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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다-258화 (258/364)

00258 동창회 =========================

신예와 지후를 데리고 놀이동산에 다녀왔던 시간이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오늘도 신우는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중에 있었다.

치익~ 소시지가 프라이팬에 달궈져 구워지는 소리와 함께 신우는 그대로 그 옆에 피망을 같이 올려 구웠다. 확실히 이제는 전업주부와 다를 봐 없는 모습이었다. 어울리지 않게 앞치마를 시작해서 뒤집게까지 들고 있는 모습이라니.

하지만 정작 신우는 즐겁게 요리를 하는 중이었다. 사랑하는 딸을 위해서 요리를 한다니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사실 요즘 들어서 인터넷을 뒤져서 다양한 요리를 배워서 만들 지경에 있었다.

“좋아. 다됐다. 신예야! 밥 먹자!”

신우는 거실에 있는 신예를 불렀고, 이런 목소리에 곧 네~ 하는 목소리와 함께 신예가 주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신우는 이런 신예를 보면서 그대로 작은 접시 위에 구운 소시지와 피망을 올려놓았다. 접시에는 이리 구운 계란 프라이도 놓여 있었다.

신우는 자신을 올려달라고 손을 뻗는 신예의 모습을 보고는 곧바로 신예를 유아용 의자에 앉히고는 유아용 의자에 붙어있는 받침대 위에 접시를 올려놓았다.

“와~ 맛있겠다. 근데. 힝~ 피망이네..”

먹음직스러운 소시지의 모습에 좋아하던 신예는 구워진 피망의 모습에 뚱한 모습을 보였다. 아무래도 피망을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신우는 작은 그릇에 밥까지 떠서 올려주고는 말했다.

“편식하면 못 쓰는 거야. 야채도 먹어줘야 건강해지지.”

“하지만 맛없는 걸.”

“그래도 먹어야지.”

“안 먹으면 안 돼?”

“미안.. 너 엄마가 꼭 야채를 먹이라고 해서. 아빠도 우리 신예가 원하는 걸 다 해주고 싶지만 피망은 안 된단다.”

신예는 엄마까지 말하며 피망을 안 먹으면 안 된다는 말에 입술을 삐죽 내미는 모습을 보이며 교정용 젓가락으로 피망을 푹푹 찌르는 모습이었다.

역시 애는 애구나.. 신우는 신예가 피망을 싫어하는 모습에 확실히 우리 딸이 애라는 생각이 들었다. 끄응. 어쩌지? 신예가 싫어하는 모습에 신우는 고민에 빠져야 했고, 입술을 내밀고 있는 모습에 결국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딱 오늘만이다. 오늘만 피망 안 먹는 거야.”

“정말?! 아빠 최고!”

피망을 안 먹어도 된다는 말에 환하게 웃으며 아빠인 신우를 칭찬하던 신예는 얼른 교정용 젓가락으로 소시지와 계란 프라이를 먹기 시작했다. 냠냠 거리며 맛있게 먹고 있는 신예의 모습은 신우로 하였금 흐뭇하게 만들었다.

“그나저나. 예린이에게 혼나겠는 걸.”

부탁까지 해서 피망을 먹이라고 했는데, 전혀 하지 못했다는 것에 신우는 예린이에게 좀 혼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동시에 이내 주방 한쪽에 있는 시계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오늘은 좀 늦네?”

벌써 저녁 6시였다. 평소였다면 벌써 와서 함께 저녁을 먹었을 시간이었다. 최근 들어서 노래에 맞춘 댄스까지 배우고 있다고 하더니 더욱 바빠진 모양이었다. 신우는 잠시 타노에게 뭘 하고 있는지 물으려는 생각을 하다가 이내 아내의 사생활을 일일이 아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그만두었다.

어차피 뭔가 일이 있으면 타노가 연락해 줄 테니 신우는 우선 신예가 먹인 이후에 예린이를 기다리면서 함께 저녁을 먹을 생각을 했다.

* * *

둥! 둥둥둥! 둥둥둥! 둥둥!

박자에 맞춘 음악소리가 들려오는 댄스 연습실 안으로 예린이 박자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었다. 편한 트레이닝복을 갖춰 입고 춤을 추는 예린의 모습은 상당히 힘 있어 보였다. 머리카락이 다 젖을 정도로 격렬하게 춤을 추던 예린은 곧바로 틀린 부분이 있는지 멈칫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순간 뚝. 하며 음악이 멈추더니 30대 초반의 여인이 예린을 향해 말을 걸었다.

“그 부분이 틀렸어. 예린아.”

“휴. 그러네요.”

“힘들어?”

“조금. 최근 들어서 움직이는 일이 많이 없어서 체력이 달리네요. 언니.”

“그러긴 하겠다. 임신하고 애 낳고 2년 동안 육아에 힘썼을 테니까 체력이 없을 수밖에 없겠네. 이제는 완전 애 엄마지? 호호호”

예린은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안무가 언니가 하는 장난스러운 말에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왠지 애 엄마라고 하는 모습이 자신을 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삐진 것이다. 이런 예린의 삐진 모습에 삐지면 오래간다는 생각에 얼른 말을 바꾸는 안무가 언니였다.

“호호. 삐졌어? 장난이냐 장난~”

“저 아직 23살이거든요. 저 아직 거뜬해요.”

“그래그래.”

“으. 저 언니보다 아직 젊어요!”

“윽. 애가 정곡을 찔러 버리네.”

아직 30대 초반에 결혼도 하지 않는 안무가 언니로서는 나이를 가지고 하는 말에 한방 먹었다는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둘은 더 이상 놀리는 말을 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내 다른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움직여봐. 이렇게”

안무가 언니가 틀렸던 부분을 교정하는 모습으로 춤을 추자 예린은 그게 언니니까 그렇게 쉬운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내 춤을 따라하며 틀렸던 부분을 다시 복습했다. 한동안 계속된 춤 연습은 어느새 더 이상 지쳐 못하겠다는 예린의 말에 중단되었다.

“휴. 힘들다.”

땀이 바닥에 뚝뚝 떨어질 정도로 지쳐 보이는 예린의 모습이었다. 이미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주저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에 안무가 언니도 살짝 지친 모습으로 다가와 옆에 앉고는 말했다.

“그러게 그냥 예전과 같이 가벼운 동작으로 노래를 부르면 되지 왜 이런 격렬한 댄스음악을 보여주겠다고 그런 거냐고.”

“팬들에게 미안해서 그러죠. 오래 기다렸으니 새로운 모습도 보여주면서 즐겁게 해드려야죠.”

“그러냐.. 근데, 앞으로 3주 뒤면 뮤직비디오를 찍으러 미국에 갈 텐데. 그 안에 다 익힐 수 있겠어?”

“그때까지 열심히 해야죠. 언니도 잘 도와줘요.”

“그럼 다시 할까?”

“그래요. 다시.. 아? 지금 몇 시에요?”

“지금? 어? 벌써 8시네. 저녁도 안 먹었잖아. 저녁 먹을래?”

“아니 잠깐만요! 언니!”

저녁 먹자는 안무가 언니의 말을 들던 예린은 잠시만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는 황급히 한쪽에 있는 자신의 가방으로 달려갔다. 예린의 손에는 어느새 스마트폰이 들려있었고, 곧바로 남편인 신우에게 전화를 했다. 잠시 신호가 가고 곧 신우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신우야. 미안. 내가 시간 가는지 모르고 춤 연습하는 바람에 연락 못했어. 저녁 안 먹었지?”

[괜찮아. 지금 오는 거야?]

“아니. 좀 더 연습해야해. 저녁 혼자 먹을 수 있겠어?”

[그래? 알았어. 혼자 먹을 게 그런데, 예린이 넌 저녁 먹은 거야?]

“나도 안 먹었어. 안무가 언니하고 같이 밥 먹으려고.”

[알았어. 열심히 해.]

“응. 고마워. 쪽.”

스마트폰에 쪽. 하며 키스를 날린 예린이었고, 신우도 이런 예린에게 쪽. 하니 키스를 날렸다. 그렇게 닭살스럽게 신혼분위기를 내는 둘의 모습에 듣고 있던 안무가 언니라는 여인이 어후~ 하는 소리를 내면서 이거 남편 없는 사람 서러워서 되겠냐는 듯 투덜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어느새 통화를 마친 예린은 이내 안무가 언니를 보고 말했다.

“같이 밥 먹으러 나가요.”

“그래. 근데, 완전 남편하고 사이 좋은가봐?”

“그럼요. 얼마나 절 위해주는데요. 다시 가수활동을 시작한 것도 남편이 응원해 주어서예요.”

“좋은 남편이네.”

“그럼요. 후훗”

좋은 남편이라는 말에 예린은 상당히 뿌듯한 마음이 들어야 했다. 그러다 문뜩 아까 신우에게 연락하기 전에 확인하지 않은 문자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이내 손에 든 스마트폰을 다시 들어 화면을 터치해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다.

-76회 졸업생 동창회가 4월 21일에 있을 예정이니 차예린양께서는 꼭 동창회에 참석 했으면 좋겠습니다.-

“동창회?”

예린은 동창회에 참석하길 바란다는 문자에 잠시 고민해 보는데, 이내 고개를 저으며 그대로 문자를 지워버렸다. 딱히 동창회에 갈 마음이 들지 않았다. 고등학교 다닐 당시 가수 활동을 하느라 학교에 오는 시간은 많지 않아 친하게 지내던 친구도 많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학창시절 거의 다 신우에게 붙어 다녔던 시간이 더 많았다.

그렇게 예린은 동창회에 전혀 갈 생각을 하지 않고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안무가 언니와 저녁을 먹기 위해 나갔고, 그렇게 밤늦은 시간까지 안무연습을 계속했다.

* * *

며칠 후.

동창회에 대해 잊고 지내고 있던 예린은 많은 전화를 받아야 했다. 예전에 어느 정도 친분이 있던 여자 친구들이 어떻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동창회에 참석해 주길 바란다는 말을 전했고, 심지어 당시 담임이셨던 선생님까지 전화하셔서 자신이 참석하길 원하셨다. 이런 전화에 예린은 상당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제까지 참석하지 않았던 지라 이제 와서 왜 이렇게 참석하길 바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최근에 언론을 통해 자신의 컴백소식이 전해지기는 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동창회에 참석하길 원한다고는 볼 수 없었다. 2년 전 활발한 연예활동 당시에도 이런 경우는 없었던 것이다.

결국 예린은 참석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정해야 했다. 이런 와중에 예린은 신우에게는 동창회에 참석하라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참석하라는 연락이 전혀 없었다고?”

“없던데? 뭐. 와도 안갈 건데, 상관없잖아.”

“그래도. 괜히 내 남편 무시하는 것 같잖아.”

남편인 신우가 무시를 당한 것 같다는 사실에 예린은 상당히 기분이 나빠졌다. 신우도 엄연히 같은 76회 졸업생이었다. 충분히 참석할 수 있는 이유가 타당했던 것이다. 이런 기분 나빠하는 예린의 모습에 뭘 그런걸. 가지고 그러냐는 듯 괜찮다고 말했다.

“난 괜찮으니까. 혼자 갔다 와.”

“그래도 같이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초대도 안한 곳을 내가 왜 가겠어. 그리고 난 신예를 봐야 하잖아.”

“엄마하고 아빠에게 잠시 맡기면 돼. 신예도 오랜만에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만나는 걸 좋아할 거고.”

“그래도 안 가.”

신우는 정말 동창회에 참석할 마음이 없었다. 고등학교당시의 추억은 신우에게 있어서 모든 게 울분과 분노만 가득한 장소였다. 예린이에 관련된 것을 제외하면 좋은 추억 따윈 없던 것이다.

“내가 가면 동창회가 시끄러워질걸. 난 담임이라는 선생에 대해서도 많이 싫어하거든.”

고아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에게 수많은 불이익을 주었던 담임이었다. 심지어 하지 않았던 일에도 자신에게 죄를 뒤집어 씌어 범인으로 몰았던 담임인 것이다. 가봐야 동창회에 깽판을 칠거고, 그러니 안 가는 게 좋은 일이었다.

이런 신우의 말에 예린은 결국 신우와 함께 가는 것에 대해서 포기를 해야 했다. 하지만 가면 꼭 왜 신우를 초대를 하지 않았는지 따질 생각이었다. 소식을 아는 동창이라면 자신과 신우가 결혼한 사실을 알 것 있었다. 분명 신우를 무시하는 게 분명하다는 생각에 예린은 크게 마음을 먹고 동창회에 갈 마음을 먹었다.

* * *

강남에 위치한 한 클럽.

요란한 음악소리와 함께 수많은 남녀들이 춤을 추며 밤을 즐기고 있었다. 이런 남녀들이 춤을 추는 요란한 스테이지 위로 자리한 자리에는 몇 명의 20대 사내들과 여성들이 각종 값비싼 양주를 마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젊은 남녀들은 상당히 끈적끈적하게 서로를 애무하며 즐기는 그때 가장 상석에 앉아 있던 사내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며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이 상국아? 뭘 그렇게 보는 거냐?”

술에 취해 얼굴이 상당히 붉어진 젊은 사내의 말에 상국이라고 불린 사내가 피식 웃는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그냥 옛날 동창생.”

“동창생? 너 동창회가냐? 아. 그래서 미국에서 경영수업을 받다가 넘어온 거구나?”

“어. 내 첫사랑이거든. 꼭 만나고 싶었어.”

“오~ 너 진짜 진심인데? 얼마나 예쁘기에 천하의 양상국이 완전히 빠져서 좋아하는 거냐?”

“아마 세계에서 가장 예쁠 걸”

“엄청 예쁜가 보내? 근데 스마트폰에 본다는 건 인터넷에 사진이 뜬다는 건데. 혹시 연예인이라도 돼? 어디 한번 보자?”

상국이라는 사내에게 사진이라도 보자는 듯 손을 뻗는 술에 취한 사내였고, 이런 사내의 행동에 양상국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내는 스마트폰을 얼른 뒤로 감추면서 말했다.

“다음에, 너희들에게 보여주면 안 될 것 같거든.”

“새끼 우리들을 뭐로 보고. 우리가 친구 첫사랑을 막 뺏고 그런 사람이야? 안 그러냐. 애들아?!”

“맞아. 우리가 그런 친구냐!”

“하하하! 맞다고!”

다들 장난스럽게 그렇게 말하는데, 상국이라는 사내는 그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뒤로 감췄던 자신의 스마트폰을 끄고는 품속에 넣을 뿐이었다.

“다음에. 사귀면 보여줄게. 그때까진 비밀이라고.”

이런 상국이란 사내의 말에 다들 우우~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야유를 보냈다. 물론 장난이었다. 이런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양상국은 며칠 남지 않는 동창회가 참으로 기다려졌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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