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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다-206화 (206/364)

00206 짧은 마주침 =========================

김포의 한 병원의 로비는 때 아닌 기자들의 등장으로 인해 소란스러워져 있었다. 대체 왜 기자들이 이곳에 모여 있는 것일까? 이유는 최고 인기 여가수인 차예린 때문이었다.

불과 40분 전 김포의 한 행사장에서 노래를 부르다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끼며 그대로 바닥에 주자앉아 버렸다. 계속된 어지럼증에 결국 행사를 중지하고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오면서 입원해야 했던 것이다.

기자들은 이런 차예린을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것이다.

로비에 삼삼오오 몰려 있는 연예부 기자들은 어떡해서든 차예린의 상태를 알고 싶어 주변에 돌아다니는 간호사나 의사에게 차예린의 상태를 물어보았다. 하지만 어느 누구하나 대답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환자에 관련된 내용을 발설하는 건 금지였던 것이다.

그 순간 이런 기자들을 향해 다가오는 이가 있었다. 예린이의 매니저인 김봉구다. 연예부 기자들은 그를 알아보았기에 서둘러 그를 향해 몰려들었다.

“예린양 현재 상태는 어떻습니까?”

“갑자기 어지럼증을 느끼고 쓰러졌다고 하던데. 무슨 병이 있는 거 아닙니까?”

“앞으로의 스케줄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제가 알기로는 들어온 광고촬영만 여려 개라고 하던데?”

“다음 앨범발표에 지장은 없는 겁니까?”

기자들의 질문세례에 매니저 김봉구는 진장하라는 듯 손을 올리며 그들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이내 하나하나 답을 내주기 시작했다.

“우선 말씀드릴 말은 쓰러진 게 아니라 어지럼증을 느껴 바닥에 주저앉은 겁니다. 그리고 저희 예린이의 상태는 지금 괜찮습니다. 의사의 말로는 그저 일시적인 어지럼증이라고 합니다. 아 그리고 앨범작업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진행될 예정이니 잘못된 추측성 기사는 자제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런 매니저 김봉구의 말에 기자들은 더욱더 많은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기자들이 질문이 계속될 동안 로비를 지나쳐 움직이는 이가 있었으니 신우의 모습이었다. 아무런 망설임 없이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신우의 머릿속에는 타노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다행이 몸에 이상은 없는 모양이야.-

“다행이네. 몇 층이지?”

신우는 그대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으며 타노의 말을 기다렸다.

-7층. 705호인데, 지금 거기에 입원한 상태야.-

7층이라는 말에 신우는 그대로 7이란 숫자를 눌렀다. 그러자 엘리베이터는 그대로 위를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잠시간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데, 입구에 간호사실이 있는 모습이었다.

신우는 이런 모습을 잠시 보고는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런 신우의 모습에 간호사 실에 있던 간호사들이 다급히 달려와서는 신우의 앞을 막아섰다.

“저기 어딜 가시는 거죠? 거긴 허락이 있어야 출입할 수 있는 VIP전용 병실이에요.”

“누구 만날 사람이 있어서 그럽니다.”

“누굴 만나시는지 정확히 말씀해 주시겠어요. 규정이라 환자의 허가가 있어야 갈 수 있어요.”

“차예린 입니다.”

“차예린양이요? 누구라고 전해드려야 할까요?”

“친구라고 하면 될 겁니다.”

“친구요..? 누구라고 전해드릴까요?”

“김신우.”

“알겠어요.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기다리라는 말을 한 간호사는 VIP전용 병실로 통하는 유리문을 통과해 가서는 복도를 가로지르며 허락을 받으러 병실로 향했다. 그러는 한편 남은 간호사는 의심의 시선으로 신우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근데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도 될까? 우리 기준에는 매일 보는 사이기는 한데 전에 한번 만나고 안본지 좀 되지 않았어?-

타노의 말에 신우는 그것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되는 마음에 무작정 찾아왔지만 과연 예린이가 만나줄지가 걱정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신우가 너무 무작정 찾아왔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그때 1인실 병실 침대에 앉아있는 예린이 코디언니와 스타일리스언니들에게 잔소리를 듣고 있는 중이었다.

“이참에 푹 쉬어.”

“그래 맞아 안 그래도 요즘 컨디션 안 좋았잖아. 이참에 푹 쉬고 종합검진도 받으면서 몸조리 해.”

“하지만 스케줄은 어떻게 하고? 얼마 안 있어서 중요한 광고촬영까지 있잖아.”

“몸이 중요하지 그게 중요해.”

“그래. 푹 쉬라고.”

두 언니들의 말에 예린은 솔직히 그럴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소속사 사장을 생각하면 그건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쉴 수 있는 시간은 하루 이틀 정도일 뿐일 것이다. 사장이라면 어떡해서든 자신을 퇴원시켜 스케줄을 소화하게 만들 터였다. 휴~ 계약기간이 끝나는 시간까지 아직 2년 정도 남았는데, 언제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날까 싶었다.

예린은 어서 시간이 계약기간이 끝난 시점이 빨리 왔으면 싶은 마음이었다.

똑똑. 그때 노크소리가 들리며 간호사가 들어왔다. 이런 그녀의 등장에 다들 무슨 일이냐는 시선을 주는데, 간호사는 죄송하다는 얼굴로 예린이를 향해 말했다.

“저기 만나러 온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자신이 예린씨 친구라고 했어요.”

“친구요?”

예린은 친구라는 말에 의문이 들었다. 성인이 되고나서도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친구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두 코디와 스타일리스 언니들은 간호사를 향해 손을 저으며 말했다.

“우리 예린이는 친구가 없어요.”

“친구라고 찾아오는 사람 함부로 이곳에 들이지 말아줘요.”

진실을 말하지만 막상 친구가 없다는 말을 듣는 예린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가슴이 찔리는 마들이었다. 언니들 제발 그런 말 당당하게 간호사 앞에서 하지 말아줄래? 예린은 차마 떨어지지 않는 말을 속으로 말해야 했다.

“그럼 거절할까요?”

“근데 누구라고 하던가요?”

막상 그래도 누가 찾아왔는지는 알고 싶어 묻는 예린이었고, 이런 예린의 물음에 간호사는 신우의 이름을 말했다.

“자기 이름을 김신우라고 하던데요.”

“네에?! 김신우요! 정말 자기 이름을 김신우라고 하던가요?”

“네. 맞아요.”

“혹시 키도 크고 몸도 크지 않던가요?”

“맞는데요. 혹시 진짜 친구 분이신가요?”

“맞아요. 당장 여기로 들어오게 해주세요!”

예린의 말에 그제야 간호사는 친구가 맞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문을 나섰다. 한편 이런 모습을 본 두 코디와 스타일리스 언니들은 누구냐는 얼굴로 물었다.

“김신우라니 누구?”

“남자 같은데, 그런 친구가 있었어.”

“네. 언니들도 알잖아요. 요즘 나랑 문자주고 받은 그 친구요.”

아! 예린의 말에 그제야 둘은 김신우라는 사람이 그동안 예린이가 그토록 이야기하던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둘은 잔뜩 기대하는 얼굴이 되었다. 그동안 예린이가 하도 이야기를 해서 어떤 사람일지 기대가 되었던 것이다.

그때 문이 드르륵. 열리며 들어오는 신우의 모습이 보였다. 코디와 스타일리스 둘은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한 건 크다, 라는 것이었다. 이 사람이 예린이가 말한 동창? 둘은 의외의 외모를 가진 신우의 모습에 예린이를 한차례 봐야 했다.

예린이의 취향이 이런 사람이었구나. 둘은 왜 그렇게 잘생긴 남자 연예인들을 차갑게 대하며 거부했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고 듬직한 사람이 예린이의 이상형이었던 것이다.

“신우야. 여긴 어떻게 왔어.”

“쓰러졌다고 하기에.”

“나 걱정 되서 찾아 온 거야?”

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신우의 모습에 예린은 빙긋 웃었다. 그러고 보면 어떤 여자와 점심약속이 있었다고 했다. 예린은 내심 기대가 섞인 마음으로 물었다.

“점심약속 있지 않았어? 혹시 내 소식 듣고 바로 온 거야?”

“아니 일이 생겨 빨리 끝났어.”

“아. 그래.”

내심 자신 때문에 중간에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실망했지만 그래도 점심식사를 빨리 끝냈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 예린이었다.

한편 이런 모습을 보고 있는 코디와 스타일리스 언니들은 묘한 시선으로 예린이를 보았다. 확실했다. 진짜 눈앞에 있는 김신우라는 남자를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런 예린이의 마음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이 남자는 뭐지?

전혀 알아챈 기색도 없이 별다른 표정변화 없이 예린이를 대하는 김신우라는 남자는 참으로 무심해 보였다. 둘은 이런 남자를 좋아하는 예린이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몸은 괜찮아? 어디 이상한 곳은 없고?”

“응. 없어. 조금 어지럼증을 느꼈던 것뿐이야. 사실 인터넷에선 쓰러졌다고 하는데, 사실 그냥 바닥에 주저앉은 것뿐이야. 지금은 전혀 이상한 곳도 없어. 봐”

팔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말하는 이런 신우의 모습에 신우는 조금 안심이 들었다. 이런 안심하는 신우를 향해 타노도 긍정적인 결과를 말해주었다.

-스캔을 해본 결과 지금은 아무런 이상 없어. 그저 일시적인 임신 중 어지럼증이야. 헤헤. 근대 뱃속에 신예는 잘 자라고 있는 중인걸. 전보다야 훨씬 느리지만 정상적으로 자리를 잘 잡은 상태고 앞으로 10개월만 있으면 건강이 순산할 것 같아. 아. 빨리 신예 보고 싶다.-

타노의 말에 신우는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런 미소를 발견한 예린은 어? 하는 얼굴이 되었다. 신우가 웃는 모습을 보는 건 무척이나 드문 일이었던 것이다.

“왜 웃는 거야? 내가 웃긴 거야?”

“아니. 그냥 웃었어.”

바로 표정이 변하며 말하는 이런 신우의 말에 예린은 좀 더 물어보려고 하는데, 그때 마침 병실 문이 열리고 매니저 김봉구가 안으로 들어왔다. 기자들과 인터뷰를 마치고 온 모양이었다.

“어? 넌!”

김봉구로서는 신우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야 했다. 어떻게 네가 여기에 있냐는 것이다.

“이봐 너 여길 어떻게 들어온 거야?!”

“걸어서.”

간단히 대답하는 이런 신우의 말에 김봉구는 얼굴이 똥씹은 얼굴이 되어야 했다. 이런 김봉구의 모습에 예린이 자신이 들여보내 준 거라고 말했다.

“내가 들여보내 준 거야.”

“예린이 너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아는 거야!”

“뭘 그렇게 화를 내고 그래. 그냥 친구를 만난 건데”

“내가 화가 안 나게 생겼어. 어이쿠. 이 화상아. 넌 지금 입원 중이야. 그런데 소속사 사람도 아닌 남자를 병실에서 만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얼마나 많은 말들이 생길지나 아는 거야.”

확실히 예린이에게는 좋지 못한 말들이 나올 확률이 높았다. 김봉구는 어서 간호사실로 가서는 간호사의 입을 막아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얼른 간호사들 입을 막을 테니까. 그리고 당신.. 아니다.”

신우에게 뭐라고 말하려다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그대로 병실을 나서는 김봉구였다. 이런 모습을 본 신우는 너무 성급하고 무작정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매니저라는 놈의 말을 들어본 결과 예린이에게 피해가 갈지 몰랐다.

“내가 잘못 온 것 같네. 이만 가볼게.”

“아. 아니야. 여기 있어도 돼.”

“아니 가볼게. 그게 좋을 것 같아. 그럼 문자해라.”

그렇게 말한 신우는 그대로 휑하니 병실을 나가버렸다. 미련 없이 가버리는 이런 신우의 모습을 보던 예린은 아쉬운 얼굴이 되어야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자신의 직업 때문에 신우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매니저 오빠의 말을 들어보니 자신이 너무 성급하게 신우를 병실로 부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예린이 신우에 대한 걱정을 할 때 신우는 간호사실을 지나치고 있었다. 매니저인 김봉구가 한참 간호사들을 향해 뭐라고 말을 하는 모습이었는데, 잠시 지나가는 신우를 보며 상당히 화가 난 눈빛을 보여주고 있었다.

-감히 어디서 눈을 부라리는 거야! 눈알을 뽑아버릴라!-

타노의 험악한 말이 들려왔지만 신우는 그저 매니저를 지나칠 뿐이었다. 비록 마음에 들진 않지만 아까 예린이를 걱정해서 하는 말을 들었기에 저런 눈빛을 보낸 건 한번 봐준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신우는 그대로 병원로비를 지나 병원 밖으로 나왔다. 이런 병원 앞에는 한수아가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안 갔나?”

“네. 기다렸어요. 그래도 작별 인사는 하고 헤어지려고요. 근데 생각보다 빨리 나오셨네요?”

“그냥 그럴 일이 있어서.”

이런 신우의 말에 수아는 호기심이 들었지만 별로 대답하고 싶어 하지 않는 신우의 표정에 이내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여기 있을 거죠.”

“응. 퇴원할 때까지 계속 주변에 있어야지.”

“힘들진 않아요?”

“별로. 튼튼하니까.”

“역시 지극정성이네요. 전 이만 가볼게요. 다음에 꼭 끝까지 식사해요.”

“그러지.”

이런 신우의 대답에 수아는 조금은 씁쓸한 마음으로 자신의 차로 돌아가야 했다.

============================ 작품 후기 ============================

4연참이네요. 제가 4연참이 가능하다니.. 아마 앞으로는 없을 일 같아요. 아무튼 재밌게 봐주시고 과연 내일 쓸수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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