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13 보일 =========================
늦은 밤.
딸인 신예의 방으로 조용히 들어온 신우는 곤히 잠이든 신예를 내려다보았다. 발로 이불을 걷어찼는지 바닥에 이불이 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심지어 대자로 누워 입을 벌리고 자는 모습이었기에 신우는 살짝 고개를 흔들어야 했다. 신우는 바닥에 떨어진 이불을 들어 신예의 몸 위로 다시 덮어주었다.
-이제 가야해. 슬슬 그 아이의 위치가 발각당할 것 같아.-
타노의 이런 목소리에 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내 신예의 이마에 뽀뽀를 해주고는 그대로 방문을 조용히 닫고 나섰다.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예린의 모습과 저녁에 오랜만에 집을 찾아온 수아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가는 거지. 다치지 말고.”
“조심해서 갔다와야해.”
여전히 자신을 걱정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신우는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자신의 힘을 알면서도 이런 걱정을 하는 모습이라니. 그만큼 자신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는 걸 알기에 신우는 두 사람에게 걱정 말라는 듯 말했다.
“걱정 마. 잠시 간단한 운동이나 하러 가는 거니까.”
이런 신우의 말에 예린이와 수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둘에게 신우는 갔다 오겠다고 말하고는 그대로 집을 나서기 시작했다. 신우가 현재 가려는 곳은 미국이었다. 어째서 갑자기 미국에 가는 거냐고 한다면 불과 30분 전에 타노가 한 보고에 의해서였다.
마도기술이 접목된 인공위성이 2년 전 우주로켓을 통해 우주궤도에 들어서고는 지구에 대한 전 방위적인 감시를 시작한 타노였다. 그 중에는 혹시나 신우에게 귀찮게 할지 모른다는 펜트라사에 대한 감시도 있었다.
타노는 펜트라사의 무력이라는 펜트라용병단이 비밀리에 용병대를 움직였다는 사실과 그것이 보일이라는 초능력을 가진 아이를 잡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감지했다. 타노는 이런 모습에 즉시 감시를 시작했고, 인공위성을 통해 모습을 살펴보며 어떤 상황인지 조사했다.
그렇게 모든 상황을 살피던 타노는 감시를 중단하려했다. 딱히 신우와 연관된 사건이 아니라는 것에서 관심을 끊으려했던 것이다. 하지만 순간 타노는 아침에 있었던 신예에 대한 변화를 생각했다. 타노는 혹시? 하는 생각으로 즉시 위성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되돌렸고, 곧 신예가 보일이라는 아이가 탈출 한 순간 몸에 변화가 있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신예의 머리에는 마법이 걸린 머리핀을 착용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신예의 신체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는 타노였는데, 보일이라는 아이가 이송 중이던 감옥에서 탈출한 순간 신예의 체온은 평소보다 올라갔다는 걸 감지했다. 시간도 정확히 일치했었다. 뭔가 연결 관계가 있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변화였었다.
결국 타노는 이런 사실을 모두 신우에게 전했고, 신우는 이런 타노의 설명을 듣고는 미국에 갈 결심을 먹은 것이다. 정확히 신예와 보일이 어떤 연결 관계가 있는지 모르지만 이런 가능성 하나만으로도 신우가 직접 움직일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빠르게 공항에 도착한 신우는 즉시 준비 중이었던 자신의 전용기에 오르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비행사와 승무원이 존재했겠지만 지금은 전용기에 아무도 없었다. 그저 타노가 원격으로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미 타노가 손을 써둔 것인지 관제탑에서는 즉시 출발해도 좋다는 답신이 들렸고, 어느새 신우의 전용기는 천천히 활주로를 나오기 시작했다. 4년 전 파괴된 전용기를 대체해서 만든 전용기는 상당히 날렵한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외형뿐만이 아니라 기능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었다.
전용기에는 엑시안 마나엔진 마도시대의 대표적인 기관이 장착되어 있었다. 신우가 가진 드래곤 하트 중 하나를 에너지원을 삼았기에 마하 20을 넘어서는 속도를 낼 뿐만이 아니라 웬만한 핵공격에도 파괴되지 않을 강력한 방어 마법진이 각인되어 있었다.
활주로를 날아오른 전용기는 빠르게 날아오르더니 그대로 목적인 미국으로 향했다. 하지만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신우의 전용기가 미국으로 향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타노가 각국의 비행 행적 자체를 조작해 전용기가 유럽으로 향하는 것으로 나오게 만들었던 것이다.
우우우웅!!
엑시안 마나엔진에서 강력한 진동이 일면서 어느새 전용기의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점점 빨라지기 시작한 전용기는 서서히 음속을 돌파하더니 어느새 마하20의 속도를 내고는 하늘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현재 속도 마하 20. 앞으로 39분 정도면 도착할 거야.-
타노의 이런 말을 들은 신우는 빠르게 날아가는 밖의 상황과 달리 상당히 안락한 의자에 앉자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 * *
미국 서부도시 시애틀.
뿌우~!
많은 배들이 오고가는 항구에서도 상당히 구석에 위치한 오래된 창고 안에서는 7살의 아이로 보이는 흑인아이가 숨어있었다. 아이는 보일이었다. 끝내 재크에게 벗어난 보일은 시애틀로 숨어들어와 이렇게 항구의 한 창고에서 몸을 숨기고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렇게 조용히 숨어있던 보일은 순간 들려오는 인기척 소리에 흠칫 몸을 떨며 최대한 기척을 죽였다. 그렇게 잠시 있었을까. 어두웠던 창고가 밝아지며 안으로 들어오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말이야. 어젯밤에 스트립클럽에서 300달러나 썼단 말이지. 아. 진짜 끝내줬어.”
“300달러나? 넌 그 돈이 아깝지도 않아?”
“크크크. 돈 벌어서 뭐 하냐 그런 곳에 써야지. 어차피 나에겐 여자란 평생 그런 여자들 밖에 없을 거라고.”
“마음대로 해라. 뭘 하던 너 자유니까.”
이야기를 하는 이들을 살집이 있는 백인들이었다. 두 사람 모두 항구에서 일하는 인부복장을 하고 있는데, 그들은 물건을 가지러 왔는지 이리저리 물건을 살피고 있었다. 이런 그들의 모습에 보일은 잔뜩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을 죽이려하지 않았다. 딱히 자신을 향해 살기를 내보인다거나 하지 않았기에 공격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 여기 있다.”
“어서 싣고 가자고.”
“그래. 근데, 좀 오싹하지 않아?”
“그러게. 아까부터 오싹한 게 좀 그러네..”
그렇게 말하는 그들의 시선은 창고 안을 살폈다. 제법 오래된 창고였기에 전등도 오래되고 전등으로 밝아졌다고 하지만 상당히 어두운 분위기였다. 그들은 괜히 유령이 나올 것 만 같은 모습에 어서 끝내자는 듯 물건을 싣고는 그대로 창고를 나서기 시작했다.
어느새 불이 꺼지고 문까지 닫히자 그제야 보일은 경계하던 모습을 풀 수 있었다.
꼬르륵~
순간 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보일은 자신의 배를 잡았다. 도망친 순간부터 이제까지 아무것도 안 먹었다. 배가 고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뭐라도 먹고 싶다는 생각에 보일은 창고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물건만 있을 뿐 먹을 거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주린 배를 잡고 있을 수밖에 없는 보일이었는데, 이런 보일의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차각차각..
손바닥 크기를 가진 거미형 로봇이 10개의 가느다란 다리들을 움직이면서 창고 천장을 따라 보일의 모습을 카메라렌즈에 담고 있었다. 거미로봇은 다목적 감시로봇으로 펜트라용병단에서 사용하는 전술로봇이었던 것이다
결국 보일이 숨은 곳도 펜트라사의 감시망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자신을 지켜보는 시선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보일이었고, 이런 순간 보일이 있는 창고를 향해 다가오는 무리들이 있었다.
“절대 방심하지 마라. 아무리 꼬마라고 하지만 얕잡아 볼 수 없는 상대다.”
한번 상대해 본적이 있던 재크의 이런 말을 들은 10명의 인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들 모두 재크와 같은 사이보그 시술을 받은 특수용병대원들이었다. 이미 사전에 보일을 상대하던 재크의 시선에서 담은 영상을 본 상태라 다들 방심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창고를 향해 다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런 그들뿐만이 아니라 펜트라용병단에 소속된 100여명 규모의 용병들이 뒤따라 함께 움직이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그들의 임무는 보일을 직접 상대하는 것이 아닌 도망칠 길을 차단하는 임무였다.
사이보그 용병들은 자신들 시각으로 들어오는 보일의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는 천천히 창고 벽에 몸을 붙였다. 그리고 곧 발을 들어 창고 벽을 발을 가져다 되는 모습이었다. 습! 순간 벽을 걷기 시작한 그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의 발바닥에서는 미세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뭔가 벽에 흡착시키는 기능을 가진 신발이 분명했다.
그렇게 벽을 타고 올라가는 사이보그 용병들의 모습과 함께 남은 일반 용병들은 그대로 도망칠 길을 차단하기 위해 경계를 시작하고 있었다.
[준비]
어느새 사이보그 용병들 모두가 조용히 창고 지붕에 올라섰고, 재크의 준비라는 목소리가 모두의 머릿속을 울렸다. 일종의 뇌파통신이라는 기술로 손짓으로 수신호를 주고받았던 옛날 방식보다 훨씬 진보된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그들이었던 것이다.
[공격!]
콰앙! 쾅쾅!!
재크의 목소리가 울리는 순간 모두가 지붕을 차서 그대로 박살을 내고는 창고 안으로 빠르게 뛰어 내리기 시작했다. 이런 그들의 손에는 재크와 마찬가지로 초진동 블레이드가 들려있는 모습이었다.
“아!?”
갑자기 창고지붕이 부서지며 떨어지는 재크와 사이보그 용병대의 모습에 놀랐던 보일은 다급하게 금속칼날을 몸에서부터 뽑아냈다. 이런 보일을 향해 사이보그 용병대들은 동시에 달려들기 시작했다.
십여 개의 초진동을 일으키는 검신이 빠르게 날아오자. 보일은 칼날에 푸른빛을 만들어내면서 이런 초진동 블레이드들의 공격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치잉!! 칭칭!! 칭칭칭!! 칭!! 치잉!!
푸른빛의 칼날과 초진동 블레이드들이 맞붙이 치는 소리가 창고 안을 강하게 울렸다. 그들 하나하나가 재크와 필적하는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재크 혼자를 상대할 수 없었던 보일이 그들을 모두 상대할 수는 없었다. 수차례 서로 공격을 받는 순간 점점 보일의 한쪽 무릎이 꿇려지기 시작했다.
“으윽!”
어느새 한쪽 무릎을 꿇고 간신히 버티는 모습이 된 보일이었다. 아무리 강력한 능력을 가졌다고 하지만 아직 어린 나이였고, 재크를 포함해 10명의 사이보그 용병들의 공격을 동시에 받았으니 버티는 것도 간신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익!”
잔뜩 힘을 주며 일어나려는 보일이었지만 사이보그 용병들의 힘은 어마어마했다.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보일이었다.
“순순히 항복해라. 아니 이렇게 말한다고 들을 너도 아니겠지.”
한번 상대한 적이 있던 재크는 보일을 설득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는 말보다는 행동이 확실하다는 생각에 그대로 제압할 목적으로 더욱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사이보그용병들도 그대로 힘을 주기 시작했다. 지잉!! 초진동이 일어나는 검신들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오자 보일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졌다. 이대로라면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을 판이었다.
이런 보일의 모습을 본 재크의 입가는 어느새 회심의 미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이제 곧 보일이 제압될 것이라고 확신이 들었던 것이다.
“자 끝이다.”
그렇게 말하던 순간 구멍이 뚫렸던 지붕이 그대로 콰아앙-!! 박살이 나면서 부서진 지붕의 잔해들이 그대로 창고 안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무너지는 지붕의 모습에 다들 아니!? 라고 소리치며 급히 금속으로 이루어진 손을 뻗어 잔해들을 부수려했다. 하지만 순간 이런 그들을 향해 떨어지는 사람의 모습이 있었다. 순간 떨어지던 사람의 인영이 그대로 빠르게 발차기들을 날려 왔다.
터엉!! 텅텅텅!! 텅텅!!
한순간 날아든 공격에 보일을 압박하고 있던 모든 사이보그 용병들이 강한 충격에 날아가 창고 벽에 부딪치며 바닥에 떨어졌다. 다들 주춤거리는 모습으로 일어서고 있었는데, 이런 그들의 가슴과 배에는 잔뜩 우그러진 자국들이 남아 있었다.
다들 자신들을 공격했던 정체모를 자를 향해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시선을 주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방금 전 그 일격으로 보통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던 것이다.
“네놈이... 어떻게 여기에?”
순간 믿을 수 없다는 재크의 말소리가 울렸다. 정체모를 사람은 재크가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설마 이런 곳에 보게 될 줄은 몰랐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런 재크를 향해 사이보그 용병들이 물어왔다. 뭔가 자신들을 공격한 이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누굽니까?”
“알고 있는 자입니까?”
“적인 것입니까?”
이런 물음에 재크는 그저 잔뜩 사나운 눈길을 하고는 복수심에 불타는 마음으로 창고에 모습을 드러낸 신우를 향해 입을 열었다.
“김신우.. 생각보다 빨리 만났구나..”
“흠..? 날 아나?”
“이. 이놈이!”
재크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신우의 행동에 화가 머리끝까지 나야 했다. 한편 지붕에서 떨어졌던 신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치 기계와 사람이 합쳐진 듯한 놈이 자신을 아는 게 이상했던 것이다. 이런 신우를 향해 타노가 정말 별거 아니라는 듯 설명해 주었다.
-6년 전에 신우 너에게 개박살이 났었어. 아마 이름이 재크였고, 펜트라사의 다이슨 회장의 경호원이었지?-
아. 생각났다. 신우는 이런 신우의 말에 그제야 눈앞에 있는 자가 누군지 생각났다. 그렇군. 그때 그놈이었던 건가. 동방승천회를 처리하고 돌아오는 길에 다이슨 회장놈을 협박하기 위해 찾아갔다가 하도 짜증나게 해서 뼈마디란 뼈마디는 잘근잘근 밟아줬던 게 기억났다.
“너였군. 안 죽었었나?”
“안 죽었다!”
발끈한 재크가 소리를 지르고는 그대로 자신의 초진동 블레이드를 들어 올리며 신우를 향해 잔뜩 날이 선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네놈에게 받은 그때 그 치욕을 되갚아주마!”
이런 재크의 분노어린 말에 신우는 초진동을 일으키는 검의 모습에 호기심 어린 얼굴을 하더니 이내 손가락을 까딱이며 도발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짜증나게 하는 건 여전하네. 와봐. 한번 상대해 주지.“
“그때의 나라고 생각하지 마라! 김신우!!”
파앗! 신우의 이름을 내지른 재크가 그대로 신우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런 재크를 보며 신우는 그대로 주먹을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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