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07 좀비 바이러스 =========================
폭발한 자신의 전용기의 잔해의 모습을 바라보는 신우의 얼굴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하늘을 힐끗 올려다보았다. 저 멀리서 몇 대의 전투기들이 아주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모습이 시야에 잡혔다. 당장이라도 부수고 싶은 마음이지만 지금은 품에 안겨 있는 김지혜를 한국에 데려다 주는 일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기로했다.
-전용기가 부서져 버렸네. 쩝.. 다음엔 꼭 처음부터 내가 직접 설계해서 제작한 전용기를 준비해야겠어.-
타노의 이런 말에 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한다면 다음엔 저런 일이 없을 터였다. 신우는 애써 파괴된 전용기에 대해서 신경을 끊었다. 어차피 부서진 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내 천천히 이동하기로 했다.
“어. 어떡해요..?”
부셔진 비행기의 잔해를 보며 말하는 김지혜의 눈동자는 상당히 흔들리고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부셔졌다는 사실에 안타까움과 함께 돌아가지 못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신우는 이런 김지혜를 힐끗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비행기가 파괴됐지만 날아서 갈 거다.”
신우는 한국까지 날아서 갈 생각이었다. 예전에 수아를 구하려 태평양을 가로지를 당시처럼 시간이 급한 것도 아니었고, 의외로 이곳에서 한국까지 가깝다는 사실에 날아가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한편 이런 신우의 말을 들은 김지혜는 다행이다. 라는 마음이 들었다. 내심 돌아갈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불안했었다.
그렇게 안심이 들면서 김지혜는 자신을 안고 날아가는 사람의 정체가 궁금했다. 얼굴이 온통 지워진 것 마냥 새하얀 백색 도화지같이 보였다. 이 사람은 정체가 뭘까? 대체 누군데 날 구해주고 한국으로 돌아가게 해준다는 걸까?
“당신은 대체 누구세요..?”
“음? 나?”
“예. 무슨 이유로 절 구해준 건가요? 전 당신을 전혀 몰라요.”
신우는 김지혜의 말에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이내 담담한 목소리로 그냥 모르는 상태에서 있자는 생각에 말했다.
“그냥 이대로 모르는 상태로 있으면 안 되나?”
“하지만..”
뭐라고 말을 하려던 김지혜는 문뜩 자꾸 뭔가 익숙한 목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너무 당황하고 정신이 없는 상태라 인식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뭔가 익숙하다는 사실을 느낀 것이다.
어디서 들었지? 이 목소리.. 전에 어디서 분명 들었는데...?
“아!”
응? 왜 저러지? 신우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김지혜의 모습을 보고는 의아했다. 이런 신우를 향해 김지혜는 다급히 소리치듯 물었다.
“김신우 씨! 김신우 씨 맞죠!?”
“......아닌데.”
“맞아요. 그 목소리. 이제야 알겠어요. 분명 신우씨 목소리예요. 제가 예린이 남편인 신우 씨 목소리를 왜 모르겠어요!”
-들켰네. 역시 목소리까지 변조했어야 했어.-
타노의 말을 들은 신우는 속으로 이하동문이라는 생각을 하고는 이내 할 수 없다는 듯 이미 들킨 이상 얼굴을 지우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그대로 타노에게 이미지마법을 지우라고 말했다. 싹. 순간 하얀 도화지 같던 신우의 얼굴이 그대로 본래의 얼굴로 들어났다.
“역시..! 그런데.. 어? 눈동자색깔이..?”
역시 자신의 생각대로 김신우가 맞다는 생각을 하던 김지혜는 이내 신우의 두 눈동자가 무척이 붉다는 사실에 흠칫 몸을 떨었다. 이런 모습에 신우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사정이 있어서.”
“예린이도 아는 건가요..?”
이런 김지혜의 말에 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신우의 끄덕임에 김지혜는 예린에 대해서 조금 배신감이 들었다. 이 기집애.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 나한테 단 한마디도 하지 않다니. 돌아가면 꼭 제대로 물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 김지혜였다.
“예린이가 꼭 당신을 구해달라고 하더군.”
“예린이가요..?”
김지혜는 예린이가 자신을 구해달라고 했다는 말에 느껴지던 배신감이 완전히 사라지는 기분을 맞보았다. 어느새 눈가에 눈물까지 글썽이게 되었는데, 김지혜는 자신을 위해서라는 예린이 그렇게 말했다는 사실에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직접 자신을 구하러 온 신우에 대해서도 너무 고마웠다.
“고마워요.. 구해주러 와주셔서..”
신우는 김지혜의 고마움을 전한 말에 딱히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후쿠오카 시를 벗어날 생각을 할 뿐이었다. 김지혜도 이런 신우의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저 나중에 만날 예린이에게 뭐부터 물어보지? 라는 생각에 빠져야 했다. 기자라는 직업답게 신우가 가진 능력부터가 너무 강한 호기심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침묵을 유지하며 하늘을 가르는 둘의 모습이었고, 어느새 후쿠오카 항구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신우는 이런 항구의 모습에 곧장 바다를 가를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때 이런 신우의 시선이 잡히는 것이 있었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타노였다.
-오! 저게 뭐지? 이상한 게 있네.-
타노의 말처럼 상당히 기괴한 모습이 시야에 잡히고 있었다. 신우의 시야에 잡힌 그것은 지하철 입구였다. 이런 지하철 입구로 들어가려는 좀비들은 그대로 썰려버리는 모습이었다. 들어서려는 족족 좀비들의 육신이 썰려나가며 바닥을 뒹굴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검은 그림자로 이루어진 촉수와 같은 것들이 수십 가닥으로 갈라지며 좀비들을 처리하는 모습은 상당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모습이었다. 신우는 이런 모습에 허공에 정지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잠시 정신이 팔려있던 김지혜도 이런 모습에 의아한 듯 얼굴을 해야 했다.
“무슨 일이예요?”
그렇게 말하던 김지혜는 신우의 시선이 아래로 향해 있는 모습에 고개를 내렸고, 곧 보이는 기괴한 모습에 놀란 얼굴로 눈을 크게 떠야 했다.
“저게.. 뭐예요.?”
좀비들이 썰려나가는 모습에 김지혜는 믿기지 않는다는 시선으로 아래를 주시해야 했다. 이런 김지혜를 보며 신우는 말했다.
“잠시만 살펴볼 것이 있어서 그런데 내려가도 되겠나?”
“저길 내려간다고요?”
좀비들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내려간다는 말에 김지혜는 겁이 났다. 하지만 이내 신우가 가진 능력을 생각하고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김지혜는 신우가 한다면 따라야 하는 처지였다. 어디까지나 자신은 그저 구함을 받는 처지에 불과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김지혜가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모른 신우는 그저 김지혜가 승낙하자 그대로 아래를 향해 하강하기 시작할 뿐이었다.
* * *
“코지로. 절대 좀비들이 여길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 알겠니.”
“예.. 아빠..”
아주 작은 3살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두 눈을 감은 상태로 힘없이 대답하고 있었다. 이런 아이의 다리에는 수십 가닥의 그림자들이 여려 방향을 향해 뻗어나가서는 곳곳에 불빛에 만들어진 그림자들에게 연결되어 있었다. 이곳은 지하철 안이었다. 그리고 이런 지하철 안을 지키고 있는 이가 눈앞에 있는 코지로라는 이름을 가진 사내아이였다.
그리고 주변엔 많은 사람들이 있는 모습이었는데, 다들 겁에 질려있는 모습들이었다. 다들 코지로라는 아이에게 구함을 받은 사람들인 것이다.
“다들 걱정 마시오. 우리 아들이 절대 좀비들이 이곳 지하철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할 테니 말이요.”
“감사드립니다. 켄지상.”
“켄지상 아드님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살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들 코지로의 아비인 켄지를 향해 고마움을 전하고 있었다. 이런 사람들의 모습에 켄지라고 불린 사내가 상당히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커흠. 고맙다면 일본을 나가는 즉시 꼭 사례를 하시오.”
“물론이죠. 제가 외국은행 계좌로 상당히 많은 돈을 예금해 두었습니다. 그 돈으로 꼭 사례를 하겠습니다.”
“저도! 꼭 사례를 하겠습니다!”
“전 집을 구해드리겠습니다!”
다들 사례를 하겠다는 말에 켄지라고 불린 사내의 얼굴은 금방 만족감으로 물들었다.
흐흐흐.. 좋아.. 일본을 빠져나가면 저들에게 꼭 돈을 받아야지. 켄지는 한눈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옷차림을 한 사람들의 모습에 잔뜩 욕심을 피어 올렸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상당히 상류층의 사람들이었다. 켄지는 이미 일본이라는 나라는 망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본을 떠날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려면 많은 돈이 필요했고, 이들을 따로 구한 이유도 돈 때문이었던 것이다.
이 모든 게 아들로 인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비록 일본의 바다가 봉쇄당했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켄지는 아들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봉쇄를 뚫고서 중국이나 한국으로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흐흐. 저런 복덩이 난 너밖에 없다.”
두 눈을 감고 있는 켄지의 마음은 아들에 대한 무한사랑으로 가득했다. 물론 이런 무한사랑은 돈이라는 욕심과 연결된 사랑이었다. 아들이 이상한 능력을 얻었을 당시만 해도 그는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순간 아들의 능력을 보는 순간 그는 깨달았다. 아들의 능력이라면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아들의 능력을 철저히 숨겼고,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되는 순간 아들을 이용해 보석점이나 작은 은행들을 털었다. 아들이 가진 그림자 능력은 전혀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 그림자 능력에는 몇 가지 특수한 능력이 있었다. 그건 사람이든 물건이든 그림자를 이용해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림자를 통해 돈을 빼왔기에 전혀 증거를 남지 않고 훔칠 수 있었고, 그는 막대한 보석과 돈들을 가지게 되면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그의 감정은 순간 일어난 좀비사태로 막을 내리게 될 수밖에 없었다.
너무 많은 돈과 보석이었기에 집을 나설 당시 그는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좀비들을 피해 다녀야 했던 것이다. 지하철에 있는 사람들은 미래를 위한 보험들이었다. 일본을 나가 다시 시작할 보험 말이다.
내일쯤 일본을 나서야겠어. 배부터 구하고, 식량도 어느 정도 구해야겠지?
배위에 언제까지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에 식량을 구할 생각을 먹고 있는 순간 갑자기 코지로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빠. 누가 들어와요.”
다급한 아들의 말에 켄지는 의문이 들었다. 누가 온다니? 대체 누가 온다는 말인가? 싶었다. 그렇게 의문이 드는 순간 지하철 안으로 눈가 들어섰다. 두 사람이었다. 한명은 덩치가 큰 사내였고, 한명은 한눈에 봐도 미녀인 여인이었다.
“어떻게..? 코지로 어떻게 된 것이냐?!”
누구도 들어올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켄지는 아들인 코지로를 다그쳤다. 이런 말에 코지로라고 불린 아이는 고개를 흔들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모른다고 말했다.
“몰라요. 그냥 들어왔어요..막을 수 없어요. 힘이 전혀 공격하지 않아요..”
“대체?”
정체가 뭐냐는 생각을 하는 켄지의 모습과 함께 지하철 안으로 들어선 신우는 그림자를 조종하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었다.
이 아이도 지후와 같은 아이인 건가?
지후와 또래의 아이인걸 보면 분명해 보였다. 신우는 아이가 사용하는 그림자의 능력을 살펴보았다. 상당히 익숙한 느낌이었다. 사실 이렇게 간단히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신우가 품고 있는 그림자일족 그리드라스의 힘의 작용이 있어서 였다.
아무리 힘이 봉인되었더라고 해도 신우라는 존재자체는 그대로였다. 애초에 그림자의 일족의 힘을 흡수했던 신우이기에 신우에게는 그림자의 힘이 전혀 소용없는 것이었다. 오히려 이능의 힘을 가진 그림자가 피하는 게 맞았다.
신우는 아이에게서 느껴지는 익숙한 그림자의 능력에 호기심이 왕성해졌다. 어떻게 저런 능력을 가지게 되는 걸까? 지후라는 아이가 가진 불꽃 능력도 그렇고 그림자 능력도 세상에 없던 능력들이었다. 신우는 자꾸만 딸인 신예와 관계가 있을 거라는 사실에 조금은 딸이 나이가 들었을 당시가 걱정이었다.
분명히 뭔가 연결점이 있을 것이고. 이로 인해서 딸애에게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딸을 가진 아비의 욕심이라고 신우는 그런 연결점을 찾아서 얼른 끊어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신예가 평범하게 여자로서 살아갔으면 싶었다.
한편 신우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은 순간 지하철 안에 있던 사람들은 신우를 보며 두려움에 떨었다. 신우의 붉은 두 눈동자는 사람들로 하여 두렵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렌즈도 아니고 몇몇 불을 밝히는 전등을 제외한 제법 어두운 지하철에 붉은 빛을 내는 눈동자였으니 두려움이 들 모습이었던 것이다.
“다. 당신은 누구요?”
잔뜩 경계심이 묻어나는 켄지의 목소리가 지하철 안을 울렸다. 이런 목소리에 신우의 시선을 그를 향했고, 그저 담담한 목소리로 말할 뿐이었다.
“그저 궁금증이 들어 왔을 뿐이다. 금방 돌아갈 테니 신경 쓰지 마라.”
“궁금증..?”
“저 아이. 그림자 능력을 가지고 있더군.”
“그.. 그렇소. 그게 어떻단 말이오..”
“어떻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호기심에 다가왔을 뿐이다. 그럼 봤으니 가보겠다.”
“가. 가본다니..?”
신우가 그대로 몸을 돌리자 켄지는 황당한 마음이 들었다. 갑자기 들어와서 이내 가보겠다니 황당함을 넘어 당혹스러움까지 느껴야 했다. 다들 그렇게 신우의 모습에 황당하다는 얼굴을 하는 그때 코지로라는 아이가 흠칫 몸을 떨더니 다급히 소리를 질렀다.
“가.. 갑자기 좀비들이 많이 몰려오고 있어요! 너무 많아요. 모..못 막겠어요.”
갑작스러운 이런 말에 다들 코지로라는 아이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코지로라는 아이는 힘겨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분명 밖에서 뭔가 일어나는 게 분명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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