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3 익숙지 않는 점심식사 =========================
이른 아침 신우는 잠을 자던 바닥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어젯밤 신우는 예린이가 스케줄을 마치고 집에 도착해 잠이 든 시각까지 잠을 자지 않고 지켜보았었다. 고작해야 3시간 정도 잠을 잔 상태였고, 별달리 피곤한 기색은 없었다. 워낙 체력이 좋아서 3시간 정도만 잠을 자도 충분히 체력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탈칵. 화장실 문이 열리면서 상당히 고급스런 인테리어와 조명들이 가득한 화장실 안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 좁아터진 신우의 월세집이 아니었다. 신우는 현재 상당히 비싼 집으로 이사를 온 상태였다.
쏴아- 도금이 되어있는 세면대에 달린수도꼭지에서 물이 콸콸콸~ 흘러 나왔다. 신우는 어느새 세면대에 가득 채운 물을 가지고 세수를 하며 몸을 간단히 씻었다. 그렇게 씻고 화장실을 나온 신우의 시야로 제법 널따란 거실이 보였다. 소파는 물론이고 TV까지 없는 상태라 넓은 거실은 상당히 휑한 풍경이었다.
-오늘 가구 좀 사서 채우자. 집안이 너무 휑하잖아.-
“글쎄. 별로 필요 없는 것 같은데,”
가구가 없어도 딱히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신우였다. 굳이 필요도 없는 가구를 사서 공간을 채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런 신우의 반응에 타노는 정말 과시욕이란 쥐똥만큼도 없는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4억이나 주고 산 이집을 그냥 방치하면 아깝잖아. 좀 사람답게 한번 살아보는 게 어때?-
“굳이 쓰지도 않을 거 뭐 하러 사.”
신우에게 있어서 현재 가장 중심 되는 것은 오직 예린이에 대한 관심뿐이다. 그것 말고는 지금 신우에게 있어서는 아무것도 필요 없는 상태였다. 어차피 매일 예린이가 가는 곳을 따라 움직여야 했다. 그러기에 굳이 잠시 잠을 자는 이 집을 꾸밀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신우는 가구와 같은 것들은 예린이가 직접 골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은 기억을 잃어 자신과 함께하지 않지만 나중에 기억을 되찾게 된다면 그땐 함께 살 것이기에 예린이가 집을 꾸며도 늦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에고. 마음대로 해 난 잠시 처리할 게 있어서 잠시 입 좀 다물게.-
“좋은 현상이군.”
-좋은 현상이라니! 난 지금 신우 널 위해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단 말이야.-
“열심히 해라.”
-에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
한숨을 내쉬며 투덜투덜 거리던 타노는 어느새 입을 다물어버렸다. 신우는 입을 다문 타노의 행동에 내심 주식을 하라고 허락한 자신의 선택에 만족했다. 그나저나 과연 잘할까? 솔직히 신우는 주식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고등학교를 졸업한 상태로 언제나 알바로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주식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신우는 타노가 알아서 할 거라는 생각에 우선 배부터 채우기로 했다.
주방은 상당히 넓고 화려했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주방에 있는 거라고는 이사 오고 나서 인벤토리 안에서 꺼내놓았던 캠핑용 냄비들과 라면들뿐이었다.
“결국 라면인가.”
오늘 아침도 라면으로 때우자는 생각으로 라면을 끓이기 시작한 신우였고, 얼마 안 있어 신우는 넓은 주방에 혼자서 끓인 라면을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어야 했다. 조금 처량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이런 좋은 집에서 혼자서 아침을 라면으로 때우고 있다니 말이다.
어쨌든 라면을 다 먹어치운 신우는 냄비를 싱크대에서 씻었다. 근육질로 가득한 신우가 설거지를 하는 모습은 상당히 이색적이라 할 수 있었다. 만약 누군가 보았다면 상당히 신기하게 보았을 것이었다. 그렇게 설거지를 끝낸 신우는 그대로 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나저나 이제 뭐하지..?”
한수아와 점심약속 때까지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다. 본래라면 예린이를 살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럴 필요가 없었다. 어젯밤 늦게 스케줄을 마친 상태라 지금쯤이면 집에서 꿈나라로 향해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잘 자고 있으려나?”
그렇게 말하는 신우의 눈길은 힐끗 바닥으로 향했다. 왜 예린이를 생각하며 바닥으로 눈길을 돌린 것일까?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진짜 눈길을 향하는 곳에 진짜 예린이가 있었던 것이다.
그랬다. 현재 신우가 구입한 집은 예린이가 살고 있는 에드릴 초고층 아파트 바로 위층인 40층 집이었다. 그나저나 80평대에 달하는 고급 아파트인 이곳을 고작 24억에 구입했다니 상당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정식 시세만 40억 ~50억 원을 헤아리는 곳이 이곳 집이었던 것이다.
사실 신우는 타노로 인해 쉽게 이 집을 구입할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예린이 집 위층이 경매로 넘어간 사실을 알아낸 타노였다. 이 사실을 안 신우는 타노에게 어떡해서든 이 집을 구입하게 만들라고 말했고, 타노는 즉시 경매를 통해 이곳 집을 구매하려는 경쟁자들을 훼방을 놓으며 더욱 싸게 경매를 통해 입찰할 수 있게 만들면서 이 집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졸지에 로또 당첨금 대다수를 소모해서 집을 구입했지만 신우는 만족했다. 이런 집을 사려고 로또에 당첨된 것도 있었고, 어차피 돈이야 마련하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신우는 아랫집에 있을 예린이를 생각하면서 이내 거실바닥에 앉았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명상뿐이었다. 조용히 양반다리로 앉아 명상에 잠기는 신우였다. 한때 급속히 늘어난 힘을 제어하기 위해서 명상을 통해 관조를 해왔던 신우는 이제는 그저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위해 명상에 잠길 뿐이었다.
한편 신우가 조용히 명상을 하는 그때 타노는 인터넷 세상을 마구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모우고 있었다. 위대하고 고도로 발전한 마도과학의 기술력의 총아인 타노에게 있어선 지구의 과학기술은 너무도 하찮았다. 아무리 각 기업에서 만든 방어벽이 있어서 너무도 쉽게 뚫렸던 것이다. 특히나 뚫린지조차도 몰랐다.
-오? 이건 재밌네?-
타노는 홍수제약회사의 비밀정보 속에서 새로운 신약에 대한 자료를 볼 수 있었다. 제품명 바즐. 새로운 암치료약으로 막바지 실험단계에 있는 상태였다. 기존에 나오고 있는 암치료약보다 훨씬 부작용도 덜하고 효과도 10배는 높았다. 아마 이게 시중에 판매가 된다면 기존에 판매되고 있는 암치료약은 상당히 주춤할 것이 분명했다.
-고작 암 따위를 치료하지 못하다니. 너무 제약기술이 딸리는 걸? 뭐 난 돈만 벌면 되니까 상관없지 뭐-
타노는 돈을 버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에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우선 홍수제약회사란 곳의 주식을 최대한 매입하기 시작했다. 현재 타노가 수중에 굴리고 있는 돈은 고작 1억 원이었다. 고작해야 1억 원으로는 전혀 미동도 없는 주식상승세였다.
타노는 1억 원치 주식을 매입한 즉시 자신이 알아낸 사실을 인터넷 곳곳으로 퍼트리기 시작했다. 누구도 알아차릴 수 없는 방법으로 인터넷에 퍼트린 암치료약 바즐에 대한 정보는 빠르게 확산되면서 전국 곳곳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PC는 물론이고 스마트폰까지 무작위로 퍼지기 시작한 암치료약 바즐의 정보는 처음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지나면서 확산되는 정보가 커지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관심을 가진 이들 중 홍수제약회사에 대한 정보를 캐내기 시작한 이들이었다. 홍수 제약회사의 움직임이 이상하자 그들은 뭔가 있다는 사실을 캐치하고는 정보를 캐내기 위해 움직인 것이다.
결국 밝혀졌다. 갑자기 퍼진 바즐에 대한 정보를 회사에서 통제하려다 보니 정보가 세어나갔던 것이다. 이런 사실이 밝혀지면서 홍수제약회사의 주식상승세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너도나도 홍수제약회사의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홍수제약회사로서는 이런 사실에 마냥 좋을 수가 없었다. 분명 주식이 상승할수록 회사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올 테지만 문제는 회사의 최고경영자의 지분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에 있었다. 경영악화로 조금씩 주식을 팔았고, 이런 가운데, 사활을 걸고 바즐이라는 새로운 암치료약을 개발해 낸 것이다.
물론 쉽지 않는 일이었다. 외국의 유수한 제약회사들의 약품을 뛰어넘을 암치료약을 개발한다는 건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윗대부터 시작한 개발이었고, 운이 좋았는지 한 연구원이 치료약 성분을 개발하게 되면서 획기적인 암치료약이 개발 될 수 있었다.
실제로 홍수제약회사의 최고경영자는 대출을 받아서 주신보유분을 늘리려 하고 있었다. 약이 정식판매를 시작하는 순간 회사의 주식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을 안 것이었다. 하지만 타노라면 변수로 인해서 빨리 알려지면서 은행대출이 승인도 나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마구 주식들을 매입하게 되면서 최고경영자의 계획은 날아가 버렸다.
-히히히. 됐다.-
시간 단위로 가파르게 오르는 주식상승세였고, 타노는 상당히 만족한 기색이었다. 이제 최고점을 찍을 동안 기다리면 되었다. 그때 주식을 판다면 못해도 수십억을 벌 수 있을 것이었다.
실제로 십억원을 투자했다면 못해도 수백억은 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타노에게는 전혀 하등 문제가 없었다. 이번 걸로 수십억을 벌면 다른 것으로 더욱 많은 돈을 벌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타노는 조금씩 주식을 통해 돈을 더욱 불리려 하고 있는 중이었다. 얼마나 규모가 커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 * *
아침부터 예약한 헤어숍에 가서 긴 머리를 웨이브 진 머리로 바꾸고 심지어 메이크업을 받고 집으로 돌아온 수아는 자신의 방에서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하고 있는 중이었다. 오늘 신우와 점심식사를 한껏 기대하고 있었다.
“흐흐흥~ 흥흥~”
절로 콧노래가 불러지면서 옷을 고르는 그녀는 오늘 어떤 옷을 입어야 예쁠까? 고민해야 했다.
“어떤 걸 입어야 신우씨가 예쁘게 봐줄까?”
침대위에는 현재 각종 옷들이 널려 있었다. 하나하나가 못해도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육박하는 고급 옷들이었다. 하지만 현재 어느 것 하나 수아의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본래 이렇게 많은 옷들을 사서 모우는 취미는 전혀 없었던 수아였다. 하지만 수아에겐 신우라는 목표가 있었다. 더욱더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서는 이런 지출은 가감없이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최근부터 예쁜 옷들이 있으면 무조건 구입해 오고는 했던 것이다.
그렇게 수아가 옷들을 보며 뭘 입을지 고민하는 순간 그녀의 스마트폰에 문자가 왔다는 알림이 울렸다. 수아는 들고 있던 옷을 잠시 내려놓고는 침대 한쪽에 있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어 올리며 문자내용을 확인했다.
-수아야? 오늘 학교에 왜 안 나와?-
그녀에게 문자한 것은 그녀의 친구인 최진영이었다. 살인의 게임 당시 함께 싸웠던 친구이자 동료였던 그녀는 이제는 그저 평범한 여대학생으로서 삶을 지내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사람을 죽이는 일 같은 건 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미안. 오늘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학교 빠졌어.-
-얼마나 중요한 일이기에 학교까지 안 오겠다는 거야?-
-나중에 가르쳐 줄게. 그때까진 비밀이야.-
-칫. 우리사이에 비밀이라니. 수아 너 요즘 많이 변했어.-
-미안. ㅠㅠ 다음에 꼭 말해줄게.-
-알았어. 진짜 다음에 무슨 이유인지 말해줘야 해.-
-ㅎㅎ 알았어. 꼭 말해줄게. 그럼 난 약속이 다 돼서 더 이상 문자 못해. 안뇽~-
수아는 진영이에게 마지막 문자를 보내고는 그 대로 스마트폰을 침대에 던져놓고는 다시 옷들을 몸에 대보며 뭘 입을지 다시 고민했다. 그렇게 30분간을 더 고민한 끝에 결국 수아는 블랙계열의 블라우스와 무릎 위를 살짝 올라간 블랙계열의 치마를 선택했다. 아래위로 블랙으로 통일한 것이다.
수아는 어느새 귀걸이와 목걸이까지 하고선 벽에 거린 시계를 보며 시간을 살폈다. 11시 10분. 약속시간까지 고작 50분을 남겨 놓은 상태였다. 집을 나서는 시간까지 생각한다면 이제 나가야 했다. 서둘러 옷을 살핀 수아는 됐다는 듯 그대로 방을 나섰다.
긴 복도를 지나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1층으로 내려간 그녀였다. 집에는 현재 수아의 엄마인 이혜진 밖에 없는 상태였다. 엄마인 이혜진은 거실 소파에 앉아서 차를 마시다 계단을 타고 내려온 수아의 모습을 보고는 놀란 얼굴이 되었다. 평소에 저렇게 꾸미고 다닌 적이 없었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수아야 그렇게 차려입고 어딜 가려고?”
“약속 있어요. 엄마. 저 저 시간이 없어서 가볼게요.”
종종걸음으로 현관을 향해 가는 수아의 뒷모습에 이혜진은 일주일 전 이후로 상당히 달라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예쁘게 꾸미고 다녀서 좋기는 한데 갑자기 왜 저렇게 변했지? 혹시 남자친구 생겼나?”
평소에 남자에 대해서 한 번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딸이었기에 이혜진은 어쩌면 수아가 진짜 남자가 생겼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남자인지 한번 알아봐?”
잠시 수아의 뒷조사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생각이 든 이혜진은 곧 고개를 저었다. 수아가 그 사실을 알았다가 혹시 싫어하면 그 뒷감당도 무시 못했던 것이다. 결국 수아에게 직접 듣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혜진은 어떤 남자기에 자신의 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인지 궁금증이 들어야 했다.
그렇게 수아의 엄마인 이혜진이 신우에 대해 궁금증이 들 순간 수아는 차고로 가서 자신의 흰색 스포츠카를 타고선 집을 나서기 시작했다.
부웅!! 우렁찬 엔진소리와 함께 청담동 고급주택가를 빠져나가는 차량의 모습이었다.
수아는 신우씨가 기다리기로 했던 장소를 생각하면서 차를 몰며 어느새 도로가로 빠지며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이동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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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