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낙하산이 천재매니저였다고-106화 (106/170)

< 뮤즈가 사실은 박실장이었던 거 아냐? >

최근 주가를 가장 크게 올리고 있는 기획사, HJ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박호진 대표.

그리고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탑스타 배우, 이성호.

이 둘은 둘도 없는 친구였다가 사소한 말다툼으로 인해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이나 소홀했었는데.

이후, 다툼처럼 화해 또한 커다란 계기 없이 이뤄졌었다.

굳이 화해의 계기를 찾자면 기존에 있던 소속사와의 계약 기간이 끝났다는 것?

앙금은 이미 예전에 일찌감치 사라졌으니, 이 참에 처음 몸담았던 회사에 다시 찾아가는 겸 오랜 친구와 즐겁게 일을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단지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는데.

“이젠 너랑 싸워도 여기에 계속 붙어 있어야겠다.”

어제 개봉한 영화, <구원자>.

딱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인터넷에서는 벌써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 말 하는 사람이 여기서 술을 먹어?”

“예능도 찍었고, 무대인사도 다녔고, 인터뷰나 홍보도 할 건 다 했어. 이 정도면 술 마실 자격 있지. 그리고 내가 언제 너랑 술 안 먹겠댔냐? 싸워도 여기에 붙어 있겠다는 거지.”

언제나와 같은 대표실.

이제 여기가 둘의 단골 술집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주위의 눈을 신경 쓸 필요도 없고, 회사라서 유부남이 핑계 대기에도 편하고.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으랴.

“박대표, 나 이번에 영화 찍으면서 진짜 재밌었다?”

웃는 얼굴로 말하지만 박대표는 이성호가 지금 진지하게 진심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박대표는 입을 다물고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원래 연기가 재밌기도 한데, 진짜 재밌게 찍으려면 작품이 내 취향에 맞아야 하거든. 그런데 나 정도 경력 되면 취향에 맞는 걸 찾기가 엄청 어렵잖아. 성공할 작품을 찾는 것도 어렵고.”

“그런데 이번엔 그 둘 다 만족했다 이거지?”

“그래. 우리 조카 덕분에.”

“내 아들이지.”

“아니, 네 아들이기 전에 내 조카야.”

둘은 낄낄대며 서로 미친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진지했던 분위기는 다시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래도 진심만은 확실히 전해졌다.

그렇게 한참을 장난을 섞으며 말하던 둘은, 다시 진지하게 얘기를 나눴다.

“나 진짜 이 회사 들어오길 잘했어. 이렇게 같이 술 마실 수 있는 것도 좋고, 여러모로 다 좋아.”

“다음 작품은 언제 찍을 거야?”

“글쎄, 그건 아직 생각 안 해봤지.”

“이번에도 오래 쉬게?”

이성호 정도의 탑스타가 되면 1년 정도 공백기를 갖는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이번 영화도 오랜만에 찍은 거였기도 하고.

그런데,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 재밌게 했다고 했잖아. 또 한울이가 골라주면 바로 찍을 수도 있어.”

“···진짜? 바로?”

“그렇다고 완전히 바로는 아니고. 그래도 조금은 쉬어야지. 안 그럼 체력이 못 버텨. 나이가 몇 갠데.”

그래도 그리 오래 쉬지는 않겠다는 뜻.

둘은 인터넷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살피는 대신.

이렇게 술잔을 기울이며 영화의 성공을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

드라마 ‘BJ김만수’의 마지막회가 방송되고 있는 시간.

제작진들과 배우들은 쫑파티를 위해 모두 모였다.

마지막 촬영으로부터 며칠이 지났기에 스태프들 중 절반 이상은 팔팔했고, 후작업으로 바빴던 스태프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이었다.

다만, 그들 모두 방송이 나오고 있는 TV를 성취감과 뿌듯함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방송이 모두 끝났을 때.

식당 안은 묘한 정적에 잠기···기는커녕, 커다란 소리들만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야, 진짜 이 작품 열심히 하느라 힘들었는데 그래도 성과가 너무 좋으니까 힘이 안 드네.”

“에이. 형님, 그거 거짓말이잖아요. 틈만 나면 허리 아프다면서 골골댈 땐 언제고.”

“야! 뭔 소리야! 그래도 나 허리는 멀쩡해!”

웃음이 번지고 있다.

연출, 연기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던 작품이었으니, 아쉬움도 없다.

특히 아쉬움이 없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인기.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시청률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분위기는 더욱더 살아났다.

“28.8프로! 우리 대박 터졌어요!”

“우와아아!”

“미쳤다!”

우리 드라마는 회차가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상승하다가 마지막회에 이르러 가장 높은 시청률을 찍을 수 있었다.

이는 원작 팬들의 큰 호응을 받은 덕분이기도 했다.

흡사 축제 분위기.

여기저기서 잔을 부딪히는 소리와 웃음소리들이 끊이지 않는다.

배우들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그들의 커리어를 대표할 만한 대박 작품 하나가 환호 속에서 무사히 마무리됐으니 기뻐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몸값 상승 역시 따라오는 보상 중 하나였다.

나는 저쪽에서 다른 배우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는 심민정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까만 반팔티를 입은 그녀의 손목에는 내가 선물해주고, 직접 채워준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다시 봐도 역시 잘 어울린다.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역시 매니저 아니랄까 봐, 우리 테이블에 앉은 박지수의 매니저가 핸드폰을 보며 말했다.

“종영하니까 SNS랑 커뮤니티 글 올라오는 속도가 장난 아니네요. 기사도 쭉쭉 나오고.”

매니저들이 앉은 우리 테이블.

다들 운전을 해야 해서 그런지 테이블 위에는 술병은커녕 술잔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의 성공 때문에 분위기는 굉장히 좋았는데.

누군가가 내게 불쑥 물었다.

“저··· 혹시 심민정 배우 차기작은 고민하고 계신 거 있어요?”

그에, 핸드폰에 시선을 두었던 모두가 고개를 번쩍 들며 나를 쳐다봤다.

속내야 뻔하다.

그러나, 정말 아직까지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었기에 나는 거짓을 말할 필요도 없이 고개를 저을 수 있었다.

“아뇨. 이제 알아봐야죠. 아직 계획은 아무것도 안 정해졌어요.”

“정말요?”

“네, 정말이에요.”

뒷말은 내가 한 게 아니다.

매니저들의 시선이 내 뒤쪽으로 향했고, 나 또한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술기운이 살짝 올라오는지 평소보다 더욱 짙은 미소.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일부러 여우처럼 눈웃음 친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바로 가자고요?”

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배우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는데.

지금 그녀는 갈 채비를 다 하고 있었다.

내가 의아해서 이렇게 묻자, 그녀는 핸드폰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부모님이랑 통화하려고요. 그런데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그리고 고모랑 이모한테도 통화해야 하고요. 어휴. 저 이제 엄청 바빠요.”

“아, 그럼 인사만 하고 가요.”

“네.”

어떻게 보면 이 드라마의 흥행에 그녀가 관여한 부분이 큰 편이다.

인터넷에 드라마가 언급된 글들을 보면 그녀의 이름이 빠지는 곳이 없다시피 하니.

비단 그것뿐만이 아니라, 유튜브나 곳곳에서 그녀의 짤이나, 매우 인상 깊은 연기를 짜깁기한 영상들도 돌아다니며 화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간다고 할 때 시간이 참 오래도 걸렸다.

심민정 없이 찍는 단체 사진은 의미가 퇴색된다며 바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스태프들과 따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기분 좋은 덕담을 받으며 긴 인사를 받기도 했다.

그렇게 겨우겨우 빠져나온 식당.

우리는 차 안으로 들어와서야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아. 다행이다. 안 늦은 것 같아요.”

시간을 확인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그녀.

하긴, 전화할 곳이 많은데 너무 늦으면 또 그렇지.

어른들이 많이 기다리실 테니.

나는 조수석에 앉은 그녀에게 뒷자리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뒤에서 편하게 통화해요. 피곤하면 좀 자고요.”

내 말에 무슨 문제가 있나?

그녀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통화 안 해요. 사실 그거 뻥이었어요. 그냥 내일 하려고요.”

“···네?”

“그보다 실장님, 아직 ‘구원자’ 안 보셨죠?”

어제 개봉한 성호 삼촌의 영화.

내가 고개를 젓자, 그녀는 핸드폰을 뒤적거리며 내게 화면을 띄워 보여줬다.

“영화 보러 갈래요? 두 명 예약해뒀는데.”

‘갑자기?’라고 하기엔 굉장히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이미 성호 삼촌에게 영화를 보러 가겠다고 약속까지 했으니까.

삼촌은 4팀 모두 다 데리고 가서 보라고 했지만··· 다 같이 가면 감당 안 된다.

영화관에 무슨 난리가 날 줄 알고.

그래서 배우인 채희나 심민정, 둘 중 한 명과 함께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채희는 드라마 준비로 바쁘기도 하니까···.’

나는 시원스러운 미소를 띠우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보러 가죠. 그런데 여기서 가깝네요? 일부러 여기로 예약한 거예요?”

“네. 쫑파티에서 바로 가려고요. 그리고 이 극장이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더라고요. 주변에 더 큰 극장들이 많아서 그런가 봐요.”

나는 네비로 영화관을 찍고선 주차장을 빠져나왔고.

그녀는 신이 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재밌을 것 같아요. 지금 관객들 반응도 좋고, 예고편만 봐도 되게 재밌을 것 같긴 하더라고요. 실장님은 시놉이랑 대본도 봤죠?”

“다 봤죠. 제가 추천해드린 거니까. 그런데 저도 실제로 보고 싶긴 했어요.”

우린 영화에 대해 한참 얘기를 나누다가 그녀에게 물었다.

“민정 씨는 차기작으로 영화 찍고 싶어요?”

내 질문에 그녀는 운전하느라 앞을 보고 있는 내 옆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난 그 시선을 느끼고는 물었다.

“···왜요?”

“실장님은 제가 어떤 거 찍으면 좋을 것 같아요? 가수들한테는 싱글로 할지, 미니로 할지, 정규로 할지 정해주시기도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난 작게 웃으며 답했다.

“하하. 그런 거라면 민정 씨는 지금 뭘 찍어도 돼요. 드라마를 한 번 더 찍어도 되고, 영화를 찍어도 되고.”

“음···. 뭐 찍지?”

“딱히 끌리는 게 없으면 천천히 생각해도 되고요. 이제 막 마지막회 나왔는데요 뭐.”

고민을 하는지 그녀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영화관에 도착할 즈음이 되자 입을 열었다.

“저, 드라마 한 번 더 할래요. 그게 나을 것 같아요.”

아까까지는 모르겠다면서, 지금은 목소리에 확신이 담겨 있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어요?”

“지금까지 좋았으니까요. 한 번 더 찍으면 더 좋아질 수도 있잖아요.”

신호가 걸려 나는 옆을 바라볼 수 있었다.

만면에 밝디밝은 미소를 띠우고 있는 그녀.

“영화도 좋은 작품 찍을 수 있어요.”

“아니에요. 그냥 드라마 할래요. 매주 방송해서 화제가 더 오래 가기도 하고, 대중들이 접근하기에도 좋기도 하고···. 영화는 다음에 찍을래요. 저 이 작품 하면서 되게 좋았단 말이에요.”

어느 걸 해도 상관이 없었기에 나는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렇게 해요, 그럼.”

영화관에 다 도착했다.

주차를 하고, 이제 나갈 준비를 하려 했는데.

차 안에 그녀의 얼굴을 가릴 게 없다는 게 퍼뜩 떠올랐다.

그런데.

“···미리 다 준비해오셨어요?”

미리 다 준비해온 모양이다.

그녀는 모자와 마스크를 쓰며 얼굴을 꽁꽁 숨기고는 말했다.

“당연하죠. 표도 제가 다 예약했는데. 그럼··· 이제 올라갈까요?”

***

모든 제작사에서는 벌써 하나의 공식이 잡혀 있었다.

'박한울을 잡으면 대박은 따놓은 당상이다!'라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모두 성공했으며, 지금 당장 인터넷의 연예 기사들만 주르륵 훑어봐도 알 수 있었다.

[시청률 28.8%로 'BJ김만수' 종영. 라이징스타 심민정의 다음 행보에 쏠리는 시선들.]

[심민정의 연기력이 가장 빛났다. 역대 드라마서 가장 빛나는 조연에 들어도 무방.]

[모든 장면이 다 하이라이트였다. 컨디션 난조 따윈 없었던 심민정의 연기력!]

심민정의 기사들이 보이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면 이성호와 HJ엔터테인먼트가 보인다.

[영화 '구원자', 이성호 효과 첫날부터 두드러져... 2일차에도 흥행 전선 이상 없다.]

[소름돋는 연기력! 압도되는 연출! 흥미진진한 스토리! '구원자' 초대박 예감!]

[드라마와 영화, 양쪽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HJ엔터테인먼트. 이성호와 심민정의 차기작은?]

"도대체 그 양반은 뭘 어떻게 하길래 그렇게 눈이 좋대요? 궁예의 후예라도 되나?"

"쯧쯧. 아직 잘 모르네. 프로듀싱도 직접 하는데 무슨 눈이 좋아. 그냥 감각이 뛰어난 거지."

"에헤이. 그 말이 그 말이죠. 꼭 그렇게 미시적으로 접근해야 하나?"

당연하게도 이런 말을 하는 건, 박한울과 한 번도 엮인 적이 없던 제작사였다.

아니, 엮였다면 엮였다고도 볼 수 있었다.

'BJ김만수'의 대박으로 인해 동시간대 시청률을 모두 빼앗겨버렸으니까.

처음에는 원망의 마음이 컸으나, 이쯤 되니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그래도 이제는 또 몰라. 우리도 그 양반이랑 같이 작업할 수도 있어."

"...그렇죠. 우리도 이제 든든한 무기가 있으니까...."

얼마 전, 대형계약을 통해 전속으로 모셔온 작가 조수연.

그녀는 웹드라마 '캠퍼스 낭만이 원래 이런 거야?'를 썼고, 영화 '더 BAD'의 각본을 썼다.

이러한 경우, 보수적인 방송가나 다른 제작사들에서도 그리 높은 고료를 쳐주지는 않지만, 대박을 간절히 바라는 이 제작사는 달랐다.

또한, 조수연 작가도 사실상 박한울의 선택을 받은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능력은 저 두 작품으로 이미 증명하고도 남았으니, 큰 금액을 투자할 가치는 충분했다.

허나, 그 든든한 무기는 모종의 사정으로 인해 지금 칼집에 들어가서 뽑혀 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그 양반이랑 일할 수 있을 줄 았았더니... 당장은 모르겠네. 아무래도 그게 정채희를 생각하고 만든 작품이라...."

"대본은 이미 뽑아놓긴 했다던데 아쉽게도 정채희가 영화에 들어가는 바람에.... 듣기로는 작가님이 실의에 빠져서 수정도 못하고 있다던데요?"

정채희바라기로 유명한 조수연.

그녀는 이미 정채희를 떠올리며 작품을 써놨었는데.

이미 뽑아놓은 대본을 다듬느라 그만 타이밍을 놓쳐버리고야 말았다.

그렇게 실의에 빠진 작가만큼이나 제작사의 대표 또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때는 이미 경쟁작이었던 'BJ김만수' 때문에 드라마가 처참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을 때였으니 더더욱.

"그냥 정채희 말고 다른 배우 쓰면 만들어지기는 할 텐데."

"그래도 많이 아쉽죠. 대표님도 작가님도 다 정채희 생각하고 있었던 건데. 그러니까 이렇게 실망하는 거고요."

"아니 애초에 안 될 수도 있던 거 아냐. 정채희 캐스팅하려는 작품이 어디 한둘이냐고."

"다른 작품들이랑은 좀 다르긴 하잖아요. 조수연 작가는 두 작품 다 정채희랑 작업했었으니까."

"...하긴 또 그렇긴 해."

휴게실에 있던 두 직원은 그렇게 우울한 회사 분위기에 물들어 우울한 분위기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마치 승전보를 들고 온 것처럼, 다른 직원 한 명이 환한 얼굴을 한 채로 휴게실에 들이닥쳤다.

"됐다! 그 망할 드라마 덕분에 됐어!"

"...예?"

"...뭐라는 거야. 숨이나 고르고 말해."

휴게실로 들어온 그는 열띤 눈동자로 말을 덧붙였다.

"그 망할 'BJ김만수' 덕분에 됐다고! 조 작가님이 심민정 보고 꽂히셨나 봐. 오늘부터 수정 작업 빡세게 들어가시겠대."

"헐.... 제2의 뮤즈, 뭐 그런 거예요?"

"뭐가 됐든 아무튼 좋은 거 아니겠냐?"

다른 작가였으면 캐스팅되지도 않은 배우에 맞춰 대본을 수정한다는 소식이 마냥 좋은 거라고 할 수는 없었으나.

그래도 배우에 꼭 맞는 캐릭터를 쓰는 조수연 작가였으니 기대가 되긴 했다.

이 소식에, 방금 전의 그 부정적인 느낌의 대화가 거짓이었던 것처럼, 이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번졌는데.

뭔가를 떠올린 한 직원의 미소는 헛웃음으로 바뀌었다.

"결국엔 또 그분인 거 아니에요. 박한울 실장."

"...그러네. 이쯤 되면... 그냥 조 작가님 뮤즈가 사실은 박실장이었던 거 아냐?"

뭐가 됐든, 제작사의 입장에선 좋은 소식임에 틀림이 없었다.

< 뮤즈가 사실은 박실장이었던 거 아냐?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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