한 이곳에 있었다.

용기를 내어 새롭게 사귄 친구와 함께.

“야, 야, 오길 잘했다. 개떨려! 이제 유현지 찐으로 볼 수 있는 거임?”

이런 데 올 바에 그냥 피시방이나 가자던 친구를 며칠 동안 꼬셔서 겨우 데려왔는데.

막상 데려오니 좋아 죽으려 하고 있었다.

친구는 비록 송하연의 팬은 아니지만 유현지의 팬이라서.

“오기 싫다 할 땐 언제고.”

“내가 언제. 여기에 내가 가자고 했잖아.”

“···어이없는 놈이네, 이거.”

“크하하하! 됐고! 현지 누나 언제 나오냐고!”

유현지의 팬이면 어떻고 송하연의 팬이면 어떠한가.

그는 친구와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송하연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에 큰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친구 한 명 없어 매일 우울감에 젖었을 때, 노래 하나로 큰 위로가 되어주었던 송하연.

이번 가요축제에서 한 곡만 공연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전녹화도 진행했었지만, 안타깝게도 사녹 땐 오지 못했다.

그래도 이제 조금만 있으면 그녀의 신곡을 라이브로 볼 수 있게 됐으니 그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너무 좋다.’

그녀의 노래라면 뭐든 좋았지만 이번 앨범은 특히나 더 마음에 들었다.

비단 자신뿐만 아니었다. 대중들 역시 이번 앨범은 흔히 하는 빈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모든 수록곡이 타이틀감이라 말하며 호평을 쏟아내기에 바빴다.

현재 차트만 봐도 알 수 있다.

저번 앨범부터 그랬지만 이번 앨범 역시 차트의 최상위를 주르륵 줄 세우고 있지 않은가.

이제 그녀는 진정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슈퍼스타로 완전히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꺄아아아!”

“와아아아!”

“야! 시작하나 봐!”

장내가 울릴 정도의 함성이 쏟아지며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요축제.

그 첫 번째 무대에 오른 이는 바로.

“꺄아아아아아! 찬수야!”

“장찬수우우!”

HJ엔터의 신인가수 장찬수.

그가 대형 스크린에 비치자, 수많은 여자 팬들의 함성소리가 귀를 찌를 듯이 터져 나왔다.

남자인 그들은 장찬수가 노래를 얼마나 잘하든, 춤을 얼마나 잘 추든, 얼마나 섹시하고 매력이 있든 별로 관심이 가진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잘하긴 한다.”

“어, 인정. 여자들이 좋아할 만해. 근데 인기 진짜 개많네? 얘가 이렇게 인기 많은 애였어?”

친구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겨우 데뷔곡 하나 나왔는데 인기 미쳤음. 실력 말고 팬덤 인기로만 따지면 유현지 데뷔 때랑 비슷하다고 보면 됨.”

“응, 개소리. 응, 안 믿어.”

그 뒤로도 가수들은 줄기차게 나왔고.

마침내 유현지가 등장한 순간.

“와! 누나! 누나아아! 야! 미쳤어! 개귀여워! 개이뻐! 대박! 와아아아!”

친구는 뒤집어질 듯이 좋아하며 미쳐 날뛰었다.

그리고 그건 자신 역시 마찬가지.

송하연이 본진이라지만, 저 유현지를 어떻게 안 좋아해.

말도 안 되지.

그렇게 한바탕 땀을 흠뻑 쏟아낸 그들은 다음 순서로 남자 아이돌이 올라오자, 비로소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무대는 쳐다보지도 않으며 흥분의 여운을 즐겼다.

“와! 진짜 말이 되냐? 사람 맞아? 어떻게 저렇게 완벽한데?”

“크큭. 인정. 이쁘기도 이쁜데, 라이브로 들으니까 진짜 미쳤다. 음색 진짜 말도 안 됨.”

이렇게 친구와 웃으면서 떠들 수 있다는 것.

언제나 멀찍이서 이를 부럽게 지켜보기만 했었는데, 이젠 자신이 그러고 있었다.

보듬어주듯 노래로 위로해주며 용기를 줬던 송하연.

몇 개의 무대가 지난 뒤, 드디어 그녀가 무대 위에 등장했다.

그리고, 장내는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

“꺄아아아!”

남녀 가릴 것 없이, 그리고 팬덤 가릴 것 없이.

그녀가 등장한 순간, 모두가 다 진심으로 함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여기 모인 다른 팬들도 아는 것이다. 송하연과 경쟁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그리고 솔직히 누가 들어도 노래가 좋거든.

“야! 좋냐? 하하! 이 새끼 표정 레전드네!”

지금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녀의 노래가 시작되었을 때.

확실히 한 가지는 깨달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감사했던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그녀의 팬이 됐을 게 분명했다.

***

지금 한창 MBS에서 송하연과 유현지가 가요축제를 하고 있을 시간이었으나.

난 그곳에 관심을 돌릴 수 없었다.

신인상 트로피와 꽃다발을 품에 안은 심민정.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영광의 순간을 누리고 있었으니까.

힘들었던 과거가 머릿속을 스치고 있을 텐데도, 그녀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지금의 이 행복한 순간을 온전히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

“어··· 데뷔한 지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나서 앞으로 평생 신인상을 받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배우로서 받게 되네요. 이 신인상이 아주 소중하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기에, 진심으로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그녀의 어조는 다급하지 않았고, 벅찬 감정을 눈물로 표출하지도 않았으며, 활짝 웃음 짓는 얼굴로 조리 있게 소감을 얘기했다.

‘BJ김만수’를 제작한 ‘고려 스튜디오’와 윤형진 감독, 그리고 레이니데이 멤버들과 가족들, 또 팬들까지.

적지 않은 사람들을 빠르게 언급한 그녀는, 이내 내 쪽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더욱 깊게 끌어올렸다.

“아실 지 모르겠지만, 박한울 실장님은 저한테 새로운 인생을 선물해주셨어요. 정말, 정말, 정말로 아무것도 증명한 게 없었는데, 불쑥 찾아와주셔서 얼마나 놀라면서도 좋았는지 몰라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옆에서 계속 응원해주셔서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

“사실 따로 준비한 소감은 여기까지였는데, 어젯밤에 채희 씨 수상소감 하는 걸 보면서 급히 소감을 추가했어요. 하하,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더라고요.”

배우들이고 관객들이고 그녀의 농담에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나 또한 행복과 즐거움, 보람과 뿌듯함 등이 겹겹이 쌓여 만면에 미소가 띠워졌다.

“여기부턴 어제부터 생각해서 추가한 거예요. 실장님, 저한테 칭찬해주시는 거 너무너무 좋은데 지금까지 머리는 한 번도 안 쓰다듬어 주시더라고요. 저 매일 머리 감으니까 앞으로는 안심하고 손대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녀가 소감을 마치고 고개를 숙이자, 웃음소리와 박수소리가 장내를 동시에 울렸다.

그녀가 고된 연예계 생활을 버텨냈다는 건, 여기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대중들 또한 알고 있는 사실이다.

비록 수상소감을 말하며 눈물을 보이거나 시종일관 진지하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것도 배우로서 가진 그녀의 재능인지, 그녀가 느끼고 있는 기쁨과 진심은 완벽하게 전달된 듯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도.

***

어제에 이어 오늘도 회식이다.

하지만 난 피로라고는 손톱만큼도 느끼지 못했다.

불과 이틀 사이에 신인상 두 개와 여우조연상 두 개를 받았으니, 그야말로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리고 다른 이들 역시 나와 비슷했다.

감독과 제작사 식구들, 그리고 배우들까지 모두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심민정은 말할 것도 없지.

난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고 있는 그녀의 앞접시에 노릇노릇하게 익은 고기를 올리며 말했다.

“왜 이렇게 안 먹어요. 많이 드시지.”

“저도 마음 같아선 배 터지도록 먹고 싶은데, 이제 곧 촬영 들어가잖아요. 내년에 또 이런 기분 느끼려면 열심히 관리해야죠. 그리고 사실 상을 두 개나 타서 안 먹어도 배부른 느낌이에요.”

주연으로 출연하는 오피스 성장 드라마 ‘수세미’.

이제 촬영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좋은 날이니 많이 먹어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은데,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관리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로서 필수였으니까.

“그럼 천천히 드세요. 관리하는 건 좋은데, 그렇다고 너무 안 먹을 필요도 없어요.”

“네.”

그녀는 깨작거리면서도 분위기만큼은 제대로 즐겼다.

회식이 끝날 때까지도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으니 기분이 어떤 지 알 만했다.

“실장님, 저 집까지 데려다주시면 안 돼요?”

“당연히 데려다드려야죠.”

상을 두 개나 탄 여배우가 부탁하는데 안 들어줄 이유가 없다.

술을 마셨으니 운전은 내가 하지 않겠지만.

우리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곤 로드 매니저가 운전하는 차에 올라탔다.

차 안에 놓았던 트로피들과 꽃다발들을 다시 보니, 실없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게 참 영롱하다.

트로피에 내 이름이 쓰여 있진 않았으나, 설령 내가 받아도 이보다 기쁘지는 않으리라.

나는 차에 들어올 때부터 계속 시선을 바쁘게 움직였다.

트로피, 그리고 기뻐하는 그녀의 얼굴.

하나를 보고 있으면 다른 하나에 시선이 갔고, 그것을 보고 있으면 다른 하나에 시선이 갔다.

그렇게 계속 번갈아 보고 있으려니.

그녀가 눈을 마주하며 픽, 웃었다.

“그만 봐요. 닳겠어요.”

“안 닳아요. 걱정 마요.”

나도 평소 같았으면 이렇게까지 오글거리게 하진 않았을 텐데,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괜찮겠지.

술을 좀 마시기도 했고.

난 집 앞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그렇게 바라보다가, 차에서 내리며 그녀의 짐을 나눠 들어주었다.

꽃다발은 다 가져가봤자 짐만 될 테니, 그건 제외하고.

“실장님, 제가 들겠습니다.”

“아냐. 이제 집에 들어가. 나도 택시 타고 집에 갈 테니까. 오늘 수고 많았어.”

“아··· 네, 그럼. 수고하셨습니다!”

로드 매니저를 보내고, 그녀의 집으로 향하는 익숙한 길.

어두운 새벽을 환하게 비추는 주홍빛 가로등 밑을 지날 때.

옆에서 나란히 걷던 그녀가 돌연 내 앞을 막아섰다.

“실장님.”

“네?”

핸드백에 손을 넣더니, 주섬주섬 꺼내는 무언가.

예쁘게 포장된 케이스를 보고는 입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제 선물이에요?”

“네. 마음에 드실 지는 모르겠지만.”

“뭔 진 모르겠는데, 너무 마음에 드는데요?”

“뭔 지 모르는데 어떻게 마음에 들어요.”

“느낌이 딱 와요. 제가 또 안목이 좋기로 소문이 자자하거든요.”

난 짐을 들지 않은 손으로 그녀가 건네는 선물을 받았다.

그런데, 그녀는 굳이 내가 한 손에 들고 있던 짐을 가져가더니.

내 쪽으로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였다.

“자요. 아까 제가 말했던 수상소감 안 잊으셨죠?”

잊을 리가 없지.

난 피식 웃으며 손을 그녀의 머리 위에 살짝 얹었다.

그리고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잘했고,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네, 저도요.”

< 수상소감 안 잊으셨죠?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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