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87 지구를 찾아서 =========================
생명체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환경으로 가득한 차갑고 어두운 우주의 공간 속에서 조용히 두 눈을 감고 떠있는 신우의 모습이 보였다. 신우는 아무런 미동조차 없어 보였다. 그저 천천히 유유히 진공의 공간 속으로 움직일 뿐이었다.
얼마나 흘러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빠르게 시간이 지나갔을까. 그렇게 미동도 없던 신우의 눈가에서 변화가 일었다. 조금씩 눈가가 꿈틀거리면서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천천히 눈이 떠지며 붉은빛으로 가득한 눈동자가 들어났다.
꿈틀꿈틀. 잠시 현재의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 이리저리 눈동자를 움직여보던 신우는 곧바로 현실을 인식하게 되면서 자신이 있는 곳이 우주공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급히 숨을 참았다. 하지만 이내 전혀 숨을 쉬지 않는 상황에서도 전혀 문제없이 생각은 물론이고 몸도 불편함 없이 움직여진다는 사실에 어리둥절해야 했다.
뭐지? 어째서 내가 우주공간에서 멀쩡한 거지? 그리고 왜 난 이곳에 난 있고? 그러고 보니..?
현재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 생각을 하던 순간 마지막 기억을 떠올랐다.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진 신우였다. 신예.. 사랑스럽고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던 딸. 이런 딸이 스스로 희생해서 자신을 구한 것이다.
구하지 못했어. 지켜줄 거라고 다짐 했었는데.. 결국 난 말뿐인 거였어.. 신예야. 미안하다. 이 못난 아빠를 절대 용서하지 마라.
꽉! 주먹을 떨릴 정도로 강하게 움켜쥔 신우는 몸에서는 순간 광폭하고 강렬한 기운이 일어났다. 순간 주변 우주공간 전체는 파직!!! 파지직!!! 파지지직!!! 거리는 전격들로 가득차게 되었다.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힘이다. 만약 이 정도 기운을 그대로 투사하게 된다면 행성 하나쯤은 그대로 지워지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면서 자신을 위해서 희생해 사라진 딸을 그리워하는 그때 갑자기 예린이가 생각났다. 고개를 번쩍 든 신우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없다! 어디에도 예린이의 모습이 없었다. 그런!? 신우는 딸 신예가 없어진 와중에 예린이까지 사라졌다는 사실에 덜컥 겁이 났다.
혹시 잘못된 건 아니겠지? 그러고 보면 자신이 왜 이런 우주공간에 혼자 있는 거지?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별들의 세계 속에서 신우는 자신의 현재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야 했다. 제기랄! 어째서?! 그렇게 어렵게 만났던 예린이를 또 다시 잊어버리다니! 대체 내게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신우는 희생된 딸 신예를 이어 예린이까지 다시 잃어버렸다는 사실에 크나큰 절망감이 피어올랐다. 그렇게 절망감에 가득 차 있던 신우는 내심 한편으로 예린이는 꼭 괜찮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타노의 본체인 렉시안을 착용하고 있던 상태였기에 절대 죽지 않았을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스스로 위안을 얻던 신우는 울컥한 마음이 들면서 이런 상황이 되어버린 자신의 운명을 저주했다.
자신은 행복하면 안 되나?! 왜 내게 자꾸 이런 아픔을 주는 거지? 너무도 불행한 자신의 삶에 신우는 신물이 올라올 것만 같았다.
신우는 자신의 몸속에서 마치 광활한 우주라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깊고 넓은 힘을 느꼈다. 광대하다고 할 엄청난 힘. 모든 것을 부술 수 있는 힘. 누구나 바라는 큰 힘이었다. 하지만 신우는 이런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 보다 자신의 처지가 싫을 뿐이었다.
결국 난 행복할 수 없는 걸까?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난 혼자여야만 하는 걸까?
자꾸만 마지막 순간 딸 신예의 모습이 그려졌다. 육신이 투명해진 상태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신예의 눈빛은 너무도 슬프면서도 빛나 보였다.
꽃.. 보러 가볼걸. 딸이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부탁했던 건 고작 꽃을 보러 가고 싶다는 거였다. 그냥 가버릴걸. 나중에 지구에 가서 보여줘도 된다는 생각에 가지 않았던 자신의 선택이 참으로 원망스럽다.
고작..그 짧은 시간 세상을 보려고 태어났다니. 너무도 짧게 산 인생이었다. 신우는 딸 신예가 너무도 불쌍하고 안타까웠다. 어느새 많은 눈물이 눈에서 흘러내렸다. 이런 눈물은 곧 진공의 우주공간속에서 방울을 이루며 우주공간을 떠다녔다.
그렇게 딸을 그리워하며 울던 신우의 눈빛이 어느새 잔뜩 화가 난 눈빛으로 바뀌었다.
신우의 마음은 신들에 대한 분노로 가득했다. 결국 이런 자신의 불행은 신들로 인한 것이다.
딸에게 희생을 강요하게 만들어버린 신들을 죽이자. 모든 신들을 죽여서 없애버리자. 모든 원흉인 신들을 다 죽인다면 죽은 신예에 대한 위로가 될 거라 생각한 신우였다.
그렇게 분노에 찬 생각하던 신우는 내심 타노의 부재가 안타까웠다. 신들을 죽일 마음을 먹었지만 정작 신들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찾아가야 할지 몰던 것이다. 타노가 곁에 있었다면 이런 자신의 질문을 답해주었을 거였다. 특히 예린이가 있는 곳을 금방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구? 그래 지구다! 신우는 순간 지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지구로 돌아가면 예린이가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컸다. 지구로 돌아갔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신우는 신들보다 먼저 지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정작 신우는 어떻게 지구로 돌아가고 어떻게 신들을 찾을지 몰랐다. 그저 가지고 있는 거라고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뿐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방법을 찾을 수 없어 방황하고 있는 그때. 감각에 잡히는 뭔가가 있었다.
이건? 갑자기 뭔가 느껴졌다. 보이지 않는 그것은 자신을 살펴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만들었다. 신우는 즉시 느껴지는 곳을 향해 빠르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신우의 손에서 뭔가 빨려 들어왔다.
반항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건 찰나였을 뿐 제대로 대항도 못하고 신우의 손안에 들어왔다.
신우는 손아귀에 잡힌 무언가를 보았다. 전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투명한 생명체 마냥 손안에서 보이지 않는 그것이 빠져 나가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는 상태였다. 신우는 이런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조금 호기심이 들었지만 이내 이딴 걸 신경쓰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주먹을 쥐면서 그것을 터트려 없애 버렸다.
팍! 우주공간이라 아무것도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지만 뭔가 투명한 액체가 신우의 손을 타고 우주공간을 날아다니는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에 손을 턴 신우는 그대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무작정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장 지구를 찾기 위해서는 무작정 움직이는 것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우주공간에서의 신우의 움직임은 빨랐다. 마치 누군가 빠르게 잡아당기는 것 마냥 앞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새 신우의 육신이 내는 속도는 빛의 속도를 넘어섰다. 어느새 더욱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곧 초광속에 들어섰다.
파앗! 늘어지듯 신우가 사라진 공간에는 어느새 푸른 오로라가 우주공간에 퍼져나가는 모습이 되었다.
신우의 시야로는 별들이 길게 늘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신우는 이런 별들의 모습을 보면서 찾을 길 없는 예린이가 있을 거라 생각한 지구를 찾기 위해 무작정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빛의 공간.
신들이 모여 있는 빛의 공간 속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침묵으로 가득해 있었다. 모든 신들이 허공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본래는 허공에 떠있는 투명한 구체 속에서 신우의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신우에 의해 감시자의 눈이라고 불리는 우주에서도 희귀한 특수한 생명체가 죽게 되면서 더 이상 그런 신우의 모습을 살펴보지 못해야 했던 것이다.
그렇게 모든 신들이 침묵하는 그때 예의 중앙에 자리한 빛의 형체를 한 신이 조용히 남은 신들을 향해 의사를 전달했다.
-결국 오랜 시간동안 우리들이 세웠던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이런 의사전달에 조용히 허공을 응시하고 있던 남은 수천의 신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가 모든 걸 예측하고 우리가 계획했던 중심을 완전히 망쳐버린 거다.-
-우리가 그에게서 놀아난 거군.-
-애초에 그동안 그가 조용했던 건 이를 위해서였던 걸로 생각된다.-
-이제 아크는 우리의 손아귀에서 완전히 벗어나 버렸다. 특히 신들에 대한 분노는 크다.-
-우리들을 어떡해서든 찾아내어 제거하려고 하려 들겠지.-
-이제는 그가 아니라 아크를 제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크를 제거할 방법은 없다. 아크의 육신은 절대적이다. 전차원계에 존재하는 모든 공격이 통하질 않을 거다. 심지어 우리들의 힘조차 아크에게 통하지 않을 거다.-
-가장 위험한 것은 아크가 본격적으로 먹이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아크의 가장 큰 힘은 어떤 힘도 잡아먹어서 흡수할 수 있다는 거다. 확실히 그 힘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질게 분명하다.-
-우리가 전차원계에서 가장 위험한 맹수를 봉인에서 풀어준 겪이로군-
-애초에 아크를 봉인에서 꺼낸 우리의 선택이 잘못된 것인가?-
-그럴지도 모르지. 우리가 우리의 능력을 너무 과신했던 것일지 모르지.-
마지막 한 신의 말에 모든 신들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상태로 다시 침묵했다. 이런 신들의 모습에 중앙에 선 신이 이런 신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현재 아크를 막을 가장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의 여자를 앞세우는 것이다.-
이런 의사에 모든 신들이 고개를 저었다. 맞는 방법이다. 아크가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존재가 아크의 여자였으니까.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크의 여자는 찾을 수 없다. 갑자기 사라졌다. 찾으려 해도 마치 세상에서 단절된 장소에 있는 것인지 도저히 위치를 찾을 수 없었다.
-아크의 여자를 꼭 찾아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아크의 폭주를 막을 방법은 없다.-
-지금 당장 그 여자의 위치를 찾을 수 없다. 마치 모든 세상에서 사라진 것 같다.-
-분명 타의에 의해서 이동된 거다. 그게 아니라면 지워질 세상에서 갑자기 먼저 사라질 이유는 없으니까.-
-또 다시 그인가?-
-그럴 가능성이 크다. 우린 결국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게 무엇이든지 서둘러 이루어져야 한다.-
모든 신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어서 아크를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의사들이 전달되는 가운데, 여려가지 방법들이 나왔다.
1.아크로 인해 뒤로 미뤄졌던 전혀 새로운 봉인된 존재를 탄생시켜 아크를 막는다.
2.지구의 귀환자들 가운데, 최상위의 인간을 모두 초월적 존재들로 만들어 아크를 막아낸다.
3.전차원계에 존재하는 강자들을 최대한 많은 수를 강제 소환해서 아크를 막아낸다.
4.아크를 다시 봉인시킬 방법을 찾아내어 아크를 봉인할 시도를 한다.
5.현재 남아있는 모든 신들이 직접 나서서 모든 방법들과 함께 아크를 막아 낸다.
이런 방법들 가운데는 모두 아크를 제거하는 게 아닌 막아낸다거나 봉인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신들은 아크를 죽일 존재는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 모든 방법들을 사용한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당장 할 수 있는 방법은 이런 방법들 뿐.-
-우리들은 최선을 다해서 아크를 막아야 한다.-
-당장 움직여야 한다. 우리들에겐 이제 시간이 없다.-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서 아크를 막는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런 결정을 내린 신들은 시간이 없다는 사실에 서둘러 실행에 옮기려 했다. 하지만 그때 이제까지 조용히 지켜보던 중앙에 선 신이 이런 신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아크를 막아낼 방법이 하나 생각났다.-
갑작스러운 이런 신의 말에 모든 신들이 이동하려던 행동을 멈추었다. 이제까지 나왔던 방법들 말고는 없다. 그런데 방법이 있다니? 무슨 방법이란 말이지? 모든 신들이 그렇게 생각하며 중앙에 선 신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이런 시선을 받은 신은 곧 자신이 생각해낸 방법을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한 방법은.....-
생각한 방법을 말하기 시작하였고, 점점 이야기를 들을수록 신들에게서 긍정의 기색이 영력하기 시작했다. 중앙에 선 신의 의견은 충분히 가능성이 큰 방법이었다. 모든 신들이 고개들을 끄덕이며 말했다.
-충분히 가능성이 큰 방법이다-
-그 방법이라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훌륭한 방법이다. 그런 방법이라니-
-어쩌면 아크를 막을 뿐더러 그를 제거하는 것에 동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방금 전 방법은 없던 것으로 하고 그 방법을 실행하기로 하지.-
모든 신들이 찬성했다. 이런 자신의 의견을 찬성하는 신들의 모습에 중앙에 선 신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다시 바뀐 방법을 모든 신들이 찬성했고, 모든 신들이 즉시 실행을 위해 빛과 함께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빛으로 이루어진 공간은 중앙에 선 신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그렇게 조용히 혼자 서있던 신은 이내 누군가를 떠올렸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너에게서 당했던 모든 수모를 갚아줄 거다. 장. 기. 하-
이제까지 아무런 감정을 내비치지 않았던 모습과 전혀 다르게 크게 분노하고 있는 신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분노하던 신은 곧 빛과 함께 사라졌다. 어느새 빛의 공간은 아무런 신도 존재하지 않은 조용히 빛으로 이루어진 세상이 되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