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다-305화 (305/364)

00305 좀비 바이러스 =========================

“이제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김지혜는 괜찮다고 말하는 여성의 모습에 안도하면서 조심히 몸을 뒤로 물렸다. 지금 김지혜는 일본어로 말하고 있었다. 본래부터 영어와 일본어가 능통했고, 외국어를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렇게 일본에 파견 온 것이기도 했다. 물론 그것 때문에 지금 이렇게 목숨이 위태롭기는 했지만 말이다.

선배는 어떻게 되었을까..?

함께 파견 왔던 선배의 생사가 너무도 걱정되는 김지혜였다. 좀비들이 도시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이후로 이리저리 사람들의 틈으로 휩쓸리다 선배와 헤어지게 되면서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가 된 상황이었다.

처음 첫날 좀비들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접했을 당시만 해도 진짜 장난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틀이 지나면서 더 이상 장난이 아닌 현실이라 깨닫게 되었다. 김지혜는 어떡해서든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공항이 폐쇄되었고, 해상까지 봉쇄되면서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한 상태가 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미 소문으로는 어선을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미 해군 함정이 쏜 함포에 격침당해서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었다.

흉흉한 사람들의 모습과 함께 도쿄를 비롯해서 대 다수의 일본 본토 지역이 모두 좀비로 잠식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김지혜는 본래 묵고 있던 호텔방에서 크게 절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이곳으로 보낸 상관에게 온갖 욕을 다하고 물건을 때려 부수었던 것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그저 공허함뿐이었다. 결국 일본에 자신이 갇혔다는 현실 밖에는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아.. 집에 가고 싶어..”

따뜻한 목욕물에 몸을 담구고 싶었고,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 키고도 싶었다. 김지혜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며 사람들의 모습을 살폈다.

대략 40여명의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대다수가 30대에서 40대로 보이는 남성과 일부 여성들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일부 흑인과 백인으로 보이는 외국인 두 사람의 모습도 보였다. 그들은 모두 두려움에 가득한 모습으로 쪼그려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자신과 같이 다들 깊은 절망을 느끼고 있는 상태로 보였던 것이다.

김지혜는 현재 이곳이 어딘지 몰랐다. 그저 좀비가 호텔 근처까지 왔다는 사실에 무작정 나와 도망쳤다는 것이고, 도망치다 보니 건물 안으로 사람들과 함께 휩쓸리면서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들어선 건물은 상당히 고층 건물이었는지 상당히 많은 계단을 통해 올라왔었다. 평소였다면 절대 못 올라왔을 높이지만. 목숨이 위험하다는 사실에 한계 이상으로 힘든 것도 모르고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이다.

다들 내가 한국인이라고 말하면 무슨 반응을 보일까? 역시 들키면 안 되겠지?

그동안 일본인들이 상당히 큰 혐한반응을 보였다고 생각해보면 상당히 좋지 않는 반응을 보일지 몰랐다. 내심 김지혜는 자신이 일본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과 함께 절대 들키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언제 좀비들이 닥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하지만 언제 저 사람들이 정신을 회까닥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막말로 자신 때문이라며 억지를 쓰면서 자신을 가지고 때리거나 강간하려 할지 몰랐다. 심지어 심하면 죽이려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김지혜는 오래전 일본에 일어난 대지진이 일어난 당시의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그럴 확률이 무척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인들은 절망했다. 그리고 곧 일본 사람들은 재일조선인들을 향해 무차별 학살을 자행했다.

지진이 일어났던 상황과 모든 불운이 재일 조선인들 때문에 일어났다고, 덮어씌운 것이다. 문명인이라면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할 대학살 극이었지만 그 당시 일본인들은 실제로 재일조선인들을 학살해 버렸다. 이런 사실을 대학교 당시 공부한 적이 있던 김지혜는 절대 자신이 한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을 마음을 먹어야 했다.

쿠웅!!

어딘가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인지 건물이 조금 흔들리는 느낌이 전해졌다. 김지혜도 놀란 얼굴이 되어야 했는데,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도 놀란 얼굴로 당황하고 있었다. 일부의 사람들은 창문을 향해 고개를 내밀면서 아래를 보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시야에는 주유소가 폭발하여 불꽃과 함께 검은 재가 하늘 높이 솟구치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히익! 헉..! 주유소가 폭발했다는 사실 보다는 도로가에 개미 때처럼 가득 몰려다니는 좀비들의 모습이 더욱 공포스러운 모습이었다.

“빠. 빨리 창문에서 떨어지세요. 그러다 좀비들에게 들키면 어쩌려고.”

누군가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창문 쪽에 있던 사람들은 그제야 황급히 내밀던 고개를 집어넣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좀비가 창문에 있던 사람을 발견하다니 상식선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두 상식을 찾기에는 너무 제정신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어느새 조용해진 방안이었고, 다들 다시 침묵만을 유지했다. 뭐라고 이야기를 떠들기에는 지금 상황이 너무 두렵고 무서웠다.

그렇게 시간만 계속해서 흐르는 상태가 되면서 점점 사람들은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 되었다. 그나저나 벌써 오후 3시가 되는 시각이었다. 다들 좀비들이 나타날 징후가 보이지 않자 상당히 배고픔이 몰려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침부터 시작된 좀비의 등장이었고, 사람 들 중에는 점심을 먹지 못한 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다들 배고픔이 느껴지자 먹을 걸 찾는 모습이었다. 그때 누군가 가방에서 꺼낸 과자들을 내놓자 다들 나눠먹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었다. 과자들은 상당히 많았다. 뭔가 과자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인지 상당한 과자의 양이었던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김지혜는 자신의 생각이 기우였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때와 지금은 다른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이런 김지혜를 향해 말을 거는 이가 있었다. 아까 위로해주었던 울던 여성이었다.

“이리 오세요. 같이 먹어요.”

아주 작은 양이지만. 그래도 나눠먹으려는 모습에 김지혜는 여성이 너무 고마웠다. 안 그래도 배가 고프다는 사실에 조금씩 움직여 다가간 김지혜였고, 이런 그녀를 향해 비스킷 과자 하나를 건네는 여성이었다.

짭짤함과 함께 씹혀지는 과자의 느낌에 그제야 뭔가 긴장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김지혜의 모습에 여성은 자신에 대한 소개했다.

“아까 고마워요. 전 나오미라고 해요.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난..유미코. 유미코라고 해요.”

“아. 유미코상. 예쁜 이름이네요.”

“고마워요. 나오미라는 이름도 예뻐요.”

갑작스럽게 만들어 낸 이름이지만 김지혜는 안도하는 마음이 들었다. 다들 괜찮아 보이지만 그래도 끝까지 한국사람 임을 끝까지 숨기려는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마음먹고 있는 순간 갑자기 샤럽!(닥쳐!) 이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외국인이었다. 그것도 백인 남성이었는데, 그는 잔뜩 붉어진 얼굴로 뜯지않는 과자봉지를 뒤로 빼고 있었다. 대체 왜 저러지?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백인 사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다들 제정신이야! 먹을 걸 아껴야 한다고! 지금 당장 다 먹으면 어쩌자는 거야!”

영어로 소리치는 이런 백인사내의 말에 상당수 일본인들이 알아듣지 못했다. 일부만 알아들었는데, 알아들은 사람은 이런 백인사내를 진정시키려 했다.

“소. 소리를 지르지 마세요. 좀비가 옵니다.”

“맞아요. 그리고 그렇게 흥분하지 마시고 우선 진정하세요.”

“내가 진정하게 생각했어! 다들 제정신이야!? 여기에 먹을 수 있는 식량은 이것뿐이라고!”

“무, 무슨 소리인지 아니까. 진정부터 하세요. 이러다 좀비가 오면 어쩝니까.”

영어로 말하며 백인사내를 말리는 30대 중반의 사내의 말에 그제야 백인사내는 좀비라는 현실을 깨달으면서 급히 입을 다물었다. 이런 백인사내의 모습에 진정이 된 것 같다는 생각에 30대 중반의 사내는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을 향해 이 백인사내가 왜 그렇게 흥분한 것인지 말해주었다.

아. 사내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그제야 자신들의 손에 들린 과자를 보았다. 갑자기 먹던 걸 멈추는 사람들이었다. 그러고 보면 이런 과자와 같은 먹을 걸 구할 때는 없었다. 식량을 구하려고 한다면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곳에 아무도 아래층으로 내려가고픈 사람은 없었다. 그제야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식량을 너무 막 먹었다는 걸 알고는 황급히 먹던 과자를 내려놓고 꺼낸 비닐포장지에 넣는 사람들이었다.

“내. 내 과자들을 돌려주시오.”

과자를 내놓았던 중년사내는 사람들을 향해 자신의 과자를 돌려달라고 말했다. 듣고 보니 괜히 사람들에게 자신의 유일한 생명줄인 과자들을 건넨 것이다. 하지만 이런 중년사내의 말에도 어느 누구도 이런 중년사내에게 과자를 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뜯지도 않는 과자들을 몸 뒤로 숨기려는 사람들이 행동이 이어졌다. 이런 모습에 과자의 주인이었던 중년사내는 잔뜩 붉어진 얼굴이 되었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때 갑자기 한 일본인 남성이 외국인인 백인사내와 흑인 사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일본인에게도 모자란 먹을 걸 저 외국인들에게 굳이 줄 필요가 있습니까..?”

갑자기 이런 일본인 사내의 말에 다들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시선에도 사내는 오히려 성난 목소리로 외국인 사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결국 이곳에 있는 식량은 떨어질 겁니다. 그 전에 저 외국인들이 뺏은 과자들을 빼앗자고요. 살려면 우리 일본인들만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무슨?! 다들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 사내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을 하는데, 그때 한 일본인 남성이 일어나면서 동의하듯 말했다.

“옮소. 우리 일본인이라도 살아야지 않겠습니까.”

“이. 이보십시오. 지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입니까?”

안경을 쓴 사내의 이런 말에 처음 말한 사내와 두 번째 나서서 동의한 사내가 당당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이대로 굶어 죽을 겁니까. 어차피 떨어질 식량이라면 저들 외국인들이 가져간 과자들부터 뺏어야 합니다. 그리고 저들을 이곳에서 내쫓는 겁니다.”

“미쳤습니까.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고 말한 말입니까?”

“마. 맞아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세상에.. 미쳤어..”

다들 두 사내의 말에 미쳤다는 반응이었다. 상식이 있다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두 사내는 그런 상식이 없는 모양이었다. 상당히 뻔뻔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선을 교환하고 있었다. 자세히 본다면 둘은 아는 사이 같았다.

철컥. 갑자기 처음 말을 꺼낸 사내가 품속에서 한 자루의 권총을 꺼냈다. 이런 모습에 다들 놀란 얼굴을 보이며 주춤 거렸다. 사내에게 경양된 반응을 보였던 사람들도 잔뜩 겁을 먹은 얼굴로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사실 사내는 우익단체의 사람이었다. 그리고 전쟁이 일어나면서 쉽게 권총을 밀거래를 통해 구입할 수 있었다. 사실 그는 이 권총으로 재일한인들을 죽이고 다닐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국 외교부의 노력으로 대다수의 재일한인들이 한국으로 가버리는 바람에 실행을 못했던 것이다.

“처음부터 총을 꺼내면 좋았지만 다들 미래를 볼 줄 모르는 것 같아서 나섰습니다.”

잔뜩 싸늘한 눈이 된 사내가 그렇게 말하며 백인사내와 흑인사내를 향해 총구를 겨누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에 백인사내와 흑인사내는 다급히 두 손을 들었다. 이런 모습에 아까 영어로 대화했던 사내를 향해 입을 여는 사내였다.

“들고 있는 과자는 내려놓고 문 쪽으로 걸어가라고 하세요.”

이런 사내의 말에 잠시 주춤 거리던 사내는 이내 백인사내와 흑인사내를 향해 방금 사내가 말한 내용을 그대로 전했다. 그러자 백인사내와 흑인사내는 당황한 얼굴로 뭐라고 말하려 하는데, 어느새 머리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 사내의 행동에 다급히 과자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문 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나가라고 하세요.”

이런 우익단체의 사내의 말에 어느새 영어로 나가라는 말을 하는 사내였고, 이런 말을 들은 백인사내와 흑인사내는 잔뜩 겁을 먹은 얼굴로 어느새 울음까지 터트리며 잘못했다는 듯 제발 나가게 하지는 말아달라고 말했다.

“나가라고 하세요..”

더욱더 싸늘하게 말하는 우익사내의 말에 결국 계속 영어로 나가라는 말을 하는 사내였고, 이런 말에 두 외국인은 엉엉 울음까지 터트렸다. 둘 모두 나갔다가는 죽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한편 이런 모습을 보는 김지혜는 역시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외국인조차도 저렇게 쫓겨나게 생겼는데, 한국인이라고 한다면 더욱 심할 게 분명했다.

“유미코상..”

옆에서 두려운 얼굴로 자신을 부르는 나오미라는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상당히 겁을 집어먹은 모습인데, 김지혜는 이런 나오미의 손을 꼭 잡아주며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괜찮을 거예요..”

“그렇겠죠.. 우리까지 내쫓지 않겠죠?”

“그럼요.. 저 사람이 일본인이라도 살아야지 않겠냐고 말했었잖아요..”

말을 하는 김지혜의 마음은 상당히 무거웠다. 스스로 일본인 흉내를 모습이라니. 역시 사람은 살려면 무슨 짓이든 한다는 게 맞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나오미의 손을 꼭 잡고 있던 김지혜였는데, 그대 누군가 어? 하는 소리를 들렸다.

뜬금없는 소리였기에 김지혜는 물론이고 다들 의문에 가득한 얼굴로 시선을 돌리는데, 소리를 낸 사내가 창문 쪽을 향해 시선을 주고있자 다들 자동으로 창문을 향해 시선이 갔다.

그 순간 모두의 시선에 검은 실루엣의 모습이 잡혔다. 그리고 그런 검은 실루엣은 빠르게 창문을 향해 다가오면서 그대로 창문과 부딪쳤다.

와장창창-!!

분명 고층건물에 설치한 만큼 상당한 강도를 가졌을 강화유리가 그대로 깨져 나가 버렸다. 사람들은 이런 모습에 놀라 아악?! 으악?! 꺄악?! 거리는 비명들 질러 되어야 했다.

그 순간 창문을 통해 들어온 누군가는 바닥을 몇 바퀴 구르고는 그대로 가볍게 일어서는 모습이었다. 신우였다. 바닥을 구르며 일어난 사람은 비행기에서 막 뛰어내린 신우였던 것이다.

============================ 작품 후기 ============================

신우가 잠시 좀비들과 투닥거리는 모습이 나올건데 이런 이야기 자체가 지겹다고 생각이 드시지는 않겠죠? 어쨌든 오랜만에 연참이네요. 다들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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