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낙하산이 천재매니저였다고-61화 (61/170)

< 술주정이 정확히 어땠는데? >

유현지의 음악방송 1위.

이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ㅋㅋㅋㅋㅋㅋ유현지 운닼ㅋㅋㅋ

-유현지 1위 대박!!!ㅋㅋㅋ 곡 진심 너무 좋아.

-현지 우는 거 왜 이렇게 애기 같냐ㅋㅋㅋ 너무 귀여워 진짜

가뜩이나 빠른 속도로 올라가던 인기에, 송하연이 라이브 방송에서 부른 노래가 유튜브에 편집되어 올라갔다.

송하연의 팬들과 현지의 팬들이 모두 영상을 시청하며 조회수가 올라갔고, 그 와중에 ‘뮤직 아메리카노’에서 보인 세 개의 무대 또한 모두 화제가 되었다.

현재 라이벌인데도 불구하고 샴페인 노바를 커버했다는 것 때문에, 그리고 송하연의 노래를 커버하며 대중들에게 가장 관심을 끌기 쉬운 보컬 실력을 어필했다는 것 때문에.

마지막으로, 데뷔곡의 라이브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라서.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마지막 화룡점정만을 앞두고 있었다.

‘대중들한테 이름 알리기엔 주말 예능이 최고지.’

인기 주말 예능이자 관찰 예능, <비하인드>.

이 방송으로 대중들한테 그녀의 얼굴과 이름을 더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현재 샴페인 노바의 숙소 주차장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제작진이 부르면 바로 올라가기 위해서.

이미 아까 샴페인 노바의 박수현과 통화하는 장면도 따놓은 상태였다.

“어디야? 바빠? 혹시 지금 여기로 올 수 있어?” 뭐, 이런 것들.

나는 미리 정해진 대본을 훑어봤다.

대본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그냥 가이드 같은 것들이다.

MC가 없고 신인들만 있으니 이런 것들은 우리에게 더욱더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처음엔 샴페인 노바 멤버들이 해준 요리를 맛보고, 함께 디저트를 먹으며 연습생 시절 얘기와 이후의 얘기를 한다.

그리곤 밖으로 나와, 다 함께 YU엔터 연습실에 가서 연습을 한다.

적혀 있는 건 이렇게 짧았지만 미팅과 전화를 통해 보다 상세한 것들을 전달받았다.

연습을 할 때, 서로의 무대를 보여주고, 랜덤 플레이 댄스도 해보고, 연습생이었을 때 있었던 얘기들을 말하는 등 여러 가지를 제시해주기도 했다.

‘저쪽 입장에서는 진짜 아깝겠네.’

사실 이런 건 자기 멤버들끼리 해도 충분한데, 제작진들은 프로그램의 화제성과 시청률을 위해 현재 음악방송 1위 라이벌을 붙여놓고자 한 것이다.

연습생 생활을 같이 했다는 명분이 있기도 하니까.

“오빠, 저 진짜 편하게 하면 돼요?”

조수석에 앉은 현지가 묻는다.

그녀의 손에도 대본이 들려 있었다.

마치 채희를 보는 듯, 그 대본에도 빼곡하게 글자들이 적혀 있어서 익숙함과 낯섦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래. 아무도 너한테 웃긴 거 안 바래. 채희도 예능 잘하는 거 아닌데 편하게 해서 오히려 화제 됐었잖아.”

‘짝꿍끼리’를 말하는 것이다.

그건 내가 화제가 되기도 했지.

아무튼, 제작진들은 그저 과거와 현재의 얘기를 하며 그림을 만들기를 바라고 있을 뿐, 그녀들에게 웃기는 걸 바라는 게 아니다.

“예능이라고 뭐 특별하게 생각할 거 없어. 라디오에서 했던 것처럼만 해도 충분해.”

그녀는 이번이 첫 번째 예능 출연.

크게 화제가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를 위해 너무 의욕적으로 하는 건 별로 좋지 않다.

현지가 너무 주인공이 되려고 애를 쓰면 시청자들이 되려 안 좋게 볼 수도 있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지금 이 녹화분의 주인공은 엄연히 샴페인 노바잖아?

‘어쩌다가 주인공처럼 되면 모를까.’

그녀가 첫 예능을 앞두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 마음은 지극히 편안하기만 했다.

채희가 예능을 할 때는 혹여라도 말실수를 할까 봐 마음 졸이며 지켜봤었는데, 현지는 편집이 되면 됐지, 실수할 애는 아니거든.

“이 프로로 화제 얻으면 좋은데, 너무 그러려고 노력하지는 마.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너무 인위적이거나 자극적으로 하면서 방송 분량 챙길 필요 없다는 거야. 역효과 날 수도 있거든.”

내 눈을 빤히 바라보며 경청하는 게 보인다.

나는 그녀의 1위 수상소감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었다.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서요. 그분들의 기대랑 걱정을 같이 받다 보면, 기분이 너무 좋아져요. 긴장이 안 되고 오히려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아닌 척, 귀담아듣고 실천하는 중이다.

기대, 그리고 걱정.

내가 늘 하던 것들을 지금도 되풀이한다.

이렇게 하는 게 그녀의 기분을 좋게 만들고 자신감을 북돋아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

나는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을 보며 만족했다.

똑똑.

차창을 살짝 두드리는 스태프.

이젠 올라갈 시간이 됐나 보다.

“올라가자.”

“네.”

스태프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우리.

내가 함께 있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

“무리하지 마.”

“네, 고마워요.”

***

방송국에서 정한 대본의 흐름에 맞춰서 얘기하고 있는 거지만, 유현지와 샴페인 노바의 멤버들은 이게 스케줄이 아니라는 착각이 들 만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숙소에서 그녀들이 만든 음식을 먹으며 웃고 떠들고, 디저트를 먹으며 다시 웃고 떠들고.

연습실에 와서도 서로 무대를 보여준 뒤에 다시 웃고 떠들고를 반복했다.

정말 수다로 시작해서 수다로 끝나가는 녹화.

유현지는 이번이 첫 예능이었는데, 만약 모든 예능이 이런 식이라면 본격적으로 예능을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지 언니 진짜 많이 늘었다. 무대 봤을 때도 그랬는데, 이렇게 보니까 더 잘 보이는 것 같아요.”

막내 이민지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이미 랜덤 플레이 댄스까지 했으니, 도저히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지야. 혼자 활동하면 막 외롭거나 심심하지는 않아?”

연습실에 동그랗게 모여 앉아 있는 그녀들.

박수현이 정말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만약 외롭거나 심심하다고 하면 자주 연락해야겠다는 마음이 표정과 목소리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는데.

유현지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아뇨. 안 외로워요.”

“정말?”

“네.”

왜냐하면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유현지는 이 말을 속으로 삼켰다.

자신이 매니저를 언급하면, 걱정하여 질문해준 그녀가 뭐가 되겠는가.

같이 일하는 스텝들을 생각하지 않는다며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었다.

말을 조심해야 했다.

편한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카메라는 돌아가고 있었으니까.

박수현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최소윤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했다.

“대단하네. 난 이제 멤버들 없이 활동하는 건 상상도 못 하겠는데.”

유현지는 고개를 주억거리고 속으로 동의했다.

자신 역시 마찬가지였으니까.

막내 이민지는 낮게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저는 사실 처음엔 데뷔한다는 게 좋긴 했었는데, 언니들이랑 계속 같이 붙어있게 되니까 좀 불편하긴 했었어요. 갑자기 어느 순간 확 풀려버려서 다행이지.”

“맞아, 맞아. 나도 그랬어. 그때였잖아. 수연 언니가 술주정 부린 날.”

“야! 그걸 왜 말해!”

“하하하! 진짜 처음 봤을 땐 ‘뭐지?’ 싶었는데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안 나왔어.”

“그러니까요! 진짜 최고였어요. 하하!”

그녀들이 한순간에 부쩍 친해지게 된 계기에 대해 말하고 있었는데.

아무런 공감을 할 수 없어 가만히 있는 유현지를 발견한 막내는 아차! 하며 사과했다.

“언니. 죄송해요. 전 이렇게 저만 모르는 얘기할 때 엄청 서운하던데. 갑자기 생각이 나가지고-”

말이 이어지는 도중이었다.

다른 멤버들도 모두 아차,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유현지는 막내의 말을 뚝 자르면서 득달같이 입을 열었다.

“아냐. 계속 해도 돼. 더 듣고 싶어. 술주정이 정확히 어땠는데?”

“어···.”

“말해주면 안 돼?”

“아뇨, 뭐. 그냥 간단했어요. 저 언니가 애교를 부리더라고요. 진짜 완전 혀 짧아져가지고. 어떻게 했냐면요-”

“야아아아! 안 돼! 멈춰!”

***

녹화는 열 시간 가까이 이어졌는데, 그건 우리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였다.

샴페인 노바는 숙소에 돌아가서도 카메라가 촬영하고 있을 테고, 덕분에 마음 편히 쉬지는 못하겠지.

물론, 인기예능인 데다가 그게 곧 분량이니, 이를 절대 불편해하지는 않겠지만.

“오늘 현지 어땠습니까? 괜찮았나요?”

나는 현장을 정리하는 조연출에게 가서 물었고, 그는 넉살 좋게 웃으게 대답했다.

“전체적으로 잘 나온 것 같아요. 아직 숙소 촬영분은 체크 안 해봐서 모르겠는데 일단 출연자들끼리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숙소 나와서는 뭐··· 버릴 분량이 거의 안 보이는 것 같던데요?”

다행이다. 온 사방이 카메라에 잡히기 때문에 어떻게 촬영을 하고 있는지 지켜볼 수 없었는데, 이런 말을 들으니 가슴에 얹은 돌을 빼낸 것처럼 마음이 가벼워졌다.

조연출은 내게 대답을 해준 뒤, 다시 현장 정리를 이어갔고.

샴페인 노바가 떠나간 자리에 홀로 우두커니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현지에게 다가갔다.

“피디님이 그러시는데, 방송 잘 나올 거래. 칭찬 엄청 많이 하시더라.”

“그래요? 다행이다.”

“촬영은 재밌었어?”

현지는 내 말에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바로 답했다.

“네. 너무 재밌었어요.”

조연출도 그렇고 현지도 그렇고 모두 만족스러워하니, 벌써부터 방송이 애타게 기다려졌다.

이거 이러다가 양쪽 다 한번에 슈퍼스타 되는 거 아냐?

아니, 거기까진 너무 나갔다.

소소하게 스타 정도로만 하자.

그게 딱 좋겠네.

“수고 많았어. 이제 들어가자.”

그때였다.

“오빠.”

“응?”

“혹시 지금 바로 집에 들어가세요?”

‘왜?’라고 대답하려 할 때였다.

지이잉- 핸드폰이 진동하며 메시지가 도착했다.

[집에 언제쯤 와? 기다리지 말까?]

아버지로부터 온 메시지였다.

아무래도 집에서 또 뭔가 시키실 일이 있나 보다.

난 ‘이제 들어가요.’라고 적은 뒤, 막 전송을 하려다가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현지에게 물었다.

“왜? 무슨 일 있어?”

그녀는 멈춘 내 손가락을 잠시 바라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뇨. 들어가면 푹 쉬시라고 말하려 했어요. 오늘 고생 많으셨으니까요.”

난 피식, 웃었다.

가만히 있었는데 고생은 무슨.

오히려 얘가 수고가 많았지.

“이제 들어가자.”

“네.”

***

새벽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아버지는 내게 ‘잘하고 왔냐’는 말을 하면서, 동시에 내 앞으로 시나리오를 내밀으셨다.

이것만 봐도 얼마나 나를 기다리고 계셨는지 알 수 있었다.

얼마 전과 똑같은 장면이었지만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아버지의 표정.

저번엔 아리송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계신다.

“음. 이거 한 번 봐줄 수 있냐?”

피곤하긴 한데 일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안 할 수도 없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시나리오를 받았다.

“알았어요.”

“한 번 봐줘. 이거 강팀장이 고른 건데 내 눈엔 영 별로라서.”

원래였으면 아버지 선이나 아니면 본부장님 선에서 쳐냈을 텐데, 그래도 나한테 한 번 확인받고 싶으신 모양이다.

아무래도 성호 삼촌이 우리 회사로 옮긴 뒤에 들어가는 첫 작품이라서 그런지, 되도록이면 확실한 작품을 고르고 싶으신 것 같다.

“듣기로는 성호 삼촌이 하고 싶은 거 고른다고 하셨던 것 같았는데. 아니었어요?”

“그건 흥행 어떻게 될지 몰랐을 때 얘기고. 최소한 중박은 돼야 그놈도 체면이 살지.”

중박 정도만 보장되면 그중에서 하고 싶은 걸 고르겠다는 것.

다른 배우들에 비하면 정말 탑스타다운 선택 방식이었다.

아마, 내가 아니었으면 쪽박을 쳐서 노선을 바꿨을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방 안에 시나리오를 갖고 들어갔고.

얼마 후, 거실로 나왔다.

“어때?”

아버지의 눈이 서서히 찌푸려졌다.

내 표정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에.

“그 정도로 별로야?”

나는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이건 대한민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망작이 될 거예요. 대체 1팀에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 성호 삼촌이라고 뭐 다 살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전에 갖고 왔던 시나리오가 양반이다.

거, 사람들 좀 하던 대로 하지.

성호 삼촌이 무슨 마법사도 아니고.

“아버지, 그냥 1차로 추려서 저 주세요. 제가 그중에서 몇 개 골라볼게요.”

답답함으로 일그러졌던 아버지의 표정에 아주 서서히, 광명이 비쳤다.

마치.

‘이 방법을 그동안 왜 안 썼던 거지?’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이거 실수한 건가?

***

일본에서의 인기.

우리는 조금씩 체감을 하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관련 자료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으니까.

거의 신드롬이라지?

그래서 우리는 예정에 있던 회의에 들어갔다.

홍보팀, 그리고 우리 매니지먼트3팀, 거기에 본부장님까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선 건 홍보팀의 장부장님이었다.

그는 입에서 침을 튀길 정도로 열기를 띠우며 PT를 발표했다.

드라마는 어제 완결이 났고, 모든 채널을 통틀어 최근 2년간의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으며, SNS와 넷상에서의 화제성은 감히 비교할 것 없는 독보적인 1위라고.

그는 마치 자신이 채희를 키운 것처럼 당당했고, 목소리에 힘이 넘치고 있었다.

그 발표를 들으며 우리 3팀은 어깨가 점점 펴졌고, 목에도 살짝 힘이 들어갔다.

나도 그러고 싶지 않은데 이게 어쩔 수가 없다.

자부심이 느껴지고 자랑스러운 걸 어떡해?

장부장님은 계속 발표를 이어갔다.

지금 들어오고 있는 일본의 스케줄 제의들과 그 예상 효과.

광고, 예능, 화보, 굿즈를 비롯한 캐릭터 산업 등, 제작사와의 협의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까지 축약적으로 예상한 발표였다.

본부장님은 그 발표가 끝나자 우리 3팀에게 물었다.

“영화 스케줄은 얼마나 조정할 수 있지?”

이에 윤팀장님이 대답했다.

“지금 절반쯤 촬영했는데, 촬영 속도가 빨라서 2주 전에만 미리 얘기해두면 하루이틀 정도는 뺄 수 있습니다. 그 뒤에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홍보팀과는 달리 애매하게 답변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었다.

현장엔 늘 변수가 있기도 하고, 스케줄 같은 경우엔 조율하며 협의를 해야 하는 부분이니까.

본부장님도 이를 알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그 플랜을 말해보라는 거다.

그리고 그건 내가 말할 부분이었다.

내가 담당이니까.

아직 로드 매니저에 불과하다며 뒤로 빠져 있을 만한 계제는 아니지, 내가.

“현재 정채희 배우는 빠른 속도로 그 실력이 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집중해야 할 시기에 다른 곳에 눈을 돌리게 되면 피로감이 쌓이고 집중도 낮아져, 안 좋은 영향이 갈 수도 있습니다. 영화에 집중하겠다는 기존의 방향을 고수할 경우엔, 일본에서 들어온 물을 놓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영화가 개봉하면 다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오히려 우리가 지금 놓치는 물까지 더해 더 큰 물이 들어올 수도 있다.

신비주의까지는 아니지만 이미지 소모가 없을 테니까.

내 말에 홍보팀 장부장님의 표정이 살짝 찌푸려졌다.

본부장님은 물으셨다.

“그럼 지금 이대로 가는 게 최선일 거라고?”

아직 내 말은 다 끝나지 않았다.

“아닙니다. 다만, 제의가 들어오는 것들 중에 일부만, 극히 일부만 추려서 스케줄을 진행하는 게 최선일 듯합니다. 나중에 개봉할 영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갈 거고, 이미지 소모도 거의 없을 테니까요.”

장부장님이 불쑥 물어왔다.

“그럼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겁니까?”

“광고 두 개 정도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얼굴은 자주 보일 수 있는데 이미지 소모는 최소화할 수 있고, 임팩트는 임팩트 대로 챙길 수 있을 테니까요.”

돈도 그렇지.

두 개만 찍을 거라고 하면 저쪽에서 제시하는 개런티도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테니까.

“채희가 직접 스케줄을 하는 것들만 말씀드린 거고, 스케줄이 필요하지 않는 그 외의 것들은 얼마든지 해도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굿즈나 제작사 협의로 진행되는 것들은 괜찮지.

내가 말한 것들을 두고, 회의는 더욱 활발하게 이어졌다.

윤팀장님과 한실장님, 그리고 홍보팀은 모두 본부장님 앞이라고 하여 말을 아끼지는 않았다.

다들 각자의 의견을 가감없이 말했고, 그건 본부장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회의는 2차도 필요없이 이 자리에서 결론이 내려졌다.

청바지와 맥주, 이 두 개의 광고만 취하기로.

< 술주정이 정확히 어땠는데?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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