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79 변화의 조짐 =========================
모잔타르국의 일이 있고 두 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벌써 7월 달에 들어섰고, 날은 한층 더 무더워 지면서 밖에는 매미소리가 한창 들려오고 있었다. 완연한 여름의 날씨였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신우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어느 날이나 마찬가지로 딸 신예와의 시간을 지내기 시작하면서 집에서 놀아주기와 간간히 백화점 놀이방에 데려가는 일을 계속 하고 있었다.
아. 변한 게 단 한 가지 있다면 한수아와의 전화통화를 하는 날이 많아졌다는 것인데. 처음 어색함이 가득했던 수아는 이제 어느 정도 편하게 말할 정도로 편해진 상태라는 것이었다.
[저기. 오늘 저녁 함께 먹지 않을래? 예린과 신예와 다 함께 말이야.]
“그래. 먹자.”
[그럼. 집으로 찾아갈게.]
“나중에 봐.”
한껏 밝아진 목소리로 말하는 수아의 목소리을 들은 신우는 그럼 저녁에 보자고 말하고는 통화를 끊었다. 그렇게 통화를 마친 신우를 향해 타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상당히 가까워진 것 같은데? 다행이긴 하네. 그래도 처음엔 진짜 너무 어색했잖아.-
이런 타노의 말에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데, 신우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한수아와 만났던 순간이 떠올랐다. 자신의 마음을 전한 이후로 처음 만난 신우는 어색한 마음이 들었다. 막상 서로의 감정을 인정하고 직접 마주하니 뭐부터 시작할지 몰랐던 것이다. 이런 신우와 마찬가지로 수아도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아무 말 못하고 어색하게 있어야 했던 것이다.
일주일가량은 그렇게 어색한 마음속에 만남을 지속했었는데, 이런 둘의 어색함을 풀게 된 결정적 일은 의외로 딸 신예로 비롯되었다. 신예가 수아를 너무 좋아했던 것이다.
첫 만남 순간부터 마치 알고 지냈던 것처럼 수아에게 달라붙었다. 이런 신예의 행동으로 인해 둘은 어색함도 잊고 신예라는 공통 관심사로 천천히 가까워지기 시작해야 했던 것이다.
“그나저나. 어때?”
갑작스러운 말이지만 타노는 이미 신우가 이런 질문을 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지 현재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서 설명했다.
-한국의 물론이고 전 세계의 감시시스템을 해킹해서 감시하는 중인데, 아직까지는 특별한 변화는 없는 상태야. 하지만 음지에서 일이 벌어졌을지 모르니 계속 감시하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아.-
타노가 하는 말은 신우가 봉인을 불고 세계에 일어날 변화에 대한 감시였다. 분명 기하란 존재는 봉인을 해제함으로서 그 힘에 의해 차원이 뒤틀림으로서 현실에서 벌어질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신우로서는 이런 변화를 타노에게 시켜 주의 있게 감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최대한 딸이 평온하고 행복한 삶을 살길 바라고 있기에 변화가 있는 즉시 미리 제거할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 감시해. 분명 일어날 거야. 뭔가가.”
-알았어. 아 허가해 줄 일이 있어. 이상 현상을 좀 더 확실히 감시하려면 더욱 발전된 인공위성이 필요할 것 같아. 조금 마도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허락해 줄래?-
타노의 말을 들은 신우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을 했다. 그동안 타노가 가진 마도기술이라는 걸 사용할 생각도 관심도 없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가장 필요한 기술 같다는 생각이 들은 상태였다. 이렇게 신우가 허락하자 타노는 알았다는 듯 말했다.
-그럼 내가 수아랑 이야기해 보고 마도기술이 접목된 인공위성을 제작해서 우주로 쏘아 올릴 방법을 찾아볼게.-
타노가 수아하고 이야기해본다는 이유는 진한그룹에도 우주항공에 관련된 계열사가 존재하고 있어서였다. 물론 우주로 쏘아 올릴 로켓기술을 보유하지는 못했지만 세계적으로 인공위성 하나 만큼은 뛰어난 제작기술을 보유한 곳이 진한우주항공회사였다.
타노는 지금 로켓기술을 진한우주항공회사에 전할 생각이었다. 타노에게 있어서 미국이나 유럽, 중국, 러시아의 시스템을 해킹하는 일은 쉬운 일이었다.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로켓기술을 빼내는 것도 너무도 쉬운 일이었고,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감시위성을 지구궤도상에 올려놓을 생각이었다.
물론 로켓을 쏠 필요도 없이 궤도상으로 인공위성을 곧바로 워프 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그러려면 좀 더 마도기술관련 인프라가 한국에 형성되어야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에 타노는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로 활용을 할 생각이었다.
어쨌든 이런 감시위성을 쏘아올린 시간은 제법 걸리는 일이었기에 타노는 그동안 최대한 자신이 가진 능력의 한도 안에서 이상 현상이 벌어지지 않는지 감시할 목적을 세웠고, 이런 와중에 타노는 신우에게 다가오는 신예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말했다.
-저기. 신예가 나온다.-
“알고 있어.”
신우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딸의 모습을 보고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그랬다. 현재 신우가 온 곳은 신예가 놀이방에 놀고 있는 백화점이었던 것이다. 신예고 놀고 있는 동안 계속 기다리면서 타노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빠!”
자신을 부르며 다가오는 신예를 번쩍 안아든 신우는 생글 웃으며 재밌었냐는 듯 물었다.
“재밌었어?”
“응. 친구들하고 재밌게 놀았어!”
“하하. 재밌게 놀아다니 다행이구나.”
“근데, 오늘 지후 안 왔어.”
“그래?”
“어디 아픈가봐? 얼마 전부터 자꾸 표정이 안 좋았거든. 빨리 안 아파야 하는데..”
“우리 신예가 이렇게 걱정해 주니까 분명 아픈 게 빨리 나을 수 있을 거야.”
“그렇겠지? 히히”
걱정했던 얼굴은 금방 천진난만하게 바뀌며 웃는 신예의 모습이었다. 이런 신예의 모습을 보던 신우는 이내 식품매장부터 들르자는 듯 말했다.
“오늘은 곧바로 가지 말고 장부터 보고 가자구나. 오늘 신예 네가 좋아하는 둘째 엄마하고 같이 밥 먹기로 했단다.”
“정말?! 둘째 엄마가 집에 오는 거야?”
“그래. 그러니 장을 보고 맛있는거 사서 집에 돌아 가자구나.”
“응! 히히힛”
신예는 둘째 엄마인 한수아가 집에 온다는 말에 상당히 좋아했다. 이런 신예의 모습을 보면서 신예가 수아를 많이 좋아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신예는 수아를 둘째 엄마라고 부르고 있었다. 모잔타르국의 일이 있고, 결혼만 하지 않았다 뿐이지 수아를 두 번째 부인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은 일부일처제의 사회였다. 법적으로 두 번째 부인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신우는 이런 법보다는 자신들 생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부부로 인정했다. 그게 중요한 것이다.
물론 굳이 이런 사실을 밝힐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굳이 아니라고 말하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사회의 시선이 어떠하든 자신들의 생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신우는 신예를 데리고 식품매장으로 가서 저녁을 만들 재료들을 구입하기 시작하였고, 오늘 있을 가족식사를 준비했다.
* * *
서울 외각 한 인근 야산.
서울 인근에 위치해 사람의 인적이 드문 창고 안에는 한차례 불꽃이 일고 있었다. 화르륵~!! 불꽃은 창고를 태울 듯 불꽃을 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런 불꽃은 쏘아진 물줄기에 간신히 사그라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치익-! 열이 식히면서 나는 하얀 연기가 창고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창고 안에 가득했던 열기는 어느새 천천히 줄어들고 있었다. 현재 창고 곳곳에는 열기의 흔적인 검은 재가 잔뜩 묻어 있는 모습이었다. 방금 전 일어난 불꽃이 사실이라고 말해주고 있는 흔적이었다.
그나마 요즘 현대식 창고가 아니라 콘크리트로 지어진 옛날 창고였기에 이정도로 끝난 것이다. 아니었다면 벌써 불이 붙어 불이 나고도 남았을 터였다.
“큰일입니다. 사장님. 불꽃이 일어나는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물탱크에 물이 다 채워지기도 전에 먼저 비워질 겁니다.”
굳은 얼굴로 말하는 이런 말에 불꽃이 일어나는 모습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던 이가 한껏 굳은 얼굴이 되었다. 그는 곧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외쳤다.
“어서 빨리 살수차를 구할 수 있는 대로 구해오시오! 돈은 얼마가 들던지 좋으니!”
이런 그의 말에 다들 황급히 살수차와 이내 현재 밖에 있는 물이 비워진 살수차에 물을 채울 방법을 찾기 위해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던 이는 이내 창고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후끈한 열기가 창고 안을 아직까지 채우고 있었다. 자신의 폐부를 가득 채우는 뜨거운 열기에 그는 상당히 굳은 얼굴과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창고 중앙을 향해 다가갔다.
“아빠...”
“지후야..”
그랬다. 창고 중앙에선 방금 전 불꽃을 내뿜은 이는 신예의 친구인 지후였다. 그리고 이런 지후의 이름을 걱정스럽게 부르고 있는 지후의 아빠인 김종준이었던 것이다. 그는 잔뜩 물에 젖은 상태로 엎어져 지쳐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는 주먹을 불끈 쥘 수밖에 없었다.
이제 고작 3살의 아이에 불과한 자신의 아들이 이런 힘든 일을 당한다는 게 너무도 화가 났다. 자기 엄마까지 잃고 힘들었던 아이인데, 이런 일을 당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그는 하늘이 참으로 원망스러운 마음일 수밖에 없었다.
사건은 너무도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어젯밤 아들인 지후가 잠을 자다 갑자기 아프다며 비명을 질러 되었다. 아들의 모습은 겉에서 본 모습조차도 위태로워 보였다. 얼굴과 온 몸이 시뻘겋게 변해 있었던 것이다. 평소 아들이 비상식적으로 뜨겁다는 걸 알고 있는 그였지만 이건 확실히 달랐다.
최근 들어서 자꾸 속이 메스껍다. 자꾸 머리가 아프다는 소리를 들어 지후의 상태를 아는 전문 병원을 찾아가 검사를 했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사실에 안심하고 있었는데, 이런 상태가 되었다는 사실에 그는 급히 평원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이런 그의 생각은 지후의 몸에서 일어난 불꽃에 멈춰야 했다.
시작은 아주 작은 불꽃이었다. 그렇게 큰 불꽃이 아니었기에 그는 잘못 봤나 싶었지만 또 다시 일어난 불꽃의 모습에 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는 이런 아들의 모습에 병원이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숨겨야 한다! 그는 아들의 이런 상태를 숨기는 것부터가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부모라면 이런 아들의 모습을 본다면 곧바로 병원부터 데려갈 터였지만 그는 아들을 숨기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는 곧바로 인적이 드믄 장소를 찾았다. 자신이 가진 모든 정보를 총동원하여 찾게 되었고, 곧 콘크리트로 지어진 옛 창고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런 창고를 즉시 주인을 통해 3배나 주고 구입했고, 곧바로 아들을 이곳에 데려왔다.
창고에 도착한 순간 아들의 상태는 점점 심각해져갔다. 라이터 불꽃의 크기가 어느새 성인 어른 불꽃 만하게 커진 것이다. 이런 아들의 모습을 보며 그는 황급히 이런 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곧 물을 끼얹져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물을 구해서 아들의 몸에 부어주었는데, 그러자 불꽃은 조금씩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그로부터 계속 물을 구해 아들의 몸에 물을 부어 열을 식혀 주었다. 하지만 새벽이 지나고 아침 되면서 지후의 몸에서 일어나는 불꽃의 크기는 점점 커져갔다. 결국 살수차를 구해 물줄기를 쏘아 주었고, 이런 일은 계속해서 반복되어야 했던 것이다.
사실 이런 일을 비밀리에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국내 서열 3위의 차성그룹의 막내라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는 철저히 입이 무거운 자기사람들을 구해 일을 진행했고, 누구도 알 수 없게 했던 것이다.
그는 정부를 신용하고 있지 않았다. 만약 아들의 상태가 정부에 알려지기라도 했다가는 분명 아들을 실험용 쥐 마냥 잡아갈 것을 알고 있었다. 아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온갖 실험을 다 할 것을 알았다. 아무리 자신이라고 하지만 이런 정부에 저항 한다는 건 힘들 수밖에 없는 일이기에 철저히 이 사실을 숨길 생각이었다.
만약 이 일을 알리려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살인까지 서슴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아빠였다.
“우리 지후 힘들지..?”
“아빠.. 나 너무 아파.”
자신을 향해 말하는 아들의 모습에 그는 아무것도 못해주는 자신이 너무도 원통스러웠다. 지금은 도저히 아들의 몸에 손도 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의 손은 이미 온통 물집이 잡혀 있었다. 이곳으로 올 때 아들을 안고 왔던지라 그도 심한 화상을 입었던 것이다.
“미안하구나.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이 아빠가 너무 미안하구나..”
“아빠.. 신예가 너무 보고 싶어.. 나 신예 보면 안 돼..?”
“그건..”
차마 아들에게 안된다고 말해줄 수 없는 김종준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아들의 친구인 신예를 이곳에 데려올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런 아들의 모습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너무 위험부담이 컸던 것이다. 그는 입술을 질끈 깨물다가 이내 뭔가를 생각해 내고는 아들을 보며 말했다.
“신예는 나중에 보자구나. 아픈 모습을 신예에게 보여 주고 싶니?”
“아. 아니..안보여 줄래.”
지후는 신예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지웠다. 이런 자신의 아픈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한편 이런 실망한 아들의 기색을 보면서 김종준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한정 이렇게 물줄기를 쏘아주기만 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뭔가 제대로 된 치료방법이 필요했다.
그전에 이 창고부터 보강해야겠어.
이대로 더 커진 불꽃이 창고 밖으로 나갔다가는 주변에 있는 나무에 불이 옮겨 붙어 큰 화재가 날 수 있었다. 그전에 창고 주변을 정리하면서 창고를 좀 더 불꽃에 견딜 수 있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 김종준은 그대로 힘겨워 하고 있는 아들을 향해 말했다.
“아빠는 잠시 할 일이 있어서 나갈 테니까. 우리 지후는 여기서 견디고 있어야 한다. 알겠지?”
“응.. 아빠. 빨리 갔다와야해..”
상당히 힘이 없는 아들의 모습에 다시 한 번 입술을 질끈 깨문 김종준은 그대로 몸을 돌려 창고 밖으로 힘겨운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이런 창고 안에는 오직 지후 혼자만 엎어져 있었는데, 언제 시작할지 모를 불꽃을 기다리며 가만히 엎어진 상태로 있어야 했다. 이런 지후의 상태는 혼자만의 변화가 아니었는데, 한국을 떠나 주변 국가를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런 징후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모두가 신예와 비슷한 나이 때의 아이들에게서 일어나는 변화였다. 이런 변화는 너무도 갑작스럽고 천천히 일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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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