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60 옛날의 내가 아니다. =========================
한국 국내 서열 4위에 올라있는 마진그룹은 다양한 해외진출을 통해서 성장해 나가고 있는 대기업이었다. 2년 전 중소기업들이 크게 무너지면서 회사가 크게 휘청거린 적이 있었지만 제때 이루어진 구조조정과 계열사들을 정리를 통해 무사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들을 살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마진통신회사였다. 거기서 나온 이익으로 어려움을 간신히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이다.
마진그룹은 현재 와서 해운산업과 무역업을 크게 키우면서 좀 더 성장할 수 있게 노력하는 중에 있었는데, 특히나 그들의 관심사는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는 진한그룹에게 있었다.
큰물에는 큰 콩고물이 떨어지듯이 이런 콩고물을 가지기위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한수아 회장과의 약속은 잡혔나?”
현 마진그룹의 회장인 양국일의 말에 비서로 보이는 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예, 회장님. 다행이 오늘 저녁에 뵙는 것으로 약속이 잡혔습니다.”
“잘 했다. 저녁장소는 최고로 잡았겠지?”
“물론입니다. 최근 가장 핫한 레스토랑으로 거기에 주방장이 칠성급 호텔에서 부주방장을 맡았을 정도로 맛있는 음식을 요리한다고 했습니다.”
비서의 말에 양국일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잘했다는 얼굴로 이내 책상 앞에 놓인 서류를 들어 살피며 말했다.
“우리가 개발한 신개념 통신기술과 진한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울포스 기술을 합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겠지.”
“한수아 회장이라면 충분히 협약하러 할 것입니다.”
“그렇지.”
사업가라면 절대 거절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인 양국일 회장은 이내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 대한 소식이 문뜩 궁금해졌다.
“상국이는 지금 뭐하고 있지?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와서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군.”
“도련님이라면 현재 친구 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한국으로 왔으니 친구 분들과 재밌게 놀고 싶은 거겠죠.”
“쯧쯧.. 지금이 때가 어느 때인데, 놀고 있는 거야. 당장 집에 들어오라고 해. 오늘 저녁 약속 때 함께 나갈 테니까.”
양국일 회장이 양상국도 함께 간다는 말에 조금 놀란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도련님도 함께 가시려는 것입니까?”
“그래. 이제 슬슬 인맥도 쌓으려면 그런 자리도 함께 가야지. 더욱이 눈이 맞으면 가장 좋고 말이지.”
“한수아 회장님과 혼인시키고 싶으신 거군요.”
비서는 재계에서 가장 결혼하고 싶은 여자 1위에 올라있는 한수아 회장의 모습을 떠올려야 했다. 초기에 제대로 큰 기업을 이끌 수 있겠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현재 와서는 완벽히 진한그룹을 통제하고 있었다. 특히나 그녀가 인기가 많은 건 아직 25살이라는 젊은 나이와 예쁜 미모였다. 다들 이런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 안달이 났던 것이다.
“그렇지. 그녀와 상국이를 결혼시킬 수 있다면 대박이 터지는 거니깐.”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녀는 결혼에 대해 전혀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이니까요.”
“안하는 것보다는 났겠지. 아무튼 상국이에게 연락해서 집에 가서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해.”
“알겠습니다. 그럼.”
비서는 즉시 고개를 숙이며 회장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양국일 회장은 저녁 약속 때 있을 한수아 회장과의 만남을 기대했다.
* * *
아직 장사조차 시작하지 않는 룸살롱 안에서 양상국은 양주를 병 채로 들이 키고 있었다. 이런 모습에 전에 같이 마셨던 익숙한 사내들이 도대체 무슨 일이냐는 얼굴로 양상국을 향해 묻고 있었다.
“야야. 그만 마셔. 무슨 일이기에 그렇게 술을 마시는 거야?”
“맞아. 그만 마셔. 벌써 몇 병째야.”
“그래. 어디 차이기라도 했냐?”
양상국의 얼굴은 대번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그대로 마시던 양주병을 벽을 향해 강하게 던졌고. 곧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술과 유리병 파편들이 룸 안을 튀었다. 다들 이런 모습에 기겁을 하며 버럭 소리들을 질렀다.
“야. 돌았냐. 갑자기 병은 던지고 지랄이야!”
“너 미쳤냐!”
“아씨. 옷에 묻었잖아!”
다들 튄 술과 파편에 상당히 열 받은 모습을 보였다.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지 양상국은 버럭 소리와 함께 욕설을 내뱉었다.
“시끄러! 닥치라고! 아! 시발~!”
천장을 향해 고래고래 욕설을 내뱉는 양상국의 모습에 그들은 이놈이 제대로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는 한편 도대체 어제 동창회에게 가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러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어제 동창회에서 무슨 일 있었냐? 무슨 일인데 그래?”
이런 한 사내의 말에 천장을 향해 욕설을 내뱉고 있던 양상국이 이내 누군가를 떠올리고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그거.. 아냐.. 내 첫사랑이 결혼했데.. 근데, 다른 누구도 아닌 고아새끼라는 거야. 고등학교 때 찌질 했던 그런 녀석과 결혼했다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뭐야? 전에 말했던 첫사랑이 결혼했다고 그러는 거야?”
“고작 결혼 때문에 그런 거야?”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이런 행동이냐고 말하는 이런 사내들의 보며 양상국은 잔뜩 분노에 찬 얼굴로 소리쳐야 했다. 남들에게는 별거 아닌 것으로 보이겠지만 자신에게는 큰일이었던 것이다.
“그런 게 아니야! 난 지금 배신감에 미치겠다고! 날 배신한 걸로도 모자라서 그따위 녀석과 결혼하다는 건 내게 있어서 큰 치욕이라고! 너희들은 내 마음 알아?! 지금 내가 얼마나 치욕적인지!”
잔뜩 소리를 지르며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는 양주 한 병을 그대로 병 채로 들이키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에 다들 혀를 차면서 그냥 놓아두었다. 딱 보면 이제 말린다고 해서 그만 둘 녀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그렇게 술을 계속 마시는 양상국이었고, 그 순간 양상국의 스마트폰에서 진동과 함께 벨이 울렸다.
“이 비서라고 뜨는데 안 받아?”
화면에 떠있는 이름을 본 한 사내의 말에 술을 마시던 양상국은 이 비서?! 라는 생각에 퍼뜩 술이 깨는 기분을 느끼고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어올렸다.
이비서가 무슨 일이지?
평소 목적이 없다면 전화하지 않던 이 비서였기에 양상국은 살짝 긴장이 되었다. 특히 이비서가 전화를 한다는 말은 아버지의 말을 전할 때라는 것이다. 아무리 술에 잔뜩 취해 있다고 하지만 양상국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어려웠기에 얼른 고개를 흔들면서 정신을 차리고는 전화를 받으려 했다.
[도련님.]
“이 비서. 혹시 아버지가 날 찾으셔?”
[아닙니다. 지금 취하신 것입니까? 목소리를 들어보니 취하신 것 같군요.]
양상국은 자신을 찾는 게 아니라는 말에 안도하면서 이내 편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 한잔하고 있지. 안 그래도 이 비서에게 전화하려고 했어. 누굴 좀 알아봐 주었으면 좋겠는데.”
[그것보다는 당장 술 깨셔서 집으로 오셔야겠습니다.]
“집에? 아버지가 날 안 찾는다며?”
[지금 당장은 아닙니다. 다만 오늘 저녁약속에 함께 나가신다고 준비하고 계시라고 하셨습니다.]
젠장! 그 말이 그 말 아닌가! 양상국은 이비서 말장난에 짜증이 났다. 내심 자신이 회장에 오르면 이놈의 이 비서부터 잘라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동시에 저녁 약속이라는 말에 궁금증이 들어 물었다.
“무슨 약속? 중요한 거야? 안 가면 안 돼?”
[진한그룹의 한수아 회장님과의 저녁약속입니다. 아마 함께 나가시지 못하셨다가는 당장 내일 미국으로 돌아가셔야 할지 모릅니다.]
그럼 안 되지. 양상국은 아직 복수도 하지 않고 돌아갈 수 없다는 말에 억지로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하며 말했다.
“알았어. 당장 집에 갈 테니까. 그만 끊어.”
어느새 전화를 끊은 양상국은 이내 자신을 보는 친구들을 향해 자신을 가보겠다며 말했다.
“당장 가야겠다. 아버지가 저녁 약속 때까지 집에서 준비하고 있으라고 하셨어.”
“회장님께서? 얼른 가야겠네.”
“얼른 가봐.”
다들 양일국 회장의 성정을 알기에 얼른 가보라며 양상국에게 자리를 비켜줬다. 양상국은 이런 친구들을 지나치며 서둘러 룸을 나가는데, 이런 양상국의 뒷모습을 보고는 다들 고개들을 저었다.
“저 새끼 완전 이중인격이라니까?”
“미친 거지. 아씨. 옷만 배렸잖아.”
“마진그룹 후계자만 아니었으면 어우. 내가 한방 먹이는 건데.”
다들 양상국이 나가자마자 상당히 못마땅한 얼굴로 양상국을 욕하는 모습들이었다. 사실 서로 친구라고 칭하지만 목적을 위해 만나는 사이에 불과했던 것이다. 만약 양상국이 마진그룹의 후계자가 아니었으면 그들은 절대 양상국과 상종도 하지 않았을 터였다. 저 거지같은 저 성격을 누가 받아주겠는가. 어쨌든 그들은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린 룸의 모습에 이내 그만 마시고 나가려 했다.
* * *
신우네 집.
[꼬꼬밍~ 날아라~ 얍! 악당들아 나 꼬꼬밍이 용서하지 않겠다~! 별빛 광선! 뾰로롱~]
넓은 거실에 위치한 커다란 TV화면에는 별 이상한 야채모양의 요정이라는 놈이 나와서 별모양의 빛을 악당에게 쏘고 있었다. 이런 모습에 거실 한가운데로 선 신예가 똑같은 포즈를 취하고는 아빠인 신우를 향해 소리쳤다.
“난 용사 꼬꼬밍이다! 받아라. 별빛 광선!”
신예의 손에는 신우가 사준 마법봉 장난감이 들려있었다. 그리고 이런 장난감 마법봉에는 TV와 똑같은 뾰로롱~ 하는 소리가 울렸다.
“으악! 부. 분하다. 꼬꼬밍이 네가 이겼다.”
바닥에 쓰러진 신우가 분하다는 듯 그렇게 말하자 신예가 더욱 기가 산 모습으로 마법봉을 내밀며 소리쳤다.
“정의는 언제나 승리한다. 냐하하~”
어느새 두 손을 허리에 얹으며 특이하게 웃는 신예의 모습에 신우는 그대로 고개를 푹 숙여야했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슬며시 들었다. 끄. 끝났나? 신우는 딸과 놀아주는 게 이렇게 낮뜨거울 수 있구나? 싶었다. 요즘 인기 있는 만화영화에 빠진 신예와 놀아주기 위해서는 방금 전과 같은 악당 역을 맡고 쓰러져 줘야 했다.
에휴~ 싸우는 게 훨씬 쉬웠어. 말도 안 되는 말이지만 예전에 한참 싸우던 때가 훨씬 쉬었다는 생각이 드는 신우였다. 그때는 이런 낯뜨거운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말이다.
“앗? 아빠. 악당이 다시 살아나면 어떻게?”
“아. 미안.”
신우는 신예의 타박에 그대로 나죽었다는 듯 다시 푹 고개를 숙이며 죽은 척 연기를 해야 했다. 이런 아빠의 모습을 잠시 보던 신예는 이제 됐다는 듯 말했다.
“이제 됐어. 일어나도 돼.”
이 말에 벌떡 몸을 일으킨 신우였다. 신우의 시선은 언뜻 TV에 보이는 꼬꼬밍이라는 만화캐릭터가 보였다. 저 놈의 꼬꼬밍. 생각 같아서는 확 없애버리고 싶었다. 타노에게 말만 하면 분명 제작자부터 시작해서 만화가까지 알아내서 없애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예가 좋아하는 것이기에 차마 없앨 수 없어 막상 마음만 먹을 뿐인 신우였다.
“우리 그만하고 간식 먹을까?”
“간식은 나중에 좀 더. 놀고 싶어. 다시 별빛 광선!”
“윽.”
다시 시작된 신예의 별빛 광선이라는 공격에 쓰러지는 신우였다. 하~ 지후 그 녀석 오늘 같은 날 놀이방에 안 오다니. 그렇게 싫었던 아이가 지금 이렇게 애타게 찾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한 신우였다. 물론 신예와 노는 게 싫은 건 아니다. 다만 참 낯뜨거울 뿐이다. 정말이다.
결국 신우는 한참을 더 신예와 놀고서야 간식타임을 가질 수 있었다.
맛있게 냠냠. 쿠키를 먹는 신예의 모습을 보고 흐뭇하게 보고 있던 신우는 타노의 말을 듣고 있는 중이었다.
-양상국 그놈에 대해서 알아보는 중에 일이 좀 묘하게 돌아가던데. 오늘 저녁 한수아와 저녁 약속이 있다나봐. 물론 자기 아버지와 함께 하는 사업적 만남이지만 말이야.-
신우는 불과 어제 저녁 돌아온 예린에게서 동창회에 있었던 일을 들었다. 듣는 순간 신우는 별 미친놈이 다 있냐는 생각이 들어야 했다. 그러는 한편 괘씸한 마음도 들었다. 자신에게 그 따위라는 말을 한 양상국 그놈에게 벌을 주고 싶었다. 물론 죽일 마음은 없었다. 그런 이유로 죽이기에는 너무 자신의 마음은 대인배(?)였다.
-아무래도 이번에 마진통신에서 개발한 신개념 통신기술을 진한그룹과 함께 하기 위해서 만나려는 것 같은데, 역시 할 거지?-
타노의 말은 역시 깽판을 놓으려는 것이냐는 뜻이었다. 이런 타노의 말에 신우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런 말을 듣고서 순순히 넘어갈 자신이 아니었다.(분명 대인배라고 했던 것 같은?) 양상국 그놈에게 제대로 자신이 누군지 보여줄 생각이었다.
-그럼 한수아에게 미리 말해둘게. 그나저나 오랜만에 만나겠네?-
그러고 보니 그렇군. 거의 2년 가까이 한수아와 마주치지 않았던 것이다. 서로 육아와 일로 인해 만날 일이 없었던 것이다.
타노는 고작 이런 일로 서로 만나게 된다니 참 상황이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는 한편 한수아에게 연락하기 위해 문자시스템을 사용해 상황에 대한 문자를 보냈다.
* * *
띠링~!
문자음이 울리자 익숙한 듯 하던 일을 멈추고는 자연스럽게 책상위에 놓인 스마트폰을 든 한수아였다. 그녀는 평소와 같이 스마트폰 화면을 보았다. 그리고 이내 두 눈이 화등잔처럼 크게 떠져야 했다.
문자의 내용은 평소 타노가 보내오는 내용과는 많이 달랐던 것이다.
“만날 수 있어..”
조용히 내용을 읽던 그녀는 어느새 스마트폰을 가슴에 꼭 앉으며 두 눈을 감았다.
고작 복수하는 것에 도움을 주는 이유로 만나는 거지만 그래도 좋았다. 어느새 한수아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이내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 중얼거렸다.
“머리부터 해야겠지?”
머리는 물론이고 옷까지 어떤 옷을 입고 가야 할지 고민해야 했다. 시간이 없었다. 곧 있으면 점심때였고, 고작 7~8시간(?) 정도의 여유밖에 없는 상태였다. 수아는 서둘러야겠다는 마음으로 하던 일도 멈추고는 헤어숍 예약부터 잡기 위해 움직였다.
그렇게 한수아는 오늘 저녁 만나게 될 신우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찬 상태로 준비를 서둘렀다. 이미 그녀의 머릿속에는 마진그룹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는 상태였다. 그녀에게 있어서 마진그룹보다는 신우가 훨씬 더 우위에 있었던 것이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