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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다-317화 (317/364)

00317 4명의 아이들 =========================

신우는 미국에서 보일을 데려오고 나서는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보일이 당장 오갈 때가 없는 상태라 집으로 데려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보일을 처음 보게 된 신예는 정말 뜻밖의 반응을 보였었다. 마주치는 순간 코를 막고 아. 냄새! 라고 소리쳤던 것이다.

이런 신예의 반응에 보일은 에? 당황한 얼굴이 되어야 했었다. 그러고 보면 정말 그동안 씻지도 않았던 보일이었다. 갇혀 있을 때부터 위험한 아이로 낙인찍혀 있었기에 누구하나 씻겨주는 건 고사하고 다가가려하지도 못했다. 결국 몇 년간을 씻지도 않고 지냈던 것이다.

이런 모습에 신우도 그제야 보일의 몸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참으로 무신경함의 극치라고 할 수 있었다. 하였든 이런 상황을 본 예린은 결국 자신이 나서면서 보일을 샤워실로 데려가 씻겨줄 마음을 먹었다.

보일은 이런 예린의 행동에 많이 당황해야 했는데, 결국 예린의 억지에 샤워실로 들어 가야했다. 그리고 자신의 옷까지 벗기려는 예린의 손길에 한껏 반항하려 했지만 쓰읍! 거리는 예린의 한마디에 왠지 모르게 힘을 줄 수 없어서 옷까지 벗겨지면서 몸을 맡겨야(?) 했었다.

참으로 많은 때가 흘러나왔다. 얼마나 씻지 않았으면 때가 국수를 이루며 나왔던 것이다.

보일은 생전 처음 보는 자신의 때의 모습에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을 하며 눈을 크게 떠야 했다. 그러는 한편 이런 보일을 열심히 씻기는 예린이었는데, 이런 예린의 행동에 보일은 너무도 그리운 느낌을 받아야 했다.

아주 어릴 때. 기억조차도 제대로 나지 않을 때 자신을 씻겨주는 엄마의 손길이 이랬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보일은 씻을 동안 잠시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예린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깨끗하게 씻을 수 있었던 보일이었고, 며칠 동안 신예에게 다가가지도 못했다.

다가오면 자꾸만 코를 막고 피하는 신예의 행동에 말을 걸 수도 없었던 것이다. 이래서 첫인상이 중요했다. 아마 당분간은 첫인상으로 인해서 단단히 신예에게 찍혀 다가가지도 못하게 된 보일인 것이다.

일주일이 지나고 보일은 신우네 집에서 어느 정도 익숙해진 상태였다.

물론 아주 어려서부터 많은 일을 겪었기에 정서가 불안한 상태라 정상적인 생활을 거의하지 못해야 했다.

이런 보일의 모습이 상당히 신예에게 자극이 되었다. 손으로 밥을 먹는 행동부터 시작해서 옷을 제대로 못 입는다거나 아니면 매일 바닥에 쪼그려 앉아있는 모습이 신예의 마음을 흔들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결국 피해 다니던 신예가 먼저 다가가 말을 걸게 되었다.

“너 혼자 그렇게 있으면 재밌어?”

신예의 목소리에 구석에 쪼그려 앉아있던 보일이 고개를 들었다. 뒷짐을 진채 자신을 내려다보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보일은 왠지 모르게 자신의 두근두근 거리는 심장이 느껴졌다.

자신이 이동식감옥을 탈출했던 이유가 눈앞에 있는 여자아이였다. 어째서인지 몰랐다. 그저 만나야 한다며 본능이 자신을 서쪽으로 이끌었던 것뿐이었다.

“뭘 그렇게 봐.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또 다시 들려오는 목소리에 보일은 순간 왠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본능이 왜 이 여자아이를 만나기를 그렇게 원했는지 말이다.

언제나 머릿속에서는 어렸을 때 죽던 순간의 엄마의 모습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죽은 수많은 경찰들의 모습들이 있었다. 그게 보일의 마음을 언제나 괴롭게 만들었다. 자꾸만 악몽을 꾸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괴로운 마음은 눈앞에 여자아이와 마주하는 순간 더 이상 괴롭지 않았다.

이곳에 온지 며칠 동안 보일은 악몽을 꾸지 않았다. 그래서 너무 좋았다. 그래서 너무 행복했다.

“너 자꾸 내 말 무시할래.”

잔뜩 뿔난 얼굴로 말하는 모습에 보일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강하게 흔들었다. 화가 난 걸까? 나 때문에?

“아. 아니야.”

“엥? 영어네? 뭐라는 거지?”

“어. 저기?”

“........”

순간 둘 사이에 상당히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그러고 보면 둘 사이에 언어가 통할 리가 없었다. 서로 한국어와 영어밖에 할지 몰랐기에 둘은 동시에 어떻게 말하지? 라는 생각에 빠져야 했다.

그렇게 길고 긴 침묵이 있고, 먼저 말을 건 이는 신예였다.

“어. 헬로.”

손을 들어 보이며 인사하는 신예의 모습에 보일은 혹시 영어를 하는 건가?! 란 생각에 얼른 말을 걸었다.

“아. 안녕! 혹시 영어할 수 있어? 혹시 말해줄 수 있어? 넌 누구니? 어째서 내가 널 만나고 싶어 했을까? 너도 혹시 나와 같이 이상한 느낌이 드는 거야? 왜 그래? 왜 말이 없어? 귀는 왜 막아?”

신예는 자신의 머릿속을 때리는 영어의 속사포에 귀를 꽉 막았다. 영어를.. 모르겠다! 그저 영화에서나 나오는 영어를 자신이 알아들을 턱이 없었다.

“으으.. 나 영어 못한다고! 너 한국말 못해?”

“..........”

이번엔 보일이 말문이 막혀야 했다. 결국 둘은 서로가 말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결국 둘은 다시 침묵하는데, 어째 말이 통할 때까지 친해지기가 좀 힘들지 않을까 싶다.

* * *

TV에서 연신 일본열도를 감싸는 대규모 방사능차단막을 건설한다는 소식이 떠들썩할 그때 신우네 집으로 찾아온 지후와 코지로의 시선이 거실 구석에 쪼그려 앉아있는 보일에게 향해 있었다.

둘의 얼굴은 잔뜩 호기심이 서려 있었다. TV에서는 제법 봤지만 이렇게 집적 흑인을 눈앞에서 보는 건 처음이었던 것이다.

이런 시선을 받는 보일은 상당히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마치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적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이런 보일의 시선에 지후와 코지로는 이애는 뭐야? 하는 시선으로 한쪽에 있는 신예를 향해 보일이 누군지 물었다.

“신예야. 애는 누구야?”

“맞아. 안보는 사이에 너희 집에 왜 모르는 애가 있는 거야?”

지후와 코지로의 말에 한쪽에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신예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몰라. 며칠 전에 아빠가 데려왔어. 당분간 여기 있을 거라고 했어.”

“그래? 이름이 뭐야?”

“보일이야. 부모님이 애 이름이 보일이라고 했거든. 나이도 우리랑 같데.”

지후의 이런 질문에 신예가 그렇게 말하자 보일에게 반응이 왔다. 신예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신예를 향해 시선을 주었던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본 지후가 의아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왜 말이 없어? 아까부터 말을 안 하네?”

“영어만 한데.”

“영어? 잠시만 너 이름이 보일이야?”

지후가 영어로 말하자 보일은 눈을 빛내며 지후를 바라보았다. 한편에 신예와 코지로가 우와. 하는 시선으로 지후를 바라보았다. 영어를 하는 모습이 낯설었던 것이다. 사실 지후는 영어를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은 할 수 있었다. 그동안 짬짬이 저녁때가 되면 집에서 가정교사를 불러 영어공부를 해왔었던 것이다.

코지로 또한 지금 자신의 새엄마가 된 김지혜의 성화에 공부를 받고 있었다. 물론 한글공부가 대다수지만 말이다. 어디까지나 7살이 될 동안 아무런 교육도 받지 않은 신예가 이상했던 것이다.

“왜 말이 없어. 영어할 수 있다며?”

“꺼져.”

“뭐? 너 뭐라고?”

“꺼지라고 했다. 너 하고 저놈. 거슬려.”

지후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자신은 물론이고 코지로까지 거슬린다는 보일을 봐야 했다. 솔직히 발끈하는 마음이 들었다. 처음 보는 처지에 저런 기분 나쁜 말투라니. 만약 여기가 신예네 집이 아니었다면 당장 혼을 내줬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래? 저 애가 뭐래?”

코지로가 의아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자 지후는 잔뜩 화난 얼굴로 보일을 힐끗 보고는 코지로에게 자신이 들었던 사실을 말했다.

“꺼지래. 우리가 거슬린다나.”

“뭐. 정말?! 진짜 이상한 애잖아?”

코지로의 이런 말에 신예도 정말이냐는 얼굴로 지후를 보았다. 지후는 이런 신예의 시선에 정말이라는 듯 말했다.

“정말이야. 나 참. 자기 집도 아니면서 꺼지라니. 진짜 못된 아이야.”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좋은 애던데..”

자신에게는 딱히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에 신예는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한편 이런 모습을 보고 있던 보일은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뭔가 자신을 안 좋은 말을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화가 나는 마음이 들었다.

스르릉~

손바닥을 통해 낫과 같은 금속칼날이 뽑혀져 나왔다. 이런 모습을 본 지후는 칼날의 모습에 놀랐지만 이내 자신을 잔뜩 노려보는 모습에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시선을 하고는 보일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이런 지후를 향해 보일이 화가 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너. 저애에게 뭐라고 했어?”

“누구 신예?”

“그래.”

“글쎄 별말 안했는데. 나보고 꺼지라는 말과 함께 내가 이상한 애라고 했지 아마.”

살짝 도발하는 듯 한 지후의 목소리에 보일은 자신에게 도발하는 거냐는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당장이라도 싸울 듯 한 모습이었다. 이런 보일의 모습을 본 지후는 순간 화르륵~! 두 손바닥에 불꽃을 내뿜는 모습이었다. 네가 칼날이냐면 난 불꽃이라고 말하는 모습이었다.

순간 눈가에 이체가 서린 보일이었다. 불꽃을 내뿜는 지후의 모습에서 자신과 비슷하다는 걸 알았던 것이다. 그나저나 상당히 뜨겁다. 상당한 열기가 피부로 전해졌던 것이다. 하지만 보일은 이길 자신이 있었다. 저런 열기쯤은 자신을 향해 공격해오던 이들에 비해서는 전혀 위협이 아니었다.

어느새 보일이 뽑아낸 칼날에 푸른빛이 서렸고, 상당히 위협스러운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게 된 코지로는 친구인 지후가 위험해 보이자 그대로 자신의 그림자를 늘어트렸다.

“그만해!”

스아악! 길게 늘어난 그림자는 빠르게 뻗어가더니 그대로 보일의 전신을 감싸려 하는 모습이었다. 일단 보일의 행동을 막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자신을 압박하려는 그림자의 모습에 보일은 손을 빠르게 움직였다. 서걱! 팍! 한순간 보일을 감싸려던 그림자들이 푸른빛을 내는 칼날에 잘려나가면서 그대로 흩어지는 모습이었다.

“너도?”

보일은 지후에 이어 코지로까지 이상한 능력을 사용하자 상당히 당황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동시에 능력을 가진 또래를 본적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한편 상당히 험악한 상황이 되자 신예가 얼른 보일과 지후의 사이를 막으며 소리쳤다.

“당장 그만둬! 여기서 이러면 어떻게!”

“하지만 저애가.”

“지후 너 자꾸 그러면 나 너랑 안 놀 거야!”

“아. 알았어.. 안 그렇게.”

같이 안 놀거라는 신예의 협박에 지후는 얼른 자신의 손에 불꽃을 없애버렸다. 안 놀아 준다는 말이 그렇게 지후에게 큰일과도 같았던 것이다. 이런 지후의 모습을 보던 신예는 이내 보일을 향해서도 얼른 그 칼날을 집어넣으라는 시선을 보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시선이 말해주는 것이기에 보일은 자신도 모르게 푸른빛을 없애고 칼날을 얼른 손바닥 안으로 집어넣었다.

화. 화가 많이 난 것 같은데..

보일은 화가 난 모습으로 보이는 신예의 모습을 보고는 자신에게 말도 안 거는 모습을 보일까봐 조마조마한 심정이 되었다. 비록 말이 안 통하지만 자신에게 이따금 말을 거는 모습이 보일에게 있어서는 유일한 낙이었던 것이다.

한편 신예는 싸움이 멈춘 것 같다는 사실에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아빠와 엄마는 집에 없었다. 볼일이 있어 나갔던 것이다.

부모님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하던 신예는 한편으로 지후와 코지로와 같이 보일도 이상한 능력을 사용한다는 사실에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자꾸 왜 이런 애들만 있는 거지?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하지만 의문이 들지언정 깊이 생각을 하지 못하는 신예였다. 아직 어렸던 것이다. 아마 나이가 든다면 알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저 지금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뿐이었다.

한편 지후와 보일은 여전히 서로 노려보고 있었다. 신예로 인해 싸움이 멈췄지만 서로 감정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자면 조만간 둘이 제대로 붙을 것 같은 예감이었다.

한편 이런 둘의 모습과 함께 코지로는 상당히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신의 그림자를 가볍게 잘라낸 보일의 행동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던 것이다.

그렇게 4명은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고, 이것이 지후와 코지로가 보일을 보는 첫 만남의 순간이었다.

============================ 작품 후기 ============================

자꾸 연재를 못해서 죄송요. 역시 슬럼프인가봐요. 아무튼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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