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랭크업 >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지만 우리는 마침내 미니앨범의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5곡을 만드는 데 이리도 오래 걸릴 줄이야.
‘아, 짧은 건가?
다른 가수들에 비해서는 무척이나 짧은 기간이긴 했다.
단지 송하연과 내가 함께 만든 것 치고는 오래 걸렸다는 거다.
그녀는 의자에 몸을 완전히 파묻으며 기대된다는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연 씨, 그렇게 앉으면 허리 나빠져요.”
“잠깐인데요 뭐.”
후련한 미소를 띠우며 내게 말했다.
“고생 많으셨어요. 마음이 급해서 막무가내로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런 곡들이 나온 건 다 매니저님 덕분이에요.”
“앨범 만들자고 할 때만 막무가내였지, 작업 시작하고는 바로 주제 정하셨잖아요. 좀 애매하긴 했지만. 그··· 뭐라 그랬더라? 긴가민가한 짝사랑 얘기라고-“
의자에 느슨하게 늘어져 있던 그녀가 상체를 벌떡 일으키며 말을 잘랐다.
“아니라니까요! 짝사랑은 아니에요!”
“···가사 쓰신 거 보니까 맞던데.”
“이게 어딜 봐서 짝사랑이에요. 그리고 아직 가사도 다 완전히 완성된 건 아니에요. 좀 다듬을 거예요.”
눈에 쌍심지를 켜는 그녀의 기세에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별로 중요한 얘기는 아니니까.
“그런데 이거 성적 되게 좋을 것 같아요. 팬들도 엄청 좋아할 것 같고.”
내 말에 그녀의 기세가 푸스스 사그라들었다.
그 대신 뿌듯한 미소가 입가에 자리했다.
“그렇겠죠?”
곡을 만드는 데 있어 오래 걸렸던 이유는, 그녀 스스로도 미니앨범의 주제에 대해 제대로 갈피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애매하고 어중간하다는 게 아니라, 뭔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있는데 왔다갔다 하는 느낌.
그 갈팡질팡한 마음이 음악에 녹아들며 작업에 더욱 도움이 되었기에 나는 재촉하지 않았던 거다.
그 결과, 무척이나 러블리한 곡들이 뽑히게 되었다.
지금껏 그녀가 보였던 음악과는 약간 다른 색깔.
빈말이 아니라, 나는 이 앨범의 성적이 되게 좋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냈던 것들보다 더.
‘어쨌든 다행이네.’
음악이 이렇게 뽑힌 것도 그렇고, 활동시기 역시 현지랑은 겹치지 않을 테니까.
물론 이걸 좀 더 일찍 만들었더라도 현지의 활동이 끝날 즈음으로 발매를 미뤘을 것이다.
“역시 매니저님이랑 처음부터 작업하니까 엄청 편하게 만든 것 같아요. 다음에도 같이 작업해요. 꼭이요.”
“알겠어요.”
이쯤 되면 매니저는 부업이고, 프로듀서가 본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았다.
꼭 매니저라는 것에 얽매일 이유는 또 없어서, 아무렴 상관없긴 했지만.
“그나저나 딱 타이밍 좋게 끝났네요? 이제 채희 씨 크랭크업까지 일주일정도밖에 안 남았죠?”
“···네. 사실 지금 당장이라도 출발해야 할 것 같아요.”
나는 아까 확인했던 핸드폰을 다시 확인했다.
역시, 보냈던 메시지를 아직까지도 확인을 안 하고 있다.
빨리 오라는 의미라는 걸 알기에 지금도 속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만약 음반 작업이 일주일 정도가 더 지체돼서 크랭크업 당일에만 갔다면 나는 이전 회식 때보다도 더 끈질긴 투명인간 취급을 받아야 했을지도 몰랐다.
“하하. 그럼 어서 가보세요. 채희 씨 기다리시겠다.”
나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몸을 일으켰다.
작업을 마치고 지금까지의 회포를 푸는 것도 좋았으나, 이젠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네, 그럼 가볼게요.”
“같이 나가요. 배웅해드릴게요.”
그녀는 차가 코너를 돌아 시야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멀거니 서서 내가 떠나가는 것을 배웅해주었다.
***
나는 채희가 특히나 좋아하는 초콜릿을 사서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스튜디오를 찾았다.
이제 곧 오늘의 마지막 씬이 촬영된다는 로드 매니저의 연락을 받아서, 나는 거의 뛰다시피 복도를 걸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그녀는 박송이와 함께 나란히 간이의자에 앉아 대본을 살피고 있었다.
언제 저렇게 친해진 건지.
촬영이 겹치는 날이면 계속 저리 붙어 있다고 한다.
난 그쪽을 향해 일직선으로 걸었고, 대본을 향하던 박송이의 시선이 문득 내게로 닿았다.
잠깐의 놀람, 그리고 피식 웃는 표정, 이내 고개를 젓기까지 한다.
‘..뭔가 불안한데?’
나는 박송이의 반응에 발걸음을 더욱 빨리 했다.
입안에 침이 마르는 느낌.
그 와중에도 나는 채희의 모습에 새삼 감탄이 흘러나왔다.
재벌집 딸을 연기해서 그런지, 이 영화를 촬영할 때면 늘 저렇게 우아하고 화려했다.
실제 가격은 헉, 소리 나올 정도로 비싸지만 겉으로는 별로 값비싸 보이지도 않는 드레스와 악세서리.
치렁치렁하지도 않고 블링블링하지도 않지만 왠지 채희가 하고 있으니 무척이나 화려하게만 보였다.
명품이 이렇게까지 잘 어울리는 배우가 또 있을까?
아, 생각해보니 명품뿐만이 아니구나. 그냥 뭐든 다 잘 살리고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오케이. 저걸로 칭찬해야겠다.’
그녀의 옆에 조용히 기립하니, 대본을 향하던 채희의 고개가 내게로 옮겨졌다.
나는 채희가 반응하기 전에 활짝 웃으며 초콜릿을 내밀었다.
“채희야, 오늘도 진짜 예쁘다. 새삼 감탄했잖아. 명품 걸쳤는데 오히려 네가 명품을 빛내주는 느낌까지 든다니까? 역시 일본에서 청바지 품절시킨 핏 어디 안 가지.”
초콜릿을 슬쩍 쳐다보고, 다시 나를 쳐다보고.
눈이 샐쭉해지고 입술이 삐죽이며 튀어나온다.
그래도 칭찬과 초콜릿이 효과는 있었던 모양인지, 아니면 회식 때 송하연이 했던 말 때문인지, 그녀는 나를 투명인간 취급까지는 하지 않았다.
“누구세요? 저 아세요? 팬이신가?”
모른 척을 하긴 했지만.
옆에 있던 박송이가 키득거리며 거들었다.
“채희야, 사인 하나 해드려. 저기요,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효험 다 된 부적 씨?”
원래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나는 찌릿,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쪽은 누구신데 채희한테 반말이에요? 아, 매니저신가?”
그녀의 눈이 가늘어지자 묘한 승리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때, 채희가 내 손에 쥐어져 있던 초콜릿을 가져갔다.
입술은 여전히 삐죽 튀어나와 있었지만.
나는 그녀의 옆에 쭈그리고 앉아 말을 건넸다.
“이제 혼자서도 잘할 거 아니까 그런 거야. 알지? 예전이었으면 누가 나더러 퇴근하라고 해도 절대 안 하고 계속 옆에 붙어있었을걸?”
“···그것 때문에 짐짝 안 되려고 열심히 노력해서 극복했는데, 이렇게까지 버림받을 줄은 몰랐네요. 분명히 소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던 것 같은데.”
씬을 앞두고 있었기에 초콜릿을 만지작거리면서도 먹지는 않는다.
나는 그녀의 목소리와 행동에서 그녀가 화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저 투정을 부리고 싶을 뿐.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소홀은 무슨. 그건 신경도 쓰지 않는 거고, 나는 작업실에 있으면서도 계속 신경 쓰였다니까? 마음이 편했던 적이 없어요. 그래서 계속 연락했잖아.”
“연락만 했잖아요.”
“최대한 빨리 끝내려고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이게 최대한 빨리 끝난 거라고요? 전에는 뚝딱 만들더니만! 난 아주 세월아 네월아 풍류 즐기면서 만드는 줄 알았어요.”
“그때 만든 방법이랑 지금 만든 방법이 좀 달라서 그래.”
“누가 보면 아주 천재 프로듀선 줄 알겠네요.”
“하연 씨가 이렇게까지 하는 거 보면 천재 맞지 뭘.”
계속해서 능글맞게 웃으며 너스레를 떠니, 결국 그녀의 입에서도 작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박송이의 입에서는 헛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나와 채희를 번갈아 바라보며 굉장히 어이가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왜 그래요, 시라송이 씨?”
“···!”
그녀의 표정을 유쾌하게 바라보는데, 촬영 시작하겠다는 조감독님의 목소리가 현장에 울렸다.
조감독님 나이스 타이밍.
“···두고 봐요.”
“무섭네요, 다른 분도 아니고 시라송이 씨가 그런 말씀을 하시니까.”
“이분이 진짜!”
***
그 뒤로 일주일간.
나는 채희만 담당하는 것처럼 옆에 꼭 붙어다녔다.
픽업할 때부터 집에 데려다줄 때까지.
덕분에 그녀는 속에 있던 일말의 서운함마저 씻은듯이 사라진 것처럼, 다시 생기발랄한 모습을 되찾았다.
“현지 씨 음원 발매까지 이제 이틀 남았죠? 예능 같은 건 안 해요? 원래 홍보 차원에서 미리 녹화하고 그러던데.”
길지도 짧지도 않았던 영화 촬영이 모두 끝나고 크랭크업 회식 자리로 가는 길.
채희는 촬영이 끝나는 게 시원섭섭한지 별에별 말들을 다 내뱉었고, 이제는 현지에게까지 화제가 옮겨졌다.
“어. 예능 나간다고 꼭 좋은 건 아니잖아. 양날의 검이지.”
이번 곡에 대한 확신이 있는데 굳이 익숙하지 않은 예능에 나갈 이유가 없다.
편집에 따라 비호감이 될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논란이 터질 수도 있으니, 예능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물론 이것도 상황에 따라, 프로그램에 따라 다르긴 하나, 그래도 기세 좋은 신인은 더욱더 조심해야 한다.
더구나, 현지가 예능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캐릭터도 아니고.
“음. 저는 영화 홍보 때문에 예능 많이 나갈 거라면서요.”
“너는 다르지. 제작사에서도 아주 간곡히 부탁했잖아. 최대한 많이 나가게 해달라고.”
“왜요? 현지 씨는 막 요조숙녀 같고, 저는 막 뭐 짱구 같고 그래요?”
“오! 잘 아네?”
“···오빠 싸움 잘해요?”
채희가 예능과 잘 맞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영진 감독의 영화 때문이기도 했다.
같은 시기, 같은 장르의 영화.
제작사에서도 영화 자체만 놓고 봤을 때 자신감은 있었지만, 홍보를 하고 안 하고의 차이는 극적으로 나타나곤 하니까.
우리는 쉬지 않고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회식 장소에 도착했고, 거기엔 이미 술판이 벌어져 있었다.
“매니저님!”
“매니저님 빨리 오세요!”
나를 반기는 조수연 작가와 제작사 대표.
이어서 도착한 구선학 감독과 다른 주연 배우들.
나는 그들 덕분에 술을 아주 끊임없이 먹어야 했다.
이따 로드 매니저도 오기로 했으니 운전 핑계도 못 댔거든.
이렇게 술을 퍼먹으면서도 나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고 노력하며 그들의 말을 한마디도 흘려듣지 않고 경청했다.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하는데 고주망태가 돼서 다 잊으면 안 되잖아?
하여간, 고맙다는 말을 어찌나 그리 많이들 하는지.
술과 안주보다 그들의 진심이 내 속을 더 꽉꽉 채우는 느낌이었다.
“어우! 술냄새!”
차에 타자마자 코를 막으며 힐책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채희.
광란과도 같았던 회식이 얼추 마무리되어갈 즈음, 나와 채희는 함께 빠져나왔다.
다들 고삐가 풀려서 먹고 죽자는 듯 마셔대는 바람에, 거기 계속 있다가는 정말 혈관에 피 대신 술이 흐르게 될지도 몰랐다.
“괜찮아요?”
“아니, 죽겠어.”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주는 대로 족족 받아먹으래요? 거절도 좀 하고 그러지. 어휴···.”
감사 인사도 그런데 거기에 더불어 승진 축하 인사까지 하며 술을 주니 안 먹을 수가 있냐고.
나중에 가서는 그냥 술을 먹이기 위한 핑계처럼 변질되기도 했지만 그땐 이미 늦었고.
“오빠, 공원에서 술 좀 깨고 가요. 같이 있어줄게요.”
“너네 집 앞에 있는 거기? 아냐, 괜찮아. 들어가서 바로 자면 돼.”
“그냥 하라는 대로 해요, 좀. 남들이 술 먹으라 할 땐 말만 잘 듣더니, 오빠는 꼭 내 말만 안 듣더라.”
아무래도 로드 매니저는 채희의 말을 아주 잘 따르는 모양이다.
결국 공원 앞에서 차가 멈추자, 나는 그녀를 따라 차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로드 매니저에게 퇴근하라 한 뒤, 그녀와 함께 천천히 공원을 거닐기 시작했다.
“어때요? 좀 낫죠?”
탁 트인 어둑어둑한 공원.
어둡기도 하고 사람들과 거리가 있어서인지, 누구도 채희를 알아보지 못했다.
“막상 바람 쐬니까 좋네.”
“그쵸? 역시 앉아만 있으면 술이 안 깬다니까요?”
우리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며 느긋하게 걸었고.
채희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말했다.
“저요. 조금 쉬는 시간 가지려고요.”
“···어?”
“세 작품 연달아서 했잖아요. 그리고 연기 바뀐 것도 조금씩 피로가 쌓이긴 하더라고요.”
크게 놀랄 뻔했다가, 이어지는 말에 가슴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하긴 제대로 쉰 적이 거의 없긴 하지.’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고, 바로 웹드라마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게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지상파 드라마에 들어갔고,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는 곧바로 이 영화에 들어갔다.
분량이 없던 것도 아니고, 주연 아니면 주연급 조연을 소화했으니 피로가 쌓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옅은 미소를 띤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열심히 일하느라 수고 많았다. 이제 좀 쉬어. 홍보 일정 말고는 개봉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자.”
“그렇다고 광고까지 빼는 건 아니죠? 그건 할 수 있어요.”
피식 웃자 그녀도 따라서 피식 웃었다.
그런데 스케줄 얘기를 하니까 문득 그녀의 팬 카페에 올라와 있던 글이 떠올랐다.
“그럼 이참에 팬미팅도 한 번 할래?”
“팬···미팅···이요?”
그녀의 눈이 순식간에 흥미로 잔뜩 물들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대신하자, 그녀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개봉한 다음에 하는 거 어때요? 그래야 팬분들이 더 많이 오실 테니까···.”
내 입에서 실소가 절로 새어 나왔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당장 열어도 팬분들 어마어마하게 많이 오실 것 같은데. 너도 팬 카페 수시로 들락거리면서 인기 잘 모르는 척하는 거 아니지? 요즘엔 그런 건 겸손하게 보이는 게 아니라 가식으로 비쳐져. 예능이나 시상식에서 그러면 시청자들 눈살 찌푸려진다?”
“그런 게 아니고요! 좀 더 좋은 모습 보여준 다음에 만나고 싶어서 그런 거거든요!?”
“뻥 치네. 내 말 때문에 태도 바꾼 거지?”
“진짜 어이없어.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참 희한하다.
얘 눈에서 애틋함이 흘러나오고, 내 눈에서도 그러고 있을 텐데.
우리의 입은 쉬지 않고 티격태격하기만 한다.
'얘랑 있으면 이런 게 또 재밌지.'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걷고 있자니, 이제 술이 깨는 건 물론이고 아까 먹은 음식까지 다 소화되는 느낌이다.
'슬슬 들어가 봐야겠네.'
나는 채희에게 말했다.
"이제 들어가면 되겠다. 술도 다 깼고."
로드 매니저도 차를 가지고 퇴근했으니 택시라도 타야겠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니 이미 버스나 지하철도 다 끊겼을 시간이니까.
"그럼 그럴까요?"
우린 또 공원에서 또 채희의 집까지 걸었고.
채희는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오빠, 고마워요."
"뭐가."
"일주일 동안 저 달래주셨잖아요. 고생 많았어요. 다음부터는 좀 덜 노력하셔도 돼요. 사실 그때 초콜릿 줬을 때 이미 풀렸었거든요."
난 픽, 웃으며 말했다.
"애도 아니고, 초콜릿 준다고 바로 풀려?"
"몰라요. 기분 좋아지는 걸 어떡해."
자기가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는지 킥킥 웃는다.
"아무튼 저 이제 들어갈게요. 오빠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래. 푹 쉬어."
손을 흔들며 집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보고 나는 몸을 돌렸다.
그런데 참 신기하지.
그동안 켜켜이 쌓였던 피로가 왠지 싹 가신 느낌이다.
그 연예인에 그 매니저인 모양이다.
애도 아닌데.
< 크랭크업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