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지 만한 사람 찾는 게 어디 쉽나요? >
현지의 정규 앨범 편곡이 거의 다 끝나가고 있다.
이제 조금만 더 손보면 완성.
거의 다 YU엔터 김준민 프로듀서가 만든 그대로이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손보면 손볼수록 곡의 느낌만큼은 확실히 달라지고 있었다.
‘다음에도 곡을 줄까?’
김준민 프로듀서, 그리고 김대훈 대표와의 좋은 관계를 더욱더 공고히 하면 무리는 아닐 터.
또한 나뿐만 아니라 아예 우리 회사와 좋은 관계를 맺으면 혹시 모른다. 내 담당이 아닌 다른 아티스트들에게도 곡을 줄지.
비록 그게 김준민 프로듀서가 아니라 하더라도 아무튼 이득은 이득.
‘오늘 김대표님이랑 같이 저녁 먹을 텐데 아버지랑도 자리 한 번 마련해 봐?’
서로 잘 아는 사이이긴 한 것 같은데.
‘아! 오늘은 제작진들도 오겠구나?’
제작진 미팅.
나는 김대훈 대표님과 약속했던 오디션 프로그램 미팅을 위해 방송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나랑 김대표님이 같이 미팅하는데 끝나고 제작진이 식사 자리에 안 낄 가능성은 많이 낮으리라.
“가서 작가랑 피디들 얼굴이라도 익혀. 인사 열심히 하고.”
“넵!”
내 밑에 있는 로드 매니저, 이정욱.
그동안 열심히 일하는 걸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이제는 좀 밀어줘도 괜찮을 것 같았다.
“매니저한텐 이게 다 재산인 거 알지?”
“···실장님한테는 아닌 것 같던데···.”
그가 말끝을 흐렸다.
간혹 이렇게 말대답을 하긴 하는데, 딱히 흠이라고 할 만한 건 아니었다.
그냥 내가 편해서 그런 거지.
나도 그래서 얘가 더 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럼 너도 지금까지 내가 했던 것처럼 해보던가.”
“인사나 열심히 해야겠네요. 까짓 거 오늘 허리 한 번 나가죠, 뭐.”
난 피식 웃고는 앞장서 걸었고, 우리는 함께 방송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우리의 곁으로, 아니 정확히는 내 곁으로 사람들이 한 명씩 달라붙었다.
“아이고, 박실장님. 오랜만입니다. 방송국엔 무슨 일로 오셨어요?”
“박한울 실장님. 언제 한팀장이랑 같이 식사 한 번 같이 하시죠.”
“이제 ‘BJ김만수’ 촬영 끝났다는데, 심민정 배우 예능 한 번 나와야죠. 저희가 특집처럼 제대로 꾸며드릴게요.”
마치 인간 자석이라도 된 것처럼 사람들, 특히 피디와 작가들이 내게 이끌려 앞길을 막았고.
나는 이정욱 매니저를 자연스럽게 인사시켜주며 매끄럽게 대화를 나눴다.
아무리 우리가 잘나간다고 해도, 피디와 작가들을 딱 잘라 무시해선 좋을 게 하나도 없으니까.
연예인도 그렇게 예의바른데, 정작 내가 거만하면 안 되지.
우리는 그렇게 짧지 않은 시간을 할애하고 나서야 겨우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었다.
“···분명히 최피디님이랑은 인사 몇 번 했었는데, 잊으셨나 봐요. 오늘 처음 보는 것처럼 말씀하시던데.”
“위로라도 해줄까?”
“아뇨, 역시 열심히 해야겠다고요. 실장님 밑에 있다고 해서 실장님 위세만 생각하면 안 되겠어요.”
“그래서 내가 데리고 다니면서 인사시키는 거야. 지금이야 우리 팀에서 못 나가는 사람이 한 명도 없긴 한데, 나중에 들어올 아티스트들은 또 모르잖아.”
“감사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마중 나오겠다는 제작진을 말린 거였다.
제작진이 우리를 데려왔으면 이렇게 오랫동안 인사 못 시켰지.
우리는 제작진이 미리 알려준 층에서 내려, ‘스타 아이돌’ 팀이 있다는 왼쪽 복도로 걸음을 옮겼다.
왼쪽 복도 양옆으로 나뉘어진 곳들을 ‘스타 아이돌’ 팀이 모두 통째로 사용하는 건 아닐 텐데, 다른 팀은 촬영을 나갔는지 뭘 하는지, 통로 전체가 한산하기만 했다.
그런데.
그런 한산한 복도 끝 쪽에서 불만스러움으로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아. 지금까지 받은 영상들 중엔 그렇게 괜찮은 애들이 안 보이는데요? 괜찮은 애들이 있긴 한데 알고 보면 다른 회사 연습생들이고...."
"아니, 유현지 같은 경우 있잖아. 튀는 사람들 없으면 댄서 중에서라도 찾으면 되지! 그냥 기다리고만 있을 거야? 컨택을 해봐."
"이미 유현지 때문에 기획사들이 댄서들 싹 다 뒤져본 거 모르시는 거 아니죠?"
"...꼭 그것만 있는 건 아니잖아. 우리도 유현지 같이 실력 있는 사람 딱 데뷔시키면 얼마나 좋냐고."
"저도 그러고 싶죠. 피디님, 그냥 박한울 실장님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는 거 홍보하면 된다니까요? 그럼 모든 문제가 해결돼요. 사람들이 너도나도 다 지원할 거 뻔하잖아요."
"그건 안 돼. 지원자 마감하기 삼일 전쯤에 써먹어야지. 지금부터 써먹으면 화제 됐다가도 묻힌다고. 지원자들이야 시간 얼마나 지나든 상관없어도 대중들은 조금만 지나면 흥미가 식어버린다니까?"
옆에 있던 이정욱이 큭큭, 낮게 웃음을 흘렸다.
내 입에서 또한 피식거리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뒷담화도 아니고, 뒷칭찬이라니.
진심인 게 느껴져서 더욱 새로운 기분이었다.
나는 이대로 듣는 것도 실례일 것 같아, 일부러 발소리를 크게 내며 그쪽을 향해 걸었다.
"어? 박실장님, 벌써 오셨어요?"
우리가 얘기를 들었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는지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적이며 우리를 반기는 김PD님.
나는 작가와 김피디님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현지 같은 가수 찾기 쉽지 않죠. 이해합니다."
아직 미팅 시간이 되지 않아서인가.
김대훈 대표님을 비롯해, 함께 미팅할 출연진들도 아직 안 오신 것 같으니.
우리 현지를 좋게 봐주는 제작진들을 위해서라도 자그마한 도움을 베풀어보기로 했다.
"1차 예선은 영상으로 보고 뽑는 거 맞죠? 혹시 다른 분들 오시기 전까지 탈락자 영상들 좀 봐도 될까요?"
내 말에 작가는 반색하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 당연하죠! 여기 앉으세요!"
"네."
"여기에 영상들 모여 있거든요? 그런데 이게 좀 많아서... 일단 제가 몇 개만 먼저 집어드려도 될까요? 워낙 실력들이 들쭉날쭉이라서요."
나는 그녀가 따로 빼준 영상들을 보기 시작했고, 작가는 슬금슬금 뒤로 빠지더니 사무실에서 사라져버렸다.
아마 밖에 나가서 다른 출연자들의 시간을 좀 더 지체시킬 모양인데, 그 정도는 애교로 봐주기로 했다.
'음.... 확실히 탈락할 만한 실력들이긴 하네.'
그렇게 영상이 다 끝나기도 전에 휙휙 넘기길 여러 번.
어느새 작가님이 집어준 영상들은 다 봐서, 나는 나머지 영상들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영상에 이르러 처음으로 영상이 모두 끝날 때까지 지켜볼 수 있었다.
"박실장님! 이 친구예요? 이 친구 괜찮아요?"
내 안목에 대한 믿음이 확고한 지, 김피디님은 내가 영상을 끝까지 다 본 것만으로도 설레발을 치고 있었다.
"캬. 이 친구 엄청 잘생겼네. 키도 훤칠하고. 춤은 좀 별로인 것 같긴 한데... 뭐 가능성이 있나 보죠? 아니면 보컬이 좋았나?"
난 컴퓨터에 꽂은 이어폰을 빼며 말했다.
"한 번 직접 들어보실래요?"
영상을 다시 틀자, 이어폰이 아닌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
김피디님과 이정욱, 그리고 어느새 사무실에 들어온 다른 스태프들까지.
모두 컴퓨터 주변으로 모여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
"...."
"...쓰읍."
"저... 실장님. 이거... 맞습니까? 아니면 노래가 아니라 랩에 재능이 있다던지...."
난 그들의 반응이 이해되어, 웃음기 띤 얼굴로 말했다.
"춤은 뭐... 엉망이긴 한데 이건 연습으로 때우면 되고, 노래도 겉멋이랑 습관만 좀 고치면 확 나아질 거예요."
스웩이 너무 가득하고, 안 좋은 습관이란 습관은 다 가지고 있었지만.
한동안 힙합이랑 강렬한 무대 보는 걸 금지하는 것만으로도 약간은 나아질 거다.
태교에 좋은 음악을 들으면 더 좋아질지도 모르고.
'김대표님은 어떻게 받아들이시려나.'
잘만 손보면 거기 있는 연습생들이랑 꽤 잘 맞을 것 같은데.
내가 이렇게 재밌는 상상을 하고 있을 때, 김피디님이 몹시 흥분한 얼굴로 물었다.
"그, 그럼 이 친구도 유현지처럼 될 수 있는 건가요?"
난 얼굴을 싹 굳히며 단호하게 말했다.
"아뇨. 그건 절대 아니죠."
아니 현지를 여기다 갖다 붙이다니.
말도 안 되지, 그건.
"현지 정도의 재능은 전국을 쥐 잡듯이 뒤져봐도 안 나올 거예요. 그걸 찾는 건 너무 욕심이죠. 재능도 인성도 외모도 매력도, 현지 만한 사람 찾는 게 어디 쉽나요?"
김피디님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
연습실에서 안무 창작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현지야, 내가 재밌는 얘기 하나 해줄까?”
“네?”
유현지는 앞에 앉아 운전하는 이정욱 매니저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어제 무슨 일 있었냐면-“
이정욱은 어제 방송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자세하게 말했다.
얼마나 인상이 깊었는지,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도 설명했다.
"아주 팔불출이 따로 없더라. 실장님이 완전 정색하면서 말하는데, 스태프들이 다들 벙쪄서는. 하하!"
유현지는 눈을 커다랗게 뜬 채로, 그의 말을 끝까지 경청했다.
"생각해보면 그렇긴 해. 하연 씨도 지금이야 많이 케어해주고 계시긴 한데, 담당해달라는 건 몇 번이나 거절했잖아. 그리고 실장님 밑에 가수도 너뿐인 데다가, 너한테는 먼저 계약하자고도 했잖아. 심지어 계약하기 전에도 엄청 신경 썼다면서? 정말 어지간히 눈이 높으신 분인데 너 칭찬하는 거 보면 또 그렇게 눈이 높은지도 모르겠다니까? 칭찬을 어찌나 그렇게 하시는지-"
가만히 매니저의 말을 듣고 있던 유현지의 입가에 배시시, 웃음이 번졌다.
***
제작진 미팅으로부터 며칠.
드디어 유현지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의 편곡 작업을 모두 마칠 수 있었다.
이제 가사와 안무, 뮤직 비디오를 모두 짜야 할 때.
보통 가사가 다 나오기 전에 뮤직 비디오와 안무를 만드는 경우도 빈번하게 있었으나,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급할 게 없었으니까.
그리하여 우리는 일단 나와 현지가 함께 가사를 붙이기로 한 두 개의 곡을 빼놓고, 다른 여덟 곡을 모두 전문 작사가들에게 맡겼다.
컨셉에 대한 건 전달했으니, 이제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작사를 해야 할 차례.
나는 현지를 데리고 회사로 와서 보컬 연습실로 향했다.
소회의실에서 해도 되지만, 일단 밥도 먹고 편하게 노래도 불러보기 위함.
“오빠,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은 현지.
언젠가 내가 예쁘다고 말했던 그녀의 사복이다.
나는 점심 메뉴를 묻는 그녀의 모습을 훑듯이 살폈다.
목걸이는 없고, 팔찌도 없고, 귀걸이는 있다.
내가 귀걸이를 빤히 바라보고 있자, 그녀는 귀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이거··· 몇 년 전에 사놨던 거예요. 딱히 할 만한 게 없어서 이거 하고 나왔는데··· 별로예요?”
그렇게 예전에 샀던 것 치고는 지금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내가 신경을 못 썼었나?
“아니, 예뻐서. 잘 어울려. 원래 이런 타입 좋아해?”
“전 다 좋아해요. 그래도 이런 드롭형이나 링보다는 버튼형이 더 좋아요.”
아래로 매달려 흔들리는 드롭형이나 고리처럼 생긴 링보다는 귀에 달라붙는 버튼형이 편한 모양이다.
하긴 어느 스타일에나 버튼형이 더 무난하게 잘 어울리긴 하지.
그런데 이것도 중독인 모양이다.
점심 메뉴를 묻는데 선물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지난 며칠간, 눈을 감으면 심민정에게 선물을 줬을 때가 아른거려서 더욱 그런가 보다.
하연 씨나 현지에게도 어서 빨리 선물을 주고 싶다.
그런데··· 현지한테 귀걸이를 선물하면 하연 씨한테는 반지를 선물해줘야 하나?
난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떨쳐냈다.
그것들은 나중 문제.
일단 점심 메뉴부터 고르자.
“음. 너는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뇨. 전 오빠 먹는 거 먹을래요.”
그녀가 아무거나 먹겠다고 하면 정말 아무거나 다 잘 먹는다.
전에 드라마 대본 리딩이 끝나고 박송이가 말했던 ‘아무거나’와는 다르게.
‘그땐 진짜 끔찍했지....’
아무거나 좋으니까 나보고 메뉴를 고르라 해놓고.
이것도 별로고 저것도 별로라 해서 차라리 구수한 숭늉이나 먹으러 가자 말했더니, 표정이 어찌나 확 구겨지던지.
결국은 자기가 먹고 싶은 스테이크 먹으러 갈 거면서 말이다.
물론 엄청 비싸고 무지하게 맛있게 먹긴 했지만.
“그럼 냉면 먹을까?”
“좋아요. 전 물냉면 먹을게요.”
“그럼 난 비빔냉면 먹을 테니까 조금씩 나눠 먹을래?”
“네.”
우리는 바로 냉면을 시켜 먹고선, 본격적으로 가사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우리 앨범 전체 컨셉이 너라는 사람에 대한 거잖아. 취미, 취향, 생각, 상상, 꿈, 사랑 이런 개인적인 것들.”
주제가 막연하고 포괄적이지만 앨범 컨셉이란 게 대체적으로 다 그렇다.
시대상이 반영되거나 저항 정신, 새로운 시도, 이런 게 아니라면.
게다가 곡은 이미 뽑혀져 나왔으니 느낌도 곡을 따라 비슷하게 가면 된다.
소란스럽지 않고 편안하면서도 밝게.
부드럽고 러블리하게.
“첫 번째 곡은 어떤 주제로 할래?”
현지는 귀걸이를 만지작거리고 우리가 나눠 먹은 냉면 그릇을 슬쩍 바라보더니.
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일상에 대한 거 해도 될까요? 소중한 일상이요.”
일상.
그거야말로 가장 개인적인 얘기일 터.
“되지, 당연히. 그럼 평소에 소중하게 생각했던 일상들 먼저 나열해보자. 한꺼번에 정리해서 가사로 바꾸는 게 더 편하니까.”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그녀의 말을 받아 적을 준비를 했다.
시선은 모니터에 고정돼 있었는데, 귓가에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녀는 혀끝까지 말이 맴도는지 입을 벙긋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왜 그래?”
“···그냥 주제를 살짝 바꾸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어떻게?”
그녀는 모니터로 시선을 둔 채로 말했다.
“요즘 기분이요. 일상에서 느껴지는 기분.”
비슷하지만 다르다.
소중한 일상이라면 세세하게 말해야 하는데, 기분을 주제로 삼으면 그러지 않아도 되니까.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그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매일이 안정된 느낌이에요. 비가 오고 있어도 날씨가 화창한 것 같고, 음악을 듣거나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더 감명 깊게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밥도 더 맛있게 느껴지고요.”
나는 서둘러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핸드폰이랑 더 친해진 것 같아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랑 연락하는 게 좋아요. 집에 있는 것보다 집밖으로 나가는 게 더 좋고. 모든 게 다 기대돼요.”
나는 그녀의 말들을 조금도 흘리지 않고 그대로 받아 적었다.
하지만, 더 길게 이어진 그녀의 말엔 중요한 것이 빠져 있었다.
“가사로 적으려면 그래도 무작정 기분 좋다고 할 수만은 없잖아. 이유가 좀 드러나면 좋을 것 같 같은데.”
세세하게 말하지는 않더라도 대략적으로는 드러나야 한다.
사랑이라든가, 우정이라든가, 팬이라든가.
난 내가 받아 적은 것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보며 덧붙였다.
“팬들이나 주변에 있는 좋은 사람들 때문이라고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맞지?”
“네, 맞아요.”
그녀답지 않게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니, 저기에 혹시 나도 포함돼 있냐는 질문이 튀어나올 뻔했는데.
굳이 물어볼 필요는 없겠지.
표정에 이미 답이 써져 있었으니까.
“그럼 정리하면서 가사로 바꿔볼까?”
“네.”
우리의 작사 작업은 그렇게 매우 순조롭고 기분 좋게 시작되었다.
< 현지 만한 사람 찾는 게 어디 쉽나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