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낙하산이 천재매니저였다고-35화 (35/170)

< 저 진짜 다 맞힐 수 있어요! >

촬영을 모두 끝마쳤을 땐 이미 4회가 방영된 상태.

우리의 시청률은 조금씩 높아졌고, 이젠 거기에 힘입어 채희가 찍은 웹드라마의 조회수 또한 멈춤없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었다.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의 성공이 전작의 더 큰 성공으로 이어지다니.

이건 꽤 흔치 않은 일이었다.

덕분일까.

박송이, 윤성준, 김기혁과 함께 드라마 홍보를 겸한 예능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상태였었는데, 채희 개인에게도 출연 제의가 많이 들어왔다.

한실장님은 말했다.

“단체로 출연하는 예능은 다른 쪽이랑도 상의해야 하니까 그건 신경 쓰지 말고, 일단 채희 개인 예능 나갈 거 없나 생각 좀 하고 있어봐. 혹시 듣고 괜찮을 거 같으면 한 번 찔러나 볼 테니까.”

아직 난 로드 매니저.

내 권한은 딱 여기까지였다.

게다가 나는 예능 같은 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주의이기도 하고.

사실 내 안목이 전혀 쓸모가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무튼, 그래서 너 나갈 만한 예능 찾아야 돼. 혹시 어떤 게 좋을 것 같아? 너 요리할 줄은 모른댔지?”

채희에게 묻자, 채희는 의기소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요리도 못하고, 토크쇼 나가서 빵빵 터뜨릴 말재간도 없고, 그렇다고 버라이어티에서 활약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고.

대체 어딜 나가야 돼?

난 혹시나 해서 물었다.

이것만 되면 선택지는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으니까.

“너 혹시 춤이나 노래는 잘해?”

의기소침해져 있던 그녀의 얼굴에 한순간에 번뜩 빛이 났다.

“아! 저 노래 잘해요!”

“오, 진짜?”

다행이다. 잘한다 한들 가수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듣기 좋으면 그만이다.

일단 비주얼이 받쳐주기도 하니까 TV에선 잘 먹히겠지.

우리는 곧바로 소회의실에서 나가 연습실로 향했다.

작은 보컬 연습실.

연기용 연습실은 따로 없으니, 이곳이 바로 우리가 매일 연기를 연습하던 곳이었다.

“무반주로 해볼래? 그게 더 확실한데.”

“아뇨, 그냥 MR 틀고 하면 안 돼요?”

하긴 가수도 아닌데 무반주로 하기엔 좀 그렇겠지.

박자를 정확히 못 맞힐 수도 있고, 음정도 잘 못 잡을 수도 있고.

나는 채희에게 많은 걸 바라지 않았다.

그저 반주에 맞춰 부르는 걸, 비주얼을 보며 편하게 감상할 수 있을 정도.

“곡은 뭘로 할래?”

“저 ‘보라빛 향기’ 부를게요.”

나이에 맞지 않는 선곡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에서 새로 리메이크되어 나온 곡이기도 하니까.

나는 그 청순의 대명사인 곡의 반주를 틀었고, 그녀를 기대 어린 마음으로 지켜봤다.

반주가 흘러나오며 몸을 살랑살랑 튕기는 채희.

노래 부르는 게 민망한 지 살짝 수줍어하며 짓는 미소까지 완벽하다.

참, 이 모습을 예능에서 찍었어야 했는데.

지금이라도 확 핸드폰으로 찍어?

고민하고 있을 때, 이미 노래는 시작되었다.

“그대 모습은~”

아.

“보라빛처럼~”

아아.

“살며시 다가왔지~”

입이 살며시 벌어졌다.

지금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엉망진창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럼 잘한다고 하질 말든가.

아니면 저렇게 노래 부르면서 음악을 즐기지를 말든가.

‘···진짜 어처구니가 없네.’

반주가 나올 때까지는 아주 완벽했었는데, 목소리가 나오자마자 확 깨져버렸다.

“길을 걷다~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 중에~ 그대 나에게!”

음이 다 올라가지도 않는다.

아니, 사실 바라지도 않았다.

박자도 안 맞고 음도 다 진도 9.0으로 흔들리는데 고음은 무슨.

근데 더 열 받는 건.

“어때요?”

노래가 다 끝나고, 감상을 물어보는 저 표정.

노래를 이렇게 불러놓고 기대를 하고 있었다.

대체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길 바라는 거지?

‘한 번 맞춰줘 봐?’

진짜 내게 장난을 친 거였는지, 아니면 정말 자기 실력을 모르는 건지.

개인적으론 전자였으면 했다.

“진짜 잘한다. 선곡도 외모랑 찰떡이야.”

몸을 배배 꼬며 좋아하고 있다.

“다음엔 직접 OST 불러도 괜찮을 것 같은데? 왜 진작 말 안 했어?”

“에이. 그래도 전 배우니까.”

계속 좋아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전자였으면 하는 내 바람은 어긋나고야 말았다.

얘는 앞으로 평생 노래 부르는 예능은 출연 금지다.

절대 고쳐질 리가 없어.

***

“하하하! 그렇게 못했어?”

“네, 정말 최악이었어요.”

한실장님이 큭큭 웃으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여전히 셔츠 밖으로 존재감을 표출하고 있는 퉁퉁한 뱃살이 어느새 좀 더 그 크기를 키웠다.

이러다가 저 셔츠는 앞으로 더 이상 못 보게 될 수도.

“그럼 개인 예능은 됐어. 전에 웹드라마 끝나고 나갔을 때도 별로 활약한 것도 없었잖아. 배우는 연기만 잘하면 장땡이야.”

“그건 그렇죠.”

“출연진들이랑 같이 예능 하나 나가기로 했어. 버라이어티.”

버라이어티.

그래, 이게 훨씬 낫겠다.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한실장님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씨익 웃는다.

뭐지?

“그거 알지? ‘짝꿍끼리’.”

MBS 인기 예능 프로그램

<짝꿍끼리>

모를 리가 없지.

요즘 가장 핫한 프로그램인데.

“채희 거기 나가는 거예요?”

“그래.”

사실 영화나 드라마를 찍는 것보다 거기 한 번 나가는 게 전국적 인지도를 쌓기에 훨씬 수월하다.

아무래도 남녀노소가 다 재미있게, 그리고 간편하게 볼 수 있으니까.

“거기서 잘만 하면 드라마 시청률 더 높일 수 있겠네요.”

내 말에 한실장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짙게 말려 올라간 입꼬리가 살짝 이상한 느낌이 들게 했지만, 뭐 좋으셔서 그런 거겠지.

***

촬영날은 생각보다 일찍 잡혀 있었다.

원래 예능이 이런 건 아닐 텐데, 아무래도 같은 방송사의 드라마를 홍보하기 위함이다 보니 내가 모르는 어떠한 조정이 있었던 것 같다.

드라마가 좋은 기류를 타고 있으니, 최대한 빨리 방송이 되면 우리야 좋지.

우리는 새벽 5시부터 샵에 들렀다 나왔고, 며칠 전까지 캐릭터에 맞췄던 메이크업과는 달리 채희는 지금 온전히 자신의 외모에 맞춘 메이크업을 받은 상태였다.

캐릭터에 맞췄던 것도 빛이 났었지만 지금은 더욱 찬란하게 빛이 난다.

함께 샵에 있던 여자 아이돌들이 채희의 얼굴을 힐끔힐끔 쳐다볼 정도로.

“오빠, 저 배고파요.”

“그래, 빨리 가자. 대기실에서 도시락 먹는 것까지 촬영한다고 하니까. 일찍 오면 일찍 오는 대로 먹는대.”

대기실이 대기실이 아닌 상태가 되겠지만, 그래도 채희 같은 신인은 방송에 1초라도 더 나가는 게 좋다.

특정 연령대에서 핫한 것도 좋지만 전국민적 인지도를 쌓는 것 또한 매우 중요했으니까.

우리는 곧바로 샵에서 빠져나와 방송국이 있는 일산서구 탄현으로 향했고, 바로 대기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아직은 대기실에 설치된 카메라가 켜지지 않은 상태.

우리가 도착했다는 것을 알리니, 그제서야 작가와 함께 다른 스태프가 들어오며 카메라를 켰다.

“채희 씨는 그냥 편하게 드시면 돼요. 방송엔 얼마 안 나갈 테니까 그렇게 집중할 필요는 없고, 밥 드시고 편히 쉬세요. 카메라도 여기랑 여기만 설치할 거라서 이쪽은 카메라에 안 잡혀요. 그거 참고해주시고-“

한실장님과 나, 그리고 채희가 함께 작가의 말을 경청하고 있을 때.

“매니저님 계세요?”

다른 작가 한 분이 대기실로 들어오셔서 매니저를 찾았다.

“한울아, 갔다 와.”

“네.”

가라면 가야지.

나는 문 앞에 선 작가 앞으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몇 개 말씀드릴 게 있어서요. 여기는 촬영해야 하니까 좀 그렇고, 이쪽으로 오시죠.”

불과 몇 걸음 걷지도 않았다.

그냥 문짝에 이름표가 붙지 않은 옆옆 대기실.

당장은 쓸 예정이 없는 대기실인 듯했고, 정말 별거 아닌 얘기를 할 모양인지 도시락 두 개를 꺼내며 내 앞과 자신 앞에 두고 말했다.

“매니저님도 배고프실 텐데 드시면서 해요. 괜찮죠?”

괜찮다마다.

나도 무지하게 배고팠던 참이었다.

샵에만 가면 왜 그렇게 배가 고픈지.

아무것도 할 게 없어서 더 그런 듯했다.

“매니저님은 채희 씨 맡으신 지 얼마나 됐어요?”

잡채를 후루룩 빨아들이며 묻는 작가.

나 또한 떡갈비를 베어 물며 답했다.

“아직 반 년도 안 됐어요. 거의 매니저 시작하자마자 채희 맡은 거나 다름없고요.”

“아, 듣기론 채희 씨한테도 첫 매니저라는데.”

“네, 맞아요.”

나한테 말해줄 게 뭔데 이렇게 빙빙 돌지?

본론을 말하기 전 서론이 제법 길게 이어지는 것 같다.

아직 촬영 시간까지 여유가 있고 채희도 촬영을 하고 있을 테니 상관없긴 하지만.

“아, 그럼 둘이 각별하겠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각별하죠. 처음 맡아서 그런 게 아니라 애가 워낙 착하고 순수하거든요.”

“그래요? 그럼 서로에 대해서도 잘 알겠네요. 채희 씨도 매니저님에 대해서 잘 알아요?”

“잘 알죠. 채희가 스스로도 모르는 걸 제가 알듯이, 채희도 그럴 거예요. 붙어있는 시간도 많고 대화도 많이 하니까요.”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된장국을 퍼먹는 작가의 눈매가 진한 호선을 그렸다.

“어휴. 그럼 엄청 친한가 보다. 투정이나 짜증 같은 거 부린 적은 없어요? 친구끼리 그러듯이.”

잘못 말했다가는 채희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퍼질 수도 있으니, 조심해서 말해야겠다.

다른 사람은 다 믿어도 기자랑 방송국 사람은 믿는 게 아니라고 들었으니까.

“있기야 하죠. 그런데 그게 재밌어서 제가 더 자극할 때도 있어요. 투정이나 짜증이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뭐라 해야 할까. 서로 의지하고 믿는 느낌?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덜 친한 사람한테는 오해하거나 기분 상해할까 봐 신경 써서 말하는데, 정말 친한 사람들끼리는 감정 상할 걱정 자체를 안 하는 거. 그렇다고 서로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도 아니라서 편하게 지내고 있어요.”

“하하. 전 오해 안 하니까 그렇게 길게 풀이 안 하셔도 돼요.”

우리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 이런 비스무리한 대화를 더 나눴다.

그리고 다 먹은 뒤에야 작가는 본론을 꺼냈다.

“채희 씨 긴장하지 않게 잘 다독여주시고요. 기존 출연진들이 리액션 잘 해줄 테니까 편히 하라고 해주세요. 그리고 같이 출연하는 배우 분들 얘기도 중간에 좀 곁들이면 더 좋고요.”

···이 팀은 정말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가나 보다.

이런 건 아까 거기서 말했으면 됐잖아?

아니면 그냥 농땡이 치고 싶어서 날 이용한 건가?

그렇다고 핀잔을 줄 수도 없고.

나는 그냥 형식적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대기실로 돌아갔다.

***

“저 잘할 수 있겠죠?”

“그래, 잘할 수 있으니까 자신감 가져.”

말은 이렇게 했지만 별 기대는 하지 않는다.

이게 첫 예능도 아니고, 이미 예능에서 날아다닐 만한 역량이 없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때 채희가 가진 위치와 지금 갖고 있는 위치가 좀 달라졌으니, 대우는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알맹이는 변하지 않았다.

저 프로 예능인들이 알아서 잘해주겠지.

채희는 그들이 이끄는 대로 열심히 따라주기만 하면 분량은 알아서 잘 뽑혀 나올 것이다.

“채희 씨, 이제 곧 들어갈 거예요.”

“네!”

작가의 말에 채희가 깊게 심호흡을 했다.

지금 저쪽에선 고정 출연자들이 한창 분위기를 달구고 있었고, 이제 곧 채희를 비롯한 게스트들이 입장할 시간이었다.

<짝꿍끼리>의 녹화는 보통 팀대항전으로 진행된다.

고정출연자 8명이서 팀을 나눠 녹화하거나, 게스트 몇 명까지 껴 팀을 이룬다.

오늘은 박송이, 윤성준, 김기혁, 채희까지 총 12명이라 세 명씩 4팀으로 나눠서 진행하기로 했다.

“지금 들어가세요!”

작가의 말에 곧바로 입장한 채희에게, 출연진들은 온갖 리액션을 다 하며 경쟁이라도 하듯 소리쳤다.

“정채희다! 나 정채희랑 팀! 아무도 건들지 마!”

“나야! 채희 씨! 드라마 잘 보고 있어요! 저 진짜 팬! 리얼 팬!”

“다 나와, 이 자식들아! 채희 씨! 저랑 팀 할 거죠!?”

그 격렬한 환영에 채희의 얼굴에서도 웃음꽃이 번졌다.

“와··· 진짜 이쁘시다.”

“뭐야! 엄청 이뻐!”

“여신이야···?”

아무튼 오프닝은 그렇게 대중들이 익숙한 방식대로 뻔하되 재밌게 흘러갔고, 팀 또한 나눠졌다.

게스트 한 명당 고정 출연자 두 명씩.

채희는 팀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며 열의를 다지고 있었고, 다른 게스트들도 팀이 된 출연진들과 함께 열심히 해보자는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젠 앞으로 어떻게 촬영할지에 대해 말해줘야 할 타이밍.

역시나, 메인 피디가 입을 열어 설명해줬다.

“자, 이제 팀이 나눠졌으니까 도전과제를 각 팀당 하나씩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당연히 과제는 다 다르고요. 저희가 문제를 내드릴 텐데 더 많이 맞춘 팀에게 우선 선택권이 주어집니다.”

익숙한 PD의 목소리.

그동안 TV를 통해 목소리로만 들어와서 그런지 얼굴을 함께 보니까 뭔가 어색하기도 했다.

아무튼 팀끼리 도전과제로 경쟁해야 하는데, 그 과제를 선택하는 것 또한 경쟁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것.

이러한 전형적인 버라이어티의 방식은 시청자들에게 익숙하기도 하고, 잘 통하며, 분량을 많이 뽑아낼 수가 있었다.

그런데.

분명 전형적이어야 했을진데.

오늘은 뭔가 살짝 다른 듯했다.

이어지는 피디의 말.

“저희가 오늘 게스트들의 각 매니저랑 작가가 대화하는 걸 몰래 촬영했는데요. 작가의 질문에 매니저가 어떻게 대답했는지 팀원들끼리 상의해서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단! 다른 팀은 맞힐 수 없고, 그 매니저의 아티스트가 있는 팀만 맞힐 수 있습니다. 점수 합산해서 순위대로 도전 과제 고를 거예요.”

피디가 담담하게 룰을 설명했지만, 나는 담담하게 들을 수가 없었다.

뭐? 몰래 촬영했다고?

나? 아니면 한실장님?

출연자들의 시선이 전부 이쪽으로 쏠렸다.

“어···?”

내 주위에는 나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세 명이 더 있었고.

한실장님은 나를 보며 씨익 웃음 짓고 있었다.

‘···알고 있었구나.’

아까 작가와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스쳤다.

말을 조심했기 때문에 문제될 만한 발언을 하지 않은 건 확실한데.

한실장님이 저리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니, 설령 문제될 발언을 했다고 해도 거를 만한 건 거르기로 미리 약속되어 있었나 보다.

뭔가 얄미운데?

어쩐지 담배 피면서 말씀하실 때 입꼬리가 이상한 게 좀 신경 쓰이긴 했어.

진짜 주위가 온통 적으로 둘러싸였구나.

역시 믿을 사람은 채희밖에 없다.

나는 채희를 바라봤고, 채희 또한 나를 바라봤다.

그런데 저 자신만만한 표정은 뭐지?

채희는 같은 팀원들한테 말했다.

“저 진짜 다 맞힐 수 있어요! 우리 만점이에요!”

채희의 말에 내 고개가 갸웃 기울어졌다.

나도 내가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데.

뭐, 지켜보면 알겠지.

신인이라서 그런지, 채희의 팀이 첫 번째 순서로 나서야 했다.

모두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채희와 팀원 둘은 앞쪽에 놓인 TV를 바라봤다.

노트북과 연결되어 있어서 그런지 마우스 포인트까지 보인다.

화면에는, 내가 대체 왜 카메라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내 얼굴이 대문짝 만하게 나와 있었다.

거 참 몰래 찍을 거면 각도라도 신경 써주지, 아래에서 찍는 건 어느 나라 예절이야?

내가 속으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을 때.

영상이 재생되며 소리가 흘러나왔다.

-매니저님은 채희 씨 맡으신 지 얼마나 됐어요?

-아직 반 년도 안 됐어요. 거의 매니저 시작하자마자 채희 맡은 거나 다름없고요.

커다란 TV엔 우악스럽게 떡갈비를 베어 물며 말하는 내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빌어먹을!

-아, 듣기론 채희 씨한테도 첫 매니저라는데.

-네, 맞아요.

-아, 그럼 둘이 각별하겠네요?

화면 속 내가 딱 입을 열려고 할 때, 영상이 멈췄고.

피디는 말했다.

“질문입니다. 여기서 매니저는 뭐라고 답했을까요?”

씨익 미소 짓는 채희.

팀원들은 그 표정을 보곤 기대 어린 얼굴이 되었다.

“정답!”

“네, 말씀해주세요.”

모두의 눈이 채희에게 집중되었고, 채희는 정답이 뻔하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입을 열었다.

“각별은 무슨 각별이요. 그냥 하다 보니까 하는 거지.”

< 저 진짜 다 맞힐 수 있어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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