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낙하산이 천재매니저였다고-50화 (50/170)

< 말단 직원이 알고 보니 대표님 아들!(1) >

유현지의 안무를 보고 집으로 돌아와서, 정수기로 물을 받아 마시고 있었는데.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계시던 아버지는 툭 던지듯이 내게 말을 건넸다.

“한울아, 너 이제 슬슬 밝히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뭘요?”

“네가 내 아들인 거.”

갑자기?

나는 물컵을 싱크대 옆에 두고는 아버지께 다가갔다.

과연 진심인가 하고.

그런데 아버지의 얼굴을 보니 장난을 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진심으로 궁금해져 물었다.

“왜요? 처음엔 질서 해칠 수 있다면서 들키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인사팀 직원도 엄중하게 경고의 말을 했었고, 나 또한 그 일리 있는 말에 동의했었다.

물론 행동을 그렇게 조심했다고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땐 네가 이렇게 능력 있는 줄 몰랐지. 미리 알았으면 이렇게 안 했을 텐데.”

아쉽다 말하는 아버지의 표정은 어째선지 기뻐 보이기만 했다.

나는 이어지는 아버지의 말을 귀기울여 들었다.

“지금이야 네가 보여준 능력들이 있어서 그렇지, 좀 더 시간 지나면 돌이킬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겠어서 그래. 결과적으로 다 잘 되긴 했는데, 어쨌건 나랑 김본부장 통해서 한 일들이 있잖아. 이게 또 쌓이고 쌓이면 나중에는 직원들이 안 좋게 생각할 수도 있어.”

“나중에요?”

“그래. 승진하거나 하면.”

승진.

그래, 내가 지금은 로드 매니저이지만, 승진을 하고 나중에 아버지의 아들인 게 밝혀진다면 내 능력과 내가 이뤘던 업적들이 모두 아버지가 대표인 덕분이라고 덮어씌워지며 빛이 바래질 수도 있겠다.

“지금도 뒤에서 잘한 것들이 많은데, 사람들은 다 모르잖아. 앞으론 당당하게 하는 게 네 업적 쌓기에도 좋아. 지금에 와서 네가 사실은 이랬었다 저랬었다 하면 사람들이 믿겠어?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당연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들은 것만 믿고, 믿고 싶은 것만 믿곤 하니까.

아무리 밑바닥인 로드 매니저로 들어갔어도, 지금 또한 나는 유현지와 정채희를 동시에 맡고 있다.

일반적인 로드가 아니라는 것.

지금은 모두 유현지가 어떻게 실력이 늘었는지, 나와 그녀가 어떻게 유대감을 쌓았는지 소문이 퍼져 있어서 다들 그런가 보다 하지만, 과연 내가 아버지의 아들이란 게 밝혀져도 그럴까?

이런 소리 저런 소리 나오기 시작할 수도 있다.

물론 아닐 수도 있는데, 비관적으로 생각하자면 그렇다는 거다.

‘이제 와서 질서 운운하기도 그렇지.’

이미 가능성 높은 아티스트 두 명을 로드가 맡고 있는데.

내가 저어했던 것은 그저 우리 팀의 분위기가 어색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오로지 그것 하나.

다른 것들은 애초에 내가 그리 신경 쓰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이제, 아버지의 말을 들어보니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더 관계가 이상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내가 보기에 그럴 사람들이 아니긴 했으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자면 내가 그동안 속여왔다며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일말의 서운함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뒷통수 맞았다며 얼얼한 배신감을 느낄 만한 짓은 하지 않았지 않은가.

지금은 그렇다는 거다. 나중엔 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지.

“저도 그렇게 하는 게 괜찮을 것 같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의 말대로 업적을 앞에서 대놓고 쌓는 게, 승진하는 데 있어서도 더 좋지.

이러쿵저러쿵 말도 없을 테고.

실장이 되면 여러 가지로 권한이 늘어나니까 나도 편하고 좋다.

“그런데 어떻게 알려요? 그냥 제 입이나 아버지 입으로 말하는 건 좀 그렇지 않아요?”

‘짜잔! 사실은 제가 대표님 아들이었습니다!’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고, 아버지가 3팀에 찾아와서 ‘허허! 이놈이 제 아들놈입니다!’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다.

“그렇다고 너무 급할 건 없으니까 그건 차차 생각하면 되지. 일단 임원들한테만 넌지시 말해놓을게.”

그런 간단한 방법이 있었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시간 지나면 알아서 소문 퍼지겠네요.”

“뭐 그럴 수도 있고.”

“아무튼 알겠어요.”

정채희를 뽑은 것과 웹드라마, 드라마, 영화를 고른 것.

유현지와 계약하자고 한 것과, 데뷔 싱글의 컨셉과 방향을 짠 것.

이번 구선학 감독과 조수연 작가의 영화에 캐스팅 보드를 짜낸 것.

지금 뒤에서 남모르게 한 것들은 이것들이 전부다.

이왕 밝히는 거 이것들 또한 밝혀지면 좋겠지만 그건 아무도 안 믿을 것 같으니.

나는 이 정도쯤은 그냥 없던 일로 치기로 했다.

어차피 아버지와 김본부장님은 알고 있기도 하거니와, 앞으로도 나는 이런 일이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성공가도를 달릴 생각이었으니까.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생각했었다.

설마 이걸 직원들이 다 믿게 되는 날이 올 줄은 몰랐지.

***

항상 ‘대배우’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중견 배우, 이성호.

그는 잘생기지는 않았으나 친근감이 있었고,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가진 독보적인 연기력으로 국민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런 그가 예전 자신이 신인 시절부터 몇 년간 몸담았던 기획사를 다시 찾아왔다.

운전석에서 내리며 감회에 젖은 얼굴로 씨익 미소 짓는다.

“이야, 으리으리하네. 옛날엔 코딱지 만한 사무실에서 고생고생했었는데.”

이성호는 HJ엔터테인먼트의 사옥을 찬찬히 훑어봤다.

물론 정말로 으리으리하기 때문에 감탄을 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직전의 회사도 이것보다는 더 화려했고, 이성호라면 업계 최고의 기획사들이 돈보따리를 바리바리 싸들고 줄을 설 만큼 명실상부 최고의 탑스타였으니까.

다만, 그는 먼 과거와 비교하고 있는 것이었다.

좋은 말로도 잘나간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었던 자신이 함께 고생했던 과거의 사무실과 말이다.

이성호는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이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입구에 채 가기도 전에, 헛바람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한 식구가 될 사람들이겠지.

이성호는 그 직원과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는 거칠 것 없다는 듯한 걸음걸이로 사옥 안으로 들어갔다.

***

나는 오늘 채희를 픽업해서 회사에 함께 왔다.

한실장님과 윤팀장님도 채희의 연기를 봐야 했으니까.

우리는 보여주기에 앞서 자신감이 철철 넘쳐 흘렀고, 한실장님과 윤팀장님도 걱정 한 점 없는 얼굴로 채희의 연기를 지켜봤다.

연기가 다 끝난 후에는 역시 엄지를 추켜세우며 칭찬과 덕담으로 웃음꽃을 피웠다.

뭐 특별한 일은 아니었지만 인정을 받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

에너지가 재충전되는 듯했다.

“이제 가자.”

“네? 설마 집에 가자고요? 저 오늘 꾸미고 나왔는데 딱 연기만 보여주고 다시 들어가자는 말은 아니죠?”

그녀는 자신의 차림을 보라는 듯 손으로 위아래를 훑으며 말했다.

“집에 있을 때보다는 깔끔하긴 한데 꾸몄다고 하기에는 좀 부족하지 않아?”

“···.”

그 심연처럼 깊은 눈동자와 마주한 나는 재빨리 입을 다시 놀렸다.

“얼굴도 거의 쌩얼이고, 옷도 평범하잖아. 네가 이쁘고 옷빨이 잘 받아서 그렇지, 냉정하게 말하면 별로 안 꾸민 거 맞아.”

“아! 일리가 있네요? 그래도 이쁘지 않아요?”

“이쁘다니까? 근데 넌 안 꾸며도 이쁜 건 마찬가지잖아.”

그녀는 기분이 좋은지 실실 웃으며 말했다.

“오빠, 카페 갈래요? 이대로 바로 집 들어가기에는 좀 아까운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도돌이표였지만 이번에는 고개를 흔쾌히 끄덕였다.

그래, 오늘 좋은 말도 잔뜩 들었으니 더 기분 내면 좋지.

“알았어, 그럼 카페나 가자.“

우리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어쩐지 회사가 좀 어수선한 느낌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다 한쪽으로 쏠려 있고.

나도, 그리고 채희도 그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 그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때마침,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 사람과 나의 눈이 딱 마주쳤다.

“···!”

“헉! 오빠! 이, 이, 이성호 선배님이에요! 이성호 선배님!”

어버버하며 호들갑을 떠는 채희.

이성호를 발견하고는 우리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발걸음을 멈췄다.

난데없이 이성호가 회사에 등장했으니 그럴 수밖에.

그런데.

이성호 또한 걸음걸이가 조금씩 느릿해졌다.

물론 시선은 내게 고정한 채로.

‘설마.’

그러다가 아예 발걸음을 멈춘다.

내 얼굴을 자세히 보려고 하는 건지, 이젠 눈을 가늘게 뜨고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설마.’

꿀꺽.

내 시야에만 해도 직원들이 한가득.

또한 그들의 집중도는 최상이었다.

나는 이성호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옆으로 돌렸는데.

그게 패착이 되고 말았다.

긴가민가하는 그에게 오히려 얼굴을 입체적으로 보여준 셈이니.

“어!? 너 한울이냐? 너 한울이 맞지?”

누가 대배우 아니랄까 봐, 바위같이 단단한 발성으로 내 이름을 부르신다.

쩌렁쩌렁, 모두가 또렷하게 들리게끔.

손가락으로 내 얼굴을 가리키며, 굉장히 반가운 목소리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는 확신을 얻었는지 내게 다가오며 말을 이었다.

“야, 인마! 너 등치만 컸지 얼굴은 하나도 안 변했다? 너 삼촌 기억하지? 맨날 너희 아부지랑 집에서 술 먹었잖아!”

나는 슬쩍 눈동자를 휙 하고 돌렸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주위가 어떤지 알 수 있었다.

채희는 고개를 완전히 내 쪽으로 꺾어서 눈이 빠질 것처럼 커다랗게 뜨고 있었고.

직원들은 벙찐 얼굴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마치 영화를 보듯이 말이다.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온 성호 삼촌.

어차피 이제 와서 발뺌을 해봤자 씨알도 안 먹히는 상황이다.

내 입에서는 허탈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이게 이렇게 밝혀지네?’

원래 밝히려고 하긴 했는데, 이런 식으로 밝혀지게 될 줄은 몰랐다.

이건 뭐, 꽁꽁 숨기려다가 들킨 격이 됐다.

“오랜만이에요, 삼촌.”

“크하하하! 한울아! 너 진짜 쪼끄만했는데 완전 남자 다 됐구만! 군대는 다녀왔냐? 회사엔 아부지 보러 온 거야?”

“삼촌이야말로 여긴 어쩐 일이세요?”

“너희 아부지가··· 어! 저기 있네. 박대표! 한울이 아주 훤칠하게 잘 키웠어! 오늘 도장 찍고 같이 술이나 한잔 하게. 아, 근데 한울아. 너 일은 하냐?”

나는 잔뜩 당황해하고 있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고는 왠지 웃음이 나왔다.

이젠 뭐, 될 대로 되라지.

“여기가 제 직장이에요.”

***

[배우 이성호, 13년만에 다시 HJ의 품으로!]

[이성호. 송하연, 정채희와 한솥밥. 앞으로 그의 행보는?]

[이성호 새 회사와 오늘 도장 찍었다! 충무로는 벌써부터 시끌벅적.]

기사가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HJ엔터테인먼트 안에서도 여러 가지 말들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화장실을 가도, 휴게실을 가도, 옥상을 가도, 주차장에 가도, 그리고 어느 사무실에서나 모두 같은 화제로 떠들썩했다.

“대표 아들인데 왜 로드로 낙하산을 꽂아?”

“그럴 수 있지. 경험만 좀 쌓게 하고 바로 올리려고. 걔 지금 봐라. 정채희랑 유현지 다 걔가 맡았잖아.”

“아, 그러네. 와, 진짜 세상 불공평해.”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다른 직원이 콧방귀를 뀌며 끼어들었다.

“그게 뭔 소리야. 유현지는 아예 걔가 데려왔을걸? 그때 신인개발팀이 유현지한테 들이댔다가 까였었잖아. 그 다음부터 박한울이 유현지 계속 키운 거고. 계산을 해봐. 시나리오 딱 나오지. 처음부터 박한울이 아버지한테 유현지 키우고 싶다고 말했던 거야. 아무도 주목 안 했을 때부터 옆에 딱 붙어있었잖아. 그게 무슨 뜻이었겠냐고.”

그들의 대화를 못마땅하게 지켜보던 다른 직원들 또한 조금씩 말을 거들었다.

“그게 다 능력이라는 거지. 정채희나 유현지나 다 발전하는 속도 못 봤어? 트레이너들도 호평이 그냥 자자했었잖아. 다 알면서 그건 왜 빼고 말하냐고.”

“그리고 정채희는 박한울 매니저 없으면 연기 잘 안 된다는 것도 조금 알려졌었고요. 다들 쉬쉬하고 있어서 그렇지. 오디션 때는 완전히 얼어붙어서 아무것도 못 했었대요.”

“아! 맞아! 그것도 있습니다. 저 그때 오디션 같이 진행했었는데 그때 박한울 매니저가 정채희 울면서 나갈 때 담배 피러 나간다고 했었거든요. 근데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전 또 다음날에 담당 됐다길래 그냥 우연인 줄 알고 좀 놀라고 말았었는데.”

한 번 나오니까 끝이 없었다.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을 한 번 더 되짚어보고, 다른 이들은 모르고 있던 사실을 이것저것 꺼내보고.

막혀 있던 둑이 터진 것처럼 이야기가 술술 나왔다.

“송하연도 앨범 만드는 거 도와달라고 했었잖아요. 그리고 이번 유현지 싱글 작업한 거 있잖아요. A&R팀 말 들어보니까 송하연이 직접 그런 식으로 말했었대요. 박한울 매니저가 시키는 대로 만들었다고.”

“으음. 생각해보니까 본부장님도 요즘 좀 이상했지? 박한울 들어오기 전이랑 일하는 방식이 좀 달라졌잖아. 정채희 웹드라마랑 드라마도 그렇고 다 본부장님이 직접 골라준 거라며. 원랜 그런 식으로 안 하시잖아.”

“어!? 맞네요? 지금도 정채희 말고는 그렇게 안 하잖아요. 다 밑에서 회의하고 몇 개 간추리면 본부장님이랑 같이 회의해서 작품 결정하는데. 정채희만 그래요! 그래서 다 3팀 복받았다고 부럽다 했었잖아요!”

말단 직원이 알고 보니 대표님 아들!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 직원으로서 흥미가 크게 갈 수밖에 없는 화제였다.

그렇게 한두 번 모양을 맞추기 시작하니, 다들 신나게 입을 놀리며 이것저것 살을 붙여나갔다.

“유현지 싱글! 그거 회의 때, A&R팀이 발표한 다음에 바로 3팀장님이 나가서 발표했잖아요! 그땐 그냥 3팀이랑 박한울 완전 복터졌다고 하고 말았는데··· 다들 본부장님이 그렇게 하시는 거 본 적 없잖아요! 그것도 사실 그 박한울 작품 아니에요!?”

“맞네! 맞아! 다른 때는 다 똑같은데 박한울이 담당하는 아티스트한테만 달라지는 게 말이 돼? 박한울이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 봐도, 밀어준 게 아니라 그냥 박한울이 다 짰던 거네. 월권이라서 못 밝혔던 거고.”

물론 질투하는 말도 나오지 않을 리 없었다.

“월권 자체가 문제죠. 아무리 박한울이 직접 짠 거라고 해도 그대로 해준다는 자체가 특혜고.”

허나, 그 질투는 바싹 마른 낙엽처럼 손쉽게 바스라졌다.

“이 바닥에 그런 게 어딨어? 결과 좋으면 장땡이지.”

“그리고 본부장님 몰라서 그래? 효율과 합리. 이거 좋다고 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해?”

“아니··· 뭐, 말이 그렇다는 거죠.”

“쯧쯧.”

신인개발팀, A&R팀, 매니지먼트팀 등 모든 부서가 다 이 화제로 난리였으니, 각자가 가진 정보를 취합하는 것만으로도 퍼즐 맞추듯이 딱딱 사실이 맞춰져갔다.

마치 숨겨진 사실을 밝혀냈다는 것처럼, 사람들은 그 취합된 정보들을 이곳에서 말하고 저곳에서 말하며 쉬지 않고 떠들어대기 바빴다.

그 앞뒤가 딱 들어맞는 정보들을 들으며, 1팀의 최실장은 짙은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나름의 계획을 세우며 부푼 꿈을 안고 있었는데.

그것이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대표 아들을 어떻게 품어?”

게다가, 그가 가진 능력은 정말 쉬이 믿기 힘들 만큼 대단했다.

앞뒤가 맞지 않았다면, 박한울이 평소에 보여준 게 없었다면, 정채희의 성공과 유현지의 변화를 직접 보지 못했다면 모를까.

다들 그가 가진 일각을 목격했고, 자신 역시 그의 재능을 눈여겨보며 탐내고 있었기 때문에 믿지 않는 건 믿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후우-”

담배를 피며 고심하던 최실장은, 세웠던 계획을 조금 수정하기로 했다.

그를 밑에 품고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김본부장님처럼, 그의 줄을 타고 2인자가 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이게 더 나을지도 모르지.”

뱀 대가리가 아닌 용의 오른팔.

박한울, 그가 지금의 폼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연예계를 정복하는 것도 꿈은 아닐 테니까.

< 말단 직원이 알고 보니 대표님 아들!(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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