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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다-354화 (354/364)

00354 한국의 응징 =========================

사뭇 심각한 표정을 가진 신우가 창밖을 향해 시선을 주고 있었다. 정원 곳곳에 자리한 불빛의 모습을 바라보는 신우는 고민이 있는 것 같았다.

10년이 지난 신우의 외모는 그다지 변하지 않아 보였다. 현재 38살의 나이가 되었는데, 예전의 모습 그대로였던 것이다. 이런 신우의 외모에 주변에서는 말들이 많았다. 나이를 먹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서 신우가 사람이 아닐지 모른다는 소문이 퍼져나갔던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대놓고 말하지 못했다. 나이를 먹지 않아 보이든 말든 신우가 그들에게 있어서 높은 자리에 있는 이라는 건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신우가 가진 권력은 대한민국에서 가히 무소불위였다. 정부를 지배하다시피 하는 단군회는 물론이고 경제를 지배하는 황금 고블린사와 진한그룹이 모두 신우의 편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정치와 경제 모두 신우의 편이기에 이런 신우의 모습에 누구도 말할 수 없었다.

-그 반란군 놈들도 참 멍청하다니까. 신우 널 원하다니 말이야. 뭐 그놈들로서는 어디에 숨어있던 신우 네가 원하면 얼마든지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거겠지.-

타노의 이런 어이없다는 말에도 신우는 그저 심각한 얼굴을 하고 창밖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신우의 기색에 타노는 아직도 마음에 쓰이는 거냐는 목소리로 물어야 했다.

-아직도 신경 쓰이는 거야?-

“그래 신경 쓰여..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괜찮아. 원래 그러는 걸 거야.-

“뭐가 그러는 거냐고! 신예가! 우리 신예가 나한테 화를 냈다고!”

참으로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냐는 얼굴로 소리치는 신우의 모습이었다. 그랬다. 신우가 이제까지 심각한 얼굴로 창문을 주시하고 있던 건 모두 신예가 신우 자신에게 화를 내서였다. 테러? 반란군? 신우에게 아무 신경 쓸 대상이 아니었다. 신우에게 있어서 그런 것보다 신예가 너 중요했던 것이다.

-쯧쯧쯧. 그러게 왜 잔소리를 하냐고. 내가 보기엔 사춘기라고.-

“하지만 치마를 입었다고! 그것도 엄청 짧은!”

당연한 게 아니냐는 신우의 이런 모습에 타노는 이러니 신예에게 세대차이 난다고 듣는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뭔가 심상치 않는 표정으로 집으로 들어온 신예의 모습을 발견한 신우였고, 곧 경악했다. 신예가 짧은 스커트를 입고 집에 들어온 것이다. 당연히 이런 신예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잔소리를 했던 신우였고, 이런 모습에 결국 신예는 폭발하면서 내 마음이야! 아빠는 내 마음을 모르면서! 아빠 싫어! 라고 소리치며 그대로 뛰어가듯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이런 신예였기에 결국 신우는 상당히 우울한 마음을 가져야 했다. 그렇게 자신이 좋다고 하던 어린아이였는데, 이제는 소리까지 지르며 아빠 싫다며 자기 방에 들어가 버리고 나오지 않는 것이다.

-조심 좀 하지 그랬어. 신예도 이제 18살이라고. 이제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라고, 그리고 오늘 일이 있었어. 마음이 안 좋았을 거야.-

“안 좋았던 일이라고? 대체 무슨 일인데?”

-오늘 테러가 일어난 모습을 눈앞에서 봤어. 많은 사람들이 죽었었어.-

“뭐라고?”

신우는 타노의 말에 눈을 떨었다. 그래서 그렇게 예민했던 건가..

“이런. 요즘 신경을 딴 곳에 있으니까. 내가 우리 신예가 그런 사정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네..”

신우는 자책했다. 최근 들어 그렇게 끔찍하게 생각하는 신예를 신경 쓰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씁쓸한 신우의 목소리에 타노가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말했다.

-어쩔 수 없잖아 그곳에도 신경 써야 하니까. 신우 너에게는 시간이 없잖아.-

“........”

타노의 위로에 신우는 깊은 침묵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떤 곳이기에 이러는 것일까? 신우는 물론이고 타노까지 심상치 않는 목소리로 말하는 거라면 뭔가 엄청난 사실이 있는 게 분명했다.

-아. 그리고 오늘 신예의 손목을 잡았던 놈이 있었어. 그리고 음흉한 시선으로 훑기까지 했었어.-

“뭐야!?”

침묵을 유지하던 신우는 타노의 설명에 발끈한 얼굴이 되어버렸다. 감히 신예를 향해 그런 더러운 시선을 보냈단 말이야!? 특히 손목을 잡았다는 사실에 신우는 참을 수 없는 분노심이 피어올랐다.

“당장 데려와! 죽여 버리게!”

눈가에 살기가 가득한 이런 신우의 목소리에 타노는 진정하라는 듯 말했다. 이래서 말하길 망설였었다. 신예의 일이라면 이렇게 물불 안 가리고 일을 진행하니 말이다. 타노는 신우에게 신예를 건드린 사내가 어떻게 되었는지 말해주었다.

-진정해. 상대는 이미 불구상태야. 신예의 머리핀이 더 이상 정상적인 생활을 못할 정도로 공격마법을 사용했어.-

“그래도 불러. 내가 죽일 테니까.”

여전히 눈가에 불똥을 튀는 신우였고, 이런 모습에 타노는 쯧쯧 거리는 혀를 차더니 생각을 해보라는 듯 말했다.

-생각해봐. 이미 이번 일로 신예가 일반인을 상대로 공격했다는 트러블이 발생했어. 그런데, 그런 상대를 죽이면 어떻게 되겠어. 다들 신예 때문에 죽었다고 하지 않겠어? 그리고 신예도 자신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하면 충격 받을 거야.-

“그게. 그렇군.”

뭔가를 더 말하려던 신우는 타노의 말이 모두 맞다는 사실에 결국 죽이는 건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딸에 대한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잊지 않았다.

“신예에게 피해가 없게 해.”

-걱정 마. 법적조치는 물론이고 절대 신예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만들어 둘게.“

타노의 이런 말에 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똑똑. 하는 노크소리가 들렸다. 신우는 이런 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문이 열리며 보이는 얼굴에 반색했다.

“아직도 그러고 있는 거야?”

“아니. 이제 괜찮아.”

“후후훗. 난 아직도 우울해 하고 있는 줄 알았지.”

웃으며 말하며 들어오는 이는 예린이었다. 그녀도 올해 38세가 되었음에도 예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특별히 뭔가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닌데, 그대로인 걸 본다면 그녀도 과거로 정신이 돌아오면서 몸에 변화가 일어난 게 분명했다. 물론 이런 예린의 변화에 맞게 수아 또한 전혀 모습이 변하지 않은 상태였다.

“신예는 어때?”

“내가 가서 이야기 해보니까. 아빠한테 소리 지른 거 많이 미안해하고 있었어”

“그렇지? 역시 우리 딸이라니까.”

상당히 표정이 밝아지는 신우의 모습을 본 예린은 웃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신예와 이야기를 하면서 들었던 내용을 생각해야 했다. 딸은 자신의 품에서 울었다. 테러로 인해 사람이 죽는 걸 눈앞에서 봐야 했고, 그 모습이 너무 슬퍼 운 것이다. 이런 사실을 상기한 예린은 신우에게 그들을 어찌 처리할 것인지 물었다.

“그래서 그들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 널 원한다며? 테러까지 저지른 마당이니 직접 처리 할 생각이야?”

“당연히 없애버려야지. 오늘 당장.”

이런 신우의 말에 신예는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생각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지 마.”

“뭐? 무슨 소리야. 당연히 그런 놈들은 내가 박살내야잖아?”

“신우 네가 하는 일도 지금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잖아. 이런 가벼운 일에는 신경 쓰지 말고 신우 네가 하는 일에만 집중해.”

“고작 그런 놈들을 처리한다고 뭐가 신경 쓰이겠어. 금방 처리하고 오면 돼.”

“아니야. 사실 신예가 그들을 처리하고 싶어해.”

“뭐? 신예가?”

신우는 예린의 말에 깜짝 놀랐다. 설마하니 신예의 입에서 사람을 처리하고 싶다는 말이 나왔다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신우의 모습에 예린은 정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그 테러가 신예에게 많은 충격이었었나 봐. 슬퍼하는 한편으로는 그런 테러범들을 꼭 해치우고 싶다고 말했어.”

“신예가..”

신우는 딸이 그런 마음을 먹었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역시 딸을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게 만드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일까? 신우는 내심 그것만 아니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라는 사실에 누군가를 향한 분노가 생겼다.

이런 화가 난 신우의 모습에 예린은 신우의 손을 살포시 잡아주었다. 여전히 부드러운 예린의 손이었고, 신우는 순간 화가 나던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똑똑. 그때 또 다시 문에 노크소리가 울렸다. 탈칵. 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건 수아였다. 그런 그녀의 손에는 쟁반이 들려있었는데, 이런 쟁반 위에는 3개의 커피 잔이 들려 있었다. 이제 정식으로 함께 한집에서 산지 7년째인 그녀는 상당히 하늘거리는 잠옷을 입고 있었다. 아무래도 집안의 분위기가 이상한 걸 알고는 커피를 준비해 이렇게 방으로 온 모양이었다.

“나만 빼고 무슨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거야?”

“어서 와. 언니.”

예린은 등장한 수아의 모습에 웃으며 인사했고, 신우도 이런 수아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맞이했다. 곧 셋은 커피잔을 나눠 마시기 시작했고, 이런 와중에 예린은 신우와 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수아 또한 이런 이야기에 안타까워하는 표정이 지어졌다.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야?”

수아의 이런 물음에 신우는 고민에 빠졌다. 신우로서는 신예가 싸운다던가 하는 행동을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스스로 원한 거라고 하니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고민하는 신우의 모습에 예린이 이런 신우에게 걱정 말라는 듯 말했다.

“이제 모든 걸 해주려고 하지 말자. 신예도 이제 곧 2년만 있으면 성인이야. 신예도 스스로 선택할 줄 알아야 하잖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신우 너가 계속 모든 걸 해준다면 신예는 언젠가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는 어른이 될 거라고 난 생각해.”

수아까지 그렇게 말하자 신우는 깊은 수심에 잠겨야 했다. 모든 걸 해준다고 맹세한 자신이었다. 그런데, 그게 점점 신예를 망친다고 말하니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제는 정말 자신의 품에서 벗어나야 하는 건가? 이런 사실에 왠지 모를 울적함을 느꼈다. 품안의 자식을 떠나보낸다는 게 부모로서 너무도 슬픈 일이었던 것이다. 그게 험난한 일이라면 더욱 그랬다.

그렇게 울적한 표정이 드러나는 신우의 모습에 예린과 수아는 당장은 무리라는 사실을 알고는 짧은 한숨들을 내쉬며 말했다.

“우리도 언제나 신예가 우리의 품에 있었으면 좋겠어.. 그런데, 요즘 들어서 점점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있어.”

“그래. 비록 신예가 품안에 난 자식이 아니지만 신예를 난 진짜 딸로서 생각해. 그래서 한편으로 이대로 우리의 품에서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그런데, 나도 예린이 말대로 자꾸만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드네..”

예린이나 수아도 절대 신예가 어려운 상황 속에 살아가길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2년만 있으면 어른이 된다고 하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던 것이다.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어른이라니 그녀들의 마음에서는 어느새 신예를 자유롭게 놓아주는 것도 부모로서 도리라는 생각이 들어야 했다.

어느새 긴 침묵으로 가득한 방안의 분위기가 되었다. 확실한 답을 정하지 못한 신우였던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결국 빠르게 정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에 예린이 다른 문제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다.

“이제 얼마 남은 거야?”

이런 예린의 질문에 신우는 표정이 굳어지며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마 몇 달은 안 될 거야. 그때가 되면. 가야지.”

“벌써 그렇게 되었구나.. 시간 빠르네. 그 사람이 갑자기 나타난 게 2년 전이었는데..”

“2년이라. 그렇지..”

신우는 2년 전에 갑자기 자신을 찾아온 기하라는 자를 떠올렸다. 장기하. 자신과 같이 인간인 동시에 신의 영역을 벗어난 절대강자였다. 마법이라는 절대적인 힘은 너무도 강력했고, 세상을 소멸시킬 힘을 가졌다. 물론 자신의 완벽한 진화의 힘이라면 그자와 자웅을 겨룰 수 있었다. 하지만 무승부가 다였다.

한때 그자가 임시로 만든 차원에서 대결을 했지만 차원자체만 붕괴되었을 뿐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둘 모두 무한한 힘을 가졌기에 승패자체가 일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아마 끝까지 간다면 어쩌면 전차원이 사라져야 만이 승부가 나지 않을까? 싶었다.

어쨌든 장기하. 그놈은 과거로 돌아온 전혀 새로운 과거의 자신을 찾아오면서 도움을 구했다. 그렇게 강한 그놈이 자신에게 도움을 구하다니 신우는 뭔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했다.

장기하는 말했다. 자신으로 인해 모든 신들이 사라졌기에 세상이 지워지고 있다고, 신의 후보들이 나타난 이곳과는 다르게 그곳은 뭔가 알 수 없는 아무런 기운도 아무런 형태도 없는 무의 존재가 세상을 완전히 지우려고 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대체 어떤 놈일까? 어떤 놈이기에 장기하 그놈이 버거워 하는 걸까? 신우는 의문이 드는 한편 호기심이 생겼다. 이제껏 제대로 모든 힘을 내며 제대로 싸워본 적은 없었다. 물론 장기하와 싸울 당시에도 풀파워를 냈지만 고작해야 잠깐이었을 뿐이었다. 금방 임시로 만든 차원이 소멸하기 직전까지 갔으니 무승부가 났을 뿐인 것이다. 신우는 모든 것을 지운다는 무의 존재에 강한 호승심을 가졌다. 마음껏 싸우고 싶었던 것이다.

어쨌든 장기하는 제대로 된 준비가 안 되어 잠깐 온 거라며 시간이 없다면서 2년 뒤 찾아오겠다고 말하고 돌아갔다, 신우는 장기하에게 함께 싸우겠다고 승낙했다. 솔직히 그런 존재가 등장한 이유자체가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었고, 자신이 싼 똥은 자신이 치워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다시 기다리는 일이네.. 이제 더 이상 그런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그러게.. 꼭 너가 돌아온다고 생각할 거야.”

예린과 수아의 이런 말에 신우는 당연하지. 라는 얼굴이 되었다. 그가 누가 되었든 자신은 꼭 돌아 올 것이었다.

그렇게 신우는 장기하 그자가 찾아 올 동안 모든 걸 정리할 준비를 서두르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이것으로 완결에 다와가.. 크흠. 아닙니다. 그저 신우가 못나오는 이유를 만들었을 뿐이랍니다. 아직 신예의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인명피해는 대체로 군인들이죠. 워낙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내는 이계의 틈이고, 이능력자가 오기 전에 몬스터와 싸우느라 군인들이 죽어나가게 되죠. 그리고 혹시 신우가 나오지 않은 내용이 재미없을까요? 다들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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