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0 드러난 진실 =========================
“그게 무슨 개소리야! 내가 살아왔던 지구가 가짜라니!?”
“말 그대로 진짜 지구가 아니란 말이지.”
“말도 안 돼는 소리 마!”
“뭐 믿고 싶지 않다고 해도 그대도 초월적 존재가 되었으니 내가 하는 말이 진실이라는 건 알 테니 다른 말을 안 하겠어.”
“........”
신우는 부정하고 싶어도 상대방의 말이 진실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더 이상 부정하지 못했다. 지구가 가짜였다고?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힘들게 살아왔던 인생들은 대체 뭐란 말이야? 그럼 난 뭐지? 사람이었긴 한 거야? 혹시 나도 가짜?
자신이 사람이 아닌 만들어진 존재일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얼굴이 된 신우였는데, 이런 신우를 향해 기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 지구만 가짜였지. 그대와 가짜지구에 살아왔던 모든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진짜라네. 신들은 나의 시선을 피해 사람들을 납치해서 가짜지구를 만들어 진짜지구의 모든 것을 똑같이 만들었지. 시간을 빠르게 흐르게 한 건 물론이고 지구의 역사, 삶의 방식까지도 모든 걸 신들이 조종해서 진짜와 같이 똑같이 만들어 버린 거지.”
기하란 놈의 말을 들은 신우는 뭔가 크게 안도감이 들었다. 가짜지구라 해도 그 속에 살아왔던 사람들은 진짜인 것이다. 자신은 물론이고 예린이도 진짜가 아니라는 부정을 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한 신우는 곧 화가 난 음성으로 신들이 그런 짓을 왜 한 것인지 물었다.
“대체 왜 그런 개 같은 짓거리를 한 거지? 대체 무슨 이유로? 뭘 하겠다고?!”
“흠.. 뭐라고 해야 하나. 나 때문이라고 해야 하나.”
“너..때문이라고?”
눈앞에 있는 기하라는 놈으로 인해서 신들이 그런 짓을 벌였다는 사실에 주먹을 꽉 쥐어야 했다. 모두 이놈 때문이라고 신우는 잔뜩 화가 난 눈빛으로 기하를 노려보았다. 이런 신우의 모습에 기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렇게 화가 난 눈빛으로 날 본다고 해도 나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지. 신들이 날 노리는데, 나라고 어쩌겠어. 내가 사라질 수도 없는 일인데 말이야. 설마 네가 사라지면 되지 않겠냐고 말하고 싶다면 난 그러지 않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군. 난 나대로 소중한 아내들과 자식이 있는 상태라 그러지 못하겠으니까.”
진짜 네가 사라지면 되지 않겠냐고 말하려던 신우는 입을 다물어야 했다. 어느 정도 공감이 간 것이다. 자신도 소중한 예린이가 있다면 죽어도 남의 사정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물론 공감은 가지만 화가 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신우는 잔뜩 화를 꾹 참으며 물었다.
“왜 신들이 널 죽이려 한 거지?”
“뭐 좀 신들이 나 때문에 고생 좀 했지. 과거와 미래를 왔다하면서 시간과 운명들이 꼬이고 꼬여 엉망이 되었으니까. 뿐만이 아니라 열 받아서 없애버린 차원계가 좀 많았지.”
“개새끼군.”
“개새끼라니 그대가 할 말은 아닌 걸로 아는데, 벌써 그대가 없애버린 차원계과 생명들만 해도 가득하다는 걸 말해주고 싶군.”
신우는 기하란 놈의 말에 할 말이 없었다. 자신도 예린이를 찾기 위해서 처음부터 풀파워로 움직이면서 없애버린 은하계가 많았던 것이다. 그렇게 잠시 말이 없던 신우는 이내 알고 싶은 한 가지 이유에대해서 물었다.
“넌 강해. 그런데 왜 신들을 막지 않았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미리 막을 수 있었잖아? 왜 미리 막지 않은 거야? 그리고 왜 날 도운거야?”
이런 신우의 질문에 기하는 입꼬리를 올렸다. 처음부터 신들의 계획을 눈치 챘다. 하지만 진작 막을 힘이 있음에도 신들의 계획을 막지 않은 것이다. 어느새 기하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이유를 알고 싶나?”
“그래. 알고 싶다. 어째서 날 도왔고, 신들의 계획을 미리 막지 않은 거지?”
“이유는.. 보고 싶어서.”
“보고..싶었다고?”
“그래. 보고 싶었다. 아카식 레코드에만 그 흔적이 존재하는 전대미문의 괴물 아크의 힘을 말이야.”
“고작 그딴 이유로?”
신우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고작 아크의 힘을 보고 싶어서 신들의 계획을 막지 않았고, 자신을 그렇게 도왔다니 신우는 눈앞에 있는 놈이 정상인가 싶었다. 이런 어처구니없어 하는 신우의 모습에 기하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댄 내 나이가 얼마일 것 같나?”
“나이라고? 그딴 걸 왜 알아야 하지!”
“까칠하기는. 내 나이는 나도 모른다는 거지.”
“뭐라는 거야?”
자신의 나이를 모르다니 신우는 이놈이 대체 자신을 가지고 장난치는가 싶었다. 이런 신우를 보며 기하는 과거의 자신을 기억하며 말했다.
“과거에 마법사로서 오른 적 없던 12서클의 경지에 올라섰지. 그때서야 난 내가 누군지 조금 알게 되었었지. 하지만 온전히 알 수 없었어. 그래서 난 나를 찾는 과거로의 여행을 시작해야 했지. 그 때문에 있지도 않았던 딸이란 존재도 만나게 되었고, 그러다 어찌어찌해서 13서클에 이어 14서클이란 벽 또한 넘게 되었지. 난 내가 누군지 계속 알고 싶어서 계속해서 아득한 과거와 미래로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하면서 나의 정체성을 찾아다녔지. 물론 지금도 계속 찾고 있는 중이야. 하지만 그게 너무 끝이 없다는 거야. 비록 아내들과 자식이 있어서 행복하지만 이따금씩 마음속 깊이 너무 삶이 지루하다고 느낄 때가 너무 많아. 뭔가 공허했던 거였지. 그래서 신들이 하는 걸 그저 두고 본 거야. 그래서 아크란 존재를 탄생시켜 한번 겨뤄 보고 싶었거든.”
12서클? 마법에 대한 무지로 신우는 그게 무슨 뜻이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눈앞에 있는 놈이 자신과 싸우기 위해서 모든 걸 두고 봤다는 사실에 이빨을 빠득! 갈아야 했다.
기하는 자신을 잔뜩 노려보며 이빨을 가는 신우를 보며 말했다.
“당장 나도 그대와 싸우고 싶은 마음이지만 우선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지 않나. 예린이라는 여인을 만나고 싶지 않나? 어서 빨리 신들을 해결해야지. 그대의 여인과 재회를 할 거 아닌가.”
예린이라는 말에 움찔. 한 신우였다. 이런 신우를 보면서 기하는 곧 볼 수 있을 거라며 말했다.
“모든 게 해결된다면 볼 수 있을 거네. 난 신들과 달라서 그녀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으니까.”
신우는 이런 기하의 말을 듣고는 뭔가 생각하더니 말했다.
“신들을 쳐 죽이고 나서 난 너 또한 꼭 쳐 죽일 거다.”
“유념하지. 꼭 그러길 바라지.”
대답을 하는 기하의 말이 너무 아니꼬운지 신우는 일부러라도 기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했다. 이런 신우의 모습을 보면서 기하는 나중에 있을 대결이 무척이나 기대된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미 또 다른 초월자와 한번 붙어봤었다. 그와는 백중지세 도저히 승부나 나지 않았다. 과연 아크의 힘은 어떨까? 무한의 힘을 사용하는 자신과 무한에 다다른 흡수를 하는 아크와의 싸움의 결과가 어떨지 기대가 되었다.
“근데, 신들을 어떻게 찾지?”
신우는 1년을 헤매며 찾던 지구도 사라져 없는 마당에 신들을 어찌 찾아야 될지 몰랐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기하를 놈에게 물어야 했던 것이다. 이런 질문을 받는 기하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굳이 찾을 필요 없을 거야. 곧 나타날 거야. 내가 그대와 만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신들이 다급해질 테니까. 아무튼 건투를 빌지. 그럼 난 이만.”
기하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몸을 돌린 기하는 자신의 손을 들어올렸다. 살짝 손이 떨리고 있었다. 아까 신우의 주먹을 막은 손이었다. 쉽게 막은 것 같지만 실지로 그렇지 않았다. 강력한 보호벽을 뚫고 손에 강한 충격을 주었던 것이다.
후후. 역시 육탄전은 아닌가? 내심 마법사로서 육탄전으로 아크를 상대하는 건 아니었다는 생각을 한 기하는 그대로 빛과 함께 사라지려 했다. 기하는 고개를 뒤로 돌려 신우란 자를 보았다. 자신을 잔뜩 노려보는 모습이 보였다.
내심 딸을 희생하게 만든 게 자신이라고 말하지 않는 건 잘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랬다면 무작정 자신을 향해 온힘을 다해 부딪쳐 왔을 터였으니까 말이다.
나중에 싸울 당시 말할 생각이었다. 그래야 모든 힘을 다 사용해 자신과 싸울 테니까. 기하는 나중에 있을 대결을 기대하며 그대로 빛과 함께 사라졌다. 빛과 함께 사라진 동시에 주변을 감싸고 있던 백색의 막이 사라지자 신우는 그제야 우주공간에 부유했다.
꽉! 주먹을 움켜쥐고 있는 신우의 표정은 복잡했다. 상대의 힘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아마 맞붙게 된다면 승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신우는 자신이 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은 아직 진정한 힘을 드러내지 않았으니까.
곧 이란 말이지.
신우는 기하란 자의 말과 같이 곧 나타날 거라는 신들의 모습을 기다리며 결전을 준비했다. 어떤 계획을 세웠든 모든 것을 박살내 버릴 것이다. 그렇게 마음먹은 신우는 그대로 팔짱을 끼면서 우주공간에 서서 나타날 신들을 기다렸다.
* * *
지구. 아니 신들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지구의 상황은 무척이나 정막감이 가득해 있었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국가들의 도시와 마을에는 사람하나 돌아다니지 않았다. 심지어 길거리 고양이와 개들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인간의 문명 자체가 멈춰버린 것 같았다. 이런 인간의 문명뿐만이 아니라 지구의 모든 것이 멈춰진 상태였다.
모든 사람들이 집안에 있었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그저 멈춰버린 상태에서 그저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 야생의 산들과 들판들에도 야생동물들이 이런 사람과 똑같이 움직임 없이 있었다.
사람과 동물들까지 모두 먹지도 싸지도 자지도 않은 상태에서 있을 뿐이었다.
부산. 대한민국의 2번째 수도라고 불릴 정도로 발전한 도시상공 위로 빛으로 이루어진 지름만 500m에 이르는 둥근 빛의 구체가 내려섰다.
구구구...!!
빛의 구 안에서 빛으로 이루어진 촉수와 같은 것들이 내려왔다. 그 수만 해도 수천여개였는데, 어느새 부산시내 곳곳을 향해 뻗어간 촉수들은 그대로 집안에 가만히 있는 모든 사람들을 휘감아 빛을 냈다.
우웅! 웅웅! 빛이 강해질수록 촉수에 휘감긴 사람들의 육신들은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있는 거라고는 그들이 입었던 옷들뿐. 그렇게 옷만을 남기고 사라진 촉수는 또 다른 사람을 노리고 옆집으로 스며들어가기 시작했다.
비단 빛의 축수들은 사람만 노리고 있지 않았다. 엎드려 가만있는 길거리 고양이와 개들까지 가리지 않고 촉수로 휘감아 가루로 만들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빛의 구체는 현재 사람과 동물들의 생체에너지를 채취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생체에너지를 채취하는 현상은 부산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마치 가축을 수확하듯 사람과 동물들이 가진 모든 생체에너지를 수확한 빛의 구체들이 그대로 줄지어 한곳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들이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이름 모를 무인도에는 서너 개의 빛의 구체가 촉수를 내리며 모아온 모든 생체에너지를 한곳을 향해 주입하고 있었다. 상당히 넓은 공터에 깨끗하고 투명한 사람 크기만 한 크리스털이 허공을 부유하고 있었다.
빛의 구체가 빛의 촉수를 이용해 주입하는 모든 생체에너지들을 이 투명한 크리스털로 주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수확할 수 있는 생체에너지가 얼마 남았지?-
-90% 공정률을 보여주고 있다. 이대로 하루만 지난다면 지구상 모든 인간의 생체에너지를 채취할 수 있을 거다.-
-곧 완료되겠군.-
그들의 빛으로 이루어진 신들이었다. 모두가 크리스털로 향해 있었다. 크리스털 안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는 벌거벗은 여인 한명이 두 눈을 감은 채 잠들어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무척이나 익숙한 얼굴이었다. 한수아 그녀였다. 신우에게 기억을 봉인당한 채 헤어졌던 그녀가 이곳에 신들에게 시선을 받으며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신들은 한수아를 신우를 막을 최후의 카드로 사용하려고 하고 있었다. 이미 신우의 모든 걸 지켜보았던 신들이기에 신우가 그녀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그녀를 꼭두각시로 만들어 신우를 막을 계획을 세워두었던 것이다.
현재 그녀는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체의 생체에너지를 주입받아 강제로 개조당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미 정신까지 개조당한 그녀는 완전히 신들이 꼭두각시로서 그들이 명령을 따르게 될 터였다.
-이제 막 귀환자라고 불리는 그들이 이곳으로 도착했다.-
-어리둥절해하고 있겠군.-
-일부가 수확기를 공격하는 일이 있었지만 금방 제압되었다. 그들은 우리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
-모든 귀환자들을 한 장소로 모아 초월존재로 만들 계획을 실행하겠다.-
-최후의 몇 명만 남아 초월적 존재로 재탄생 하겠군.-
-몰아넣을 공간에 시간가속을 사용했으니 금방 완성될 거다.-
계획했던 모든 상황이 척척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 신들이었다. 이제 3일 정도만 지나면 그들이 계획한 모든 계획들 완료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이런 그들을 향해 또 다른 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뭔가 다급함에 서린 기색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신들을 향해 알아낸 사실을 말했다.
-큰일이다.-
-무슨 일이기에 큰일이라는 거지?-
-그가 아크를 직접 만났다.-
-아크를 직접?!-
-그가 직접 움직이다니 어떻게 된 일이지?!-
-어째서 그가?!-
모든 신들이 불안정하게 빛을 내며 말하고 있었다. 신들은 그가 직접 움직일 줄 몰랐다. 그동안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기에 전혀 직접 움직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쨌든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신들은 조급증을 느끼며 계획의 실행을 좀 더 앞당길 필요가 있다는 판단들을 내렸다.
-서둘러 계획을 완료해야한다.-
-지금 즉시 모든 귀환자를 준비된 공간으로 이동시키겠다.-
-생체에너지의 수확을 더욱 빠르게 진행하겠다.-
모든 신들은 느긋했던 마음을 지우고는 계획을 빨리 실행할 준비를 했다. 모든 준비가 끝이 나면 곧장 아크를 찾아갈 생각인 신들이었다.
그렇게 생각지 못한 기하의 등장으로 신들은 더욱더 빨리 신우를 향해 모습을 드러낼 계획을 실행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세요. 라고 밖에는 할말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