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10 보일 =========================
4년 후.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 어느새 4년이 흐른 시간이 되었다.
이제 신우의 나이는 27살이 되었다. 그리고 딸인 신예의 나이도 이제 7살인 나이가 되었다. 부쩍 성장한 신예는 이제 소녀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어여쁘게 자라난 외모를 가졌는데, 이런 외모와는 달리 상당히 활발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신예는?”
일어나서 곧바로 소파에 앉은 신우가 아침부터 보이지 않는 신예의 모습에 막 주방에서 나오는 예린을 보며 물었다. 이런 신우의 말에 예린은 어깨를 으쓱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말했다.
“놀이터에 있을 걸. 아침부터 뭐가 그렇게 놀고 싶은지 서둘러 나가던데.”
“흠.. 그 애들하고 너무 노는 거 아냐?”
“뭐 어때. 애들인데, 지금이라도 실컷 놀아야지.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놀 시간도 없을 텐데 뭐.”
예전과 다른 예린의 말이었다. 본래 딸의 교육을 생각해서 미리 조기교육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해왔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오히려 놀라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예린의 말을 들은 신우는 벌써 그렇게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예가 벌써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는 말이지.. 시간 참 빠르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완전히 어린 아이였는데..이제는 혼자서도 잘 다니고. 쩝.”
“매일 붙어 다녔을 때와는 달리 이제는 혼자서 잘 다니니까 완전 아쉽지?”
“그렇지 뭐.”
“호호호. 완전 어린애라니까. 언제 철들래?”
“철이라니. 철이라면 예전에 들었다고. 내가 언제 어린애처럼 한적 있어?”
“네네. 알겠습니다. 그렇다고 해둘게요~”
장난스럽게 말하는 이런 예린의 모습에 신우는 슬며시 예린의 손을 잡고 소파로 끌어당겼다. 이 때문에 예린은 어어? 거리며 끌려오는데, 어느새 소파에 누운 신우의 위로 올라타는 모습이 되어버렸다. 상당히 야릇한 자세가 되었는데, 신우는 이런 예린을 보면서 말했다.
“철없는 남편과 그럼 재미난 놀이나 해볼까?”
“신예가 들어오려면 어쩌려고.”
말을 그렇게 하지만 얼굴이 잔뜩 붉어진 모습을 본다면 예린도 신우가 말한 재미난 놀이를 원하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신우는 이런 예린을 보고는 그대로 끌어당기면서 입술에 키스를 하고는 조용히 그녀의 귓속을 향해 소곤거리듯 말했다.
“애가 놀러나가서 빨리 들어온 적이 있어?”
“그렇겠지?”
둘은 어느새 눈이 맞았고, 곧바로 서로의 옷을 벗으며 소파위에서 한차례 열락에 빠지기 시작했다. 아직 신예가 놀아오려면 시간이 있으니 시간은 많은 상태였다. 둘은 아직 27살의 남녀로서 불타는 청춘이었다.
* * *
“난 정의의 용사다! 악당들이여! 나의 검을 받아라!“
미끄럼틀 난간 위로 아슬아슬하게 올라타 소리치는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짖은 검은 머리카락과 젖살이 있어 통통한 얼굴, 맑은 눈동자까지. 한눈에 누구나 예쁜 여자아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예쁜 소녀가 자신이 정의의 용사라고 소리치며 나무작대기를 들고 소리치고 있었다.
소녀의 정체는 신예다. 아침부터 놀이터에 나와서는 위험천만하게 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신예의 옆으로 똑같이 난간위에 서있는 두 아이의 모습이 보이는데, 둘은 지후와 코지로였다. 어렸을 때의 인연으로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함께 가까이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시. 신예야. 위험해. 그러다 떨어지겠어.”
“맞아. 떨어지면 위험하잖아”
둘은 신예의 모습이 상당히 위태로워 보였는지 밑에서 내려오라며 설득하고 있었다. 이런 둘의 모습이 신예는 마음이 들지 않는지 그들을 향해 막대기를 겨누고는 소리쳤다.
“너희 둘! 재미없게 할 거야! 너흰 악당이라고! 어서 대사를 하란 말이야!”
“윽. 안 하면 안 될까? 너무 부끄럽잖아.”
“그러게.. 너무 부끄러워서..”
둘은 대사를 하는 게 너무 부끄러운지 빼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모습에 신예는 허리에 손을 얹고는 이내 삐진 듯 볼에 바람을 잔뜩 불어넣으며 우~ 하는 소리를 냈다. 이런 신예의 모습을 본 지후와 코지로는 움찔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할 수 없다는 듯 짧은 한숨들과 함께 신예가 원하는 대사를 하기 시작했다.
“용사 신예여. 세계정복을 하려는 마왕인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맞다! 우릴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화끈. 지후나 코지로나 둘 모두 말을 하면서도 얼굴이 화끈거려서 죽을 것만 같았다. 이런 오글거리는 말이라니 요즘 애들은 전혀 쓰지 않는 말이었다. 둘은 7살 인생 최대의 수치인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예는 뻔뻔하게 나무작대기를 들어서는 마치 자신이 용사라도 된 것처럼 막대기를 휘두르더니 말했다.
“나 용사 신예! 너희 마왕들을 이게 세계를 구원하겠다. 이얏! 핫!”
휘익! 휙휙! 이리저리 막대기를 휘두르는 신예의 모습이었고, 이런 모습은 상당히 위태로워 보였다. 지후나 코지로나 이런 신예의 모습에 어어? 하는 얼굴을 하는데, 순간 신예가 휘두르던 원심력에 중심을 못 잡고 그대로 삐끗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대로 미끄럼틀 위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앗! 가장 먼저 손을 뻗는 건 코지로였다. 순간 코지로의 그림자에서 생겨난 검은 손이 빠르게 떨어지는 신예에게 날아갔던 것이다. 사삭! 순간 그림자 손은 신예의 몸을 받쳤다. 그림자 손에 떨어진 신예는 멀쩡한 모습으로 앉아있게 되었는데, 이런 신예의 모습에 지후나 코지로나 깜짝 놀랐다는 얼굴로 소리를 질러야 했다.
“그러게 조심하라고 했잖아!”
“맞아 다쳤으면 어떻게!?”
“어하핫. 미안.”
태연하게 웃으며 머리를 그적이며 사과하는 신예의 모습에 둘은 결국 또 다시 에휴~ 하는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도대체 저 말괄량이를 누가 말리냐는 생각을 해야 했다.
그 순간 둘은 신예의 머리핀이 미약한 빛을 내려다 사라진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만약 떨어지는 신예를 구하지 않았다고 해도 아빠인 신우가 선물한 마법의 머리핀이 신예를 안전하게 구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던 것이다.
“아차. 코지로 너 얼른 그림자 없애!”
“아 그렇지!”
코지로는 즉시 그림자 손을 없애버렸고, 이로 인해 신예는 폭신한 놀이터 바닥에 엉덩방아를 찍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프지 않는지 그저 탁탁. 엉덩이를 털고 일어서는 모습이었다. 상당히 털털한 모습이다.
“본사람 없지?”
“없을 거야.”
둘은 능력을 사용하는 모습을 본 사람이 없는지 주변을 살피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침에 그것도 놀이터에 올 아이들이나 사람은 없었다. 이곳 주변은 워낙 부촌이었다. 그리고 이곳 아이들은 다들 조기교육에 바빠 놀 시간이 없었다. 이렇게 평일 날 아침에 놀이터에서 노는 셋이 정말 이상했던 것이다.
“뭐해?”
“뭐하긴 본 사람이 없는지 살피는 거지.”
“그래? 지후 넌 너무 조심성이 많은 거 아냐?”
“신예 네가 조심성이 없는 거라고! 능력을 들키면 나라에서 잡아간다고!”
이런 지후의 말에 코지로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둘의 모습에 신예는 그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정작 능력이라는 걸 가져본 적이 없기에 능력이 들킨다는 게 어떤 건지 피부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어쩌면 아직 7살이라는 어린 나이라서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몰랐다.
어쨌든 신예는 좀 더 놀고 싶은 마음에 다시 미끄럼틀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런 신예의 모습에 지후와 코지로는 말리면 신예가 얼마나 삐질 것을 알기에 말리지도 못하고 조금 전과 같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응?”
막 미끄럼틀 위로 올라가던 신예는 이상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돌렸다. 뭐지? 이상한 기분에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평소에 보던 놀이터 말고는 없었다. 이런 신예의 모습이 이상한지 지후가 무슨 일인지 물어왔다.
“왜 그래?”
“그냥..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왜 이러지?”
“혹시 아까 떨어질 때 충격 있었던 거 아닐까?”
코지로가 걱정스럽게 묻자 신예는 고개를 갸웃 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내가 잘못 느꼈나봐. 다시 올라가야지.”
그렇게 말하며 다시 미끄럼틀에 올라가는 신예였는데, 자꾸만 묘한 느낌이 들어서인지 고개를 갸웃 거려야만 했다. 신예는 알지 못했다. 이곳이 아닌 먼 곳에 신예의 마음을 이상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 *
새하얀 긴 복도를 따라 뚜벅뚜벅 거리는 구둣발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발자국의 주인은 하얀 연구복을 입고 있었다. 연구자로 보이는 그는 180cm에 달하는 키에 오똑한 코의 모습까지 전형적인 서구적 얼굴을 가진 자였다.
그는 어느새 도착한 금속 문 앞에 서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런 그를 향해 문 위에 설치된 뭔가가 붉은색의 레이저를 쏘아 보내며 그를 몸을 훑기 시작했다. 그는 익숙한 일인지 그저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다.
[삑! 윌리엄 박사님 신분이 확인되었습니다.]
부드러운 기계의 음성이 들리며 금속 문이 스르륵 열리는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에 윌리엄 박사라고 불린 그는 그대로 발걸음을 때며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문을 통과해 들어선 그는 어느새 십여 명의 연구자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들은 안으로 들어선 윌리엄 박사의 모습을 보고는 인사를 건네 왔다.
“오셨습니까. 윌리엄 박사님.”
“어서 오십시오. 박사님. 모닝커피 드시겠습니까?”
“허헛. 부탁하네.”
윌리엄 박사는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는 연구자들에게 인사를 받으면서 그대로 자신의 자리에 착석했다. 그는 곧바로 앉은 상태에서 그대로 방 전체에 가득 찬 대형 모니터를 향해 시선을 주기 시작했다.
“언제나 보는 거지만 언제나 정말 대단한 광경이야.”
윌리엄 박사의 시선은 모니터에 나오는 하나의 공원과 같은 공간을 보고 있었다. 이런 공간에는 50여명이 넘어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다양한 인종으로 이루어진 아이들은 상당히 천진난만했다. 하지만 다른 것이 있었다면 비현실과 같은 아이들의 행동들이었다.
달리면서 나무를 통과해 달리는 아이의 모습, 등에 마치 천사의 날개처럼 날개가 달려있어 이런 날개를 움직이며 하늘을 나는 아이의 모습, 기존 영상에는 없지만 열화상카메라를 통해 나무에 기대어 앉아 있는 아이의 모습, 마치 몸 전체가 파충류의 딱딱한 비늘을 가진 아이의 모습까지 다양하고 비현실과 같은 능력을 사용하는 아이들의 모습들 영상에 잡히고 있었다.
이곳은 펜트라사에서 운영하는 비밀연구시설이었다. 그리고 영상에 잡히는 아이들은 모두 펜트라사에서 직접 찾아서 납치나 아니면 부모들을 설득해서 데려온 아이들이었다.
“여기 커피 드십시오. 박사님.”
한 연구원이 커피를 건네자 윌리엄 박사는 머그컵에 든 커피를 마시며 자신에게 커피를 건넨 연구원을 향해 어젯밤에 무슨 일이 없었는지 물었다.
“어젯밤 동안 문제는 없었나?”
“없었습니다. 확실하게 자기들끼리 서열을 잡은 모양인지 더 이상 싸움 같은 건 없었습니다.”“그것 참 다행이군.”
아무리 어리더라도 인간인 이상 서열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그 때문에 능력을 가진 아이들끼리 충돌이 자주 있었다. 그것 때문에 윌리엄 박사의 마음은 철렁할 때가 많았다. 능력을 가진 아이들은 하나하나가 참으로 귀중한 존재였다. 그런 아이들이 상처라도 입으면 엄청난 인류의 손해라고 생각하는 게 그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제부터인가..”
“아무래도 새로운 아이가 올 테니 다들 경계하지 않겠습니까.”
“최선을 다해서 충돌하는 건 막아야 하네. 누구하나 빠질 것 없이 그들은 우리 인류의 보물들이니 말이야.”
“그래야지요.”
윌리엄 박사는 어느새 자신의 컴퓨터에 화면을 띄웠다. 어떤 아이의 얼굴이 나오는 모습이었다. 흑인이었는데, 상당히 인상을 쓰는 모습을 찍은 모습이었다. 신상자료에는 지금 보일이라는 이름이 나와 있었다.
“보일이라고 했던가..”
“예. 4년 전 라스베이거스에서 많은 경찰들을 무참히 살해했던 아이지요.”
“음. 아직도 그 애를 다른 애들과 함께 있게 해야 할지 고민이군.”
“조심스럽게 접촉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우선은 당분간 데려온 상태 그대로 두고 지켜보자고.”
이런 윌리엄 박사의 말에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연구원이었다.
보일이라는 이름을 가진 흑인아이는 4년 동안 로키산맥 지하에 있던 비밀시설에서만 지냈다. 그리고 현재 2년간 제작한 이동식 특수감옥으로 이송되어 이곳으로 오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보일을 이곳으로 이송시키려 한 일은 그렇게 쉽지 않았다. 이곳에 있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보일은 애초부터 미국 정부의 입김이 있는 비밀시설에 갇혀있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려야 했고, 이제야 펜트라사의 비밀연구시설인 이곳으로 이송해 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둘은 보일이라는 아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이야기를 하는 그 순간 한 연구원이 전화로 연락을 받는 모습을 보이더니 그대로 의자에서 벌떡 이러나는 모습이었다. 다들 이런 모습에 의아한 얼굴을 하는 그 순간 연구원은 이곳 시설의 책임자인 윌리엄 박사를 향해 다급히 전해온 소식을 전했다.
“위..윌리엄 박사님! 방금 연락이 왔는데! 이송 중이던 특수감옥을 부수고 아이가 탈출해서 도망쳤다고 합니다!”
“뭐. 뭐라고!”
쨍그랑! 마시던 머그컵이 바닥에 떨어져 깨지면서 커피가 바닥에 흘렀지만 이곳에 있는 누구도 그걸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이송 중이던 아이가 탈출 했다는 소식에 심각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큰일이군.”
윌리엄 박사가 염려하는 것은 보일이라는 아이가 보이는 잔혹성이었다. 이미 모든 자료를 보았던 그는 보일이라는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아이는 3년 전 몸을 감싸던 고치와 같은 곳에서 나오는 순간 언제나 화가나 있었고, 어떤 누구도 다가오면 공격하려는 행동을 보였다. 만일 그 아이가 마을이나 도시로 갔다가는 대학살극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윌리엄 박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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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이 지났습니다. ㅎ 다들 재밌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