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37 데이트 =========================
세상이 시끄러운 상황 속에서 전혀 그렇지 못한 곳도 있었다. 바로 신우가 있는 곳이었다. 신우는 현재 예린의 집에 대놓고 와서 아침을 해결 하고 있는 중이었다.
“김서방. 많이 먹어.”
“물론입니다. 장모님”
“호호호. 장모님이란 말 참 듣기 좋네.”
장모님이(앞으로 진짜 장모님일 테니 장모님이라고 생각하는 신우다.) 건네주는 닭다리를 잡으며 뜯어먹는 신우의 표정은 참으로 당당했다. 이런 신우의 모습에 예린은 기가 차다는 얼굴로 신우의 모습을 봐야 했는데, 이내 신우만 챙기는 엄마의 모습에 살짝 삐진 얼굴로 자신을 가리키며 말해야 했다.
“엄마. 나는? 난 임신했는데? 나한테는 안줘?”
“너꺼는 거기 있잖아. 알아서 먹으렴.”
바로 앞에 놓인 삼계탕을 가리키며 말하는 엄마의 모습에 예린은 뚱한 얼굴로 젓가락을 놀리며 삼계탕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모습을 본 예린의 아빠는 그대로 자신의 그룻에 담긴 닭다리 하나를 젓가락으로 들어서는 그대로 예린의 그릇에 놓아두었다.
“이걸 먹으렴. 뱃속에 아기를 가졌으니 든든히 먹어야지.”
“아빠.. 역시 난 아빠밖에 없다니까.”
예린은 살짝 감동한 얼굴이 되어야해 했다. 역시 딸을 챙기는 건 아빠밖에 없는 모양이었다. 한차례 아침식사가 끝이 나고 어느새 다들 거실로 모여 과일을 깎아 먹기 시작했다. 예린은 당당하게 앉아서 엄마가 권해주는 포크에 찍힌 사과를 먹는 신우의 모습에 어떻게 저렇게 당당할 수 있냐는 생각이 들었다.
“일 안가? 일하러 가야잖아?”
“잠시 휴가 냈어. 당분간 집에 있을 거야.”
“아참. 김서방 집은 어딘가? 그러고 보니 아침 일찍 찾아오고 오고가느라 피곤하지 않는가?”
“괜찮습니다. 제 집은 바로 윗층이니까요. 그냥 걸어서 와도 됩니다.”
“뭐. 너 집이 위층이라고!”
예린은 깜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어 천장을 봐야 했다. 설마하니 신우의 집에 위층이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던 것이다. 한편 예린의 엄마는 집이 위층이라는 사실에 두 눈이 반짝여야 했다.
“살고 있는 집이 전세인가? 월세인가?”
“엄마!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묻는 거야!”
“가만있어봐. 그게 얼마나 중요한 건데.”
“제 집입니다.”
“어머! 정말!?”
신우가 자신의 집이라는 한마디에 예린의 엄마의 눈빛은 너무도 반짝였다. 안 그래도 지금 사는 집이 남의 소유의 집이라 불안했었는데, 위층이 사위의 집이라고 하니 얼마나 안도감이 드는지 몰랐던 것이다. 이런 안도하는 장모님의 모습에 신우는 잠시 생각하더니 현재 자신의 소유로 있는 또 다른 층에 있는 아파트에 대해서 말을 꺼냈다.(신우에게 죽은 사채업자 박귀남의 아들 박기우의 집)
“31층에 제 명의로 된 집한 채 더 있으니 거기가 필요하시면 쓰십시오.”
“또 있다고? 집이 몇 채나 있다니 대체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번건가?”
어느새 예린의 아빠까지 나서서 놀란 얼굴로 물어야 했다. 이런 모습에 신우는 별거 아니라는 얼굴로 말했다.
“별거 아닙니다. 주식으로 좀 벌었습니다.”
“허. 주식. 그거 웬만해서는 돈 벌기 쉽지 않을 텐데? 그리고 요즘 상당히 어렵다고 하던데 자네는 어렵지는 않나?”
“괜찮습니다.”
신우의 괜찮다는 말에 예린의 아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망한 마당에 딸과 곧 결혼할 사위가 괜찮다고 하니 적잖게 안도감이 들어야 했던 것이다. 한편 예린의 엄마는 이런 모든 말을 들으며 어느새 예린이의 손을 꼭 잡으며 말하고 있었다.
“예린아 어차피 결혼할 거 당장 신혼집을 차려라. 여긴 너 집도 아니지 않니. 어차피 같이 살거 지금 신혼집 차리면 되지 않겠니.”
“엄마. 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어떻게 합치냐고.”
말을 하는 예린의 얼굴을 제법 새빨개져 있었다. 내심 신우하고 신혼집을 차린다는 말이 너무 부끄러웠던 것이다. 비록 가짜(?)아빠 노릇을 시키고 있는 중이지만 얼마 전에 들었던 믿지 못할 말을 듣고는 자꾸만 사실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자꾸만 포기하려했던 신우의 마음이 다시 커지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예린은 이대로라면 계속 엄마에게 시달릴 거라는 생각에 나갈 핑계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좋은 핑계 거리가 생각났다.
“아참. 엄마 나 조금 있다가 산부인과 가봐야 해.”
“그러니? 그럼 엄마하고 갈까?”
“아. 아니. 나 신우하고 갈 거야. 맞지?”
“맞습니다. 장모님.”
한눈에 예린이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아본 신우는 즉시 그렇다고 장모님에게 말했다. 이런 말에 엄마는 사위하고 간다니 어쩔 수 없지. 라는 말을 했다. 이런 엄마의 말에 예린은 살짝 안도하는 마음이 들면서, 이내 아직 산부인과가 열 시간이 안 되었다는 사실에 당장 나가고 싶은 마음에 또 다른 핑계를 만들었다.
“지금 좀 나갈게.”
“벌써? 아직 시간 안됐을 텐데?”
“데. 데이트 좀 하게.”
“어머 그래? 그럼 갔다 오렴.”
어서 나가보라는 엄마의 말에 예린은 자리에 일어나서는 신우에게 얼른 가자며 손짓을 보냈다. 이런 모습에 신우는 엉거주춤 일어나서는 이내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장인어른. 장모님.”
“잘 다녀와요. 사위.”
“차 조심하고. 예린이도 잘 보살펴주게.”
“물론입니다. 절대 예린이가 불편함 없게 하겠습니다.”
이제는 완전히 한 가족과 같이 말하는 신우와 예린의 두 부모님의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에 예린은 이제는 모르겠다며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나가려 했다.
* * *
아. 이건 뭐지..? 예린은 신우와 함께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와서는 신우가 타라고 말하는 차의 모습을 보면서 잠시 할 말을 잃어야 했다. 내심 생각했던 차의 종류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거 너 차야?”
“응.”
“생각보다 차는 소박하네?”
“차는 굴러가면 되는 거니까.”
“아. 그래...”
예린은 신우의 말에 생각했던 차가 아니면 어떠냐는 생각에 그대로 차에 탑승하려 했다. 이런 모습에 신우는 재빨리 운전석 문을 열어주었다. 이런 신우의 모습에 예린은 너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어졌다.
“이런 건 어디서 배웠데?”
“예전에 TV에서 한번 봤었어. 그동안 그냥 실천을 안 해서 그렇지.”
“나름 괜찮네..”
예린은 예전의 퉁명스러웠던 신우도 좋았지만 지금 이렇게 자신을 위하는 행동을 하는 신우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린은 신우에게 들었던 그 말들이 정말로 진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정말로 진짜 기억을 잃은 거면 좋겠는데..
잠시 그렇게 생각에 빠졌던 예린은 이내 신우가 열어준 차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그렇게 신우가 운전석에 올라타고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들렸다. 부릉. 시동이 걸리자 신우는 예린을 보며 어딜 가야할지 물었다.
“어딜 가야하지?”
“글쎄.”
정작 데이트라는 변명으로 나왔지만 확실히 나갈 때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둘이 어딜 가야할지 모르던 그때 라이오가 절로 켜지더니 타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정 갈 곳이 없으면 한강공원이라도 가서 놀지 그래.]
“앗! 깜짝이야?! 뭐. 뭐야?!”
예린은 갑자기 라디오에서 들린 타노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얼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예린의 말에 타노가 즉시 자신에 대한 소개를 했다.
[안녕. 오랜만이지. 지금 당장은 기억 못하겠지만 난 타노야. 보다시피 신우의 친구지.]
“부하야.”
[부하라니. 우리 친구사이 아니었어?]
“부하야.”
[이익! 너 또 나 가지고 노는 거지!]
“이제 눈치 챘어?”
[크아악! 이 자식아!]
예린은 갑자기 신우와 라디오(?)가 말싸움을 하는 모습에 멍한 얼굴이 되어버렸다. 이런 모습에 타노아 말을 하던 신우는 곧 자신을 팔찌를 가리키며 말했다.
“라디오에서 말하는 것 같지만 본체는 여기에 들어있어. 원래 기억을 잃기 전이었다면 너도 아는 사이야.”
“내가 아는 사이였다고?”
예린은 자신이 알고 있었다는 말에 잠시 생각에 빠졌는데, 점점 현실과 멀어지는 상황에 이제 진짜 자신이 기억을 잃은 게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신우를 보았다. 자신을 보고 웃는 모습이 자신에 대한 감정이 사랑을 담고 있었다.
이런 신우의 시선을 보던 예린은 왠지 이게 현실이라면 꿈에서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갈까?”
“어? 어딜?”
“갈 때 없으면 타노가 말한 한강공원에 가지 뭐,”
“한강공원에? 나 얼굴 가려야 하는데?”
예린의 말에 신우는 그제야 예린이 유명한 가수라는 사실이 생각났다. 흠.. 그러면 어찌한다? 잠시 고민해 보던 신우는 그럼 차로 드라이브나 하자는 생각으로 말했다.
“그럼 드라이브나 하지 뭐.”
“조. 좋아. 드라이브 가자.”
“갈게. 아 그전에.”
신우는 그대로 예린에게 다가가 그대로 손을 뻗었다. 이런 갑작스러운 신우의 행동에 예린은 그대로 의자 뒤로 몸을 바짝 붙어야 했다. 순간 얼마 전 신우가 자신의 비명을 막기 위해 했던 키스가 생각났다. 그때를 생각하자 예린은 자신도 모르게 숨결이 거칠어 져야 했다. 하아~
지익. 탈칵.
“뭐해?”
안전벨트를 해진 신우는 왠지 숨결이 거칠어 보이면서 상기된 얼굴을 한 예린을 보며 의아했다. 이런 신우의 모습을 본 예린은 괜한 기대(?)를 한 거라는 사실에 애써 표정을 바로하고는 이내 아니라는 듯 고개를 창가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아니. 그냥 뭐.. 얼른 출발 안 해?”
“그래? 뭐 그렇다면 출발할게.‘
신우는 여전히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는데, 곧바로 차를 출발시키기 시작했다. 그렇게 살짝 쪽팔린 예린의 마음과 함께 신우가 모는 차량이 아파트 단지를 나가며 도로가를 달리기 시작하는데,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여전히 도로가에는 출근차량들로 가득해 있는 상태였다.
“아차. 지금 출근시간 때였지?”
아침을 먹고 곧바로 나온 상태라 출근차량들로 도로가는 차들로 꽉 막혀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출근을 하려는 사람들이 탑승한 버스들을 비롯해서 출근으로 하려는 사람들이 탄 차량들로 가득 찬 도로가는 어느새 거북이걸음으로 움직이는 차량들로 가득했다.
“너무 일찍 나왔네.. 어떡하지?”
예린이 창밖에 보이는 차들을 보며 그렇게 말하자 신우는 차를 몰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오히려 자신을 좋다고 말했다.
“난 오히려 좋은데. 이렇게 계속 함께 있을 수 있으니까.”
“무..무 무슨 소리야. 아. 덥다.”
예린은 신우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해지면서 손으로 부채질을 해야 했다. 이런 예린을 보면서 신우는 더욱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때 라디오가 찌직! 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순간 사랑이 담긴 노랫말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는데, 타노의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분위기상 틀어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곡을 골라 튼 것이었다.
[그대를~ 사랑 합니다~ 오직~ 그대만을 사랑 합니다~ 내가 태어난 이유는 그대의 사랑을 받기 위해 서랍니다아~]
“아..”
예린은 노랫소리를 듣고는 괜히 더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서 얼굴을 홍시마냥 잔뜩 붉어져야 했다. 신우는 이런 예린의 기색을 느끼면서 이곳에 와서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차량 안은 상당히 묘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동안 차량을 계속해서 움직이며 어느새 한남대교를 건너가고 있었다. 여전히 많은 차량들이 움직이는 상황이었고, 이런 가운데, 거북이 걸음으로 움직이던 차량은 어느새 멈춰졌다. 완전히 정체되어 버린 것이다.
“어? 왜 이렇게 차들이 안 움직이는 거지?”
“그러게?”
신우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는 그때 타노가 갑자기 차량이 정체된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앞쪽에 누가 투신자살을 하려는 모양이야.]
“자살?”
“세상에 자살이라니 어떡해?”
타노의 말처럼 현재 신우와 예린이 탄 차량에서 70m 떨어진 장소에서는 누군가 투신자살을 하려는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그의 행동을 출동한 경찰들과 119 구조대들이 말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말리지 마! 내가 더 이상 살아서 뭐해!”
“지. 진정하세요. 아저씨! 그렇게 뛰어내리시면 가족들을 어떡하시려고 그럽니까.”
“가족? 이미 연락을 끊었어! 내가 실업자가 되니까 그냥 단호하게 연락을 끊어버리더라고! 개 같은 년! 내가 10년을 꼬박꼬박 외국으로 돈을 보내줬는데, 이제 와서 날 버리다니! 시발! 개 같은 세상!!”
난간위에 발을 걸친 중년사내는 그대로 고함을 지르면서 그대로 몸을 강 쪽으로 던졌다. 이런 모습에 경찰과 구조대원이 다급히 손을 뻗지만 이미 그는 그대로 강물에 떨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첨벙!
물결이 치며 한강의 차가운 강물 속으로 사라진 이였다. 이런 그가 떨어진 주변으로 구조 보트들이 서둘러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과연 살 수 있을지 몰랐다. 평소 심장에 지병이 있는 그였기에 높은 곳에서 떨어진 지금 아마 살 확률이 없을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