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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다-287화 (287/364)

00287 찾아오는 옛 인연 =========================

며칠이 지나면서 김지혜 기자가 인터뷰한 내용이 기사에 실리기 시작하자. 신우와 한수아에 대한 비난여론이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사람들은 진한그룹에서 생산하는 물건을 불매 운동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는데, 서로 사랑하고 있다고 하는 말은 그저 불륜에 대한 변명으로 들릴 뿐. 사람들로서는 신우와 한수아의 뻔뻔함에 화가 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편 잠시 이런 불매운동으로 진한그룹의 주가가 내려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얼마 전과는 달리 누구도 주가를 팔자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진한그룹은 거대 글로벌 기업이었다. 전 세계적인 판매망을 구축해 놓은 상태였던지라 국내의 사람들이 아무리 불매운동을 한다고 해도 크게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불매운동을 하는 와중에도 진한그룹에서 생산한 물건을 쓰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그렇게 사람들이 신우와 한수아에 대해 비난일색일 때 가수활동에만 고집하고 있는 예린의 행동에 사람들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인터뷰 내용에는 차예린이 둘 사이를 자신은 인정한다는 말을 했다. 자신들 같았으면 진작 화를 내고 이혼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을 터인데, 서로의 사이를 인정한다는 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도저히 그들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아야 했던 것이다.

그렇게 정작 아내인 예린이 인정한다고 말하니 뭔가 상황이 물 흐르듯 흘러가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아무리 비난한다고 해도 간통법이 없어진 이상 법적으로 아무런 재제를 받을 수 없기에 시간만 지날 뿐이었던 것이다.

역시나 한국인의 끓어올랐다 가라앉는 냄비근성들은 어딜 가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그렇게 들끓고 비난하던 사람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일부 인터넷에 비난하는 그들을 계속 올리는 이들이 있었지만 그저 잠깐 관심을 보일 뿐 사람들은 어느새 다른 곳에 관심을 돌려버리고 있었다.

정보화시대에 맞게 많은 사건들이 인터넷에 올라왔고, 각종 사고와 살인 사건 등으로 사람들은 관심은 온통 다른 쪽으로 몰려갔던 것이다. 아무리 신우와 한수아의 관계가 사회적으로 비난할 일이라지만 많은 사람들이 죽는 사고와 살인에 비할 바는 아니었던 거였다.

불과 한 달도 안 지나서 신우와 한수아의 사이에 대한 말들은 관심에서 멀어졌고, 다들 술자리를 가지면서 간간히 저런 사이였었지? 라는 기억을 떠올리면서 술안주로서 욕들을 한 번씩 할 뿐이었다.

이게 한국의 현실이었다.

* * *

쾅! 책상을 치는 소리가 들리자 강력계에 조사를 받던 범인들과 형사들은 깜짝 놀란 얼굴로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한 중년의 사내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책상을 주먹으로 치고 있었는데, 그는 신우에게 살인용의자라고 당당히 말했던 강구용 형사였다.

다들 이런 그의 모습에 혀들을 차며 또 저러냐는 듯 얼굴들이 되었다. 최근 들어서 저런 모습을 한두 번 보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진정하세요. 그런다고 해결될게 아니잖습니까.”

“뭐야! 내가 지금 진정하게 되었어! 어떻게 번번이 이럴 수 있냐고! 내가 얼마나 그 자식을 잡고 싶은지 너흰 잘 알고 있잖아!”

“그럼 어떡합니까. 위에서 계속 수사를 중지하라는 압박이 내려오는데..계속 이러다가 큰일 나십니다.”

“맞습니다. 강형사님. 이러다 저희들만 모가지 당하게 생겼습니다. 그러게 건드릴 대상이 아니라고 했잖습니까. 상대가 커도 너무 커요.”

자신을 말리며 말하는 이런 젊은 형사들의 말을 들은 강형사라는 중년사내는 잔뜩 화가 난 얼굴을 하고선 그들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그럼 살인용의자를 저렇게 당당히 사회에 활보하게 내버려 두자는 말이야! 그게 형사로서 할 소리야!”

“하지만 위에서 당장 수사를 그만하라고 명령이 계속 내려오는데, 어떡합니까? 심지어 증거라는 것들도 심증만 있을 뿐 확실한 증거조차도 나오지 않고 있잖습니까.”

“저희들이 뒤졌던 CCTV영상만 벌써 수백여 개입니다. 이제는 정말 눈까지 아프단 말입니다.”

이런 두 형사의 말에 강형사는 잔뜩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두 형사가 말한 대로 심증으로는 김신우가 범인이라는 사실이 확실한 상태였다. 모든 정황이 그가 범인이라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범죄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자료가 나오지 않았다. 2년 전 당시 CCTV 영상을 구하는 것 자체도 힘들고, 찾는다고 해도 아무리 살펴도 김신우가 사채업자 박귀남과의 연결점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제 그만하지요. 벌써 밀린 사건들만 수두룩한 상태입니다. 이 사건 하나로 그동안 얼마나 사건들이 많이 미뤘는지 아십니까.”

“맞습니다. 최근에 일어난 강간 살해사건만 해도 벌써 2건이란 말입니다.”

이런 두 형사의 말에 강형사는 주먹을 불끈 쥘 수밖에 없었다.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두 형사의 말이 많았다. 자신이 김신우가 살해를 저질렀다는 증거자료에 찾을 순간 사건들에 제법 많이 밀린 상황이었던 것이다.

결국 강형사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두 형사의 말처럼 김신우 한명에게만 신경 써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는 결국 다른 사건들을 해결부터 하고 김신우를 잡아넣을 증거를 찾을 결심을 했다.

“후. 우선은 잠시 김신우에 관련된 증거 수집을 중단한다.”

“참말이십니까?”

“잘 생각 하셨습니다.”

두 형사 모두 강형사의 말에 안도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동안 조마조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잡으려는 상대가 너무 컸다. 진한그룹의 회장의 남자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건드리기 힘든 존재였고, 조사를 하면서 할수록 들어나는 김신우의 어마어마한 개인 재산을 확인한 순간 그들은 살 떨리는 기분을 맞보아야 했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나? 싶었다.

어쨌든 현대는 돈이 힘인 세상이었고, 상대는 이런 돈을 썩어 나갈 정도로 많은 존재였다. 그런 상대를 건드린다는 것 자체가 너무도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었던 것이다.

“그래. 아까 강간 살해사건이 2건이라고?”

강형사가 그렇게 말하자 한 형사가 사건파일을 열어 보여주면서 잔인하게 죽은 여인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과 함께 자료들을 보여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 여기 사건파일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심야에 하루를 두고 2명의 여성이 강간을 당한 다음 살해를 당했습니다.”

“지독하군. 그런데, 이거..?”

“아시겠죠? 저도 사건파일을 보고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예전과 동일한 연쇄살인사건 같습니다. 분명 동일범이 분명합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상대방의 목을 검을 그어 죽인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놈은 살인을 즐기는 사이코패스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놈은 여성을 강간하는 동시에 칼로 목을 그어 죽였습니다.”

“역시 CCTV사각지대를 피해서 살인을 저질렀겠지.”

“이번에도 놈은 사각지대를 피해 움직였고, 여인들이 인적이 드문 장소를 지나는 순간 강간을 하는 동시에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음.. 또 다시 활동을 시작한 것이군.”

정말 주도면밀한 놈이었다. 강형사는 이번에도 미해결 사건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우선 증거를 수집하기로 하고는 본격적인 사건에 뛰어들 생각을 먹었다. 그렇게 강형사는 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신우에 대해 집착하던 걸 잠시 멈추면서 최근에 일어난 살해사건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려 했다.

* * *

이른 새벽 서해의 한적한 바닷가를 허름한 옷차림을 한 한명의 사내가 누군가에게 쫓기듯 뛰어가고 있었다. 사내는 이제 갓 성인이 되었을 법한 앳되어 보였는데, 이런 사내의 얼굴은 현재 다급해 보였다.

“헉헉...! 헉헉...!”

한참을 달린 끝에 숨을 헐떡이며 뒤돌아 본 사내는 아무도 자신을 쫓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힘겨운 발걸음을 억지로 걸음을 걷고 있었다. 지쳐 뛰지 못하지만 사내는 멈추려 하지 않았다. 잠시라도 발걸음을 멈추면 큰일 날 것 같았던 것이다.

그렇게 힘겹게 움직이던 사내가 향한 곳은 한적한 소도시였다. 그가 향한 곳은 작은 파출소였다. 사내는 새벽에도 불이 켜져 있는 파출소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황급히 파출소 안을 향해 힘겨운 발걸음으로 들어갔다.

“도. 도와주세요!”

사내의 이런 처절한 말에 잠시 꾸벅 졸고 있던 젊은 순경이 이런 모습에 뭐냐는 얼굴로 도와달라는 사내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다 허름한 사내의 옷차림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한눈에 봐도 노숙자처럼 보였던 것이다.

“뭡니까?”

퉁명한 이런 순경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사내는 연신 도와달라는 말을 하며 자신이 온 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제발 도와주세요! 여기서 한참 떨어진 곳에 저하고 제 여자친구를 감금하고 노예처럼 일을 시킨 사람들이 있어요!”

“네?”

현실과 동떨어진 말을 하는 사내의 말에 순경은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냐는 얼굴로 사내를 보았다. 이런 시선에 사내는 답답하다는 얼굴로 애원에 가까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진짜로 납치당했다고요! 저만 몰래 빠져나와서 지금 당장 제 여자친구를 구해야 한다고요! 놈들이 여자친구를 어떻게 할지 모른다고요!”

“아니 정말입니까?”

“예! 정말이에요! 거긴 제 여자 친구뿐만이 아니라 수십 명의 사람들이 잡혀 있어요! 당장 가서 구해야 한다고요!”

이런 사내의 말에 잠시 생각에 빠졌던 순경은 고개를 갸웃 거리면서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말했다.

“저기가 어디란 말입니까? 그리고 노예라니요? 허참. 21세기에 무슨 노예랍니까.”

“진짜 저기로 계속 가다보면 산이 나오고 거기에 납치한 사람들을 노예로 부리면서 일을 시키는 사람들이 있다니까요! 어서요 시간이 없어요! 그들이 달아날 수 있어요!”

사내는 답답하다는 얼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진실을 말해도 믿지 못하는 경찰의 모습에 사내는 다급히 경찰의 옷깃을 잡고 끌었다.

“아니. 이 사람이. 지금 뭐하는 짓이야?!”

“어서요. 시간이 없다니까요! 이대로라면 정말 영영 못 찾는다고요!”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무작정 끌고 가려면 어떡해! 당장 놓지 못해!”

마치 더러운 벌레를 쫓듯 손을 치며 옷깃을 놓게 만든 순경은 이내 때가 묻은 모습에 얼른 옷을 털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에 사내의 얼굴은 불똥이 튀었다.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사람이 납치되어 노예로 부려지고 있다는데, 갈 생각은 않고 저런 눈빛이라니! 사내는 이런 순경의 모습에 발악과 같은 고함을 질렀다.

“야이 개새끼야! 내가 가자고 했잖아! 내 여자 친구가 나 때문에 죽는다고! 사람들이 노예로 부러지고 있다고 말했잖아-!!”

이런 사내의 고함소리에 잠시 놀란 얼굴을 하던 순경은 이내 잔뜩 화가 난 얼굴을 하고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디서 욕이야! 너 이 새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그딴 헛소리야! 그리고 뭐? 사람들이 감금 되서 노예로 부려지고 있다고?!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안 되겠어! 너 이리와. 공무집행방해죄로 잡아넣어야겠다.”

순경은 곧바로 사내에게 다가왔고, 이런 모습에 사내는 뒷걸음질 쳤다. 이런 모습에 더욱 잡으려 한 순경의 행동이었지만 사내는 그대로 파출소를 황급히 뛰쳐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쯧쯧. 새벽부터 웬 미친놈이 와서 지랄이야.”

순경은 굳이 사내를 잡지 않았다. 사실 잡으려고 했던 행동도 행동만 그랬을 뿐이지 더러운 옷을 잡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한 순찰차 한 대가 정차하는 모습을 보였고, 곧 그곳에 타고 있던 1명의 순경이 파출소 안을 향해 들어오는 모습이었다.

“무슨 일 있었어? 방금 파출소를 나가던 사람 있던데?”

“아니 어떤 거지새끼가 들어와서는 사람들이 납치해 노예로 부리고 있다고 말하더라고요.”

“납치? 노예?”

“완전 미친놈이에요. 요즘 세상에 노예가 어디에 있다고. 그런 헛소리를 하는 건지.”

“노예는 있어.”

“네? 무슨 소리세요? 현대에 노예가 어디에 있다고 그럽니까?”

“몰라?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잡아다가 염전이나 일손이 모자란 농촌에 노예로 부리는 사람들이 존재해. 몇 번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된 적이 있는데, 넌 모르는 거야?”

“저는 들어본 적이 없네요... 혹시 방금 전 왔던 사람 말 진짜일까요?”

살짝 불안해 보이는 순경의 말에 선배로 보이는 순경이 살짝 고민하는 표정을 보이더니 말했다.

“내가 이곳 주변 출신이잖아. 자주 돌아다녀봤지만 그런 곳은 없어. 걱정 마.”

“아. 다행이다. 난 또 진짜라면 제가 큰일 나는 거 아닌가 싶었어요.”

내심 진짜였으면 큰일 날 뻔 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이런 순경의 모습에 선배 순경으로 보이는 그는 어깨를 툭툭 쳐주면서 말했다.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편안히 있어”

“예. 휴~ 순간 식겁했네요.”

그렇게 말한 순경은 그대로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이런 모습을 보던 선배순경의 눈빛은 조금 날카로워 보였다. 그는 곧 호주머니에 있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만지며 천천히 파출소를 나서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을 본 후배 순경이었지만 이내 신경 끊었다. 평소 자주 전화하러 가는 모습을 본적 있어 이번에도 그러나 싶었던 것이다.

한편 파출소를 나섰던 선배 순경은 상당히 노기가 서린 눈빛으로 전화를 걸었다. 곧 신호가 가면서 전하를 받는 소리가 들렸다.

“접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어떻게 알았나?]

“방금 전 놈이 파출소를 찾아왔더군요. 전 일 때문에 뒤쫓지 못하니 사람을 시켜 얼른 뒤쫓아 잡으세요.”

[알았네. 안 그래도 사람을 보내 뒤쫓고 있는 상태네.]

“만약에 놈을 잡지 못했을 때를 대비해서 우선 그곳을 비울 계획을 세우십시오.”

[물론이네. 안 그래도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네.]

“잘하셨습니다. 아무튼 일이 틀어져도 전 이일과는 전혀 모르는 일인 겁니다. 알겠습니까?“

[당연하지 않는가. 애초부터 자네가 우리 일을 도와주는 대가로 철저히 자네의 비밀을 지켜 주는 것으로 하지 않았나. 그러니 걱정 말고 있게.]

“믿겠습니다.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순경은 이내 전화를 끊었고 곧 스마트폰을 호주머니에 넣고는 그대로 파출소 안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도 아까 왔던 앳된 사내의 말과 같이 사람을 노예로 부리는 이들과 같은 편에 있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 작품 후기 ============================

순경의 행동이 억지같아 보일 수 있지만 예전에 얼핏 뉴스에서 어떤 여자가 납치감금된 상태에서 빠져나왔다가 경찰서로 갔는데, 경찰이 장난치지 말라고 쫓아냈고, 여자가 여러 경찰서를 돌아다니며 쫓겨난 걸 본적 있는 것 같아서 이런 내용을 써봤네요. 물론 아닐수도 있지만 이건 가상의 한국이니 상관없겠죠. ㅎ 아무튼 재밌게들 봐주세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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