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9 신우 만나다. =========================
끽. 택시가 정지하고 뒷문이 열리면서 그곳에서 신우가 내렸다. 현재 도착한 장소는 서울근교 외진 곳에 위치한 청아라는 이름을 가진 한정식집의 정문 앞이었다. 은은한 불빛이 가득한 한정식은 옛 분위기가 가득했는데, 입구에는 몇 명의 남성들과 중간에 단아한 한복을 입은 40대 여인이 서있었다.
“어서 오세요. 청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예약은 하셨나요?”
다가오는 신우를 향해 물어오는 여인의 목소리는 단아한 모습과 같이 상당히 부드러웠다. 그나저나 청아라. 신우는 이곳 한정식 집의 이름이 청아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여기 좀 희한한 곳인데? 곳곳이 감시카메라가 숨겨져 있고, 감청장치까지 설치되어 있는 걸. 여긴 뭐야?-
타노의 말에 신우는 조금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한정식 집을 봐야 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을 보는 여인의 시선에 자신의 이름을 말해야 했다.
“김신우라고 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어느새 태블릿PC를 함께 있던 남자에게 건네받은 여인은 곧 화면을 터치하면서 뭔가를 뒤지는 모습이었다. 이런 옛 풍경이 가득한 한정식에서 태블릿PC라니 조금 안 어울린다고 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어쨌든 신우는 이런 모습을 보며 기다리는데, 곧 여인이 신우를 보며 찾았다는 듯 말했다.
“예약되어 있군요. 어서 이분을 갑 등급의 방으로 안내를 해드리세요.”
“알겠습니다. 이리로 오시지요.”
사내 역시 한복과 같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안쪽을 가리키며 신우에게 따라올 것을 말했다. 신우는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고, 곧 사내와 신우는 그대로 한정식집 안으로 들어갔다.
“대체 누구기에 천하의 한중구회장님과 약속을 잡을 수 있는 거지?”
신우가 사라지자 신우에 대해서 잔뜩 호기심어린 얼굴이 될 수밖에 없는 여인이었다. 그녀로서는 덩치와 키가 크다는 것 말고는 전혀 한중구회장을 만날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에 의문을 느껴야 했던 것이다. 그렇게 신우에 대해서 호기심을 느낀 그때 다시 정문을 향해 차량이 도착하고 있었다. 또 다른 손님이었다.
“어서 오세요. 청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녀가 그렇게 또 다른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그때 신우는 상당히 넓은 한정식 집을 거닐고 있었다. 곳곳에서 여인들의 웃음소리와 가야금소리와 같은 옛 노래 가락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일반적인 한정식 집은 분명 아닌 건 분명해 보였다.
“이리로.”
신우는 자신을 안내하는 자가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큰 기와집을 가리키자 그대로 발걸음을 옮기며 입구로 도착했다. 현판에 갑 이라는 한자가 쓰여 있는 기와집은 다른 곳과 달리 상당히 크고 더 화려한 외관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안쪽에 제법 소음이 들려오는 걸 보면 몇 명이 방을 잡고 음주가무를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여기서 부터는 혼자 가시면 되십니다. 가장 안쪽에 위치한 방에 손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고개를 끄덕인 신우는 그대로 양쪽에 다양한 문양들로 되어있는 미닫이문들이 길게 자리한 복도와 같은 곳을 걸어 들어갔다.
-진짜 도청장치 같은 것들이 곳곳에 많은데? 여기 뭔가 비밀이 있을 것 같지 않아? 내가 한번 여기가 뭘 하는지 알아볼까?-
타노가 호기심에 알아본다고 말하자 신우는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 굳이 알아보았자 뭐하겠는가 싶었던 것이다. 이런 신우의 의지에 결국 타노는 살짝 아쉬운 마음으로 입을 다물어야 했다.
어느새 도착한 가장 끝 방의 문을 주저함 없이 여는 신우였다.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신우의 시야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산해진미들이 가득 차려진 상의 모습과 함께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한중구 회장의 모습이 보였다. 신우는 이런 한중구회장의 모습에 그대로 다가가서는 간단히 인사말을 건넸다.
“직접 뵙는 건 처음이군요.”
“그렇군. 그런데, 자네 상당히 키가 크구만.”
신상자료에서 보았지만 직접 이렇게 눈앞에서 보자 상당히 키가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중구회장이었다.
“조금 큽니다.”
“허허. 우선 앉게나.”
반대편을 가리켜 말하는 한중구회장의 말에 신우는 망설임 없이 그대로 맞은편에 앉았다. 이런 신우의 모습을 보며 한중구 회장은 전화와 같이 똑같은 성격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허허. 과연 자신을 앞에 두고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던가. 눈앞에 있는 김신우라는 이름을 가진 청년이 가진 당당함의 실체가 너무도 궁금한 한중구회장이었다.
“자네 혹시 술은 좀 하나?”
“못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굳이 마실 필요성은 느끼지 못합니다.”
“왜 그런가? 남자라면 술은 좀 해봐야지?”
“취하지 않을 테니까요.”
“허헛. 자네 참 이상한 말도 하는구만.”
전혀 표정변화도 없이 조금 허세(?)끼가 보이는 신우란 청년의 모습에 한중구 회장은 재미난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과연 취한 모습은 어떤가? 궁금증이 들었다.
“그럼 오늘 한번 마셔보고 취해 보는 건 어떤가?”
“굳이 마시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만.”
“부탁인데도 그러나?”
부탁이라니, 천하의 한중구회장이 술을 마셔달라고 부탁이라는 걸 했다는 걸 다른 이들이 안다면 정말 경악했을 것이다. 하지만 신우에게는 전혀 경악할 일이 아니었고, 담담했다.
“부탁이라면 마시긴 하겠습니다.”
“허허. 진짜 자넨 당당하구만.”
“당당하지 않을 이유는 없으니까요.”
단 하나의 말도 겸허하지 않고 받아치는 신우의 말에 한중구 회장은 졌다는 듯 고개를 내저어야 했다. 진짜 이 당당함의 실체를 알고 싶다고 생각한 한중구 회장은 신우에게 잔을 주면서 이내 흰 도자기로 된 주전자에 든 술을 따라 주고는 자신의 잔을 내밀며 말했다.
“나도 줄 텐가.”
“그러죠.”
신우가 주전자를 받아들고 따라주자 한중구 회장은 천천히 신우의 모습을 살폈다. 덩치가 크다는 걸 빼고는 잘생기지도 딱히 특별할 것 없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왜 딸 수아가 이런 청년을 혼자서 좋아하고 있는 건지 한중구 회장으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잔 하지.”
어느새 신우에게 잔을 내민 한중구 회장이었고, 신우도 이런 한중구 회장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쳤다. 둘은 그대로 입안에 술을 털어 넣었다. 한중구 회장이 먼저 젓가락을 통해 상에 차려진 회 한 점을 집어 먹자 신우도 회를 입안에 넣고 먹었다.
음. 신선하군. 최고급 재료를 사용했기에 상당히 신선한 맛이 났다. 그렇게 둘은 아무 말 없이 술잔을 몇 번 더 나누었다. 살짝 취기가 오른 것일까. 한중구 회장은 신우를 향해 물었다.
“빙빙 돌리는 말을 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으로 보이니 내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네.”
“잠시만 기다리시죠.”
갑자기 신우가 말을 막자 한중구 회장은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 아무리 그래도 하던 말을 막다니 너무 예의가 없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런 기분 나쁜 한중구 회장에게 신우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할 말이라는 게 다른 사람이 들어도 좋은 겁니까?”
“으응? 그게 무슨 말인가? 갑자기 다른 사람이 들어도 좋은 말인 거냐니?”
“대답해 주시죠.”
“허. 참. 자넨 진짜.. 그래. 안 들었으면 좋겠네.”
한중구 회장으로서는 딸 수아가 짝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아는 건 딱히 바라지 않는 일이었다. 이런 말을 들은 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대로 자리에 일어났다. 이런 신우를 한중구 회장은 의문에 찬 얼굴로 올려다봐야 했다.
-저기, 저기. 저기. 저기 있어.-
신우의 의도를 단번에 캐치한 타노가 신우의 눈을 통해 증강현실처럼 투명한 형태로 된 도청장치와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모습을 나타나게 하면서 숨겨놓은 장소를 알려주었다. 신우는 그대로 도자기 속등 상당히 특이하고 눈치 채지 못할 깊숙한 곳까지 설치되어 있는 도청장치와 현재 방 안의 모습을 찍고 있는 벽 안에 아주 조그만 구멍 안에 설치된 감시카메라까지 그대로 뜯어서 빼내었다.
“그게.. 뭔가?”
한중구 회장으로서는 황당하다는 얼굴이었다. 신우의 손에 들려있는 기계와 전선들이 심상치 않는 것들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탁. 신우는 바닥에 도청장치와 감시카메라를 내려놓고는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도청장치와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더군요. 이제 할 말 있으면 하면 됩니다.”
“아니 지금 그게 참말인가? 도청장치에 감시카메라라니..”
한중구 회장으로서는 복잡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설마하니 이곳 청아에서 도청과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 그런가. 예전에 회사의 기밀이 왜 유출되었는지 이제야 눈치 챈 한중구 회장이었다. 그렇게 큰 기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때문에 회사에 조금 손해는 봤었던 것이다.
“할 말 없는 건가요?”
한중구 회장의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신우는 그저 들을 말을 들으러 왔을 뿐이라는 모습이었다. 이런 신우를 보면서 한중구 회장은 대체 이 청년은 뭐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조차 눈치 채지 못하고 교묘히 숨겨져 있던 도청장치와 감시카메라를 눈치 채다니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자넨. 이게 아무렇지 않는가?”
“어차피 뜯어서 더 이상 못 듣습니다. 그걸로 된 걸로 생각됩니다만?”
“허허. 자네에 대해서 점점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한수아라면 모두 알겁니다.”
“우리 수아가 말인가?”
딸이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말에 한중구 회장은 집에 가면 딸에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물어본다고 해도 이런 한중구 회장에게 사실을 말할 수아가 아니었다. 신우가 가진 힘에 대해서는 누구도 몰라야 한다. 그게 수아가 가진 마음이었다.
“그런데,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게 아니었습니까? 이제 누구도 듣지도 보지도 못할 테니 말하십시오.”
“아니.. 됐네. 오늘은 이만 여기서 나가도록 하지. 다음에 한번 우리 집에 오게나. 내 한상 거하게 차려주겠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만”
“그렇게 해주게, 오늘 자네의 도움으로 큰 은혜를 입었으니 말이야.”
은혜? 신우는 왜 은혜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한중구회장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서 이내 비서에게 연락을 했다.
“나네. 여길 당장 나가야겠네. 지금당장 오도록 하게.”
어느새 통화를 끊은 한중구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벗어놓은 정장상의를 걸치기 시작했다. 신우는 이런 모습을 일어나서 멀뚱히 봐야 했다.
또 다 먹지 못하는 건가? 내심 자꾸 다 먹지 못하고 나간다는 사실에 신우는 자신에게 음식복이 없는 건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있었을까. 가까이 있었는지 다급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한중구 회장의 비서의 모습과 4명의 경호원모습이 보였다.
“회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전화상에서 상당히 화가 난 목소리였기에 비서는 혹시나 신우와 이야기를 하면서 화가 난 건가 싶어 신우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왔는가? 이만 나가지. 그리고 자네도 함께 나가세. 여기 혼자 있어봐야 좋은 꼴 못 볼 테니까 말이네.”
한중구 회장은 신우가 이곳에 혼자 있으면 이곳의 사람들이 뭔가 일을 벌일 거라고 예상하고는 함께 나가기로 권했다.
“그러죠. 어차피 먹지도 못할 것 같으니까요.”
잠시 상에 차려진 음식들을 보며 말하는 신우의 말을 듣던 한중구 회장은 그대로 앞장서 방을 나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밖을 향해 나가는 신우와 한중구 회장의 일행들이었는데, 그때 이런 그들의 앞에 상당히 당혹스러운 표정을 한 50대 중반의 여인과 10여명의 사내들이 멈춰 섰다. 이들의 등장으로 어느새 한중구 회장이 가는 앞길이 막히게 되어 발걸음들이 멈추게 됐다.
“회. 회장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 말을 들어주세요!”
“오마담. 지금 내 앞을 막겠다는 건가.”
차가운 한중구회장의 말에 오마담으로 불린 50대 여인은 잔뜩 진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이런 모습에 한중구 회장의 비서는 의문에 찬 얼굴이 되어야 했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우. 우선 제 말을 들어보세요. 제가 다 설명할게요.”
“들어볼 말 없네. 버젓이 증거들을 봤는데, 내가 지금 오마담의 말을 들어야겠는가! 돌아가면 내 이 사실을 제대로 파헤치겠네.”
크. 큰일이다. 오마담은 한중구회장이 도청사실과 감시카메라를 찍은 사실을 파헤친다는 창백한 얼굴이 되어야 했다. 이 사실이 대대적으로 알려졌다가는 자신은 완전 끝이었다. 안 돼.. 이 사실이 알려졌다간 난 죽게 될 거야! 그들이 날 죽일 거라고! 오마담은 입술을 잔뜩 깨물며 어떡해서든 이 위기를 넘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오마담의 시선에 신우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미 이곳으로 오기 전 신우가 감시카메라를 때버리는 모습을 보았던 오마담이다. 그랬기에 신우가 이 사단을 일으킨 원흉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모. 모두 다 저자가 시킨 일이예요!”
신우를 손가락질 하며 말하는 오마담의 얼굴은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이것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상당히 말도 안 되는 말이지만 그만큼 오마담이라는 여인의 심정이 너무도 급했다.
-이 아줌마가 뭐라는 거야? 미친거 아냐?-
어이없다는 타노의 말소리를 듣는 신우는 더 말해바라는 듯 팔짱을 끼면서 오마담이라고 불린 여인을 아무런 감정이 담겨있지 않는 눈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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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평범하게 밥도 못먹는 신우죠. ㅎ 재밌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