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43 시작된 변화 =========================
이혜미가 일으킨 사건으로 대한민국은 한차례 시끄러운 상황이 되었다. 한 그룹의 회장의 아내라는 여자가 8살짜리 여자아이를 향해 포크로 공격하려 했다니 참으로 공분을 살 일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이 일을 일으킨 당사자의 남편인 태우그룹의 회장 김석훈은 즉각 성명을 통해서 사과를 하는 동시에 아내와는 이혼을 한다는 발표를 내놓고 있었다.
자칫하다가 진한그룹의 보복이라도 당하면 어쩌나 싶어서 발 빠르게 움직였던 것이다.
이런 일련의 사건은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했다. 그건 신예를 보호했던 보호막이었다. 사건이 일어난 근처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보호막을 목격했다. 다들 이런 모습에 신예가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들을 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진한그룹에서 초능력이 아닌 몸을 보호하는 장치가 있었다는 발표를 내놓았다.
당연히 이런 사실에 다들 상당히 관심을 일으켰다. 초능력이 아님에도 그런 비슷한 일을 가능하다니 관심이 많아지는 건 당연했던 것이다. 특히 세계 여러 나라의 정부들에서 많은 관심을 일으켰다.
지금은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이었기에 초능력과 다른 뭔가를 기술로 이루어냈다는 사실은 방어적인 차원에서 희소식일 수밖에 없었다. 많은 국가에서 어떤 원리를 가졌으며 어떤 장치로 이루어진 보호 장치냐는 물음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진한그룹에서는 아직 내놓을 단계가 아니라는 발표만 할 뿐이었다.
이런 진한그룹의 발표에 다들 상당히 애가 타야 했다. 더욱이 힘 있는 기업을 상대로 강제할 수 없는 상태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어야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확인이 가능한 존재는 신예였는데, 평범한 여자아이가 아니고 뒤에 어떤 부모들이 버티고 있는지 다들 잘 알고 있는지라 다들 함부로 다가가려는 이들은 없을 수밖에 없었다.
* * *
삐- 삐- 삐-
일정한 기계음만 들리는 1인실 병실 한 가운데 위치한 침대위로 이혜미가 눈을 감은 채 죽은 듯이 있었다.
그녀의 팔에는 붕대가 온통 감겨있었다. 신예의 머리핀에서 발생한 방어벽에서 일어난 강한 반탄력이 그녀의 팔의 뼈란 뼈는 모두 아작 내버린 것이다. 이런 그녀의 팔 상태는 이제 불구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이제 더 이상 팔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렇게 조용히 두 눈을 감고 죽은 듯이 잠들어 있던 이혜미의 모습이었고, 순간 그녀의 눈이 슬며시 떠졌다. 조용한 새벽 병실의 분위기와 함께 눈을 뜬 이혜미는 상당히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다. 그녀는 이런 현실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불과 몇 시간 전 저녁 늦은 시간에 찾아온 남편인 김석훈이었다. 분명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 그런 늦은 시간에 찾아온 것이 분명했다.
“이혼이라고..? 절대 안 되지.. 내가 왜 이혼을 해줘야 하는데..”
남편인 김석훈은 차가운 얼굴로 자신을 향해 이혼서류를 건넸다. 당신 때문에 회사가 위험하다며 이혼을 해달라고 말했던 것이다. 당연히 이혜미는 이런 이혼서류를 이빨로 물어뜯어 찢어버렸다. 절대 그녀는 이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자존심이 그걸 용납 할 수 없었다. 이런 처절한 이혜미의 모습에도 남편인 김석훈은 서류는 얼마든지 있다는 듯 준비하고 있으라는 말만 하고는 그대로 병실을 나가버렸다.
이런 사실을 상기하게 된 이혜미는 자신의 상황이 너무도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아픈 건 난데. 왜 다들 내게 난리냐고..”
그렇게 중얼거리는 이혜미의 머릿속에서는 순간 자신의 뭔가에 튕겨나갔던 순간이 떠올랐다. 살면서 그런 상황을 당하는 건 처음이었다. 자신같이 아름다운 여자가 그런 꼴사납게 나뒹구는 모습이라니 참으로 치욕스러운 광경이었다.
“잘못한 게 없다는 거야?”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이혜미는 화들짝 놀라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두운 병실의 모습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순간 겁이 덜컥 났다. 어느새 그녀의 입에서는 누구? 라는 떨리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누. 누구?”
“나다. 김신우.”
순간 김신우라는 말에 그녀는 왠지 모르게 안도(?)하는 마음이 들었다. 정체불명인 사람보다는 김신우가 났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이런 안도하는 이혜미의 기색에 신우는 실소가 흘러나왔다. 자신의 처지가 지금 어떤지 알고나 저러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 이혜미의 표독한 목소리가 신우의 귀로 들려왔다.
“무슨 일이야? 합의해달라고 그런 거야? 안됐지만 난 절대 합의해 줄 생각이 없어.”
“하?”
어이가 없다. 지금 이게 무슨 개소리란 말이지? 신우는 새삼 이혜미가 이런 여자였냐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애초부터 그런 여자였는지도 몰랐다.
“이런 늦은 시간에 찾아오다니 다른 사람 시선은 생각 안 하는 거야? 아니면 지금이라도 내게 사과하고 싶다는 거야.”
“개소리 작작해.”
“뭐라고?”
“개소리 말라고, 내가 사과하려고 여기로 찾아온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 그럼 뭘 하려고 찾아온 거야?”
“당연히. 널 죽이러 왔지.”
“.........!?”
자신을 죽이러 왔다는 말에 이혜미는 입을 벌린 채 있어야 했다. 그녀는 내심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 했다. 김신우 저놈이 날 죽인다고? 대체 왜?
그녀는 아직도 자신이 얼마나 무서운 짓을 저질렀는지 몰랐다. 신우에게 있어서 그녀는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나가던 땅에 떨어진 똥만도 못한 것이다. 그런 똥이 소중한 딸을 공격했으니 죽일 마음이 드는 건 당연했다.
“나. 날 죽인다니.. 너 대체!”
“왜 못 죽일 것 같아? 내 딸을 공격한 순간 넌 내손에 죽을 운명이었어.”
신우에게 있어서 신예는 모든 것이었다. 당연히 그런 딸을 공격했으니 살 희망은 버리는 게 좋았다. 점점 분위기가 심상치 않는 것을 느낀 것일까. 그녀는 다급히 소리를 질렀다. 소리를 질러 간호사들을 부르려는 것이다.
“여기 사람 살려요~!! 날 죽이려고 해요~!!”
이런 이혜미의 고함소리에도 신우는 그저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이미 이곳 병실은 타노가 사용한 사일런스 마법으로 인해 어떤 소리도 새어나가지 않게 된 상태였다. 그리고 병원의 모든 CCTV가 정지된 상태였고 간호사들도 현재 슬립마법으로 잠들어 있는 상태였다. 즉 지금 이 순간 어떤 누구도 이런 병실의 상황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기척이 없는 간호사에 이혜미는 욕지거리가 나왔다. 이년들이 제대로 일을 하는 거야 뭐야! 이혜미는 점점 공포에 질려갔다. 정말 자신을 죽이려는 것일까? 자신의 품에 안겨 그렇게 좋아하던 그 김신우인데. 내심 그녀는 어쩌면 김신우가 헛소리를 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 지금이라도 돌아가면 없었던 일로 해줄게. 경찰에도 절대 신고하지 않을게!”
“누구마음대로. 나에게는 없었던 일이 될 수 없어.”
“정말 날 죽이겠다는 말이야! 이건 범죄야!”
깨질 듯한 이혜미의 목소리에 신우는 천천히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이런 모습에 이혜미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려했다. 하지만 그녀가 있는 곳은 병원침대 위였다. 어디에도 도망 갈 장소는 없었다. 신우는 이런 이혜미의 모습을 보면서 그대로 가까이 다가가서는 그대로 손을 뻗었다.
흡! 커진 이혜미의 눈의 모습과 함께 신우의 손아귀가 그녀의 목을 움켜잡았다. 참으로 가늘다고 할 목이었는데, 신우에게 있어서는 부러트리기 너무 쉬운 목일 뿐이었다. 신우는 자신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보고 있는 이혜미의 모습이 보였다. 아마 이혜미의 시선에는 어두운 공간속에 자신을 향해 목을 조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을 터였다.
“널 구할 어떤 누구도 여길 오질 않아. 그러니 죽어. 이대로 끝내자.”
차가운 신우의 이런 말에 이혜미는 그제야 진정 김신우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잔뜩 겁에 질린 목소리로 살려달라고 빌었다.
“흑. 시. 신우야.. 살려.. 줘..”
목이 잡혀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혜미는 울음까지 터트리며 필사적이었다. 어느새 그녀는 오줌을 질렸다. 진짜 죽는다는 사실에 하체가 풀려 오줌을 지린 것이다. 신우는 이런 모습에 눈썹을 꿈틀거리고는 말했다.
“추잡하게 죽지는 말자. 그게 너한테 어울리지 않잖아?”
아니야! 라고 말하고 싶은 이혜미였지만 점점 조여 오는 신우의 강한 손아귀 힘에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 순간 그녀는 목에서 느껴지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어? 하는 의문을 느끼는 순간 시야가 급속도로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더 이상 생각이라는 걸 할 수 없게 되었다.
삐------삐----삐------
그녀와 연결되어 있던 기계장치에서 사망을 알리는 알림을 울렸다. 그녀의 목은 꺾여 있었다. 신우가 주저 없이 그녀의 목을 꺾어버린 것이다. 털썩. 신우의 손에 떨어진 그녀의 육신이 침대위에 떨어졌다. 신우의 표정은 딱히 괴롭다는 얼굴이 아니었다. 오래 전이라면 미련이 남았을 테지만 이제 더 이상 이혜미에 대한 미련은 없었다.
“그러게 왜 마주쳐서는..”
그렇게 중얼거리던 신우의 몸은 그대로 병실을 나서고 있었다. 어느새 병실 안은 죽은 이혜미의 육신만 침대위에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며 아침이 되어갔다.
* * *
다음날 아침.
이혜미의 죽음은 뉴스거리로 알려졌다.
하루아침에 일련의 사건으로 관심을 일으킨 그녀가 살해당한 상태로 발견되었으니 뉴스에 나오는 건 당연했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다들 은연중 추측으로 이혜미가 누구에게 죽었는지 눈치 채고 있었다. 하지만 그저 추측만 할 뿐이지 정작 진실에 대해서는 알리려 하지 않았다. 내심 자신들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함부로 입을 놀리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이혜미의 죽음은 어느새 거대한 힘에(?)의해서 잊혀 가고 있었고, 이런 가운데, 시간은 조금씩 흘러가면서 신예의 여름방학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가운데, 아이들끼리 양평으로 놀러가는 것에 대한 계획이 세워지더니 놀러가는 것을 허락 받게 되었다.
당연히 이런 그들을 보호자 자격으로 가게 된 건 신우였다. 보호자 겸 운전수로 따라가게 된 것이다.
* * *
매미들도 아직까지 울고 있는 화창한 여름 날.
양평을 향해 가는 국도를 따라 흰색의 승합차 한대가 달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런 승합차 안에는 현재 신예를 포함해 총 10명의 아이들이 좌석에 안아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을 운전을 하며 힐끗 보고 있던 신우는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려야 했다.
“다들 무슨 생각인 건지.”
차를 운전하고 가는 신우의 마음은 어째서 아이들끼리 양평에 놀러가는 걸 하락했냐는 것이다. 자신 같으면 절대 허락하지 않았을 일은 부모들은 너무도 쉽게 허락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정과는 달리 모든 허락들은 신우에게 있었다. 허락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과 달리 신우는 신예의 놀러 가면 안 되냐는 말에 웃으며 쉽게 허락했고, 이런 사실을 친구들에게 알린 신예의 문자에 다들 부모들에게 신예의 아빠가 허락했다고 말한 것이다.
다들 이런 사실에 흔쾌히 허락했다. 신우가 허락했기에 다들 허락해 주었던 것이다. 물론 이런 사실은 신우는 꿈에도 모를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양평으로 아이들이 놀러가는 걸 정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어른들이 몇 명이 따라가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다들 하는 일이 있었던지라 따라갈 어른이 없었다. 결국 부모들끼리 이야기가 오고갔고, 가장 한가한(?) 신우가 따라가는 것으로 되어버렸다.
다들 신우가 보호자로 가준다는 사실에 안심을 했고, 졸지에 신우는 승합차를 이용해 아이들을 태우고 양평으로 향하는 중인 것이다.
신우는 현재 운전을 하면서도 상당히 어색한 마음이 들었다. 그럴 이유가 바로 옆자리에 무표정한 여자아이가 앉아 있었던 것이다. 신우로서는 딸인 신예가 옆에 안 있고, 전혀 모르는 여자아이가 있자 불편해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엄청 불편해.
그냥 신예가 옆으로 오면 안 되나? 신우는 뒤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나누는 딸의 모습을 보고는 차마 그렇게 말하지 못했다. 그렇게 불편한 마음으로 운전을 하고 있는 그때 이때까지 아무런 말도 없이 앞만 보고 있던 조아라가 입을 열었다.
“아저씨는 누구세요?”
“뭐? 나 모르냐? 신예 아빠다.”
“그거 말고요.”
“그거 말고 라면 딱히 해줄 말이 없다만.”
“아저씨 이상해요.”
자신보고 이상하다고 말하는 여자아이의 모습에 신우는 네가 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저 봐라 감정이 풍부한 신예와는 다르게 무표정한 저 모습을. 신우는 내심 신예가 저런 무표정을 가졌다면 참으로 인생이 불행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도 신예와 같아요.”
“응? 신예와 같다니 무슨 말이니?”
신예의 이름이 나오자 관심을 보인 신우의 마음이었다. 이런 신우를 보며 조아라는 신예의 아빠라는 신우를 뚜러져라 보고는 입을 열었다.
“전 미래를 볼 수 있어요. 정확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거든요.”
“호. 그래?”
참으로 신기한 능력이었다. 미래를 볼 수 있다니. 어쩌면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 가운데, 가장 크고 희귀한 능력일지 몰랐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신우였을까. 이런 신우를 향해 조아라가 이상한 부분을 말했다.
“아저씨 하고 신예를 보고 있으면 전혀 미래가 떠오르지 않아요. 마치 미래가 정해지지 않는 것처럼 어둡거든요.”
“그래? 그것 참 좋은 일이구나.”
“좋은 일일까요?”
“좋지 않을까. 솔직히 미래를 알면 재미없잖아.”
“아저씨는 이상하네요. 다른 어른들은 저에게 자기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무서워 저보고 물어보는데.”
조아라에게 있어서 신우는 이상한 아저씨였다. 모든 어른들은 자신보고 자신의 미래를 봐달라고 한다. 언제 사고를 당해 죽을까? 언제 병이 들어 죽을까? 모두들 죽음을 두려워해서 죽을 미래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자꾸만 조아라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신우는 그저 씨익. 웃을 뿐이었다. 신우에게 있어서 미래의 두려움 따위는 없었다. 스스로 가지게 된 진정한 힘은 그런 미래 따위는 모두 부수고 남았던 것이다.
“아저씨 웃어요?”
“크흠. 안 웃었어.”
신우는 얼른 표정관리를 했고, 이런 신우를 조아라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며 봐야 했다. 여전히 이 아저씨는 이상한 아저씨였던 것이다. 신우는 자신을 보는 아이의 시선을 느꼈지만 애써 허험. 헛기침을 하면서 그대로 차를 몰고 달리기 시작했다.
마침 양평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이제 양평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 작품 후기 ============================
이번 양평에서의 일로 모든게 급속도로 바뀝니다. 아마도 시간도 빠르게 지나가겠죠. 다들 재밌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