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50 밝혀진 사실 그리고 결혼. =========================
며칠 후.
예린은 몇 개월 동안 아무런 글도 올리지 않았던 자신의 SNS에 현재 상황에 대한 자신의 글을 올렸다.
글을 올리는 순간 댓글이 폭발적으로 올라왔다. 그동안 갑작스러운 활동정지로 다양한 추측을 내며 기다려온 팬들이기에 다들 이런 충격적인 소식에 경악할 수밖에 없어야 했던 것이다.
돈에 눈이 멀었냐! 어떻게 된거냐? 말도 안 된다! 믿을 수 없다. 배신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냐?! 등등 수없이 많은 댓글들이 달리면서 예린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는 이들이 속출했다. 그들에게 있어 예린의 결혼소식과 딸을 낳은 소식은 참으로 배신감을 느끼게 만드는 일이었던 것이다.
물론 축하해 하는 말들도 많았다. 언니! 딸 낳으신 거 정말 축하드려요! 예쁜 사랑하시길 바랍니다! 전 결혼하더라도 영원한 팬이에요! 결혼하시더라도 음악은 계속 해주시길 바랍니다. 음악을 이대로 끝나기엔 너무 아까우니까요. 행복하게 사세요.
그렇게 비난과 예린은 이런 반응을 이미 예상했었기에 묵묵히 들어줄 뿐이었다. 예린은 딸 신예를 낳고 모든 기억이 돌아온 상태였다. 이미 평범했던 예전의 정신을 넘어선 많은 경험을 하고 쌓아온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비난하는 사람들의 댓글에는 상처를 받지 않았다.
무려 일주일동안 예린의 결혼소식과 딸을 낳은 소식으로 대한민국 연예계는 들썩였다. 그만큼 인기스타의 갑작스러운 결혼발표와 딸을 낳은 소식은 놀라운 것이었다. 당연히 이런 관심의 대상은 결혼할 당사자인 신우에게 향해지는 건 당연했다.
다들 신우에 대해서 조사를 했다. 그리고 곧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먼저 신우가 고아라는 사실과 현재는 상당한 재산가라는 사실이었다. 더욱 더 놀라운 사실은 현재 최고가를 갱신하며 기록하고 있는 진한그룹의 각 계열사 별로 6%라는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라는 사실이었다. 더욱 더 놀라운 사실은 나이가 고작해야 21살의 무척 젊은 나이라는 사실이었다.
젊은 나이에 큰 자본가라는 사실은 상당히 의심이 드는 일이었다. 당연히 뭔가 의심스러운 기자들이 조사를 했다. 하지만 찾은 것은 고작해야 주식을 통해 돈을 벌었다는 사실뿐이었다. 모든 재무상황이 깨끗했다. 타노가 수를 서서 건드릴 부분이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의심이 든다고 해도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의심하는 마음만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어쨌든 현대사회에서 고아출신이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함부로 할 수 없는 대상이라는 사실이었다. 만약 가진 돈도 없는 고아출신에 백수였다면 기자들은 이미 신우에 대한 비난여론을 시작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었다면 필시 기자들은 살아남지 못했을 테지만 어쨌든 이런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반응은 젊은 나이에 자수성가한 고아출신의 일반인 남성과 인기가수가 서로 사랑으로 맺어짐으로서 결혼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상에서는 역시 끼리끼리 논다며 돈 많은 남자에게 팔려간다는 말이 나왔다. 많은 질투와 부러움을 느꼈던 것이다. 이런 반응에 상당히 열이 받은 신우였지만 이런 신우를 말린 예린이었다.
예린은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일부 과격한 팬들의 반응은 당연한 거라 생각했다. 팬으로서 배신을 당했으니 그런 생각을 가진 건 당연한 것이다. 물론 자신이 아닌 딸에 대한 말이 나오면 즉각 고소를 했다. 다른 건 모르지만 딸에게 나쁜 말을 하는 사람은 용서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예린은 신우가 나서지 않는 선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했고. 그렇게 고소한 사람만 350명이었다. 역시나 그들 대부분이 청소년이거나 일반적이 주부나 평범한 회사원들이었다. 그들에 대한 선처는 없었다. 벌금형이라도 받아서 자신이 했던 행동에 대한 벌을 받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렇게 예린의 슬기로운 대처로 신우에 의해서 피바람도 불지 않고 무사히 일이 마무리되는 순간 신우와 예린은 먼저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구청에 가서 신예에 대한 출생신고 및 혼인신고를 했다.
구청을 찾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신예에 대한 출생신고와 혼인신고를 하는 신우와 예린이었고, 이런 둘의 모습에 사람들은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무사히 신예에 대한 출생신고와 혼인신고를 한 둘이었는데, 역시나 성에 대해서는 김씨가 아닌 차씨로 정했다. 신우는 자신의 성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릴 때 보육원에서 억지로 정해진 성씨였고, 애착도 없었던 것이다.
예린은 부모님과 상의를 했고, 이런 신우의 마음을 알게 된 장인과 장모는 손녀딸의 성씨를 차씨로 올리기로 했다. 아빠의 성씨를 따르지 않는 상당히 이상한 상태였지만 모두가 신우를 이해했기에 신예의 이름은 그렇게 차신예로 정해졌던 것이다.
* * *
11월 달이 넘어가면서 날씨는 조금 더 차가워 졌다. 이에 더 추워지기 전에 신우와 예린은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신우와 예린의 결혼식은 조촐하게 아는 지인과 가족만 부르는 선에서 하기로 했는데, 결혼을 할 장소는 신우의 이름으로 되어 있는 저택이었다.
예전에 사채업자에게 빼앗은 집이기도 한 이 저택은 상당히 넓은 마당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이곳에서 조촐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것이다.
특히나 딸을 키우려면 아파트 보다는 마당이 있는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이 저택으로 이사까지 온 상태였다. 물론 신우의 장인과 장모는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계속 살기로 했다. 자신들은 이제 아파트가 익숙해서 아파트가 좋다나.
뷔페식으로 진수성찬이 차려졌고, 마당 곳곳에는 둥근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신우에게는 친인척이 없기에 대다수가 예린이 쪽의 친인척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신우 쪽이 아애 없는 건 아니었다.
딱 한명 있었다. 바로 한수아 그녀였다.
다들 한수아의 모습에 한 번씩 그녀를 힐끔 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들에게 있어서 한수아는 너무도 큰 사람이었던 것이다.
다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이름 높은 진한그룹의 회장인 한수아를 보면서 어떻게 그녀가 이런 장소에 올 수 있을까? 하고 생각들을 하고 있는 중에 있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한수아는 그저 한숨을 내쉬고 있는 중일 뿐이었다.
“하아~”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수아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신우씨와 예린씨의 결혼식이라는 생각을 하니 왠지 모르게 한숨이 나와야 했던 것이다. 힐끗 나름 신경서서 차려입은 신우와 새하얀 색을 가진 미니 드레스를 입고선 딸 신예를 안고 있는 예린의 모습이 보였다.
한 폭의 그림과 같은 행복한 가족의 풍경이었다.
전에도 느끼지만 이렇게 보게 되니 저곳에 자신의 자리가 없는 것 같았다. 자신이 저런 곳에 끼어도 되는 것일까? 괜히 행복한 가정을 깨려는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이 들자 수아는 왠지 마음이 울적해져야 했다.
그렇게 수아가 울적한 마음이 드는 동안 신우와 예린은 자신들만의 행복한 결혼식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다들 둘의 결혼을 축하해 주고 있었고, 심지어 갓 태어난 딸 신예를 보면서 귀여워 죽겠다는 듯 미소들을 짓고 있는 모습이었다. 무척 스몰한 결혼식은 무난하게 이루어지는 상태였고, 결국 반나절이 지나서야 끝이 날 수 있었다.
허례허식을 차리지 않는 결혼식이었기에 다들 편안하게 쉬고 돌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돌아가는 모습들이었고, 그런 와중에 수아는 예린과 직접 마주할 수 있었다. 신우는 잠시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예린이 잠시 어디론가 보낸 것 같았다.
그러고 보면 이곳으로 넘어오고 나서 처음으로 직접 마주하는 둘이었던 것이다.
“결혼 축하해요.”
“고마워요. 수아 언니.”
“역시 기억을 찾았다는 말이 사실이었네요.”
“네. 신예가 태어나는 순간 기억이 돌아왔어요.”
이런 예린의 말에 수아는 예린의 품속에 안겨진 상태로 쿨쿨~ 잠을 자고 있는 신예의 모습을 보았다. 새하얀 피부에 예쁘고 너무도 귀여운 모습이었다. 이런 신예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자꾸만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예쁜 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신우에 대한 마음을 포기하지 않으셨나요?”
“예. 제 생각에는 변화가 없답니다.”
한 치도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이런 수아의 말에 예린은 역시나.. 라는 생각을 가지며. 조금 마음을 단단히 먹고는 입을 열었다.
“수아 언니도 알고 있겠지만 신우는 언니를 받아드리지 않으려 할 거예요.”
“알고 있어요. 신우씨는 절 받아들이는 게 가족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맞아요. 신우는 보수적이 면이 무척 많아요. 다른 여자와 사랑을 나눈 다는 것 자체가 신우의 가치관에 있어서는 무척 어긋나는 행동이니까요. 이제 결혼한 아내와 딸까지 있는 마당이고 이런 상황에 또 다른 여인과 관계라니.. 아마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
지금 예린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는 수아였다. 아마 신우에 대한 마음을 포기했으면 싶은 마음이겠지..
어떤 여자라도 그럴 것이다.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와 인연을 맺는 다는 것은 너무도 기분 나쁜 일인 것이다. 특히나 아이까지 있는 마당이라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건 이해한다고 할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그건..”
당장 포기하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차마 그런 말을 할 수 없는 예린이었다. 그녀가 어떻게 살아남고,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그녀였기에 예린은 도저히 입 밖으로 포기하라는 말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말이 없이 서로를 바라만 보고 있는 예린과 수아였는데, 그때 신예가 깼는지 꿈틀꿈틀 거렸다. 이런 모습에 예린은 얼른 신예를 이리저리 흔들며 등을 토닥여 주었다.
“예뻐요.”
“아. 그렇죠.”
갑자기 예쁘다는 수아의 말에 대답을 한 예린이었는데, 이런 예린을 향해 수아가 조금은 힘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행복한 가족으로 보여요. 제가 감히 끼어들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수아 언니..”
“예린씨 마음은 너무 착하셔서 저에게 나쁜 소리도 못하잖아요. 방금 전에도 포기하라고 말하고 싶은 거 잘 알고 있어요.”
“그게..”
“여자로서 당연한 마음이겠죠..현재로 보면 전 불청객이니까요.”
“불청객이라니!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역시 예린씨는 착해요.”
자신에게 착하다고 말하는 모습에 예린은 수아언니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도 받아들이고 싶었다. 수아언니가 싫지는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자꾸만 실천에 옮기려는 마음을 먹으면 막상 그런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마음 한편으로는 현재 자신의 행복한 가정을 나누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어찌 보면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람이고 여자인 이상 자기 자신의 행복을 차지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는 게 당연한 생각이었다.
“저 이만 가볼게요. 신우씨에게 축하한다는 말 전해주세요.”
“저기 수아언니. 전.”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다음에요. 다음에 말해요.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
어느새 그렇게 말한 수아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몸을 돌리면서 마당을 가로지르며 집을 나서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에 예린은 도저히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면 좋을지 몰랐다. 막상 받아들이면 쉬울지 모르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은 문제였다.
“신예야. 엄마가 어떡하면 좋겠니?”
“꺄우아~”
품속에 안겨있는 딸을 향해 말해본 예린이었지만 역시나 아직 갓난아기에 불과한 신예는 그저 엄마의 품속이 소리를 내며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딸애의 모습을 보면서 예린은 자신이 말도 못하는 딸애를 상대로 뭐하는 거냐는 생각을 하며 이내 집안으로 들어갔다.
“다들 간 거야?”
저택 안에는 신우가 물건을 이리저리 치우고 있었다. 이런 모습에 예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아빠하고 엄마도 내가 가보시라고 했어.”
“그래? 저기 있잖아. 그럼 우리 신혼여행은 어디로 갈지..”
“저기 신우야.”
신혼여행에 대한 말을 꺼내려던 신우의 말을 막는 예린었다. 이런 예린의 말에 신우는 무슨 일이냐는 얼굴로 예린을 보았다.
“있잖아. 수아언니에 대한 문제 생각해 봤는데.”
“말하지 마.”
“하지만.”
“전에도 말했다시피 난 너하고 신예뿐이야. 내 마음에 다른 마음을 받아 줄 공간따위는 하나도 없어.”
신우의 이런 말에 예린은 기분이 좋으면서도 내심 수아 언니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을 가졌다. 그렇게 상반된 두 가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예린을 향해 신우는 두 어깨에 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녀가 나에 대해 어떤 마음인지 아주 잘 알고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난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답답해도 할 수 없어. 그게 내 마음이니까.”
강하게 말하는 이런 신우의 말에 수아는 결국 알겠다면 더 이상 이런 이야기를 입 밖에 내지 않겠다고 말하며 말했다.
“알았어. 근데, 이제 뭐하지?”
“뭐하긴 하나 남았잖아.”
“뭐가?”
의아한 얼굴로 말하는 예린의 모습에 신우는 당연한 걸 뭘 묻고 있냐는 얼굴로 천천히 예린에게 다가와 살포시 신예를 뺏어들더니 이내 한손으로는 신예를 한손으로는 예린을 번쩍 들어올렸다.
“꺅?! 뭐하는 거야?”
“뭐하긴 신혼여행 가는 거지.”
“지금?! 아직 다 치우지도 못했는데?!”
아직 결혼식 뒷정리를 끝내지 않은 상태라 예린은 당장 간다는 신우의 말에 얼른 내려달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이런 예린의 말에 고개를 젓는 신우였다. 치우는 건 타노를 시켜 사람을 불러 치우면 되는 일이었다.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사랑하는 아내인 예린과 딸 신예를 데리고 신혼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타노를 이용한다면 전용기까지 구해서 세상 어디든지 갈 수 있었다.
그렇게 신우와 예린 그리고 둘의 사랑스러운 딸 신예와 함께 여행길을 올랐다. 아마 한 달 이상은 여행만 쭉 다닐 생각이었다.
그렇게 행복한 여행을 떠난 신우네 가족들이었고, 이런 와중에 수아는 오직 일과 함께 집에서 혼자만의 쓸쓸한 날을 보내야 했다.
그렇게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갔고, 어느덧 2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 작품 후기 ============================
저도 수아가 당장 행복했으면 좋겠지만 이제까지 예린과 딸 신예만 생각하던 신우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 수아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너무 이상해서 이어질수가 없네요. 아무튼 다음편 부터는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순간 부터 시작될것 같습니다. 다들 재밌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