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낙하산이 천재매니저였다고-122화 (122/170)

< 현지의 팬사인회 >

홈엔터의 수장 신호석 대표.

그는 '스타 아이돌'에서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었다.

끌리는 참가자들도 없었을 뿐더러, 이미지 또한 건질 수 없었다.

박한울과의 격차는 본인이 가장 많이 느꼈지만 시청자들 역시 그 격차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러모로 손해밖에 없었던 녹화였고, 알게 모르게 자신감 또한 깎였었는데.

녹화 이후론 많은 게 달라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박한울과 거래를 한 이후로.

"눈빛들이 다들 좋네요."

신호석 대표는 입가에 미소를 띠우며 박호진 대표에게 말했다.

"이제 데뷔할 신인인데 당연히 좋아야죠. 하하."

연습실 안에는 곧 데뷔할 HJ엔터의 6인조 보이그룹 멤버들, 김현준, 이건호, 정현진, 이동진, 그리고 신재준과 박선후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그들의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둘은 슬그머니 연습실 밖으로 빠져나왔다.

"감사합니다.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하하, 아닙니다. 저도 박실장님께 큰 도움을 받아서요."

이 보이그룹의 컨셉은 물론 데뷔곡과 안무까지 정해진 상태다.

홈엔터에서 제일 잘나가는 프로듀서와 HJ엔터 A&R팀의 합작.

신호석 대표는 박대표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저희 프로듀서가 말하더라고요. 멤버들이 굉장히 조화롭고 합이 잘 맞는다고요. 역시 박실장님께서 멤버를 구성해서 그런지 기대가 됩니다."

"다행이네요. 그 걸그룹 연습생들은 어떻게 잘 맞는 것 같습니까?"

"예. 외부에서 멤버를 따로 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더라고요."

신호석 대표는 그날 연습실의 광경이 아직까지도 생생했다.

긴장이 풀린 연습생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차례차례 퍼포먼스를 펼쳤고.

박한울은 그녀들 한 명 한 명에게 아주 상세한 피드백을 해주었다.

그뿐 아니라, 즉석에서 멤버들을 묶어주기도 했다.

홈엔터는 이미 연습생들을 이리 묶고 저리 묶으며 다양한 시도를 해봤었기에, 박한울이 묶어준 그 멤버들 또한 함께 연습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 구성에서 특별한 걸 발견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는 역시 뭐가 달라도 달랐다.

'대표님, 이 다섯 명으로 힙합을 한 번 했었다고요?'

'네. 래퍼 포지션도 둘이고 보컬들도 힙합에 어울리는데, 혹시 실장님은 다르게 보셨습니까?'

'아뇨. 궁금해서요. 대체 왜 데뷔를 안 시켰는지.'

'...!'

'음. 저기, 연습생분들. 혹시 그때 했던 거 지금 한 번 보여줄 수 있을까요?'

연습생들끼리 너무 많은 조합으로 연습했었기에 바로 기억이 나지 않는 듯했지만.

기회가 찾아왔다는 것을 직감한 그녀들은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으며 빠르게 준비했다.

그렇게 모든 걸 쏟아부은 퍼포먼스를 끝마친 뒤, 박한울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보컬이랑 랩을 적절히 섞었네요. 전체적인 느낌도 나쁘지 않고요. 그런데, 이분들은 걸그룹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그냥 힙합 크루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적절할 겁니다. 걸그룹이 힙합을 하는 게 아니라, 원래 힙합을 하는 사람들이 그룹으로 묶인 거라고 보셔야 좋을 거예요.'

걸그룹이라는 정체성을 버리라는 게 아니다, 다만 관점을 바꾸고 힙합의 농도를 좀 더 짙게 할 필요가 있다, 라고 말하며.

처음엔 그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모호현 표현이 주를 이뤘지만, 점점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져 이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자리에서 애들이 설명을 들은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자기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완전히 알게 되니까 거칠 게 없어지더라고요. 하하, 잠재력이 이렇게 간단하게 터질 줄은 몰랐네요."

"원래 어릴수록 자기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냐에 따라 확 바뀌곤 하잖습니까."

바로 옆에서 지켜본 '스타 아이돌'부터 시작해서 회사의 연습생들까지, 박한울로 인해 여러번 마법 같은 경험을 한 신호석 대표는 진심으로 박호진 대표가 부러워졌다.

"아드님을 참 잘 두셨습니다."

박호진 대표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으며 여유롭게 답했다.

"저희 한울이는 아직 월드클래스가 아닙니다."

빌보드나 그래미, 아카데미, 오스카 등.

세계에서 가장 저명하기로 이름높은 저곳에서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했으니까.

다만, 박호진 대표는 저러한 것들에 그리 큰 미련을 두고 있진 않았다.

'어차피 다 로컬일 뿐이니까.'

옛날과 지금의 사정은 꽤 많이 달라졌다.

한류 문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이제 할리우드에 가겠다고 영어에 매달릴 필요가 없어졌다.

저 시상식들이 저명한 건 여전하나, 충분히 한국영화로도 헐리우드 영화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시대였으며, 이름 높은 저 시상식에서 단 하나도 수상하지 못한다 하여도 작품의 퀄리티 측면에선 한국의 작품들도 결코 뒤쳐지지 않았다. 제작비와 시장의 규모 측면에선 아직 많이 부족하긴 했지만.

"그래도 받으면 좋지 않습니까. 박실장님이라면 기대해볼 만할 것 같습니다."

신대표의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안 받아도 괜찮긴 하나, 받으면 역시 좋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일단 국내가 먼저지.'

얼마 뒤에 있을 연말 시상식.

박호진 대표는 올해 꽤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

정규 1집을 발매한 현지는 이제 음악방송에 나가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하여 바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행사는 여전히 끊임없이 밀려들고 있어 골라서 가야 했고, 광고와 화보, 방송과 인터뷰 제의도 상당히 많이 들어오고 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꽤 넉넉하게 스케줄을 비워뒀다.

행사는 모조리 뺐고, 화보 하나만 일찍부터 촬영하고 있을 뿐이었다.

"좋아요! 상큼한 표정으로... 좋습니다!"

열기를 띤 사진 작가의 목소리와, 간간이 들려오는 우리 스탭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사진기 소리만이 들려오는 이 스튜디오에선, 번쩍번쩍 자꾸만 빛이 터져 나왔다.

플래시도 플래시지만, 현지 역시 스타일링을 다르게 하니 더욱 빛이 나는 것 같다.

평소에도 예쁘고 귀여운데 지금은 조금 더 귀염뽀짝한 느낌이랄까?

난 열심히 촬영에 임하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핸드폰으로 팬카페에 들어가봤다.

역시 이따 있을 팬사인회 때문에 벌써부터 난리가 난 상태였다.

-압구정 로데오 도착!!!!! 너무 빨리 와버렸닼ㅋㅋㅋㅋ 근데 기다리는 것도 좋아. 너무 떨린다 진짜.

-아.... 나도 팬사인회 제발...ㅠㅠㅠㅠㅠ 우리들의 빛 박실장님 이거 보고 계신가요? 제발 한 번만 더 팬싸 제발 ㅠㅠㅠ

-(사진)아트홀 왔음ㅋㅋ 저기 구석에 정장 입은 뒷모습 남자 최팀장님임. 준비하고 계시나 봄.

-요즘 진짜 현지 보는 낙에 사는데 앜ㅋㅋ 정작 중요한 팬싸를 못 가네ㅋㅋㅋㅋㅋㅋ 정신 나갈 것 같네요.

이젠 팬들도 최팀장님을 안다.

오프라인으로 현장을 뛰며 팬질을 하다 보면 스탭들과 마주할 기회가 많다 보니 알 수밖에 없다.

어쩌다보니 나에 대해선 전국민이 알게 됐지만....

그런데 이렇게 글들을 계속 보다 보니 팬싸에 당첨되지 못해 아쉬워하는 분들이 너무나 많았다.

하긴 앨범이 그렇게 팔렸는데, 팬싸 인원은 100명밖에 되지 않으니.

'콘서트라도 빨리 열어야겠어.'

이제 현지도 곡이 13개나 된다. 충분히 단독 콘서트를 열어도 될 정도.

물론 당장 열지는 못하겠지만 콘서트를 열면 팬들의 아쉬움도 많이 달랠 수 있을 거다.

"사진 모니터링할게요!"

스탭의 말에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현지와 함께 사진들을 확인했다.

"더 찍을 필요는 없겠네요. 다 A급밖에 없어서. 쓰읍, 이중에서 뭘 골라야 되지? 하하!"

사진을 보는 작가의 입이 찢어지려고 한다.

내가 보기에도 추가 촬영은 필요 없어 보인다.

말이 A급이지, 정말 등급을 매기자면 S급이라 해도 무방하니까.

'어떻게 이렇게 귀엽냐.'

옆으로 흘끗 시선을 돌리니, 현지가 진지한 표정으로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진도 사진인데, 역시 실물이 낫다.

지금 이대로 팬싸에 가면 팬들 기절하겠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촬영이 공식적으로 마무리되자, 현지는 스탭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드리고 밝게 웃는 얼굴로 내 앞에 섰다.

팬들 못지 않게 그녀도 팬사인회가 기대되는 모양이다.

얼굴 위로 기대와 흥분이 넘실거린다.

"현지야. 우리 샵 들리지 말고 그냥 이대로 갈까?"

"네?"

동그란 눈으로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샵에 들르지 않는 게 좋겠다.

"지금 모습이 너무 예쁜 것 같아서. 이대로 가면 팬들도 좋아할 것 같아."

"아."

물음표가 띠워졌던 현지의 얼굴이 부드럽게 풀어졌다.

"네, 좋아요."

현지는 차에 타기 무섭게, 내가 선물해준 귀걸이를 착용했다.

***

팬사인회.

팬들에겐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기회이자, 황금의 땅이었다.

사진도 많이 찍을 수 있고, 사인도 받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까.

이게 판타지가 아니고 뭐겠나.

"하, 심장 떨려 미치겠네."

압구정 로데오의 아트홀.

의자에 앉아 있는 팬들은 기대감이 터질듯이 부풀어 있었다.

이제 곧 그 조곤조곤한 목소리와 귀여운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게 됐으니 당연했다.

그리고 헤실헤실 무해한 미소도 볼 수 있고.

'아니, 어쩌면 심장에 극심한 무리를 줄지도.'

대학가 식당에서 제육볶음을 먹다가 우연히 본 음악방송 무대로 팬이 된 그는 오늘 그녀를 대면했을 때 얘기할 말들을 다시 되뇌어봤다.

며칠 동안, 아니 팬사인회 소식이 들려오는 날부터 몇 번이고 질문을 다시 짜고 다시 짜며 오늘을 기다려왔다.

그런데, 막상 예정된 시간이 다가오자 그렇게 뽑은 질문들도 더없이 구리게 생각됐다.

'괜찮으려나...? 그냥 질문 바꿀까?'

팬사인회는 종종 탈덕의 현장이 되기도 한다.

잔뜩 기대에 차서 팬사인회에 왔는데 '아 정말요?', '그래요? 그렇구나.'를 기계처럼 반복하며 무성의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면 있던 정도 싹 달아달 수밖에.

정말 다행이도 유현지의 인성에는 티끌만큼의 의심도 없었기에 이런 탈덕의 걱정은 없었지만.

그래도 너무 진부한 질문은 하고 싶지 않았다.

지루해하면 어떡해. 이미 몇 번이고 받았던 질문을 똑같이 받으면 착한 것과는 관계 없이 담담한 반응이 되돌아올 수도 있다.

"아, 어떡하지?"

그렇게 고민과 기대를 품으며 기다리길 얼마.

예정된 시간이 되자, 단상 위로 자그마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

숨이 턱, 하고 막혀올 만큼 충격적인 비주얼.

오프라인으로 현장을 적지 않게 돌아다녀, 그녀의 실물을 이미 몇 번이고 봤었지만.

오늘은 특히나 더 특별하고 귀여웠다.

어느새 그의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던 일말의 고민은 아주 깨끗하게, 현지의 피부처럼 새하얗고 깔끔하게 잊혀져버린 뒤였다.

"와아아아아아!"

지금은 환호성을 내질러야 할 때였으니.

***

'뒤에서 잘 봐줘야 돼. 간혹 가다가 이상한 짓 하는 놈들 있거든.'

최팀장님의 말에 난 그녀의 뒤에 딱 붙어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팬사인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한 명씩 현지의 앞에 앉으며 사인을 받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 어... 그, 아 뭐였더라.... 생각해놓은 게 있었는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제대로 말도 못하는 채 당황하고 있는 팬.

저 팬의 얼굴은 나도 익숙했다. 그런데도 저렇게 말문이 막혀 있다.

이렇게 일대일로 가까이에서 얘기하는 건 처음일 테니까.

이에, 현지가 먼저 상냥함이 가득 묻어나는 목소리로 물었다.

"언제부터 제 팬 되신 건지 여쭤봐도 돼요?"

"아! 저 데뷔했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너무 멋지시더라고요."

"그런 색깔을 좋아하시나 봐요? 이번 앨범은 좀 다를 텐데 듣기엔 괜찮으신가요?"

이미 팬의 얼굴에 당황은 조금도 묻어나오고 있지 않았다.

앉은 자리에서 실시간으로 녹아내리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열심히 준비했나 보네.'

난 슬며시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팬들도 그렇겠지만 현지도 오늘을 기다리며 많은 질문들을 생각해놓은 모양이다.

보통은 한 사람당 1분 정도로 시간을 제한하는데, 우리는 넉넉하게 2분 정도의 시간을 줬다.

마음 같아선 더 오래 하게 해주고 싶었지만 그러면 현지가 힘들어할 테니 어쩔 수 없지.

그렇게 2분의 시간이 지나, 사인지를 소중하게 품에 안고 단상을 내려간 팬.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겠는지, 입모양으로 '와' 감탄사만 내뱉으며 여운에서 도통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오늘 화보 촬영 갔다가 그대로 온 거예요. 어울려 보여요?"

"...언니는 뭘 해도 이뻐요. 진짜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이뻐요?"

그 뒤로도 사인과 대화는 계속됐고, 테이블 위에는 팬들이 준비한 선물들이 산처럼 쌓여갔다.

마침내 마지막 팬이 단상을 내려간 뒤에야, 나는 조였던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 있는 팬들을 바라보니, 모두 다 비슷비슷한 표정들을 짓고 있다.

이들은 이미 열혈팬덤으로 소문난 현지의 팬들 중에서도 진짜배기들.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오늘을 계기로 현지에게 더욱더 깊이 빠져들게 될 것 같았다.

이거 만약 누군가가 예의없는 말을 하는 등 돌발행동을 하려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내가 볼 땐, 그 순간 이곳은 지옥으로 변해버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천사의 얼굴을 하고 앉아 있는 저 100명의 악마들과 마주해야 했을 테니까.

"오늘 저녁 뭐 먹을 거예요?"

"안무 짤 때 어려웠던 파트 있었어요?"

팬들은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기에 사진과 영상을 찍으며 열심히 질문을 던졌다.

원래 팬사인회는 이렇게 대화를 좀 나누다가 무대를 한 번 정도 보여주고 끝이 나곤 하니까.

오늘 팬사인회로 예정된 시간은 2시간.

보통은 한 시간만에 끝나는데, 우린 그 두 배인 2시간 동안 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팬들은 시간이 촉박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사실 4시간이었어도 촉박하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그렇게 최대한 예의와 애정을 담아 팬들이 질문을 던지던 중.

모두의 귀가 쫑긋 기울여질 만한 질문이 튀어나왔다.

"콘서트는 언제 해요?"

"어... 죄송해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서 대답해드릴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아직 예정된 게 없어서요."

장내는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그러나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저 팬들의 눈빛에선 시퍼렇게 빛이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형."

"해줄 거지?"

헛웃음이 나왔다. 마치 요술램프의 지니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다.

나보다 상급자인 최팀장님이 저쪽에 버젓이 서 있는데도, 나한테 바람을 말하고 있다.

난 최팀장님을 슬쩍 바라봤고, 그는 알아서 하라는 듯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뭐... 알아서 해야지.'

이렇게 뜨거운 시선들이라니.

눈에 현지만 담아도 부족할 시간에 날 바라보고 있는 저 마음들이 어떻겠는가.

난 입꼬리를 올리며 목소리를 키웠다.

"현지 말처럼 아직 정해진 건 없는데, 오늘 팬카페 보니까 되게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제 곡도 13개기도 하니까 한 번 빠르게 추진해볼 생각입니다. 그래도 확정은 아니고, 바로 되는 것도 아니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마어마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

"형 최고야!"

"대박! 믿고 있었다구!"

내친김인지, 장난으로 포장한 진심 어린 질문도 나왔다.

"넥타이 핀 팔 생각 없어요?"

현지가 실장이 된 기념으로 선물해준 넥타이 핀.

방송에서 한 번 자랑했었기 때문에 다들 알고 있었다.

난 그 질문에 답하는 대신 진지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여러분 같으면 팔겠습니까?"

"...."

"...음."

"쓰읍...."

역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나도 절대 안 팔지. 어차피 대표가 될 몸.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억만금을 줘도 절대 안 팔 거다.

< 현지의 팬사인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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