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21 자칭 경호원 =========================
3일 뒤
3일장이 치룬 수아는 어렵게 병실에서 나온 엄마와 함께 화장터에서 아빠의 시신을 화장모습을 봐야했다. 한중구 회장의 시신을 불태우는 화장이 시작되자 수아의 엄마인 이혜진은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곧 너무도 심약해진 몸이라 그대로 쓰러져 기절할 수밖에 없었다. 한차례 구급차를 부른 소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도착한 구급차가 수아의 엄마인 이혜진을 태워 병실로 이송할 순간 수아는 유일한 가족이라 화장터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흑흑..”
“수아야..”
손수건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는 수아의 옆으로 친구인 진영이 이런 그녀를 부축해 주며 붉게 물든 눈으로 슬픔에 잠겨 있었다. 그리고 이런 둘의 뒤로는 신우가 묵묵히 서있는 모습을 보였다. 화장터에는 많은 사람들이 남아 있었다. 그들 중에는 수아의 친인척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대다수 슬픔 보다는 수아의 일거수일투족 살펴보고 있었다.
이제 진한그룹의 주인이 될 수아였기에 그들은 어떡해서든 눈도장을 찍고 싶은 상황이었다. 본래 한중구 회장은 친인척들과 그렇게 사이가 좋지 않았다. 다들 욕심이 많아 한중구 회장의의 이름을 가지고 사업을 벌이다 망한 일이 많아 가차 없이 그들과의 관계를 끊었던 것이다. 한동안 서로 만나지 않았지만 한중구 회장이 죽게 되자 그들은 다시 어떡해서든 관계를 가져볼라고 하고 있는 중이었다.
“수아 제가 기회를 안주네.”
“뒤에 서 있는 경호원이 자꾸 다가오지 못하게 하던데,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완전 막무가내라니까. 내가 수아에게 어떻게 말을 걸려고 다가가니깐 그대로 밀어버리더라.”
“세상에. 수아는 보고 가만히 있고?”
“그냥 보기만 하더라. 수아 재도 제 아빠를 닮아서 독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아.”
“그렇게 안 봤는데.. 이거 어떡하지? 사업을 추진하려면 수아에게 뭐라고 말이라도 해봐야 하는데.”
“내말이“
다들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들을 하는데, 상당수가 수아의 뒤에 있는 신우를 눈에 가시처럼 여기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가운데, 진한그룹에 소속된 경호원들이 잔뜩 신우를 불만스럽게 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이 보기엔 신우는 그냥 굴러온 돌덩이였다. 그들 중 누구도 신우에 대해 아는 이들이 없었다. 그리고 수아 아가씨 옆을 지마음대로 지키는 모습에서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경호원들의 마음을 아는 한 경호원은 이런 동료들을 진땀을 흘리며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 신우에 대해서 유일하게 하는 그로서는 이런 동료들의 불만을 잠재울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누구보다도 신우가 강하다는 걸 잘 알고 있는 그였다. 자칫 충돌이 일어났다가는 동료들이 당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모든 관심의 집중의 대상인 신우는 현재 울음을 터트리고 있는 수아를 내려다보고 생각에 빠져 있는 중이었다. 3일 전에 했던 대화를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신우씨..전 아빠의 복수를 위해서 신우씨가 대신해서 피를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많이 손에 피를 묻히셨잖아요. 저 대신 복수를 위해 또 다시 그렇게 하게 할 수는 없어요.
복수를 거부했다. 신우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었다. 피를 손에 묻히던 자신에게는 전혀 문제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내가 복수해 줄 수 있는 기회는 이번 한번 뿐이라고. 이에 답하는 수아의 얼굴은 상당히 복잡해 보여야 했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복수를 위해서 사람을 죽여 달라고 말하는 건 너무 이상한 일이잖아요.
이런 대답을 들었던 신우는 답답한 마음을 가졌어야 했다. 자신이 사람을 죽이던 말던지 전혀 상관없었다. 더욱 암살을 당할 정도라면 그들은 또 다시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었다. 신우는 이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러자 의외의 말을 들어야 한 신우였다.
신우씨가 절 지켜주시면 되잖아요. 신우씨가 말했잖아요. 절 보호하는 경호원이라고. 신우씨가 제 옆을 지켜주신다면 어떤 누구도 절 어쩌지 못할 거예요.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신우였다. 경호원이 되어 달라니 그건 그냥 수아와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즉석에서 말들어낸 말일 뿐이었던 것이다. 신우는 즉시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거절의 말에 수아에게 신우는 당돌한 말을 들어야했다.
신우씨가 예전에 그랬죠. 마음의 빚 때문에 제 마음을 받아주는 것 말고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꼭 들어주시겠다고, 제 소원은 그거예요. 제 경호원이 되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분명 소원을 약속하긴 했었다. 기하라는 존재와 대결 뒤 이곳으로 넘어올 준비를 잠시 하는 동안 자신 때문에 신들에게 개조까지 당했던 수아에게 미안한 마음에 소원을 있으면 말해달라고 했었던 것이다. 물론 이런 소원은 나중에 말한다는 말로 미뤄졌는데, 이런 때 말할 줄 몰랐다.
아빠의 복수도 하지 않고, 제 욕심만 채우는 제가 너무 못났죠?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신우씨와 함께 있을 수 없잖아요. 부디 제 옆에 있어주세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전..정말. 버틸 수 없을 거예요..
당시 말하던 수아의 심정은 참으로 복잡했다. 자기 아빠의 복수를 거절하면서까지 신우를 경호원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을 가진 건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아빠의 회사를 지켜야 했고, 이런 큰 회사를 지키려면 도저히 혼자선 못할 것 같았다. 신우가 옆에 있다면 가능할 것이다. 왠지 모르게 신우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정과 함께 스스로도 모를 강한 마음이 나왔던 것이다.
신우는 수아가 말한 소원을 들어줘야 할지 고민에 빠져야 했다. 또 다시 거절하고 싶었다. 하지만 수아가 보인 표정을 보고는 막상 그 말이 입에 떨어지지 않아야 했던 것이다. 결국 많은 고민 끝에 신우는 수아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하지만 조건이 있었다.
하겠다. 대신 조건이 있어.
뭔가요?! 제가 뭐든 하겠어요!
하겠다는 말에 표정이 밝아진 수아의 마음은 어떤 것도 수용할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수아를 향해 신우는 자신의 조건을 말했다.
예린이가 소속된 소속사를 인수해서 예린이가 하는 일을 줄여. 그럼 그 경호원이라는 걸 하겠다.
예전부터 예린이를 편하게 지내기 위해 생각하고 있던 방법이었다. 사실 신우가 직접 하고 싶었지만 막상 경영이니 뭐니 하는 것은 신우의 성정에 전혀 맞지 않았던 것이다. 안 망하는 것도 용할 정도로 경영에 대해서 일자무식인 상태가 신우였다. 마침 수아가 이런 말을 하니 조건으로 내민 것이다.
신우의 말을 들은 수아는 잠시 생각에 빠졌지만 금방 수긍하며 하겠다고 대답했다.
할게요. 신우씨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당연히 수용해야죠.
초거대기업이 연예소속사를 인수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많고 시끄러울 일이지만 수아로서는 꼭 해야 한다는 마음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저기요. 안가요?”
갑작스럽게 들린 목소리에 신우는 잠시 생각에서 깨어나야 했다. 너무 생각에 빠져 있었군. 이미 모든 게 끝나있었고, 이제 돌아갈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신우는 자신에게 말을 건 최진영이란 여자를 보다가 이내 퉁퉁 붉게 부운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수아의 시선을 보며 말했다.
“갈 거다.”
그렇게 발걸음을 땐 신우였고, 이런 신우와 함께 수아와 최진영은 화장터를 나서기 시작했다. 주변엔 사람들이 움직이며 연신 수아를 향해 시선을 주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시선에 신우는 그저 묵묵히 걸으며 수아의 곁을 지킬 뿐이었다. 신우가 경호에 대해서 아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누구도 다가오지 못하게 지키면 된다는 마음으로 수아의 곁에 있을 뿐인 것이다.
-예린이 방금 전 스케줄 끝나고 가는 중이야. 오늘을 좀 컨디션이 좋아 보여.-
신우의 머릿속으로 타노의 정기적인 보고가 이어졌다. 경호를 맡았으니 결국 예린이의 근처로 갈 수 없으니 결국 타노에게 이렇게 예린이에 대한 움직임을 보고 받고 있었던 것이다. 신우의 타노의 말에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는 말에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대로 차로 이동했다.
그렇게 차로 이동했을까. 순간 이런 그들의 앞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당연히 신우는 수아의 앞을 막으며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이런 행동에 다가오던 이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수아의 새로운 경호원 같은데, 날 모르나 보군. 나 수아 외삼촌이야. 어서 비키게.”
“외삼촌.”
신우의 뒤로 수아가 다가온 이를 향해 외삼촌이라고 불렀다. 이런 수아의 부름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던 이는 활짝 편 얼굴을 하고는 수아를 향해 말했다.
“이렇게 늦게 와서 미안하구나. 회사에 급한 일들을 수습하느라 오늘에야 매형의 보러왔구나. 누님은 지금 병원에 실려 갔다지?”
“네. 저도 지금 가보려는 참이에요.”
“그래. 네가 누나를 좀 잘 살피거라. 지금 나와 함께 임직원들이 비상대책을 통해서 회사를 잘 이끌어 나가고 있으니 회사 걱정은 하지 말고.”
외삼촌의 말에 수아는 조금 기분이 이상했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엄마는 보러가지 않고 회사는 잘 이끌어 가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만 하다니. 수아는 외삼촌이 내심 자신을 회사에 오지 못하게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 마세요. 회사는 내일부터 당장 갈 생각이에요. 하루라도 빨리 일을 수습해야 하잖아요.”
“내일부터라니.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니? 좀 더 쉬지 않고.”
“아뇨. 내일부터 출근할 생각이에요. 오늘 학교에 휴학 신청서를 낼 생각이에요.”
3년간 다니고 올해만 다니면 졸업이지만 지금 대학보다는 회사가 우선이었기에 휴학을 할 생각이었다. 이런 수아의 말에 외삼촌이라는 이의 얼굴은 떨떠름해 하는 모습이되었다.
“그러니..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내가 말릴 수도 없고, 그럼 내일 보자구나.”
“네. 근데, 엄마는 안 보러 가시나요?”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이 있어서 우선 그걸 우선 처리하고 가려고 가려 한단다.”
“네. 그러시군요. 전 이만 엄마에게 가볼게요.”
“그래 내일 보자구나.”
어느새 다른 곳으로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외삼촌이라는 이의 모습이었고, 이런 그의 주변으로 몇 명의 중년인들이 수아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더니 이내 그를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그들 모두 회사에서 수아의 외삼촌을 모시는 이들이었다.
-호. 재밌는데, 저기 저사람 이름이 이충석이라고, 얼마 전부터 진한그룹의 주식을 끌어 모우고 있는 사람이야. 그리고 어제까지 10명이나 되는 주주들을 만난 것 같은데, 아무래도 저 사람 딴 마음을 품고 있는 것 같은 걸?-
타노의 말에 신우는 조금 주시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라고만 인식하고는 이내 발걸음을 옮기는데, 이런 그를 따르는 수아였고, 이런 모습에 옆에 따라 움직이던 진영은 모시는 사람이 경호원들이 따르는 게 아닌 경호원을 따르는 반대 같은 상황 같다는 생각이 들어야 했다.
어쨌든 신우와 수아. 그리고 친구인 진영은 그렇게 차를 타고선 현재 수아의 엄마가 입원에 있는 병원을 향해 차를 타고 이동해 가야 했다.
* * *
서울에 위치한 동방승천회 한국지부.
“현재 진한그룹이 흔들리면서 한국경제는 계속해서 추락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나카상.”
오호. 다나카라고 불린 동방승천회의 한국지부장인 그는 생각지도 않은 결과에 도취되었다. 본래는 복수할 생각으로 무리하면서까지 한중구 회장을 암살할 계획을 실행했다. 그렇게 암살하고 보니 막상 한중구 회장의 죽음 뒤로 한국경제의 추락을 목도하게 된 것이다.
물론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긴 했다. 안 그래도 동방 승천회의 숨은 그림자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국정원과 한국검찰인데, 암살사건까지 일으켰으니 위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차피 본국에 불려가게 되면 큰 벌이 있을 상황이었다.
이 기회를 잘만 활용한다면 대한민국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었다. 아직은 천천히 타격을 받은 상태지만 그동안 진행해 왔던 계획들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면 한국의 경제를 붕괴시킬 수 있을지 몰랐다. 만약 성공만 하게 된다면 어쩌면 본국으로부터 벌에 대한 면제와 함께 큰 상이 있을지 몰랐다.
그렇게 잘만 하면 자신에게 이로운 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다나카에게 보고를 하는 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다나카상.”
“뭐지?”
어느새 표정이 날카롭게 변하며 말하는 다나카의 모습에 입을 열었던 이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질문을 던졌다.
“진한그룹의 후계자인 한수아라는 여성은 어찌해야 할까요?”
“아 그렇지 그 여자가 있었지. 사진을 보니 제법 반반하게 생겼던데.”
요즘 인터넷에 퍼진 한수아의 사진을 접한 적 있던 다나카는 유약해 보이지만 그래도 미인인 한수아의 미모에 혹한 마음이 들었다.
“모종의 소식으로 알아낸 사실인데, 내일 당장 회사로 출근해서 흔들리는 회사를 수습해 나가려는 생각 같습니다.”
“유약해 보이더니 그것도 아닌가? 제 아비가 죽고 곧바로 나설 마음을 먹다니, 생각보다 마음이 강한 것 같군.”
그렇게 말하는 다나카였지만 자칫 진한그룹이 정상을 찾으면 이를 이용할 계획이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에 내심 심각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다시 암살을 한다는 건 현재 국정원과 검찰의 시선이 있어서 무리고, 결국 다른 방법을 동원에 막아야 한다는 말인데.. 음. 그래. 이충석이라는 자가 있었지.”
“현재 진한그룹의 주주들의 환심을 사고 회장 자리를 노리는 자 말입니까?”
“그래. 그자를 이용해서 진한그룹을 더 흔들어 봐야겠어.”
“탁월한 방법이십니다. 당장 실행 할까요?”
다나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당장 실행하라고 말했다. 이런 말에 급히 하잇! 하며 답한 이는 곧바로 방을 나서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을 보며 다나카는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그가 있는 건물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모습은 서울도심지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런 도심지 사이로 진한그룹의 본사건물의 모습이 보였다.
“너희 조센징들 따위는 문명국에 어울리지 않지. 끝없이 추락하게 만들어 주마.”
그렇게 말하는 다나카의 음성에는 조상대대로 이어져온 깊은 원한이 심어져 있었다.
============================ 작품 후기 ============================
아 확실히 감기네요. 억지로 써서 내요. 아무튼 재밌게 봐주세요. 그나저나 한수아가 복수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해서 다들 고구마 생각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