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6 다시 처음으로 =========================
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신우는 아차. 싶었다. 자신도 모르게 기쁘다는 말이 나와 버렸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처음 만났을 텐데 이런 말을 내뱉다니 분명 지금의 예린은 이상하게 자신을 생각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신우는 어떡해서든 이런 어색해진 분위기를 없애야 한다는 생각으로 예린을 보며 말했다.
“몸은 아픈데 없고?”
“어? 어어.”
놀란 예린이의 눈이 보였다. 신우는 또 다시 말실수를 했다는 사실에 뜨아악 하는 얼굴이 되어야 했다. 몸은 아픈데 없고, 라니. 자꾸만 말실수를 하는 자신의 멍청함에 스스로를 향해 주먹질을 날리고 싶은 신우였다.
그렇게 신우가 자신의 말실수에 대해서 자책하는 그때 예린은 오랜만에 보는 신우가 성격이 많이 바뀐 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건강을 걱정을 하다니. 내심 고등학교 당시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 저런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 난 괜찮아. 스케줄이 바쁘긴 하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니깐.”
“그래. 괜찮구나..”
신우는 더욱 더 어색해진 이 상황에 결국 이렇게 마주하고 한번 말을 한 것만으로 만족하고 후퇴하기로 했다.
“나 난 이만 가봐야겠다. 갑자기 볼일 이 있어가지고.”
신우가 몸을 돌리며 가버리는 행동을 보이자 예린은 자신도 모르게 가려는 신우의 코드자락을 잡아버렸다. 졸지에 멈칫한 상태가 된 신우였다. 예린도 자신이 한 행동에 놀라 어버버 거리는 모습이 되어버렸다.
스스로 신우를 잡은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던 예린은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신우를 보고는 아무 말이나 막 해버렸다.
“저기 어떻게 난 걸 안거야? 변장했었는데?”
예린은 변장했던 걸 어떻게 알았냐고 질문한 자신에 대해서 아우~ 이걸 말이라고! 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고작 할 말이 그것뿐이었냐고 스스로 자책하게 된 것이다.
“어떻게 알았냐고? 그냥 딱 봐도 너라는 걸 알아봤었어.”
“그렇구나.”
“어. 그래.”
신우의 어 그래. 라는 말로 또 다시 둘 사이에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져야 했다. 둘 모두 이런 상황을 어떻게 끝을 내야 할지 몰랐다. 잠시 어색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예린은 그제야 자신이 신우의 코트를 계속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얼른 잡고 있던 손을 놓고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 미안해.”
“괜찮아.”
신우가 괜찮다고 말하자 예린은 내심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내 갑자기 간다는 것에 궁금증이 들었다.
“저기 바쁜 일 있나봐? 고기 먹고 있었던 거 아니었어?”
“음 그게.. 오늘 자동차를 한대 살려고.”
“자동차를 사려고?”
“응. 좀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야.”
“우와. 신우 너 돈 많이 벌었나 보다.”
“뭐. 어느 정도는..”
예린으로서는 고등학교 당시 짠돌이로 유명했던 그 신우가 자동차를 산다는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자동차를 살 정도로 돈을 그렇게 모을 수 있었지? 고등학교 졸업하고 이제 고작 1년이 지났을 뿐이데?
예린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우의 사정은 자신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지난 1년 동안 돈을 모았다고 하지만 신우의 사정상 다른 곳에 돈을 썼으면 섰지 자동차를 살 정도는 아닌 것이다.
예린은 문뜩 신우의 모습을 살폈다. 그러고 보니 신우는 1년 전과 다르게 상당히 키가 커지고 덩치도 더 커져 있었다. 혹시 나쁜 길에 빠진 거 아닐까? 예린은 신우가 일을 하는 것보다는 나쁜 길에 빠져서 돈을 번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예린은 표정이 굳어버렸다. 신우가 나쁜 길에 빠진 것일 수 있다는 사실에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이런 예린의 표정은 마스크로 가려져 있었지만 신우는 한 눈에 예린이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표정이 안 좋네? 어디 몸이 안 좋은 거야?”
“응? 아. 아니 좋아. 근데, 신우야.”
“왜? 무슨 할 말이 있어?”
“그게.. 아. 아니야.”
예린은 진실을 물어보려고 하는 순간 막상 1년 전 고등학교 졸업 당시 신우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생각나 버렸다. 그때 당시 신우는 자신에게 어울리려는 자신에게 넌 나와 사는 세계가 다르니 내게 더 이상 신경 쓰지 말고 꺼지라는 말까지 했었다. 이런 신우에게 자신이 충고 한다고 들어 줄까? 아마 더 화를 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말을 하다가 마는 예린이의 모습에 신우는 대체 왜 표정이 안 좋을까? 하는 생각에 걱정이 되었다. 혹시 몸이 안 좋나? 분명 배속에 신예가 잉태되어 있을 터였다. 임신을 하면 여자에게 상당히 몸에 많은 변화가 오는데, 그것과 같이 예린이도 몸에 이상이 왔을지 몰랐다.
서로 생각하는 게 다른 둘이었고, 그렇게 둘은 또 다시 말문이 닫힌 채 서로 멀뚱히 봐라보고 있어야 했다. 이런 모습을 주인아저씨와 여종업원이 보는데, 서로 무슨 상황인가 싶어서 서로를 보며 고개들을 갸웃 거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예린이의 스마트폰이 울린 건 예린은 전화가 오자 신우를 보고 잠시 전화 좀 받을게. 라고 말하면서 스마트폰을 들었다, 전화 온 사람은 매니저 오빠였다. 예린은 즉시 통화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오빠?”
[예린아 갑자기 스케줄 잡혔다. 당장 준비할 수 있겠어?]
“무슨 소리야? 오늘 스케줄 없는 거 아니었어?”
[그게 샴푸 광고가 갑자기 잡혔어. 놀라지마. 무려 진한그룹에서 널 지목하면서까지 들어온 광고야.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하면 다음엔 진한그룹의 계열사들의 광고들이 따라오는 거라고. 지금 사장님도 얼마나 흥분하셨는지 알아. 지금 집에 있지?]
“나 지금 밥 먹으로 나왔는데?”
[뭐? 먹고 있다고! 이런 화면 빨 잘 받아야 하는데.. 얼굴 붓기는 어때? 부운 거 아니지?]
“괘. 괜찮은 것 같기는 한데..”
[네가 그렇다면 됐다. 거기 어디야? 주소 찍어줘 당장 찾아 갈 테니까.]
“아. 알았어..”
예린은 갑자기 잡힌 광고촬영에 당혹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사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어쨌든 갑자기 잡힌 스케줄로 인해서 예린은 시켜놓은 한우고기도 다 먹지 못하고 가게 생겼다는 생각을 하면서 신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스케줄이 잡혔네. 나 이제 가봐야겠어.”
“그래? 알았어.”
신우는 갑자기 잡혔다는 스케줄이 고개를 갸웃 거리면서 이내 나중에 다시 보면 된다는 생각에 쉽게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신우와 다르게 언제 신우를 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예린은 쉽게 대답하는 신우의 모습에 조금 실망감이 들었다. 내심 신우가 다시 보자고 말할 줄 알았던 것이다.
한편 신우로서는 또 예린이 기색이 이상하자 진짜 몸이 안 좋은가? 싶어서 뭔가 몸에 좋은 걸 찾아서 먹게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야 했다. 참으로 여자의 마음을 모르는 답답한 신우였다.
결국 예린은 답답한 마음을 가진 채로 미쳐 다 먹지 못한 값을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야 했다. 이런 모습에 신우도 여기 온 목적을 달성했기에 계산을 하고는 이내 남아 있는 고기까지 포장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가게 입구 근처에서 매니저를 기다리는 예린이의 모습이 보였다. 아직 안 갔군. 신우는 그대로 입구로 나와 예린이의 옆에 섰다. 이런 신우의 기척에 고개를 옆으로 돌린 예린은 검은 봉지를 들고 선 신우의 모습을 봐야 했다.
“아직 안 갔네?”
“응. 아직 매니저 오빠가 아직 안 왔거든.”
“올 때까지 같이 기다려도 될까?”
“정말? 난 상관없어. 사실 혼자 기다리기 심심했거든.”
예린의 말에 신우는 묵묵히 예린의 옆에 서서 차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예린은 정말 옆에서 아무 말 없이 기다리는 신우의 행동에 살짝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변한 게 없는 것도 있다는 사실에 반가움 마음도 들었다.
여전히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 걸까? 예린은 지금이라도 신우에게 전화번호라도 묻고 싶었다. 이대로 헤어지면 언제 만날지 모를 것 같았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신경 쓰지 말고 꺼지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10분을 가만히 서로 서서 있었을까. 순간 가게 입구를 향해 확실히 나 연예인이 타는 차량이라고 티를 내는 검은색 벤 차량 한 대가 다가와 멈춰 섰다.
끽. 멈춰선 벤 차량에서 어느새 제법 살집이 있는 30대 초반의 사내가 내려섰다. 그는 내리다 말고 예린이의 옆에 서있는 건장한 체격을 가진 신우를 보고 경계하는 눈이 되었다.
“누구?”
“아. 오빠는 모르겠구나. 여긴 내 고등학교 동창인 김신우야. 우연히 여기서 만났어.”
“그래? 반갑습니다. 예린이 매니저입니다.”
손을 내밀며 말하는 매너저의 모습에 신우는 손을 잡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옆에서 보는 예린의 시선에 악수를 나눴다.
“김신우입니다.”
꾹. 순간 매니저가 손에 힘을 줬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는 모양이었다. 기선을 제압한다는 생각에 힘을 주는 매니저는 꿈쩍도 하지 않는 손과 전혀 표정변화도 없는 신우의 모습에 당황해야 했다. 예전부터 유도를 오래했던 그로서는 손가락 힘에서 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전혀 소용없는 모습에 뭐 이런 놈이 다 있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손 계속 잡습니까? 남자와 손을 오래 잡는 취미는 없어서.”
“아. 네”
황급히 손을 놓는 매니저는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이게 아닌데.. 매니저는 괜히 예린이에게 달라붙을까 싶어서 제압을 하려 했는데, 도리어 자신이 제압당한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았다.
한편 신우는 손을 부러트리지 않는 자신의 행동에 잘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본래였다면 그대로 손가락을 부러트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예린이가 옆에 있었다. 신우는 매니저라는 놈이 좀 이상한 놈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내 예린이에게 자신은 가보겠다는 듯 말했다.
“이만 가볼게. 오늘 할 일이 많네.”
“갈려고? 저기 신우야.”
예린은 신우를 부르고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에 결국 마음을 먹고 말했다.
“전화번호 가르쳐 줄래? 연락하고 지내자. 이대로 헤어지긴 너무 아쉽잖아.”
허억?! 옆에 선 매니저는 깜짝 놀란 표정이 되었다. 천하에 차예린이 남자에게 전화번호를 문는다고? 그동안 아무리 잘생기고 인기가 많은 남자 연예인들이 전화번호를 물어도 절대 대답해 주지 않았던 게 차예린이었다. 그런데 전화번호를 묻다니 이건 정말 놀랄 노자인 일인 것이다.
“미안. 전화가 없어서.”
“아 그렇지.”
고등학교 때에도 휴대폰을 들고 다니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한 예린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벤 차량에 가서는 차문을 열고 뭔가를 들고 나왔다. 작은 메모장 하나와 볼펜이었다. 예린은 그곳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쓰는데, 이런 모습을 보는 매니저로서는 자꾸 당황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 내 전화번호. 차도 살 정돈데 휴대전화 한 대는 사는 게 어때?”
“그것도 그러네. 그럼 오늘 사는 김에 같이 사볼까?”
“그러면 되겠다. 그럼 꼭 전화해야 해. 아 아니다. 모르는 전화번호로 오면 못 받을 수 있을 테니까 문자로 연락해줘.”
“알았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신우의 모습에 예린은 내심 거절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함이 들었다. 예린은 좀 더 신우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스케줄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는 얼른 당황한 얼굴을 하고 있는 매니저 오빠를 보고는 말했다.
“오빠 얼른 가자. 샵에도 들러야 하면 늦는다고.”
“어, 그. 그래. 그런데 예린아. 전화번호는 좀.”
“왜?”
이런 예린의 말에 매니저는 신우를 잠시 힐끗 보더니 이건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래도 아무에게나 함부로 가르쳐주면 전화번호가 유출 될 수 있잖니”
“신우는 아무나가 아니에요. 제 동창인 걸요. 그리고 신우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제 전화번호를 주지도 않을 거예요.”
벌써 그렇게 했다면 고등학교 당시에 유출되었어도 되었을 것이다. 한편 이런 예린의 말을 들은 매니저는 내 말은 그게 아니라는 생각에 답답한 마음이 들어야 했다. 여자연예인이란 사생활 관리가 중요했다. 만약에 일이지만 자칫 눈앞에 있는 놈과 스캔들이라도 나게 된다면 소속사에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게 될 것이 분명했던 것이다.
“가요.”
예린은 더 이상 매니저 오빠의 듣지 않고 홀연히 벤 차량으로 올라타 버렸다, 이런 모습에 매니저는 결국 신우를 한번 노려보고는 그대로 운전석에 올라타야 했다. 이런 매니저의 모습에 신우는 언제 한번 손 좀 봐줘야겠다는 마음을 먹어야 했다.
“갈게 잘 있어. 꼭 연락하고.”
예린은 연락하라며 신우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때 뒷차량의 문이 자동으로 스르륵 닫히기 시작했다. 부웅! 어느새 벤 차량이 출발을 했다. 곧 도로가를 나간 벤 차량이었고, 그대로 신우의 시야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갔네.-
말이 없던 타노가 그렇게 말하자 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내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그대로 인벤토리 안에 포장된 봉지를 넣고는 그대로 택시를 잡아타기 위해 움직였다.
오늘 할 일은 많았다. 자동차는 물론이고 새로 휴대폰을 사야할 것 같았다. 그리고 옷도 좀 구입해 볼 생각이었다. 지금 입고 있는 옷도 그렇고 집에 있는 옷들도 조금 작아 움직임이 불편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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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