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62 신예의 각성 =========================
아구라의 허무한 죽음으로서 모잔타르국에서의 반란세력은 완전히 와해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한국으로서는 테러에 대한 복수를 끝낸 것이지만 상당히 허무하게 끝난 상황이었다. 결과를 보자면 승리지만 실제 전투결과는 한국군은 아무것도 한 게 없었던 것이다.
이번일로 인해 신예에 대해 재조명되고 있는 상태였다. 2급 몬스터급 힘으로 추정되는 적의 수괴를 한순간 없애버렸기 때문에 이번에 새롭게 들어난 힘에 대해서 관심이 집중된 상태였다.
어쨌든 전쟁이 끝난 것이기에 한국군은 모잔타르국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어떠한 목적 없이 타국에 군대를 오래 주둔시킬 수 없었기에 서둘러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물론 압둘라 국왕은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국제적 시선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왔을 때와 같이 수송기편으로 돌아가는 한국군과 신예들이었는데, 현재 신예는 자신을 손을 펼쳤다. 말았다를 반복하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스스스..
신예의 손바닥으로 시작된 기이한 기운은 연신 회오리치듯 움직였다. 어느새 블랙홀과 같은 형태로 변화하는 기운의 모습이었는데, 이를 바라보는 세희와 보일, 코지로의 시선은 참으로 걱정이 서려 있었다. 저것을 사용하고 신예가 이상해져 보였던 것이다.
“저기 신예야.”
“응?”
자신을 부르는 세희의 목소리에 그제야 손바닥에서 시선을 땐 신예가 무슨 일이냐는 얼굴이 되었다. 이를 보며 세희는 걱정된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 괜찮은 거야?”
“이거? 괜찮아. 내가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걸.”
“조금.. 위험해 보여서 그래.”
세희는 본능적으로 신예의 손바닥에 회오리치는 무색의 기운이 위험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이제껏 한 번도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저걸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한편 이런 세희의 말을 들은 신예는 얼른 손을 움켜잡고는 손바닥에 서린 기운을 흩트려 버렸다.
“자. 이제 괜찮지.”
“응..”
대답을 하는 세희였는데, 어째서인지 표정이 풀리지 않았다. 이런 세희의 표정에 신예는 내심 이해는 되었다. 자신을 걱정해서 그런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신예는 전혀 걱정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얻은 힘이었다. 이 힘만 있으면 더 이상 사람을 구하지 못해 슬퍼할 일은 없을 거였다. 신예는 걱정 말라는 듯 세희에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걱정 마. 어째서 갑자기 이런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째서인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어. 그저 본래의 자리로 돌아왔다는 느낌이랄까.”
가슴에 손을 얹으며 말하는 이런 신예의 모습에 세희를 비롯해서 모두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만 신예가 괜찮다고 하니 우선은 두고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신예를 걱정하는 친구들의 모습과 함께 수송기는 한국으로 향해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 * *
서울. 신우네 저택.
-어떻게 생각해?-
“음..”
신우는 팔짱을 낀 상태로 타노가 보여주는 딸의 모습을 보았다. 드래곤을 닮은 거대한 생명체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한순간에 상대방을 소멸시키는 모습이었다. 누가 봐도 위험천만한 모습이라 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역시 내 딸이야.”
상당히 뿌듯하다고 말하는 신우의 말에 타노는 역시 신우 너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내 논점에서 벗어난 문제에 대해서 말해야 했다.
-그런 것 보다는 신예가 사용하는 힘 말이야. 오래 전에 신예가 여기에 태어나지 않았을 그때 사용하던 힘과 닮지 않았어?
“흠.. 그러고 보니 그러네?”
-더욱이 전에 장기하님이 말한 소멸의 존재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뭔가 연관된 게 분명할 거야.-
타노의 말을 들은 신우가 턱을 만지며 눈을 가늘게 뜨자 타노는 역시 그렇지? 라는 듯 신예의 상태에 대해서 말했다.
-신예는 각성을 한 거야. 예전의 힘을 가진 상태로 말이야. 신예는 이제 더 이상 무능력자가 아니야.-
이런 신예의 말에 대번에 얼굴이 찌푸려진 신우였다. 자꾸 신예에게 일어나는 변화가 신우를 짜증나게 만들었던 것이다.
“자꾸 우리 신예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진짜 짜증나게 하는 군.”
신우는 자꾸 신예에게 이상한 일만 생기는 것 같아 짜증이 났다. 대체 왜 딸에게 이런 일이 생각는 걸까? 내심 영원히 지속되는 평범한 생활은 없는 걸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신우의 상태에 타노는 잠시 망설이다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었다.
-어쩌면..신예는 탄생하는 순간부터 이런 운명들이 정해져 있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솔직히 신예의 탄생은 완전 기적에 가깝잖아. 지금 수아도 아기를 가지고 싶지만 못 가지는 걸 보면 말이야.-
타노의 이런 말에 신우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아기를 가지려 노력했지만 결국 신예 말고 다른 자식을 가질 수 없었다. 임신할 수 없다는 수아를 볼 때마다 신우는 미안해 죽겠다는 마음이 들어야 했었다.
운명이라. 참으로 개 같은 말이었다. 신우가 가장 좋아하지 않은 말이 운명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타노의 말이 맞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제까지 신예를 평범하게 살게 해주겠다는 맹세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결국 운명이라는 말처럼 신예는 평범함과는 동떨어진 생활을 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신우는 이런 운명이라는 것을 부수고 싶었지만 그게 쉽지가 않았다. 자기 자신이라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딸은 달랐던 것이다.
-그나저나 신예 말이야. 기억이 돌아온 게 아닐까?-
“뭐?”
-그렇잖아. 예전에 가지고 있던 힘까지 돌아온 상태야. 기억이 돌아왔다고 해도 이상한 게 아니잖아.-
타노의 말에 신우는 정말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이 돌아왔다면 마지막 순간의 모습도 기억할게 분명했다. 신우는 그런 사실에 조금 걱정이 되었다.
“기억이 돌아온 거라면 뭐라고 말해야 할까?”
-뭐가 걱정이야? 그냥 따듯하게만 맞이해 주라고. 그게 부모잖아.-
이런 타노의 말에 신우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래. 뭐라고 말해야 하던 부모로서 자식을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게 좋은 것이다. 신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심 심통난 표정을 지으며 타노에게 말했다.
“꼭 네가 부모 같다?”
-당연하지! 신예는 내 친구이자. 딸 같은 애나 마찬가지인 걸!-
이런 타노의 말에 신우는 뭐라고 하려다가 이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 예린, 수아도 그렇지만 타노 또한 신예를 계속해서 함께 키워온 존재였다. 신예를 딸 같이 여기는 건 당연할 수 있었다.
-히히히. 드디어 신예가 나도 알아보겠지?-
“당연하지.”
신우는 당연하다고 말했고, 타노 또한 이런 신우의 말에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렸다. 복잡하고 의문이 남는 일이 많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신예를 맞이하는 일이었다. 신우는 물론이고 타노 또한 집으로 찾아올 신예가 기대가 되었다.
* * *
며칠 후.
저녁 6시.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하게 된 신예는 그대로 짐가방을 들고 대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언제나 보는 집이지만 오늘따라 새롭게 느껴지는 신예였다. 신예는 어느새 가까이 다가서는 그대로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잠시 시간이 지났을까. 인터폰을 통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딸? 어서 오렴! 잠시만!]
살짝 떨려보이는 엄마의 목소리였다. 신예는 이런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띠! 순간 잠금장치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신예는 그대로 짐가방을 들고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언제나 보던 넓은 정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시선에 현관문을 열고 나오시는 아빠와 엄마들의 모습이 보였다.
“어서 와라.”
“어서 오렴.”
“잘 왔어.”
세 사람이 하는 말을 듣던 신예는 감개무량한 마음이 들었다. 타노의 예상처럼 신예는 모든 걸 기억하고 있었다. 각성하고 얼마 뒤 점점 예전의 기억을 되찾기 시작했떤 것이다. 물론 오래 전 일은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고 귀중한 시간들이었다. 신예는 어느새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닦으며 다녀왔다고 인사했다.
“다녀왔어. 아빠. 엄마. 작은엄마. 그리고 타노.”
이런 말에 다들 역시 기억을 찾은 거라는 사실에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이런 가운데, 타노는 아주 지랄발광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타노에게 있어서 신예가 자신을 기억하는 게 너무도 좋은 일이었던 것이다.
-야호! 드디어 신예가 날 알아주었다! 우하하하! 신예야! 날 기억하지? 정말 날 기억하는 거지?!-
“응. 기억해. 어렸을때부터 이제까지 날 지켜봐 준 거지? 고마워.”
신예는 정확히 타노를 보고 있었다. 신우의 손목에 차여진 타노의 본체를 말이다. 예전처럼 타노를 정확히 꿰뚫어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타노는 이런 신예에게 감동받을 수밖에 없었다. 타노에게 있어서 이야기를 주고받은 사람은 한정되어 있었다. 이제는 신예로 늘어난 것이다.
-응! 응! 내가 얼마나 안전하게 지켜줬는데, 편하게 신호등도 바꿔주고 위험한 차량이 있으면 미리 비켜가게 했다고!-
아. 그래서 그랬구나. 신예는 그제야 그동안 자꾸 자신이 설 때마다 파란색으로 바뀌는 신호등이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러는 한편 조금은 미심쩍다는 표정이 되었다. 지켜본다는 게 다른 의미도 있었던 것이다.
“혹시 그동안 나 옷 갈아입는 거 훔쳐본다거나 한 거 아니지?”
-저. 절대 아니야! 그런 짓 했다가는 네 아빠한테 엄청 혼난단 말이야!-
어째 좀 말을 더듬는 걸 본다면 실제 옷 갈아입는 걸 훔쳐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신예는 의심어린 시선을 타노에게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의심하는 신예를 향해 신우가 천천히 다가왔다. 이런 아빠의 모습에 그제야 타노에 대한 의심을 거두고 아빠를 보게 된 신예였다.
“이제 편하게 떠날 수 있겠구나.”
“떠나? 그게 무슨 말이야? 아빠 어디 떠나?”
“그래. 좀 멀리 가야할 일이 생겼단다.”
“어딜 가는 건데 그래?”
신예는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이제는 모든 걸 알고 있다. 그런데, 멀리 간다는 말은 그저 외국에 간다는 걸로 생각되지 않았다. 한편 이런 신예의 모습에 신우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떤 자가 도움을 구했단다. 그 자는 신예 네가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단다. 난 그 자에게 입은 그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가야 한단다.”
“혹시 위험한 거야?”
걱정이 묻어나는 신예의 말에 신우는 그저 빙긋 웃을 뿐이었다. 장기하 그자가 도움을 구하는 걸 본다면 그 존재는 무척이나 위험할 것이다. 하지만 신우는 자신 있다 못해. 너무도 싸우고 싶었다. 제법 오랜 시간동안 평화롭게 지냈다고 하지만 자신은 전사였던 것이다. 다시 싸움을 시작할 때가 된 것이다.
신예는 이런 웃고 있는 아빠의 모습에서 왠지 위험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엄마하고 작은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두 분 다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돌아올 거라는 신념이 가득한 눈빛이셨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신예는 안심이 들었다. 엄마들이 그렇게 믿고 있다면 자신도 믿으면 되는 것이다. 어느새 신예는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꼭 돌아와. 아니 돌아와.”
절대 돌아올 거라는 의미로 말하는 이런 신예의 말에 신우는 콧김을 불며 당연하지. 라는 얼굴로 말했다.
“당연하지. 내가 누구야.”
“당연히 아빠지.”
“그래. 아빠는 우리 신예를 보고 싶어서라도 꼭 돌아올 거야. 그러니 걱정 말고 기다리고 있으렴.”
“응 그럴게.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대답을 하는 신예는 아빠가 돌아올 거라는 믿음이 서려 있었다. 그때 짝! 하는 소리가 들리며 손뼉을 치고 있는 예린의 모습이 보였다.
“자자 이렇게 밖에 있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서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저녁 먹자고.”
“호호. 그럴까.”
에린에 이어 수아까지 그렇게 말하자 신우와 신예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대로 열려진 현관문을 향해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신우네 가족들은 오랜만에 한 식탁에서 함께 푸짐하게 차려진 저녁을 먹었다.
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어느덧 2개월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신우가 다른 세상으로 가는 날이 빠르게 찾아오게 된 것이다.
============================ 작품 후기 ============================
새로운 글을 한번 써봤습니다. 상당히 잘 써지네요. 오늘 하루만에 3편이나 써지더군요. 그해 비해서 나혼자다는 막막함만이 느껴지네요. 아무래도 완결각을 잡아야 할것 같습니다.. ㅜㅜ 분명 욕하시는 분들이 많겠죠.. 정말 죄송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