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5 익숙지 않는 점심식사 =========================
웅성웅성..! 갑작스러운 사내의 외침에 레스토랑 안은 잠시 소란스러워졌다. 소리친 사내도 그걸 느꼈는지 어정쩡한 모습으로 서있어야 했다.
“기우씨? 뭐하는 거야?”
같이 온 여성은 갑작스러운 남자의 행동에 당황한 얼굴이 되어야 했다. 특히나 그녀는 주변의 시선이 모이자 부끄러워 절로 얼굴을 숙여야 했다.
“뭐죠?”
수아가 나서서 어정쩡한 상태로 서있는 사내에게 무슨 이유로 그러냐는 듯 물어왔다. 이런 말에 사내는 수아의 모습을 힐끗 봤다. 한 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은 고급스러운 옷차림과 외모였다. 하고 있는 귀걸이와 목걸이만 봐도 상당히 값진 것들로 보였다.
기우란 이름을 가진 사내는 어떻게 저런 놈이 이런 상류층에 있을 미녀와 함께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제 말 들리지 않나요? 갑자기 이게 무슨 결례죠.”
수아의 목소리는 상당히 화가나 있었다. 갑자기 옆 좌석에 오더니 자신이 사랑하는 신우씨를 향해 개뼉다귀라는 상스러운 말을 한 것이다. 이런 화가 난 수아의 말에 기우란 사내는 미안하게 되었다는 듯 말했다.
“제가 잠시 결례를 범했군요. 실례했습니다.”
그렇게 말한 그는 그대로 자리에 착석하려했다. 하지만 이런 귀에 신우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개뼉다귀라.. 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
조금은 감정이 상한 신우의 말투였다. 아무리 평범하게 살려한다고 하지만 누군가의 시비를 그냥 두고 볼 신우는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신우의 말투에 수아는 우려스럽다는 표정으로 얼른 신우를 말렸다.
“신우씨. 참으세요. 어떡하시려고요?”
이런 수아의 말에 신우는 자신이 다 알아서 한다는 표정으로 이내 기우란 사내를 향해 시선을 두었다. 이런 신우의 시선에 당연히 기우란 사내는 발끈 할 수밖에 없었다.
쾅! 주먹으로 테이블을 친 기우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신우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뭐? 다시 한 번 말해봐.”
“못 들었나? 귀가 안 좋군.”
“이..새끼가!”
“기. 기우씨. 뭐하는 거야. 하지 마!”
옆에 있는 여자는 기우란 사내의 손을 잡고 말렸다. 그녀는 주변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다. 자칫하다 소문이라도 나쁘게 퍼지면 그녀에게 좋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여자의 말림에도 기우란 자는 손 좀 놔라는 듯 손을 빼고는 신우를 잔뜩 노려보며 말했다.
“지금 내가 개뼉따귀란 소리야!”
“말귀는 알아듣는 걸 보니 멍청이는 아니군.”
“이 시발새끼가!”
기우는 그대로 다가가 신우의 멱살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가볍게 탁. 손을 털 듯 치는 신우의 손길에 그대로 손이 옆으로 향해야 했다. 욱신! 신우가 친 손등이 상당한 아픔이 몰려왔다. 하지만 기우는 꾹 참으며 그대로 주먹을 말아 쥐며 싸울 폼을 잡았다.
“어디서 좀 뭘 배웠나 본데. 덤벼 이 새끼야!”
웅성웅성! 갑작스러운 싸움으로 레스토랑에 있던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거나 흥미어린 시선으로 기우란 사내와 신우의 모습을 봐야 했다. 이런 고급레스토랑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는 건 흔치 않았던 것이다.
“아. 왜..”
어디서 왔는지 모를 남자 때문에 갑자기 신우씨와 함께하는 행복한 점심식사가 날아가 버리자 수아는 원망어린 시선으로 기우란 사내를 노려봐야 했다. 이런 수아와 마찬가지로 기우란 사내와 함께 왔던 여인도 못지않게 잔뜩 기우란 사내를 노려봐야 했다.
그녀는 사실 집안의 권유로 기우란 사내를 만나고 있었다. 일종에 집안과의 정략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는 것이다. 기우의 집안의 돈이 필요한 지라 억지로 만나고 있었던 것이다.
누가 봐도 먼저 시비를 걸은 건 기우였다. 이런 사고를 치자 그녀는 안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부모에게 변명할 말이 생겼다는 생각으로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레스토랑을 나가버렸다.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기우로서는 그저 신우를 잔뜩 노려보며 주먹을 쥐고 있을 뿐이었다.
신우는 자신을 향해 주먹을 쥐고 있는 놈의 모습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키가 190cm가 넘어가는 신우가 일어나자 기우란 사내는 잠시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강하게 눈을 뜨며 전혀 기가 적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제법 덩치가 있는 모습이지만 기우는 자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취미로 종합격투기를 연습해 해왔기에 이런 덩치를 어떻게 상대하는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덩치가 큰 상대일수록 하체는 약했다. 기우는 빠르게 놈을 넘어지게 만들어서 무력하게 만들 생각을 먹었다.
“와봐.”
손을 까닥이며 오라는 제스처를 보내는 오만한 신우의 모습에 기우는 발끈한 얼굴로 그대로 몸을 숙이며 달려들었다. 그대로 달려들어 어깨로 들이받아 넘어지게 만들어서는 그대로 무차별적으로 주먹을 날릴 계획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그의 의도는 전혀 소용없었다. 더욱 빠르게 신우가 달려오는 그의 복부를 차버렸던 것이다. 미처 대비도 못할 빠르기였다.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날아온 발차기에 그대로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엎드려야 한 기우였다 자신 있게 달려왔던 기세와 다르게 상당히 쉽게 당했다고 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커윽.. 크윽!”
바닥에 주저앉은 기우는 얼굴이 잔뜩 붉어진 상태로 침을 게워내고 있었다. 주먹까지 꽉 쥐고 있었는데, 복부에서 느껴지는 큰 고통이 그를 미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단 한방에 쓰러진 상대방의 모습에 신우는 담담한 시선으로 내려다 볼 뿐이었다. 내심 별것도 아닌 게 자신에게 시비를 걸었다는 사실에 같잖은 마음이 들었다. 진짜 예전이었다면 지금쯤 이 놈은 자신에게 죽었을 터였다.
타다다닥. 그때 황급히 달려오는 지배인과 종업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얼굴은 황망한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레스토랑이 개장한 이후 말싸움은 몇 번 있었지만 주먹다짐까지 하는 싸움이 벌어진 적은 없었던 것이다.
“소. 손님. 잠시만 진정해 주십시오.”
매니저를 중심으로 남자 종업원들이 황급히 기우의 중간을 끼어들어 싸움을 말렸다. 이런 행동에 신우는 별달리 막지 않았다. 이미 한방을 먹였다. 구태여 더 일을 복잡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신우와 다르게 기우는 다른 모양이었다.
“놔! 새끼들아! 이거 안 놔!”
얼굴이 핏줄까지 선 상태에서 붉어진 얼굴로 자신을 잡고 일으키는 종업원들을 밀어낸 기우는 잔뜩 분노에 찬 눈으로 신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기우는 현재 다리까지 덜덜 떨리는 상태로 억지로 서있는 중이었다. 방금 전 신우의 발차기가 그만큼 그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내. 내가 누군지 알아!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아냐고!”
싸움으로 안 되는 이제는 내가 누군지 아냐는 스킬을 사용하는 기우의 행동이었다. 신우는 그걸 굳이 자신이 알아야 하냐는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지?”
“너.. 너 죽었어. 우리 아빠에게 말해서 널 병신으로 만들 거야!”
“찌질하군.”
“찌..찌질? 크악! 너 이 새끼!!”
찌질하다는 말에 기우는 신우를 향해 달려들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그를 황급히 말리는 종업원들이었다.
“소.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이러지 마십시오.”
“놔! 이 새끼들아!”
자신을 말리는 종업원의 얼굴을 팔꿈치로 찍어버리는 행동을 하는 기우였다. 이 때문에 종업원들은 그대로 어이쿠. 악! 하는 비명들 지르며 얼굴들을 감싸 쥐어야 했다. 결국 종업원들에게 풀려난 기우는 그대로 신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런 모습에 신우는 입꼬리가 올라갔다.
“학습능력이 전혀 없군.”
이미 한번 겪어봤을 텐데도 무작정 달려드는 모습에 신우는 상당히 멍청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슥. 자신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 기우의 모습에 신우는 간단하게 몸을 뒤로 회전시켰다. 그리고 이내 발차기로 그대로 기우의 뺨을 날려버렸다.
퍼걱!! 레스토랑 전체를 울리는 타격음과 함께 그대로 맥없이 바닥에 철퍼덕! 쓰러진 기우의 모습이었다. 발차기 단 한방에 힘을 잃고 기절해 버린 것이다. 아크로 진화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신우의 현재 육신은 녹광으로 인해 인간을 초월한 초인과 같은 육체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저 조금 단련한 일반인에 불과한 기우로서는 너무 차이가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레스토랑 안은 상당히 적막감으로 가득해야 했다. 다들 방금 전 영화와 같았던 그림 같은 발차기의 모습에 내심 속으로 감탄을 내뱉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싸움은 영화와 같이 않았다. 싸운다고 해도 서로 붙고 치고 박고 막 싸움만 하는 게 현실이었다.
그렇게 정막감이 가득한 레스토랑 안에서 순간 수아가 신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가요. 더 이상 식사는 못하겠네요.”
그렇게 말한 수아는 이내 레스토랑 매니저를 향해 말했다.
“제가 책임질 테니 저 사람 병원에 데려다 주세요. 그리고 혹시 깨어난 저 사람이 이 사람을 찾으면 절 먼저 찾으라고 말해주세요. 제가 변호사를 고용해서 모든 법적인 처리를 다 할 테니까요.”
“아. 알겠습니다.”
매니저의 대답에 수아는 이내 신우를 이끌며 레스토랑 밖을 향해 움직였다. 신우도 딱히 더 이상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그저 수아를 따라 움직일 뿐이었다. 그렇게 둘이 나가고 어느새 레스토랑 안은 상당히 시끌시끌해졌다. 방금 전 있었던 싸움에 대해서 말들을 주고받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사람들 속에 매니저는 황급히 쓰러진 기우를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이송시켰고, 이내 레스토랑을 찾은 손님들에게 하나하나 찾아가며 죄송한 말을 전했고, 음식 값은 받지 않는 걸로 조치를 취했다.
그렇게 레스토랑에서 조치를 취하는 그 순간 신우와 수아는 예의 흰색 스포츠카를 타고선 도로가를 달리고 있었다.
“미안하군. 내가 점심을 망친 건가?”
“아니에요. 그 사람이 먼저 시비를 건거잖아요. 신우씨는 아무런 잘못이 없어요.”
고개를 흔들며 아니라고 말하는 수아의 모습에 신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이번에 제대로 다 못 먹었으니 다음에 다시 먹는 게 어때?”
“정말요? 그럼 그땐 더 좋은 대로 데려갈게요!”
“그럼 그렇게 알도록 할게.”
사실 신우는 점심식사로 먹은 코스요리가 상당히 좋았다. 그동안 왜 그렇게 그런 맛있는 음식들을 먹지 않았나 싶었던 것이다.
“근데 그 사람 누구예요? 아는 사람이었어요?”
“아니 오늘 처음 봤는데.”
“처음 봤다고요? 그럼 대체 왜 신우씨에게 시비를 건걸까요?”
“글쎄 시비를 걸고 싶었나 보지.”
“후훗. 그런 말이 어딨어요.”
수아는 신우씨의 말에 어쩐지 웃겼다. 시비를 걸고 싶었다니 그런 사람이 어디에 있겠나 싶었던 것이다. 물론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자신에게 농담을 하는 것 같아진 수아는 신우씨와 좀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어야 했다.
그렇게 잠시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도로를 달리는 차량 안이었는데, 그때 타노의 다급한 목소리가 신우의 머릿속을 울렸다.
-신우! 큰일 났어! 지금 예린이가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중이래! 지금 김포에 있는 가까운 병원으로 향하는 중인데, 앞으로 변수가 없으면 10분 안에 도착할 것 같아!-
“뭐!”
크게 소리를 지르는 신우의 모습에 수아는 당황한 얼굴로 왜 그러냐고 물어야 했다.
“왜 그래요? 신우씨.”
“예린이가 행사도중 쓰러졌어!”
“네에?!”
수아도 예린이가 쓰러졌다는 말에 깜짝 놀라야 했다. 이런 놀라는 수아의 모습과 함께 신우는 얼른 예린이에게 가봐야 한다는 생각에 고민하다가 이내 수아를 보며 말했다.
“잠시 차를 빌려줘.”
“네. 그렇게 하세요. 잠시 차를 멈출게요.”
“아니 시간이 없어 내가 운전을 할 테니 이대로 자리를 바꾸자.”
“자리를요?”
달리는 차안에서 자리를 바꾸자니 수아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신우는 진심이었는지 그대로 수아와 자리를 바꾸려는지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었다. 이런 신우의 행동에 수아는 당황했지만 결국 자리를 바꾸는 행동을 해야 했다.
핸들을 잡은 신우가 어서 일어나라는 듯 고갯짓을 하자 수아는 어쩔 수 없이 엑셀에서 발을 때고 보조석 쪽으로 몸을 이동시켜야 했다. 신우는 재빨리 수아의 허리를 잡아 옆으로 빠르게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신우와 수아의 몸은 한껏 밀착되어야 했는데, 수아는 옷 사이로 전해지는 피부 감촉에 상당히 얼굴이 붉어져야 했다.
결국 빠르게 서로 자리를 바꾸게 된 둘이었는데, 신우는 재빨리 핸들을 옆으로 틀어 바로 앞에 속도를 줄이고 있는 한 차량을 피해냈다.
끼익! 빠르게 옆으로 방향을 틀며 옆 차선으로 자리를 바꾼 흰색 스포츠카는 이내 부아앙!! 거리는 거친 엔진소리를 내며 빠르게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신우가 운전하는 흰색 스포츠카는 어느새 빠르게 차들을 가로지르며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옆 좌석에 앉은 수아에게는 상당히 무서운 모습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이런 상황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방금 전 서로 밀착을 통해 느껴진 감촉이 그녀의 마음을 자꾸만 콩닥콩닥 뛰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상기된 그녀의 표정과 함께 신우가 모는 흰색 스포츠카는 거친 엔진음을 내며 김포에 있을 병원을 향해 무섭게 질주하는 모습이었다.
============================ 작품 후기 ============================
왠지 소제목과 맞지 않는 내용이네요. 어쟀든 3연참 재밌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