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36 어느 소풍날에 생긴 일. =========================
꿀꺽. 침이 삼켜졌다.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붉은괴수 사체를 바라보는 임준호 소장의 얼굴은 상당히 놀란 모습이었다. 제법 오래 진한 제3 연구소에서 보낸 그는 현재 소장의 자리에 올라있는데, 그로서도 이런 말도 안 되는 괴물의 모습은 보는 건 이번이 2번째라고 할 수 있었다.
김보미양이라고 했던가. 옆에 함께 서 있는 김신우군과 어렸던 시절을 함께 보냈던 여성이 저것보다는 아니지만 거의 괴수에 가깝게 변했었다.
지금은 그래도 다시 사람의 모습을 되찾고 평범한 인생을 보내고 있다고 들었다.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한편으로는 그 변화된 모습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저 거대한 괴수의 사체의 모습에 임준호 소장은 세상이 참 이상하게 변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저 단단함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할 수 있었다.
“참..단단하군 그래.”
현재 다이아몬드조차 잘라버리는 블레이드칼날이 굉음을 내며 레드무스탄의 사체의 가죽을 자르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나 단단한 가죽인지 칼날이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게 튕겨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던 임준호 소장은 대체 이걸 어디서 구한 건인지 궁금증이 들었다.
“저런 괴물의 사체를 어디서 구해온 건가?”
“남극대륙에서 구했습니다.”
“남극대륙? 허참. 남극대륙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괴물의 소굴이라도 변한 건가?”
“틈새가 있었습니다.”
“틈새? 틈새라니 그게 뭔가?”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이세상이 아닌 곳과 연결된 틈이 열렸고, 그곳에서부터 저런 것이 나온다는 것 밖에는.”
이런 신우의 말에 임준호 소장은 내심 걱정이 되었다. 저런 괴물이 틈새란 곳에 나온다니. 이 세상 괜찮은 건가? 혹시 멸망에 치닫는 건 아니겠지? 이런 생각을 하던 임준호 소장은 담담한 얼굴로 사체를 바라보는 신우를 향해 물었다.
“우리는 괜찮은 건가? 혹시 이대로 인류가 멸망하려고 하는 건 아닌가?”
“괜찮습니다.”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건가?”
“예. 제가 다 처리하면 됩니다.”
“허. 자네가..?”
임준호 소장은 자신만만하게 자신이 처리해도 된다고 말하는 신우의 오만한 말에 조금 걱정되었다. 하지만 이미 저 괴수도 죽여서 가지고 온 사람이었다. 이런 사실에 어느 정도는 신빙성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자신만만하니 뭔가 크게 방법이 있겠다 싶은 임준호 소장이었고, 이내 레드무스탄의 사체를 바라보며 말해야 했다.
“저걸 잘라내서 뭘 만들라는 건가?”
“일종의 보호복을 만들어 주십시오.”
“보호복? 아. 그렇지 저런 걸로 보호복을 만든다면 엄청난 강도의 보호복을 제작할 수 있겠군 그래. 혹 자네가 입을 건가?”
“아뇨. 경호원들에게 나눠줄 겁니다.”
“경호원들에게?”
그런 엄청난 보호복을 고작 경호원들에게 나눠준다는 말에 임준호 소장은 너무 아까운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신우로서는 경호원들에게 저런 거라도 나눠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점점 이상 현상이 늘어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자신 혼자서는 가족들 모두를 지키지 못할 확률이 컸던 것이다. 그래서 신우는 경호원들을 어느 정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물론 보호복을 지급한 경호원이 배신한다는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런 대비는 타노가 해놓은 상태였다. 즉 배신을 한다면 레드무스탄으로 제작한 보호복이 그대로 텔레포트 마법진의 기능으로 정해진 장소로 돌려보내게 만드는 것이다.
“아무튼 빠른 시간 안에 보호복을 완성해 주십시오.”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저런 상태라면. 좀 더 걸릴 것이네.”
지금도 다이아몬드 칼날의 날이 나가버린 상황이었다. 저런 상태라면 팔 하나 자르려면 1개월이 넘게 걸릴 것 같았던 것이다. 이런 모습에 신우는 할 수 없다는 얼굴로. 소매를 걷어 붙였다. 아무래도 직접 잘라야 할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잠시 후.
“허..허..허..”
상당히 영혼이 나간 것 같은 임준호 소장의 얼굴이었다. 그의 눈에는 온통 피를 튀기며 다이아몬드 칼날을 가지고 썰어버리고 있는 신우의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어째 현실에서 벗어나는 일이 점점 계속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렇게 임준호 소장의 넋이 나간 얼굴을 하고 있었고, 신우는 열심히(?) 레드무스탄의 사체를 일정한 크기로 자르는 수고를 하고 있어야 했다.
* * *
고속도로를 따라 여러 대의 버스들이 줄지어 달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오늘은 신예가 소풍가는 날이다. 현재 가는 장소는 경주였고, 다들 초등학교에 와서 처음으로 가는 소풍이라는 사실에 잔뜩 들뜬 모습으로 창밖을 구경하거나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는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이런 아이들 가운데, 신예가 제일 신났지만 말이다.
“신예야. 너. 너무 흥분한 거 아냐?”
“하지만 소풍이라고! 소풍은 좋은 거야!”
세희로서는 잔뜩 흥분한 신예의 모습에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도 소풍을 가는 건 처음이지만 신예만큼 흥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 이런 모습에 어느새 지후가 의자 뒤로 얼굴을 내밀더니 흔희 있는 일이라는 듯 말했다.
“신예 재는 소풍이라면 사족을 못서. 예전에 신예랑 신예아빠랑 소풍을 따라 간적 있었는데 정말 소풍을 좋아하더라니까.”
“정말?”
“응. 전생에 무슨 소풍못가서 한이 서렸는지 소풍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버릴걸.”
이런 지후의 말에 세희는 눈을 반짝이며 좋아하는 신예의 모습을 보며 왠지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완전히 좋아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신예를 보고 있던 세희였고, 그때 이런 세희의 눈에 의자들 사이로 다가오는 조성하의 모습이 보였다.
조성하를 바라보는 세희의 눈은 좋지 않았던 첫날부터 서로 부딪쳤고, 지금도 썩 좋지 않은 관계였던 것이다. 어쨌든 이런 세희의 못마땅한 마음과 함께 어느새 조성하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곧 세희 옆자리에 앉아있는 신예를 향해 뭔가를 내밀었다.
“저기 신예야. 이거 받아..”
“응? 이게 뭐야?”
“이거 유럽에서 사온 건데. 유명한 곳에서 파는 맛있는 초콜릿이야. 너 주려고 직접 사왔어.”
“나 주는 거라고?”
“응!”
조성하는 제발 이번에야 말로 받아주었으면 싶은 마음으로 떨리는 마음으로 신예를 바라보았다. 헤~ 역시 예쁘다. 조성하는 처음 본 순간부터 자신의 여자 친구는 신예라고 스스로 선언(?)했다. 신분이면 신분. 얼굴이면 얼굴. 자신의 여자 친구로서 딱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받아주길 기다리는 조성하였는데, 이런 조성하의 모습에 신예가 웃으며 말했다.
“히히. 미안. 나 초콜릿 안 먹어.”
“왜에?”
“그냥 안 먹고 싶어서.”
“그럴 수가..”
이번에도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고 안 먹고 싶어서 안 받아준다는 사실에 조성하는 충격 받은 마음이 들었다. 이런 모습에 세희가 속으로 꼬시다. 라는 마음을 가졌다. 한편 조성하는 주변에 느껴지는 시선에 참을 수 없어 그대로 들고 있던 초콜릿은 버려두고 그대로 자신의 자리를 뛰어가 버렸다. 또 다시 도망친 것이다.
“재는 이 아까운 걸 왜 계속 버리고 가나 몰라.”
어느새 세희가 떨어진 초콜릿 상자를 들어 올렸고, 그대로 뚜껑을 열어서는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만들어진 초콜릿 중 하나를 입에 넣고는 맛있다는 듯 또 하나를 꺼내서는 신예의 입으로 가져다주었다.
앙. 덥석 입에 문 신예였다. 분명 방금 전까지 안 먹고 싶다고 말했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신예는 맛있다는 듯 입을 우물거렸다. 세희는 이런 모습이 익숙하다는 듯 또 다른 초콜릿을 신예의 입에 넣어주면서 자신도 먹었다.
처음에는 이런 신예가 이상해 보였지만 이제는 익숙했던 것이다. 사실 세희는 처음 신예가 천성적으로 다른 마음을 가지고 주는 것을 못 먹는다는 사실을 지후에게 듣고는 믿지 않았었다. 하지만 입에 넣어줘도 우웩. 거리며 금세 뱉어버리는 신예의 모습을 보고는 그제야 사실이라는 걸 알았던 것이다.
“맛있네.”
“응. 맛있어.”
신예나 세희나 초콜릿이 참으로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런 모습을 조성하가 보게 된 다면 참으로 억울해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신예와 친구들이 탄 버스는 계속해서 고속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고, 몇 시간이 지나서야 경주에 도착할 수 있었다.
* * *
“와 경주다!”
폴짝 버스에서 뛰어내리는 신예였고, 곧 세희들도 이런 신예를 따라 내리는 모습이었다. 다들 경주의 이색적인 풍경에 신기해하는 얼굴들이었다. 신예처럼 흥분하며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소풍이라는 사실에 세희들도 들뜬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버스에서 내린 진한초등하교 1학년 아이들은 다들 재잘재잘 거리며 이야기꽃을 피웠고, 이런 아이들을 함께 온 담임 선생님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1학년들을 줄을 세우려 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을 각자 반 끼리 모여 줄을 선 모습이 될 수 있었다.
어느새 신예의 반 담임 선생님의 유도로 움직이는 반 친구들이었다. 1반이라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이다. 다른 반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우르르 1반을 따르며 줄지어 문화제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봉우리와 같은 무덤들의 모습을 구경했고, 옛 금 장식물들을 구경했다. 신예를 포함해 반 친구들의 얼굴은 연신 신기해하고 있었다. 그렇게 다들 1시간이 넘게 경주의 문화제를 구경하고 있는 그 순간 주변에서는 수군수군 거리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그런데, 이런 말들이란 것이 상당히 세희네들의 얼굴이 시무룩하게 만들었다.
“저거 그거잖아.”
“맞지? 그 초능력 학교.”
“저기 은팔찌 보여? 저 은팔찌를 찬 아이들이 모두 초능력을 가졌다고 하더라고.”
“진짜? 와. 신기한데?”
“갑자기 발작하는 거 아냐?”
“위험하지 않을까? 갑자기 우리보고 초능력 사용하면 어떻게?”
“나 인터넷에서 봤는데, 외국에는 초능력으로 사망한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죽은 사람의 모습을 봤는데, 진짜 끔찍하게 죽었더라고.”
“근데, 저 은팔찌 꼭 수갑 같지 않냐? 킥킥. 완전 범죄자잖아.”
“맞네. 잠재적 범죄자. 분명 커서 범죄를 저지를 것 같지 않아? 나라면 초능력을 가졌다면 쉽게 돈을 훔치고 할 텐데 말이야. 흐흐..”
어디서 진한초등학교라는 말을 들었지만 제법 주변에 구경꾼들이 많아졌다. 다들 우려와 함께 몇몇이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을 조롱하는 말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대한민국이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에 대해 좋은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 한명들까지는 생각을 바꿀 수 없었던 것이다.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우려와 조롱하는 사람도 존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편 이런 말을 듣게 된 담임은 제법 표정이 굳어졌다. 자신의 제자들이었다. 그런 아이들을 조롱하는 말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막 나서서 뭐라고 하려는 그때 돌연 신예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빠요! 제 친구들은 나쁜 아이들이 아니라구요!”
이런 돌연 신예의 말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뜨끔한 얼굴이 되었다. 조용히 말을 한다고 했지만 자신들이 말이 들렸나?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뻔뻔한 사람들도 있었다.
“뭐가 나쁜 아이들이 아니라는 거야.”
“맞아 맞아. 결국 재들도 나중에 사람을 다치게 할 거라고.”
상당히 껄렁해 보이는 두 사내였고, 조금 전 조롱하던 그 남자들이었다. 그들은 상당히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을 좋게 보지 않는지 잔뜩 부정적인 말들을 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에 신예는 잔뜩 볼을 부풀려야 했다.
“잠깐. 신예야. 이보시오. 그 말들이 법적인 처벌된다는 걸 모르시오.”
어느새 신예의 앞을 막아선 담임이었고, 두 사내에게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했다. 담임은 괜히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두 사내와 말싸움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말싸움은 초능력을 가지고 있든 없든 아이들의 정서에 좋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아이들 앞에서 이러는 거 아니오. 그러니 이만 물러나시오, 그게 서로 좋을 겁니다.”
이런 담임의 말에 두 사내는 이것바라? 하는 얼굴이 되었다. 오히려 둘은 담임에게 다가왔다. 이런 모습에 담임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순간 두 사내 중 한명이 그대로 담임의 멱살을 잡았다. 이에 윽. 하는 소리를 내며 주춤거리는 담임의 모습이었다.
“지금 우리보고 협박하는 거냐? 앙!”
“이게 죽을라고!”
웅성웅성..!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이런 모습에 그래도 저건 아니다. 라는 얼굴들이 되었다. 그래도 아이들의 앞인 것이다. 어른으로서 보여주어서는 안 되는 모습이었다. 이런 주변의 사람들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두 사내는 잔득 화가 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런 모습에 아이들은 잔뜩 겁에 질린 얼굴이 되었다. 담임 선생님을 향해 멱살을 잡은 사내의 모습이 무서웠던 것이다. 하지만 세희나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이나 딱히 겁이 난 얼굴들이 아니었다. 특히 세희는 눈이 날카롭게 되면서 그대로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이런 세희를 잡은 서준과 혁이였다. 둘은 괜히 세희가 나서서 일을 만들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둘의 모습에 뭐라고 하려던 그때 다른 반 선생님들이 달려오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런 모습에 세희는 금방 사건이 해결될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결국 나가려던 마음을 풀었다. 그렇게 마음을 풀고 있었을까. 순간 세희는 신예의 표정이 참으로 화가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척. 신예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곧 담임의 멱살을 잡은 사내를 향해 소리쳤다.
“아저씨들 나빠요! 선생님을 놔주라고요!”
쩌적!
한순간 허공이 일자로 갈라지는 듯한 현상이 일어났다. 갈라지는 소리는 모두가 들릴 정도로 컸다. 이런 모습에 시비를 걸던 두 사내나 주춤거리던 담임이나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그 순간 쩌억! 하며 공간의 틈이 빠르게 벌어졌다. 그리고 순간 화악!! 하는 새하얀 빛들이 공간의 틈새로부터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며칠 전 남극대륙에서 있었던 이계의 틈새보다 몇 배는 더 길고 커다란 틈새의 모습이었다.
이곳에 있는 모두의 머릿속에서는 저게 뭐지? 란 생각으로 가득해 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의문에 휩싸여 있는 그 순간 공간의 틈을 뚫고 뭔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일상물은 계속될 수 있을 겁니다. 신우가 있는 이상 세상이 멸망한다거나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테니까요. 그리고 지금은 2부가 끝나고 3부라고 보시면 좋을 거예요. 아무튼 다들 재밌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