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61 옛날의 내가 아니다. =========================
집에 가서 씻고 나갈 준비를 하기 위해 조금 일찍 회사에서 퇴근한 양국일 회장은 집에 들어선 순간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한눈에 아들의 몸에서 미약하게 나는 술 냄새를 맡게 되었던 것이다.
“낮에 술 마셨느냐?”
“네.. 죄송합니다. 아버지.”
점심이 되기 전 집에 와서 씻고 술을 깨기 위해 각종 약과 향수를 뿌렸던 양상국은 술을 마신 걸 눈치 챈 아버지의 모습에 고개를 푹 숙여야 했다. 이런 양상국의 모습에 양국일 회장은 혀를 찼다.
“쯧쯧쯧. 오랜만에 한국 왔다고 잘하는 짓이다. 큼. 준비할 테니 너도 가서 나갈 준비해라.”
“예. 아버지.”
양국일 회장은 대답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다시 혀를 차고는 그대로 방으로 들어갔다. 이런 그를 양상국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여인이 따라가면서 아들의 편을 들며 변명을 말을 하는 모습이었다.
불끈. 주먹을 움켜진 양상국의 얼굴은 참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자신을 아직도 자신을 애 취급하는 아버지의 행동이 너무도 분했던 것이다. 양상국은 이내 자신을 보는 이 비서의 시선을 느끼고는 그대로 일그러졌던 표정을 풀고는 몸을 휙 돌려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 버렸다.
“아직도 철이 덜 드셨군.”
한마디 들었다고 저런 행동이라니 이 비서는 앞으로 회사의 앞날이 걱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련님이 지금 상태에서 회장의 자리에 올랐다간 자칫 양국일 회장님이 일구셨던 회사를 망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 비서는 그것이 너무 걱정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으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그저 빨리 도련님이 철이 들길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걱정하는 이비서의 마음과 함께 어느새 시간이 지나고 양국일 회장과 양상국은 집을 나서면서 약속장소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참 차로 이동하는 중에 양국일 회장은 아들인 양상국을 향해 당부의 말을 했다.
“한수아 회장과 만나면 절대 예의의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말거라.”
“예. 걱정 마세요. 저도 지금 가는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한수아 회장님께 절대 누가 되는 언행을 하지 않겠습니다.”
아들의 이런 말에 양국일 회장은 그러면 다행이라는 듯 그대로 반대편 창밖을 향해 시선을 돌렸고, 양상국 또한 반대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두 부자 모두 그렇게 살갑지 않았고, 서로 시선을 주지 않는 채 차가 도착하길 기다린 것이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지났을까. 양국일 회장이 앞 보조석에 탑승하고 있는 이 비서를 향해 물었다.
“자료는 가지고 왔나?”
“물론입니다. 여기.”
이비서는 즉시 준비해온 서류를 건네주었고, 이를 받아든 양국일 회장은 서류를 살피면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음.. 이번에 진한그룹과 협약이 이루어진다면 우린 또 다른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이야.”
“개인적인 정보라인으로 이미 한수아 회장이 저희 쪽 정보를 듣고 수긍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의외의 일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백퍼센트 저희와 협약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야지. 암.”
양국일 회장과 이 비서가 하는 말을 듣고 있던 양상국은 대체 어떤 것이 길래 저렇게 회사가 도약한다는 것인지 호기심이 들었다. 하지만 차마 아버지에게 물어볼 용기가 없어 말을 꺼내지 못해야 했다. 그렇게 우물쭈물 하고 있는 양상국의 모습과 함께 그들이 탑승한 차량이 그대로 도로가를 질주하여 약속된 레스토랑을 향하는데, 이런 차량의 앞뒤로 2대의 차량이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2년 전 진한그룹의 전 회장인 한중구 회장이 암살로 사망한 이유로 대한민국의 대다수 기업의 회장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기본 8명의 경호원들이 상시 대동하고 다녔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양국일 회장도 대거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다니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3대의 차량이 나란히 도로가를 달리는 모습이었는데, 어느새 약속된 레스토랑에 도착하게 되었다.
양국일 회장은 물론이고 양국일까지 그대로 차에서 내려 레스토랑에 들어서는데, 지배인이 직접 마중나면서 자리를 안내했다.
“이렇게 저희 레스토랑을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 회장님. 안으러 들어가십시오.”
“큼. 그러지.”
양국일 회장이 움직이자 그대로 양상국이 따랐고, 곧 그 뒤를 지배인이 따르면서 황급히 안쪽을 안내했다. 붉고 깨끗한 카펫이 복도를 따라 쭉 깔려 있었고, 벽 곳곳에도 아름다운 문양들이 다양하게 세공되어 있었다. 확실히 고급레스토랑 다운 인테리어였다.
양국일 회장이나 양상국이나 이런 모습이 익숙한 듯 당당한 걸음으로 걸어 들어가는데, 이런 둘의 모습에 복도 곳곳에 나있는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본 손님들이 둘의 모습을 알아본 모양이었다. 이런 사람들의 시선 속에 당당히 걸음을 옮긴 양국일 회장과 양상국은 그대로 예약된 룸으로 이루어진 방안으로 들어섰다.
“한수아 회장은 아직 안 오셨나?”
“예. 아직 오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런가. 그럼 음식은 한수아 회장이 도착하면 그때 내오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그럼.”
지배인은 90도가 될 정도로 허리를 숙이면서 그대로 룸을 나서는 모습이었다. 양국일 회장과 양상국은 지배인이 나가자 그대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렇게 두 부자가 자리를 잡았고, 서로 손목에 찬 시계를 보며 한수아 회장이 도착하길 기다렸다.
그렇게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났을까. 약속된 시간이 되었음에도 도착하지 않는 한수아 회장에 둘은 점점 표정이 굳어져 갔다. 다시 5분이 지나자 양국일 회장이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늦는군.”
“이 비서를 부를까요?”
“아니. 되었다. 차가 막혀서 좀 늦는 것일 수 있으니. 좀 더 기다려 보자구나.”
말을 그렇게 했지만 양국일 회장은 내심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아무리 2년 만에 진한그룹을 세계 4위에 올라서게 성장시킨 한수아 회장이라고 하지만 자신은 마진그룹의 회장인 것이다. 물론 세계 4위와 국내 4위와의 상당히 격차가 크지만 그래도 이건 아닌 것이다.
그렇게 기분이 좋지 않는 상태로 기다린 끝에 10분이 지나자 그제야 문이 열리며 한수아가 모습을 들러냈다. 모습을 드러낸 그녀의 모습은 상당히 화려했다.
상당히 전문가의 손길이 들어간 화려한 메이크업과 헤어, 그리고 입은 옷차림도 상당히 몸매가 들어난 백색의 미니 드레스 차림이었다. 이런 모습에 양국일 회장이나 양상국이나 할 말을 잃어야 했다.
“제가 늦었죠? 죄송합니다.”
둘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는 한수아의 모습에 둘은 고개를 저었다. 특히 양상국은 멍한 얼굴로 한수아의 모습을 봐야 했다.
“아닙니다. 허허. 그런데, 무척 아름답습니다.”
“그런가요? 고맙습니다. 양회장님”
자신을 아름답다고 말하는 말에 수아는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꾸민 목적도 아름답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그렇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수아였고, 그 순간 양국일 회장이 멍하니 한수아를 보고 있는 아들의 모습에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뭘 하고 있느냐. 한 회장님이 앉을 수 있게 의자를 빼놓아야지.”
“아? 네? 네.”
멍하니 있던 양상국은 아버지의 말에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는 그대로 한수아가 앉을 수 있게 의자를 빼놓고는 수아를 향해 앉으라고 말했다.
“여기 앉으십시오. 한 회장님.”
수아는 양상국을 보며 눈을 반짝이며 그대로 고맙다는 듯 고개를 살짝 숙이며 그대로 빼놓은 의자에 앉았다. 그렇게 수아가 앉자 그대로 반대편으로 가서 자리에 앉는 양국일 양상국 부자였는데, 양상국은 어깨로 내려온 머리카락을 뒤로 스르륵 넘기는 한수아의 모습에 눈을 땔 수가 없었다.
사실 한수아의 미모는 예전에 비해 한층 발전한 상태였다. 돈이 무기라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시술과 관리를 통해 아름다워지기 위해 노력해왔던 것이다. 물론 이런 모든 노력의 이유는 신우에게 있었다.
그렇게 아름다워진 수아의 모습에 첫사랑라고 난리를 피웠던 예린이는 잊고 빠져든 양상국이었다. 사실 양상국은 수아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물론 친분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같은 10대 그룹의 자재라고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양상국은 새삼 예전에 한수아를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에 크게 후회심이 들었다. 만약 미리 만났다면 자신을 배신한(?) 차예린을 좋아하지 않아도 되었을 테니까 말이다.
한편 멍하니 한수아를 보는 아들의 모습에 양국일 회장은 질책하기보다는 긍정적인 마음이 들고 있었다. 아들과 한수아 회장과 이어지는 것이야 말로 그가 가장 바라는 일이었다. 그렇게 헛꿈 꾸는 양국일 회장의 마음과 함께 수아가 양국일 회장을 보며 말을 걸었다.
“오늘 저녁약속은 따로 함께 할 사람이 있는데, 함께 자리에 합석해도 괜찮을까요?”
“누가 오기로 했습니까?”
“네. 함께 저녁을 먹어도 되겠죠?”
서로 약속된 상태에서 또 다른 약속상대를 잡았다는 말은 상당히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차마 거절의 말을 하지 못한 양국일 회장은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해야 했다.
“그렇게 하시죠. 큼.”
“고마워요.”
생긋 웃으며 말하는 한수아의 모습에 양상국은 더욱 헤~ 거리는 얼굴이 되어야 했다. 보면 볼수록 예쁜 것이다. 그렇게 양상국이 수아의 외모에 빠져들 순간 똑똑똑. 하는 노크소리와 함께 지배인과 여종업원이 음식이든 접시가 올려진 카트를 끌고 들어왔다.
“이렇게 저희 레스토랑을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수아를 향한 인사에 수아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눈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감사는요. 저에게는 참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요.”
“한 회장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영광입니다. 하하하.”
웃으며 말한 지배인의 모습과 함께 여종업원이 하나하나 음식들을 올려놓았고, 무척이나 먹음직스러운 냄새를 내뿜은 스테이크들이 테이블 위로 차려졌다. 그렇게 음식이 차려지자 어느새 지배인과 여종업원이 인사를 하고 나가기 시작했다.
차려진 음식들의 모습을 잠시 보던 수아는 슬며시 자신의 손목에 차여진 시계를 보았다.
슬슬 올 때가 되었는데..
미리 타노에게 도착할 시각을 들은 상태였기에 신우씨가 도착할 때가 되었다는 사실에 수아는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을 한 채 신우씨가 들어오길 기다렸다. 이런 수아의 모습에 양국일 회장은 대체 누굴 기다리기에 저렇게 애타게 기다리는가 싶었다.
양국일 회장이 그런 생각을 할 그때 노크도 없이 문이 활짝 열리는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에 모두의 시선이 돌아가는데, 반가운 한수아의 얼굴을 제외한 양국일 회장과 양상국의 얼굴은 누구냐는 얼굴이 되었다. 특히 양상국은 고등학교에 비해서 훨씬 커진 덩치를 가진 신우의 모습에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저벅저벅. 오랜만에 정장차림으로 들어선 신우의 시선은 한수아에게 향해 있었다. 이런 시선을 받은 수아는 밝아진 얼굴로 일어나 말했다.
“신우씨. 오셨어요.”
“시. 신우?”
신우라는 이름에 양상국은 자세히 신우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자신을 담담히 바라보는 신우의 시선이 느껴지는 와중에 양상국은 그제야 자신이 알고 있던 김신우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너.. 네가 어떻게 여기에!?”
감히 네가 여기에 어떻게 올 수 있었냐는 뜻과 함께 어떻게 한수아 회장과 알고 있는 거냐는 분노가 담겨있는 양상국의 목소리였다. 이런 양상국의 고함소리에 양국일 회장은 눈살을 찌푸리며 양상국의 이름을 불렀다.
“양상국, 이게 뭐하는 짓이야. 당장 그 손 내리지 못하겠느냐!”
한수아 회장이 있는 자리에서 고함을 질렀다는 사실에 크게 질책하는 양국일 회장이었다. 이런 질책에 양상국은 움찔. 하는 모습을 보이며 신우를 향해 손가락질 하던 손을 내려야 했다. 그러는 한편 아직까지도 이런 자리에 신우 같은 놈이 와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야 했다.
양국일 회장은 한눈에 봐도 아들과 갑자기 들어온 사내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는 사실에 신우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그러고 보면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아들의 무례한 행동에 사과하지.”
“괜찮습니다.”
“그런데, 자네. 어디서 본적 있는 것 같은데, 어디서 봤었지?”
이런 양국일 회장의 물음에 수아가 나서서 신우에 대해 소개했다.
“신우씨는 2년 전에 저를 보호하는 경호원 일을 한 적 있어요.”
“오. 그렇군. 왜 본적 있는가 싶었더니 2년 전 장례식장에서 한번 봤었군.”
한중구 회장의 장례식에서 보였던 신우의 행동은 너무도 강렬하게 남아있었다. 그래서 2년이 지난 지금도 양국일 회장의 머릿속에 신우의 모습이 남아 있던 것이다.
한편 양상국은 경호원이라는 말에 그럼 그렇지. 라는 얼굴이었다. 경호원을 했으니 한수아 회장과 알고 있는 사이라는 게 이해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작 경호원을 했었다는 저 놈을 왜 이런 자리에 부른 건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곧 경악스러운 말을 들어야 한 양상국이어야 했다.
“신우씨는 저희 진한그룹의 대주주이기도 합니다.”
“그게 참 말입니까? 허허 대주주시라니 대단하시군요.”
상당히 말투가 바뀐 양국일 회장이었다. 그만큼 진한그룹의 대주주라는 위치는 대단한 것이었다. 현재 진한그룹의 주가는 계속해서 상승하는 중이었다. 2년 전에 헐값에 내놓았던 것과는 반대로 이제는 없어서 못 구하는 중인 주식이었다.
양국일 회장은 눈빛은 어느새 계산적이 되어갔다. 대주주라는 말은 투자가라는 말이었다. 잘 하면 마진그룹에 대한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인 것이다. 지금 같은 때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다면 마진그룹에 상당한 도움이 될 터였다.
그렇게 생각하는 양국일 회장이었고, 순간 아들인 양상국의 험악한 말을 들어야 했다.
“마. 말도 안 돼! 너 따위가 대주주라고?! 고아새끼가!? 경호원을 했던 놈이 대주주가 된다는 게 말이 된다고 보는 거야! 이 새끼야! 너 어떤 사기를 쳤기에 한회장님이 대주주라고 믿게 만든 거야!? 말해! 당장 진실을 말하라고!”
당장 달려들 듯한 양상국의 모습에 기겁하는 양국일 회장이었다. 그리고 차가워진 한수아의 얼굴과 함께 신우의 담담한 눈빛이 양상국을 향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신우와 수아가 서로 함께 했으면 하는 분들이 많군요. ㅎ 뭐라고 설명해 드리고 싶지만 차마 설명을 못하겠네요. 앞 내용에 대해서 스포가 되는지라. 크으. 아무튼 다들 재밌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