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33 계획된 한국의 경제붕괴 =========================
무사히 회장취임식이 끝이 나면서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왔다. 신우는 여전히 한수아의 경호원을 하고 있었고. 한수아는 회장으로서 회사를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또한 예린이는 그 많던 스케줄이 줄어들면서 좀 더 편한 생활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연락을 끊은 상태였지만 이번에 한수아와 연락을 주고받게 되면서 예린은 의도지 않게 신우와 다시 연락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예린은 이게 좋으면서도 자꾸만 신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야 했다.
[걸그룹 크리스탈 멤버 배수진양과 이혜진양이 상습 마약투여 협의로 체포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이 소식으로 연예계는 큰 충격에 빠졌는데요. 그 뿐만이 아니라 CF건을 따내기 위해 업체의 임원과의 잠자리까지 자주 가졌다는 소식입니다. 이에 크리스탈 팬들은 충격을 받은 상태이면서 실망한 팬들이 대거 팬클럽을 탈퇴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 소속사에서는 현재 범행을 완강히 부정하고 있지만 확실한 증거로 인해서.. ]
거실 TV화면을 보는 예린의 얼굴은 상당히 놀란 빛이 떠올라 있었다. 화면에는 마스크를 쓰고는 경찰에 출두하고 있는 배수진과 이혜진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재들이 저런 짓을 했다니?”
상당히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왠지 모르게 통쾌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자신을 뒷담아를 하던 애들이 내용 그대로 자기들이 그대로 했던 짓이었다. 예린은 기분 좋은 마음을 가지면서 이내 머리를 살짝 치면서 아니라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지 이런 생각을 가지면 애한테 안 좋으니깐.”
그렇게 말하면서 떠먹는 아이스크림을 작은 수저로 먹는 예린이었다. 상당히 달콤한 맛에 너무 기분이 좋았는데, 확실히 스케줄이 줄어드니 이렇게 쉬는 일이 많아지면서 집안에서 편안하게 트레이닝복을 입고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스케줄을 줄여주셔서 고맙기는 한데.. 앞으로 어쩌지? 실망할 건데..”
예린은 그렇게 말하며 소파 옆에 나둔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았다. 현재 채팅 대화방은 딱 2개였다. 신우하고 한수아 회장님이었다. 벌써 회장 취임식이 끝이 난지 일주일 째였다. 그동안 계속 신우와 한수아 회장님과 문자를 자주 나누었다.
제법 진솔한 이야기도 하였는데, 그럴수록 점점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살짝 불러온 배를 만지던 예린은 나중에 잔뜩 부른 자신의 배를 보고 신우와 한수아 회장님이 실망한 모습을 떠올리자 너무 걱정이 되었다.
“한수아 회장님도 그렇지만 신우는 어쩌지..”
신우가 실망할 얼굴이 떠오르자 자꾸만 우울하지는 기분이었다. 아. 안되지. 예린은 자신의 뺨을 톡톡. 치면서 뱃속의 아기를 위해서라도 우울해지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래도 자꾸만 우울해지는 기분이 뚱한 얼굴이 되어야 했다. 그렇게 뚱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때 갑자기 스마트폰에서 벨소리가 우리기 시작했다.
“누구지?”
매니저 오빠인가 싶어서 화면을 보던 예린은 엄마. 라고 이름이 찍혀있는 것에 살짝 움찔. 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임신을 하고서 자주 연락을 드리지 않았다. 혹시라도 알게 되면 큰일이기에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웬일이지?”
혹시나 뭔가 알고서 전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던 예린은 우물쭈물 하다가 이내 마음을 먹고 전화를 받았다.
“엄마?”
[우리 딸. 바쁜데 전화 받은 거 아니지? 혹시 스케줄 하는 중이니?]
“어. 아니 조금 있어. 무슨 일이야?”
괜히 쉬고 있는 게 찔린 예린은 두리뭉실 넘기는 말을 했다. 이런 말에 이상함을 못 느꼈는지 예린의 엄마는 전화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전화를 한 용건부터 꺼냈다.
[저기 있잖니. 예린아. 혹시 돈 좀 가진 거 없니?]
“돈? 갑자기 무슨 돈?”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집인지라 자신에게 돈이 있냐고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엄마였기에 예린은 의아한 얼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엄마. 왜 돈 이야기야? 혹시 뭐 아빠 몰래 든 계돈이라도 때인 거야?”
[아니. 그게 아니고. 그러니까 있니 없니?!]
“아니 왜 화를 내고 그래. 엄마는 참. 나야 좀 있기는 한데. 얼마가 필요해서 그러는 거야?”
[얼마나 있는데? 정확히 말해보렴.]
예린은 엄마의 목소리에서 제법 심각함을 느꼈기에 대체 얼마나 필요해서 저러나 싶은 마음으로 말했다.
“한 7억 정도는 있을 거야.”
최근 들어 CF도 많이 찍었기에 아직 돈이 들어올 때가 많이 있는 상태였다. 예린은 아직 그 이야기는 일부러 하지 않았다. 엄마에게 모든 걸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한편 이런 예린의 말에 수화기 너머로 예린이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돈 다 엄마에게 빌려 줄 수 없겠니.”
“뭐? 그걸 다?! 대체 무슨 일인데?! 무슨 일이기에 7억이라는 그 큰돈을 다 달라는 거야.”
예린은 대체 무슨 일이기에 7억이 다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이내 심각한 얼굴이 되고선 자세히 묻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일인데? 알아야 내가 빌려주든 말든가 할 거 아니야?”
[그게.. 하아~ 네 아빠가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아빠? 혹시 아빠하고 관련된 거야?”
[사실은.. 네 아빠 회사가 부도나게 생겼다더구나.]
“부. 부도?!”
예린은 난데없이 아빠회사가 부도나게 생겼다는 말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예린의 아빠는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무려 예린의 할아버지 때부터 운영하는 기업은 자동차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이었다. 그리고 할아버지 때부터 무리한 사업 확장은 절대 하지 말라는 유지가 있었기에 그동안 아빠가 사업을 확장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는 지라 예린은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은 마음이었다.
[사실은.. 니 아빠가 최근에 사업을 확장하려 했었단다.]
“할아버지가 절대 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런데, 아빠가 사업을 확장하려고 했다고?”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갑자기 큰손인 투자자가 갑자기 나타나서 투자하겠다는 말에 욕심이 났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사업을 확장한 것인데. 갑자기 투자자였던 사람이 투자를 중단하고 사라졌다고 하는 구나.]
“아니? 그럼 경찰에 신고를 해야지! 투자를 받기 전에 계약도 하지 않은 거야?”
[정확히 투자하기로 계약까지 했던 상태였다더구나. 지금 경찰에 신고는 했는데, 찾을 방법이 없다고 하더구나. 어딜 그렇게 숨었는지 꽁꽁 숨었다더구나.]
엄마의 말에 예린은 입술을 깨물어야 했다. 대체 누구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이제 어쩌면 좋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이내 해결할 방법부터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했다.
“7억이면 해결 수는 있는 거야?”
[당장 3일 안으로 재료대금 어음도 갚아야 하고 납품했어야 할 부품계약위약금까지 갚아야 하기에 40억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더구나.]
“40억...”
깊은 침음성을 내뱉을 수밖에 없는 예린이었다. 자신이 가진 돈은 고작해야 7억이 다였다. 그리고 앞으로 들어올 돈들을 생각하면 최대한 10억은 구할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 까지고는 모자랐다.
“지금 얼마나 모자란데?”
[20억까지는 어떡해서든 빌려서 구하긴 했는데, 네가 7억을 준다고 해도 아직 13억은 더 필요하구나.]
“13억..”
상당히 많은 돈이었다. 지금 당장으로서는 구할 수가 없는 돈이었다.
“아마 조금만 있으면 3억은 더 구할 수 있을 거야. 그럼 10억만 남은 거지?”
[정말이니! 다행이구나.]
다행이라.. 아직 10억이 남아 있다는 것에서 다행은 아니었다. 더욱이 엄마 말이라면 빌린 돈까지 친다면 나중에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난다는 말이었다. 근데, 과연 이번에 갚을 수 있다고 해도 회사가 제대로 돌아갈까? 예린은 어째서인지 그러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엄마. 내가 어떻게든 더 구해볼 방법을 생각해 볼 테니까. 아빠보고 힘내라고 대신 전해줘.”
[그래. 미안하구나. 너에게 큰 짐을 던져준 것 같구나..]
“아니야. 뭐가 미안해. 난 괜찮으니까. 이만 끊어.”
[밥 잘 먹고..흑흑.]
결국 울음이 터진 엄마였다. 이런 엄마의 울음소리에 예린은 자신도 눈물이 나올 것만 같은 마음에 서둘러 전화종료버튼을 눌러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렇게 전화를 끊은 예린은 상당히 허탈한 마음으로 소파위에 앉아있어야만 했다.
어느새 한쪽에 놓여 있던 아이스크림은 천천히 녹아내려야 했다.
4월 26일.
대한민국에 한차례 거대한 폭풍이 몰아쳤다. 전국적으로 대단위 중소기업들이 줄도산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동안 정부들은 중소기업이 어려운 걸 알면서도 외면하며 대기업만을 뒤를 봐주었었다. 그런 죗값을 받은 것인지 중소기업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런 중소기업의 줄도산에 대기업들은 한순간 휘청거려야 했다. 주가가 대폭락하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돈들이 허공에 공중분해 되어 버리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게 되었다. 진한그룹도 다른 대기업들과 마찬가지였는데, 휘청 이던 전과 달리 직접적인 피해로 부품조달을 받을 수 없기에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어야 했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 정부가 급히 나서서 도산하는 중소기업의 어음 대금들을 임시로 은행들에게 요청해 동결시켜 피해를 막으려 했지만 너무도 많은 중소기업이 줄도산 하는 중이었기에 이를 하나하나 막을 수가 없었다.
댐에 구멍이 뚫리듯 점점 피해는 커져갔다. 어느새 한국경제는 댐이 무너지는 것처럼 와르르! 무너지는 지경에 이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한순간 중소기업의 줄도산에 엄청난 대량의 실업자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90년대에 일어난 외환위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실업자와 경제위기가 한국에 찾아왔던 것이다.
다들 갑작스럽게 일어난 경제위기에 심각함을 깨닫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는 동안 정작 신우는 아무런 걱정 없이 있는 중이었다. 경제위기가 오건 말던 신우에게는 상관없다. 그저 예린이만 평안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중 일 뿐이었다.
* * *
출근할 시간이 되지 않는 이른 아침. 신우는 자신의 집에서 타노의 말을 듣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누군가 일부러 조직적으로 벌인 일인가 봐. 누군지 모르겠지만 전산망으로는 도저히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꽁꽁 숨어버렸더라고.-
“그렇단 말이지.”
-지금 상태로는 신우 네가 1차 봉인을 풀지 않는 이상은 찾을 수 없어-
타노의 말을 들은 신우는 한번 찾아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런 일에 굳이 직접 개입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때 신우의 귀로 문자가 도착했다는 알림음이 들려왔다. 스마트폰을 들어 확인해 보니 예린이가 보낸 문자였다.
-신우야. 미안해. 네가 빌려준 10억 당장은 갚을 수 없을 것 같애. 갑자기 아빠 회사가 문을 닫았거든. 내가 앞으로 일해서 그 돈 계속 갚을게.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당장 이런 글밖에 적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불과 얼마 전 신우는 예린의 사정을 타노에게 알고 예린에게 10억을 빌려주었다. 처음엔 어떻게 알아냐며 안 받으려고 했던 예린이었다. 하지만 점점 어려워지는 집안의 사정에 결국 신우에게 10억을 빌릴 수밖에 없었던 예린이었다.
“굳이 갚을 필요는 없는데?”
신우는 자신의 돈이 예린이 돈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굳이 갚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말했는데, 이내 타노에게 어떻게 된 거냐는 얼굴로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분명 갚아야 할 어음과 위약금은 갚은 걸로 아는데?”
-결국 이번 여파 때문이야. 납품해야 할 회사가 무너지니까 부품을 납품할 회사가 없어졌고, 재료를 납품받아야하는 회사들까지 줄도산 하니까 재료도 받을 수 없어서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거지. 역시 그놈들 찾아야겠지?-
“그것도 좋겠지. 하지만 그전에 급한 불부터 끄는 게 중요해.”
-급한 불? 그게 뭔데? 어디 불났어?-
“아니. 그거 말고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지금 힘드실 거 아니야. 당연히 그분들을 도와야지.”
지금 당장 자신이 빌려준 10억을 제외한다면 막대한 빚더미에 올랐을 장인어른과 장모님일 것이다. 자신이 도와주는 건 당연했다. 누구도 아닌 사랑하는 예린이의 부모님이었고, 앞으로 태어날 딸 신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였으니 말이다.
============================ 작품 후기 ============================
짧아서 죄송해요. 오늘은 진짜 이야기가 안써지네요. 간신히 14KB까지 섰네요. 머리는 이야기가 다 그려져 있는데, 자꾸 마음이 안나가니 참. 아무튼 재밌게들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