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4 익숙지 않는 점심식사 =========================
조용히 거실바닥에서 명상에 잠겨있던 신우는 약속된 시간이 다가온다는 사실에 조용히 눈을 뜨며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딱히 준비할 것도 없었기에 그냥 평소에 입고 다니던 코드를 걸치고 집을 나서기 시작한 신우였다.
“예린이는 지금 어디에 있어?”
신우의 이런 중얼거림에 타노는 한참 하던 일을 멈추고는 예린이의 위치를 탐색하더니 신우에게 설명했다.
“10쯤에 집을 나서서는 현재 행사장에 거의 도착한 상태야. 이대로 3시간 정도는 행사장에 쭉 있을 것 같은데.-
“그래? 점심 먹고 바로 행사장으로 가면 되겠네.”
신우는 타노에게 예린의 위치를 듣고는 그대로 현관문을 열고 집을 나갔다. 엘리베이터를 도착하고 아래층을 향해 내려가는데, 어느새 한 층에 멈춰선 엘리베이터였다.
스스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누군가 안쪽으로 들어서는 모습이었다.
젊은 남자였다. 이제 막 20대 중반이 되었을까? 조금 눈매가 매서운 그는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신우의 모습을 힐끗 보고는 신우의 모습을 훑었다.
고작해야 10만 원 대로 보이는 저질 코트에 운동화라니.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어디서 굴러먹던 놈이지? 누가 저런 놈을 들여보낸 거야?
사내는 신우의 모습에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미 몸을 앞으로 돌렸기에 신우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만약 봤으면 벌써 이빨 몇 개는 날아갔을 터였다. 그렇게 싫은 티를 팍팍 내던 사내는 상당히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1층에 엘리베이터가 서면서 신우가 이런 사내를 지나쳐 나갔다.
신우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사내는 상당히 티꺼운 눈빛으로 자신의 옷을 탁탁. 털었다. 어느새 엘리베이터문이 닫히는데, 사내는 지하층에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크. 냄새하고는 어디서 저런 거지같은 놈이 나타난 거야. 경비원새끼들 제대로 일도 안하고 뭐하는 거야.”
사실 사내의 말은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었다. 한 번도 옷을 빨거나 하지 않는 신우였기에 어제도 입었던 옷에서 땀 냄새가 났던 것이다.
본래는 이러지 않았다. 빨래도 혼자 곧잘 하는 생활을 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살인게임이 시작 되고나서는 싸우는 일 말고는 거의 옷도 갈아입지 않고 지낸 시간이 많았기에 빨래하는 습관이 없어져버린 것이다.
그렇게 사내는 투덜거리며 자신의 차로 향했고, 이런 가운데, 신우는 걸어서 아파트를 나서고 있었다. 고급아파트답게 각종 편의시설과 잘 정돈된 정원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정원을 지나 단지입구로 향하는 신우였는데, 이런 신우의 모습을 한 경비보고는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혹시 주민이십니까?”
30대로 보이는 경비는 걸어서 나오는 신우가 신기했다. 주민 대부분이 대체로 차를 타고 입구를 나서는 모습은 봤던 것이다. 이렇게 걸어서 나오는 모습은 잘 보지 못했다. 더욱 잘 차려 입은 아파트 주민과 다르게 평범한 신우의 모습에 경비는 혹시 마음대로 들어온 사람이 아닌가 싶은 마음에 의심이 들었다.
“그런데요.”
“혹시 몇 층에 사시는지?”
“그걸 말해야 합니까?”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솔직히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신우는 자신을 보며 곤란한 표정을 보이는 경비의 모습에 별달리 생각 없이 말했다.
“40층에 삽니다. 더 할 말 있습니까?”
“아. 아닙니다.”
경비는 살고 있는 층을 말한 이상 막는 구실도 없다는 사실에 그대로 옆으로 비켜섰다. 신우는 이런 경비를 잠깐 보고는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우는 그렇게 멀리 가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 바로 입구 근처 도로가 옆에 멈춰 섰다.
이런 신우의 모습에 길을 비켜줬던 경비는 아직도 의심을 지우지 않고는 이내 출입구 경비실 안쪽에 있는 동료에게 가서는 말했다.
“혹시 40층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알아?”
“40층이라면 어제 새로 이사 왔을 건데? 왜?”
“아니 저기 앞에 있는 사람 40층에 산다고 해서. 입고 있는 옷도 그렇고 거짓말 같아서.”
“그러네. 저렇게 평범한 사람이 40층에 산다고?”
동료로 보이는 경비도 신우가 의심이 드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런 그들의 의심은 한순간 나타난 흰색 스포츠카에 의해서 날아가 버려야 했다. 상당히 비싸 보이는 외제 스포츠카는 의심하고 있던 사람 바로 앞에 서는 모습이었다.
어느새 열려진 차량에 탑승하는 신우의 모습이었고, 순간 떠나는 스포츠카의 모습에 그제야 두 경비는 자신들의 의심이 무척이나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아야 했다. 자칫했으면 큰 실례를 할 뻔 했다는 사실에 신우에게 말을 걸었던 경비는 십년감수한 얼굴이 되어야 했다.
“와 시발.. 나 좃될뻔 한 거야?”
“다행이네. 실례되는 말을 했으면 경비자리에서 그대로 잘렸을걸.”
동료의 말에 경비원 사내는 안도하는 표정을 보여야 했다. 그러는 한편 부럽다는 얼굴이 되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자신보다 훨씬 젊은 청년이었다. 그런데 이런 고급 아파트와 비싼 스포츠카에 올라타서 가다니 분명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이 분명했다.
그렇게 신우에 대해서 부러움에 가득한 표정을 보이던 경비사내였는데, 이런 그들을 향해 또 다른 스포츠카 한 대가 입구로 나가기위해 나타났다. 붉은색의 차체를 가진 스포츠카는 아까 본 흰색 스포츠카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억대의 가격을 가진 스포츠카였다.
얼른 입구를 막고 있던 차단막을 올리는 경비였다. 곧 이런 차단막에 올라간 곳을 지나친 차량은 그대로 경비실 옆에 바로 섰다. 이런 모습에 두 경비는 고개를 갸웃 거려야 했다. 이제까지 지나가다 멈춰 선 차량은 없었던 것이다.
창문이 열리며 누군가의 얼굴이 드러냈다. 신우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었던 그 사내였다. 그의 표정이 상당히 험악한 상태였다.
“야이 개새끼들아! 똑바로 일 안해! 어디서 굴러다 먹던 개뼉다귀 같은 놈이 들어왔잖아!”
“네..넷?”
“무슨..?”
두 경비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둘이 당황하던 말든 사내는 온갖 욕을 다 쏟아내면 두 경비에게 치욕을 줬다. 두 경비원은 뭐라 말도 못하고 그저 묵묵히 욕을 쳐들어야 했다.
“똑바로 해! 새끼야! 그깟 경비자리에라도 짤리지 않고 있으려면!”
어느새 올라간 창문이었고, 곧 붉은색 스포츠카는 그대로 부아앙!! 거리는 굉음소리를 내며 그대로 아파트를 나가기 시작했다.
“시발..더러워서 못해먹겠네..”
“참아.. 어쩌겠어. 이거라도 해서 먹고살아야지..”
둘 모두 상당히 울분에 잠긴 표정이 되어야 했다. 결국 둘은 애써 마음을 풀어야 했다. 생각 같아서는 박차고 나가고 싶었지만 안 그래도 일자리가 없는 한국사회의 실정에 상당한 월급이 나오는 이곳 경비자리를 그만둘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경비들이 울분을 풀고 있는 그때 신우는 한수아가 모는 스포츠카 안에서 팔짱을 낀 채 묵묵히 앞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신우씨가 산 집이 아까 그곳 맞죠?”
“맞아.”
“몇 층에 살아요?”
“40층.”
“거기 제가 알기로는 비싼 곳인데 로또 당첨금으로 구입할 수 있었어요?”
“타노가 해결했어.”
“아하. 저 그럼 신우씨 집에 놀러 가도 되요?”
“글쎄..”
모든 답을 단답형으로 말하는 신우였다. 하지만 이런 신우의 말에 계속해서 말을 거는 수아였다. 애초부터 신우가 말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수아였기에 별달리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다.
“글쎄라면 좋다는 건가요? 아니면 아니라는 거예요?”
“대도록 안 오는 것으로 하는 게 좋겠지. 아래층에 현재 예린이가 살고 있으니까.”
아래층에 예린이가 살고 있다는 사실에 수아는 눈을 동그랗게 떠야 했다. 아. 그래서 저곳에 집을 마련했구나. 좀 더 좋은 집에서 살아도 될 신우씨가 왜 그곳에 집을 마련한 것인지 이해가 되었다.
수아는 조금 질투심이 났다. 하지만 금방 질투심을 지울 수 있었다. 지금 현재는 신우씨와 함께 있는 건 자신이었던 것이다. 언제 찾을지 모를 기억이었지만 수아는 예린씨가 기억을 찾을 동안 신우씨와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는 건 자신뿐이라고 생각했다.
“제가 가는 곳에 일류 요리사가 요리한 거라. 음식이 진짜 맛있어요. 먹어보면 놀랄 걸요.”
“놀랄 거까지야 없을 것 같은데?”
“아니에요. 진짜 맛있어요.”
“그럼 기대해 보지.”
이런 신우의 말에 수아는 상당히 자신있어하는 표정을 보였다. 대략 30분을 달린 끝에 도착한 곳은 고급레스토랑 이었다. 상당히 크기를 가진 레스토랑은 입구 자체부터 주차요원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제 내려요.”
수아의 내리라는 말에 신우는 그대로 차에서 내렸다. 따라 내린 수아는 곧바로 주차요원에게 차키를 맡겼다. 주차요원은 남자가 아닌 예쁜 여자가 차키를 맡기자 조금 상황이 반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서둘러 차를 주차시키기 위해 운전석에 올라타야 했다.
오오! 상당히 세련된 계기판의 모습과 함께 그립감이 좋은 핸들의 감촉에 주차요원은 캬~ 이 맛에 주차요원을 한다는 생각에 그대로 주차를 하기 위해 부웅! 하는 엔진음과 함께 출발했다. 그렇게 차가 출발을 하고 신우와 수아는 나란히 걸으며 그대로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섰다.
신우와 수아의 모습은 상당히 다른 이들이 보기엔 이상한 관계로 보였다. 그저 코트속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신우와 이런 신우를 따라 걸어오는 수아의 모습은 둘이 어떤 관계인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어서 오십시오. 한 달 전에 회장님과 함께 보고 이렇게 뵙는군요.”
지배인으로 보이는 이가 다가와 익숙하게 인사를 건네자 수아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하며 말했다.
“그러네요. 우선 예약된 자리로 안내해 주시겠어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지배인은 생긋 웃으며 잠시 신우의 모습을 보다가 이내 한쪽에 대기하고 있는 종업원을 손짓으로 불러 안내할 수 있게 했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소리와 함께 레스토랑 안은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인 것도 있고, 이곳이 워낙 유명해서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종업원을 안내로 걸음을 옮기던 둘의 모습은 간간히 사람들의 시선에 잡혔다. 이런 사람들 중 몇몇이 제법 수아를 알아보는 상태였다. 다들 이런 고급레스토랑에 오는 위치에 있는 만큼 대한민국 서열 1위의 대그룹 진한그룹의 회장 외동딸을 못 알아 볼 일이 없었던 것이다.
“저 여인 한중구회장님 딸 아니야?”
“맞는 것 같은데?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지?”
“옷차림을 보면 그렇게 좋은 집 자제는 아닌 것 같은데?”
다들 평범하게 생긴 신우의 모습에 관심이 많았다. 진한그룹의 외동딸과 함께 식사라니 현 한국의 상류사회에 있어서는 크나큰 이슈일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사실 수아를 노리는 곳은 너무도 많았다. 다들 자신들의 아들과 손자들을 수아와 짝지어 주어 진한그룹의 힘을 엎어 집안을 크게 일으키고 싶었던 것이다.
수군수군 거리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작게나마 들려오는 가운데, 신우와 수아는 어느새 예약된 자리에 도착했다. 신우는 그대로 자리에 착석했다. 이런 모습에 안내하던 종업원은 살짝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대체적으로 여성과 함께 온 사람은 에티켓으로 여성의 의자를 빼주는 행동을 했던 것이다.
수아는 당황하는 종업원의 모습에 조금 웃음을 짓고는 그대로 자신의 자리에 앉아 말했다.
“예약한대로 코스요리 부탁해요.”
“아.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 종업원은 황급히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서 물러가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을 잠깐 본 수아는 신우에게 말했다.
“제가 미리 코스요리를 예약했어요. 괜찮죠?”
“상관없어. 그런데 제법 시선이 많군.”
주변에 제법 많은 시선이 모이자. 수아는 이건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 두 손을 모우고 신우에게 사과했다.
“죄송해요. 이런 시선은 생각지 못했어요.”
“딱히 사과할 필요는 없어. 그냥 밥만 먹고 나가면 되니까.”
“다음엔 꼭 룸으로 된 방을 잡을게요.”
수아는 벌써부터 다음을 기약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런 수아의 말에 신우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얼른 밥만 먹고 예린이에게 가볼 생각으로 가득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코스요리가 시작될 동안 수아는 신우에게 말을 걸었고, 신우는 이런 수아의 말에 그저 간단히 대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들 분위기가 수아가 오히려 남자에게 매달리는 모습이자 대체 저 남자가 누구기에 그러나? 싶은 마음이 들어야 했다.
남자가 매달려도 모자랄 텐데 반대되는 상황이라니 다들 더욱더 미궁 속에 빠져야 했다. 그렇게 사람들이 신우와 수아의 모습을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그때 코스요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가벼운 스튜형식의 음식이 나왔는데, 한번 먹어본 신우는 상당히 맛있다는 사실에 입꼬리가 올라가야 했다.
“맛있죠?”
“어. 맛있네.”
대답을 하면서 계속 입안에 스튜를 먹는 신우는 상당히 만족해하고 있었다. 사실 수아가 예약한 코스요리의 가격만 해도 120만원에 달하는 코스요리였다. 가격만큼 맛있는 건 당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점점 비워진 그릇이 생기면 다음 코스요리가 들어왔고, 둘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며 코스요리를 즐겼다. 물론 주변의 시선과 익숙지 않는 먹는 방법이 걸림돌이 되었지만 수아가 하나하나 챙겼기에 무난히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코스요리가 중간쯤을 갔을까. 이런 그들의 옆 테이블로 한 쌍의 남녀가 종업원의 안내를 받으며 왔다. 남자가 의자를 빼주며 여자가 앉자 곧 남자도 자신의 자리에 앉으려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옆 테이블에 코스요리를 먹고 있는 신우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아! 하는 소리를 지르며 신우를 향해 소리쳤다.
“넌 그 개뼉다귀!”
당사자인 신우의 고개는 물론이고 수아와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까지 무슨 일인가? 싶어서 소리 친 사내에게 모여들었다.
그는 신우가 이곳에 오기 전 엘리베이터에 한번 마주쳤던 그 사내였다.
============================ 작품 후기 ============================
연참. ㅎ 재밌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