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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다-199화 (199/364)

00199 멀리서 본 그녀 =========================

막 광고촬영을 하다가 휴식타임을 가진 예린은 그대로 마련되어 있는 자신의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이런 예린의 옆에는 어느새 2명의 여성들이 붙어있었다. 모두 소속사에서 붙여준 코디와 스타일리스트 언니들이었다.

“휴.”

“많이 피곤해 보이네?”

“그러게. 최근 들어서 많이 피곤해 하는 것 같은걸?”

“그냥 좀.. 몸이 뻐근해서 그런 것 같아요. 요새 촬영이 많았잖아요.”

“호호. 그러긴 하겠다. 갑자기 일주일 사이에 광고촬영만 3번이나 들어왔으니 연속촬영으로 힘들만 하겠다.”

“그래도 돈 많이 받잖아. 이러다 예린이 너 광고여신이 되는 거 아냐?”

웃으며 말하는 코디와 스타일리스트 언니들의 말에 예린은 조금 혹한 마음이 들었다. 본업이 가수이긴 하지만 주변엔 광고로 인해 먹고사는 연예인 언니오빠들이 많았다. 자신도 그런 언니오빠들과 같이 그러지 않으리라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저야 뭐 광고여신이 되면 좋죠. 호호 돈도 많이 벌수도 있고, 그리고 여신이잖아요.”

이런 예린이의 말에 코디와 스타일리스트 언니들은 웃음을 터트려야 했다. 그녀가 지금 장난으로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았던 것이다. 그렇게 셋이서 잠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런 그녀들을 향해 살집이 있는 예린의 매니저인 김봉구가 다가왔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 이야기를 한다고 그렇게들 웃는 거야.”

“아. 왔어. 손에 든 건 뭐야?”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이거? 순대하고 떡볶이. 예린이가 하도 먹고 싶다고 해서 사왔어.”

순대와 떡볶이가 든 검은봉지를 흔들며 말하는 매니저의 말에 예린은 활짝 핀 얼굴이 되었다. 안 그래도 배가 엄청 고팠던 것이다. 얼른 달라며 손을 뻗자 코디와 스타일리스트 언니들이 이런 곤란해진 얼굴들을 하고는 예린이를 말렸다.

“지금 먹으면 안 되잖아.”

“맞아. 아직 촬영도 끝나지 않았는데, 지금 먹으려고 하면 어떻게?”

“하지만 나 엄청 배고픈데..”

예린이 그렇게 말하자 둘은 점심도 먹어놓고선 애가 왜 이러나? 싶은 얼굴들이 되었다. 이런 코디와 스타일리스트의 모습에 매니저인 김봉구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했다.

“요즘 들어 식욕이 왕성해 졌는지 자꾸만 먹으려해. 나도 뜯어 말렸지만 소용없다고. 에휴. 그나마 살이 찌지 않아서 다행이긴 한데. 어쩌려는지 참.”

이런 한탄어린 매니저의 말을 들은 코디와 스타일리스인 그녀들은 잠시 묘한 시선으로 예린을 보았다. 예이. 아니겠지. 설마? 둘은 생각하던 사실을 애써 부정하면서 이내 순대와 떡볶이가 든 검은 봉지를 매니저에게 뺏어들며 예린이에게 말했다.

“이건 촬영 끝나고 먹자.”

“그래. 예린아 배고파도 꼭 참자. 알겠지?”

“배고픈데..”

여전히 배가 고프다며 배를 만지는데, 둘은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순대와 떡볶이를 먹는 건 할 수 없었다. 결국 예린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자신의 스마트폰을 봐야 했다. 그녀가 손가락을 움직인 곳은 1:1 채팅방이었다.

-뭐함?-

글을 보내고 기다리는데, 전혀 읽은 표시가 뜨지 않았다. 이런 모습에 예린은 바쁜가? 하는 생각을 하는데, 그때 상대방이 글을 읽었다는 표시가 났다. 이런 사실에 조금 자세를 바로하고 화면을 주시하는데, 1분이 지나도 답장이 없었다. 본래라면 상당히 답답할 상태였겠지만 예린은 전혀 그러지 않았다. 왜 그렇게 답장이 늦는 것인지는 그간 해온 대화들을 생각하면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냥 잇ㅇㅓ-

-또 오타 났어. 제대로 적어서 보내야지. ㅋㅋ-

한순간 손가락을 놀리며 빠르게 글을 보낸 예린이었고, 역시나 답장은 1분이 지나도 오지 않고 있었다. 그때 글이 올라오는 표시가 떴다. 그런데, 다른 말이 아닌 방금 전 오탈이 났던 말 그대로 쓴 모습이었다.

-그냥 있어.-

“그냥 다른 말 하면 될 텐데. 똑같이 적었네. 역시 스마트폰 초보, 언제 제대로 대화다운 대화를 해볼까?”

그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예린은 그대로 빠르게 손가락을 놀리면서 빠르게 답장들을 보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한꺼번에 보내는 게 오히려 대화가 빨리 진행 될 것 같았다.

-그냥 있었어? 많이 한가한가 보네 ㅋ-

-나 지금 광고촬영장이야. 요즘 너무 바쁘네. 이러다 광고여신 되는 거 아닐까 몰라. ㅋㅋ-

-자동차 산다고 했었지? 뭐 산거야? 나 시승식 해주면 안돼?-

-나 요즘 엄청 먹는 거 알아? 이러다 돼지가 되는 거 아닐까 몰라? ㅋ-

-얼마 전에 나 샴푸광고 했는데, 다들 놀라는 거 있지. 머릿결이 너무 좋데? 전문가도 너무 놀랄 정도로 완벽한 머릿결이라나. ㅋㅋ 에고, 너무 자뻑이 심했나? ㅋㅋ-

문자를 보내는 예린의 입가는 잔뜩 즐거운 미소가 지어졌다. 문자를 받고 서둘러 답장을 하려고 허둥지둥되고 있을 신우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웃고서 채팅방을 보는 예린이를 보는 주변의 반응은 애가 왜 이렇게 들뜬 모습이지? 하는 것이었다.

“뭘 보고 그렇게 웃고 있는 거야? 되게 재밌어 하네?”

“그러게. 뭐 재미난 거라도 인터넷에 나온 거야?”

“네? 아. 아니요. 친구랑 채팅해요. 사실 이 친구가 생전 처음으로 휴대전화를 샀는데, 그래서 문자 쓰는 거 진짜 서툴거든요. 제가 한꺼번에 글들을 폭탄처럼 보낸 상태인데, 답장을 하려고 하는 모습이 생각나니까 너무 웃겨요. 호호”

“진짜? 와. 친구라면 너랑 나이가 같을 텐데 그동안 휴대전화도 없었다고? 이게 무슨 조선시대에서 시간여행해서 온 것도 아니고,”

“그 친구. 무슨 청학동에 다니는 사람이라도 된다니? 아니면 산속 깊은 곳에서 도를 닦는 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

휴대전화가 생전 처음이라는 사실에. 놀라며 말하는 언니들을 말에 예린은 그저 싱긋 웃을 뿐이었다. 신우가 왜 그동안 휴대전화 없이 살아왔는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치부와 같은 이유를 다른 이들에게 말하고 싶지도 않은 예린이었다.

한편 이런 말을 곁에서 듣고 있던 매니저 김봉구는 지금 예린이 누구와 채팅을 하고 있는지 알고는 표정이 굳어져 있었다. 좋지 않았다. 예린이 원해서 하고 있는 일이라고 하지만 이런 사실이 소속사 사장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큰일이었다.

정말이지 상대방 남자가 허약하기라도 하다면 자신이 직접 나서서 접근하지 말라고 협박이라고 할 텐데, 저번에 겪어본 상대방의 힘을 본다면 씨도 먹히지 않을 상황이었다.

김봉구는 예린이를 말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상대방 남자에게 가서 예린이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이 상황이 참으로 답답한 마음이었다.

한편 다시 광고촬영이 진행되는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회사 옥상으로 돌아온 신우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한참을 낑낑 거리고 있는 상태였다.

신우는 자꾸만 손가락이 다른 쪽으로 가게 되면서 오타가 나자 상당히 열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스마트폰을 부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게 내가 써준다니까. 말만하면 내가 알아서 써서 보내줄 텐데 왜 이렇게 미련하게 직접 쓴다고 그래?-

타노의 타박어린 말에 신우는 이마에 핏줄까지 생기면서 손가락을 놀리며 말했다.

“시끄러. 예린이에게 그렇게 정성도 없이 편지를 보낼 수는 없잖아. 글은 정성이라고.”

-편지가 아니라 채팅이라고. 아. 또 오타 났다. 그거 아니야. 고쳐. 밑에 ㅌ자 들어가야 한다고-

신우는 그 말에 지우는데, 순간 잘못 누르는 바람에 그대로 썼던 글들이 상당히 지워져야 했다.

“크악! 젠장!”

당장이라도 스마트폰을 땅바닥에 던져 부수고 싶었지만 차마 손이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휴! 진짜 누구와 싸우는 게 편하고 쉽지 이런 건 너무 힘들고 어려웠다. 어느새 다시 바닥에 쭈그려 앉으면서 손가락을 누르며 글을 쓰는데, 그 모습이 상당히 처량해 보였다.

-그래도 전 우주를 멸망시킬 수 있는 최강의 아크인데, 그런 모습은 아니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모습은 아니지 않냐 는 타노의 말소리가 들렸지만 신우는 여전히 타노의 말을 무시한 채 예린이를 향하는 답장들을 섰다. 그렇게 40분을 소모해서야 답장을 다 적을 수 있었고, 곧바로 예린이에게 답장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휴식타임이 끝이 나고 다시 광고촬영이 재계되었던 것이다.

결국 신우는 2시간이나 지나서야 예린이에게 답장을 받을 수 있어야 했다. 결국 천천히 했어도 될 일이었다.

* * *

저벅저벅. 병원복도를 따라 5명의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 모습은 참으로 위협스럽다고 할 모습이었다. 특히나 제일 앞 중간에 자리 잡은 중년인은 상당히 험악한 인상과 덩치를 가지고 있어서 복도를 다니는 간호사와 환자들을 황급히 벽 쪽으로 비켜서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병원복도를 가로지르며 걸음을 옮기던 그들은 순간 한 병실 앞에 멈춰서는 모습이었다.

“여기냐?”

험악한 인상의 중년인의 말에 양쪽에 따르던 4명의 사내 중 한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둘 모두 여기에 입원해 있습니다.”

“열어.”

이런 말에 즉시 문을 여는 검은 정장 사내였고, 곧 안쪽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6인실이라 환자들과 환자의 보호자들이 함께 있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갑자기 문이 열리며 들어선 5명의 사람들을 보고는 놀란 얼굴들을 하였다. 한 눈에 봐도 심상치 않은 사람들이었다.

저벅저벅. 어느새 발걸음을 옮기며 병실에 들어온 그들은 곧 나란히 누워있는 2명의 사내들을 봐야 했다.

한명은 얼굴에 붕대를 감고 있었고, 한명은 다리에 깁스를 한 모습이었다. 그들은 나타난 이들의 모습을 보고는 누워있다. 깜짝 놀란 표정으로 일어났다.

“윽.. 혀. 형님.”

“혀..혀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가장 앞에 서있던 험악한 인상의 중년사내가 혀를 쯧쯧 차면서 말했다.

“쯧쯧. 입 병신에 다리병신이라니 잘 한다. 잘해. 어디 가서 쳐 맞고 오고.”

이런 못마땅한 목소리에 둘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여야 했다. 이런 모습에 더 마음에 안 드는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고개 안 들어!”

“네. 넷!”

“네에”

다친 두 사내가 대답하는 모습과 함께 병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란 모습을 하더니 슬금슬금 병실 안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목발을 짚거나 보호자인 가족에게 부축 받으며 병실을 나가는 그들의 얼굴은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소리를 지른 중년사내와 시립한 남은 사내들은 이런 사람들을 알았지만 그대로 두고 볼 뿐이었다. 사실 중년사내가 일부러 사람들을 나가게 하기 위해 고함을 지른 것도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조용해진 병실이었고, 중년사내가 곧 다친 두 사내에게 입을 열었다.

“누구야? 어떤 새끼가 너희들을 그렇게 만든 거야?”

“그게.. 모르겠습니다.”

“몰라? 이름도 알려지지 않는 그런 애송이놈에게 너희들이 그렇게 당했단 말이지.”

상당히 화가 서린 말이었고, 이런 말에 다리를 다친 사내가 고개를 저으며 필사적인 목소리로 변명했다.

“저. 정말 괴물 같은 놈이었습니다. 제대로 반항도 못하고 당했습니다. 무슨 격투기나 특수무술을 배운 사람 같았습니다.”

“마. 맞아여.. 진짜 빨라서요..”

중년사내는 이빨들이 완전히 부러져 제대로 말을 못하고 침을 흘리는 부하를 보며 인상을 찡그리더니 이내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걸 변명으로 하는 거야! 상대는 한명이었다며. 너희들 연장도 가지고 다니잖아 뭐가 어렵다고 당해!”

이런 말에 다리를 다친 사내가 자신이 당했던 순간을 기억하고는 몸을 떨며 말했다.

“제가 휘두른 카. 칼을 손가락을 잡았습니다. 진짜 뭔가 있는 놈이 분명합니다.”

“칼을 손가락으로?”

“네. 정말입니다.”

믿기지 않는 말을 하는 부하의 말에 중년사내는 지금 장난하는 싶었다. 한껏 인상을 쓰던 그는 어쨌든 자신들 쪽에서 칼을 사용한 이상 신고도 할 수 없어서 상대방을 찾기가 힘든 상황이라 생각되었다.

“CCTV영상은 확인해 봤어?”

뒤쪽에 있는 정장 사내에게 그렇게 묻자 어느새 고개를 저으며 말하는 정장 사내의 말이었다.

“영상이 없다고 합니다.”

“없어?”

“네, 처음엔 일부러 보여주기 싫어서 그러나 싶어서 그 핸드폰대리점 점장이라는 놈을 족쳐봤는데, 그놈이 울면서 진짜 갑자기 영상들이 삭제되어 있다고 계속 말하더라고요.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영상이 갑자기 삭제되었다고? 놈이 지운건가? 음.. 무척 용의주도한 놈이군.”

중년사내는 놈이 몰래 밤에 찾아와서 영상을 삭제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무척이나 겁도 많고 용의주도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당히 틀린 결론이지만 어쨌든 중년사내로서는 자신의 부하들을 공격한 놈을 찾아야 했다. 분명 같은 업계의 종사자들에게 자신의 부하 2명이 한명에게 당했다는 사실은 전해 졌을 것이다. 상당히 비웃고 있을 게 분명했다. 찾아서 꼭 복수해야 했다. 그렇게 해야 만이 떨어진 평판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

“감히 나 박귀남을 건드렸단 말이지. 누군지 모르지만 씹어 먹어주지!”

사채업자 박귀남. 젊어서는 어둠의 세계에서 온갖 궂은일을 다하면서 현재의 수백억의 돈을 굴리는 사체업자까지 성공한 그였다. 그러기에 그에게 있어 자신의 평판을 떨어트리는 일은 죽어도 볼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 임나영이라는 년을 족쳐서 그놈의 얼굴파악부터 하고. 흥신소나 서울지역에 있는 모든 조직들에게 의뢰를 넣어서 놈의 위치를 찾아봐. 돈을 얼마 쓰던 꼭 찾아내.”

“알겠습니다. 형님!”

박귀남은 자신의 평판을 떨어트린 신우를 꼭 찾겠다는 일념으로 돈을 아끼지 않고 신우를 찾으려 했다.

물론 이런 그의 선택은 지옥을 향해 가는 급행열차에 몸을 싣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일이었지만 말이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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