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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다-153화 (153/364)

00153 판타지 =========================

리베르 제국.

대륙의 절반이라는 광대한 영토를 보유한 인간족종 최고의 국가. 광대한 영토만큼이나 막대한 자원부국이었고, 광대한 대평원지대들을 끼고 있어 막대한 양의 식량수급이 가능하였다. 그로 인해서 인구수가 억 단위를 넘어가는 국가였다. 이런 많은 인구만큼이나 강대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언제나 정규군 50만이란 숫자의 대군을 상시 유지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제국은 노예제도를 인정하고 있었다. 제국 전체 인구를 70%가 노예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노예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실지로 모든 건 노예로부터 유지되고 노예부터 끝난다고 말할 정도로 제국은 많은 노예가 존재했다.

그랬기에 노예가 없다면 제국은 국가 시스템이 끝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당연히 제국은 언제나 노예들이 반란을 일으키려는 움직임만 보여도 철저히 처리해 왔다. 그리고 노예들의 해방을 외치는 학자들 또한 아무도 모르게 즉각 제거하는 행동을 보였다.

이런 리베르 제국은 귀족들이 영지라는 자신들만의 자치구를 운영하여 국가를 유지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런 만큼이나 귀족들의 힘은 강할 수밖에 없었다. 천년이라는 유구한 세월을 유지해온 리베르 제국만큼 언제나 귀족들의 힘이 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당연히 이런 귀족들의 힘에 황제는 언제나 귀족들의 힘을 견제해 왔어야 했다. 황권을 강화하고 귀족들의 힘을 줄이는 정책을 언제나 실행해 왔어야 했다. 실패할 때도 많았지만 성공할 때도 있었다. 결국 많은 황제들의 노력 끝에 어느 정도 황권을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

상당히 강화된 황권이었고, 리베르 제국은 어느새 강력한 황제의 통치아래 전성기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권력이 황제에게 모이게 됨으로서 빠르게 발전할 수 있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던 순간 전 황제의 갑작스럽게 사망과 함께 새롭게 황제에 오르게 된 도른 디 리베르 2황자가 황제가 되고나서부터는 리베르 제국은 나라꼴이 말이 아니게 되기 시작한 것이다.

본래는 황태자가 황제의 자리에 올라야 했다. 하지만 황제와 같이 황태자 또한 갑작스럽게 사망했던 것이다. 그로 인해서 황위서열 2위인 도른 황자가 황제에 오르게 된 것이다.

모든 이들이 조심히 도른 황제를 의심했다. 전 황제와 황태자가 갑작스럽게 죽은 게 의문이었던 것이다. 실지로 사람들은 도른 황제가 전황제와 황태자를 암살한 게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을 은연중 하고 있었다. 하지만 속으로 생각할 뿐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자칫 도른 황제의 화가 미칠 것 같았던 것이다.

결국 심증만 있을 뿐 증거가 없기에 도른 황제의 통치가 시작되었다.

도른 황제의 국정운영 능력은 최악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제왕학을 배우며 나라를 이끄는 교육을 배웠을 텐데도 최악의 운영만을 계속했던 것이다.

이런 국정운영능력 뿐만이 아니었다.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건 그의 강한 사치욕에도 있었다.

도른 황제는 화려한 것을 좋아했다. 대체로 금이나 보석을 좋아한 그는 언제나 화려한 금장식이나 보석들을 수집하는 취미를 가졌다. 당연히 이를 수집하는 자금은 국고에서 충당했다.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고작 자신의 수집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 쓰이게 될 국고에 손을 대다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황제의 행동을 누구도 제지하지 못했다. 누군가 충언을 올리면 그 자리에서 그를 베어 죽이는 엽기적인 살인행각을 벌였던 것이다. 강력한 황권에 황명만을 따르는 50만 황군까지 그 누구도 제대로 황제의 말을 거스르지 못했다.

이런 도른 황제는 사치욕 만큼이나 여색에도 관심이 많았다. 많은 미녀들이 그의 몸을 거쳤고, 상당히 많은 하사금이 그녀들에게 주어졌다. 당연히 국고는 빠르게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을 지경이었다.

당연히 민심은 흉흉해졌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에 모아둔 식량까지 텅텅 비게 되면서 굵어 죽는 제국민들이 속출할 지경이 되었던 것이다.

당연히 이로 인해서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당장이라도 들고 일어날 분위기였다. 이런 가운데, 귀족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점점 자신들의 영지로 피해가 오게 되면서 성토하는 분위기가 생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귀족들은 백성들이 힘들던 굶어죽던 말든 상관없었다. 오직 자신들에게 피해가 오자 불만을 터트리게 된 것이다.

오랜 시간 많은 황제들이 강화했던 황권으로 잠시 숨을 죽여 왔던 지방 귀족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에 많은 제국민들도 합세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귀족들의 생각이 어떻든 그들은 황제의 폭권에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던 것이다.

아무리 황제가 50만이라는 정규군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귀족들이 연합한다면 황군을 넘어설 군사력을 모을 수 있었다. 불과 몇 달이 안 되어 100만이 훌쩍 넘은 대군이 각 지역에서 모여들었다.

어마어마한 대군이 한 지역으로 모여든 것이다. 비록 제대로 된 무장을 갖추지 않은 병력이라고 해도 100만이라는 숫자는 충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군세였다.

이대로 수도로 진격한다면 충분히 정규군을 무너트리고 도른 황제를 황제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할 수 있다는 분위기로 가득했다. 그로 인해 다들 사기충천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사기가 잔뜩 오른 상태로 수도를 향해 진격하기 시작한 100만의 귀족연합군이었고, 그대로 도른 황제의 명에 이를 막아선 50만 황군 정예병들과 마주해 격돌하려 했다.

막 두 대군이 서로 격돌하려는 전날 밤. 갑자기 중심이 되었던 모든 고위 귀족들이 암살당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런 움직임에 귀족연합군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죽은 고위 귀족들의 자식이나 젊은 귀족들이 황제가 암살이라는 치졸한 수를 섰다며 성토하며 흔들리는 대군을 진정시키며, 곧바로 황군을 향해 진격하려 했다. 하지만 이런 그들의 움직임은 또 한 번의 암살사태로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치졸한 암살을 했다며, 황제를 향한 성토를 하며 진격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고 나가려던 그들의 회의천막 입구에 갑자기 불길이 일어났다. 너무 갑작스러운 불길이었고, 그 불길은 너무도 빠르게 회의천막 전체로 퍼져나가며 불태워나갔다.

이런 불길을 끄려는 밖의 노력이 있었지만 기이할 정도로 빠르게 타오르는 불길에 의해 회의를 위해 모였던 모든 이들이 타죽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귀족연합군의 중심이 될 이들이 대다수가 죽게 될 수밖에 없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그들 말고도 각 군사를 지휘하는 장교들 까지도 갑작스럽게 사망했던 것이다. 그 누구도 어떤 이유 때문에 죽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냥 갑자기 하던 일을 하다 죽은 거였다.

이런 젊은 귀족들의 죽음과 각 군을 지휘할 장교들의 죽음은 귀족연합군에 엄청난 공황사태를 야기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 누구도 전략전술을 제대로 배운 이가 없었다. 심지어 귀족들로 인해 보급품을 지급받고 유지할 수 있었던 군대였다. 많은 귀족들의 사망으로 이를 유지할 여력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군대란 엄청난 소모성을 보이는 집단이다. 더욱이 100만이라는 대군이 소모할 양은 상상을 초월했다. 황군을 향해 진격하려던 움직임은 당연히 중지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해제될 지경에 가야 했다.

우왕좌왕해야 했고, 탈영병이 늘어나는 그 순간 귀족연합군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급속도로 무너진 귀족연합군을 황군이 들어 닥치며 공격했다. 결국 완전히 와해될 수밖에 없었던 귀족연합군이었다.

황제의 승리였다. 귀족들의 반란으로 황권은 더욱 강화되었고, 많은 귀족가문들이 무너졌다. 그들이 소유한 영지는 당연히 황제의 소유권으로 넘어올 수밖에 없었다. 이런 와중에 살아남은 귀족들은 더 이상 찍소리도 못하고 도른 황제에게 엎드려야 했다.

절대적인 황권으로 제국을 지배하게 된 도른 황제는 더욱더 강한 자신의 사치욕을 위해 금장식품들과 보석들을 모았다. 그리고 매일매일 화려한 파티를 열어 자신의 심과 권위를 과시했다.

국고는 바닥이었고, 이를 충당하기 위한 과도한 세금이 걷어졌다. 제국민들의 원성은 날로 커져갈 수밖에 없었지만 황제의 힘은 강했다. 반항은 곧 사형이었다. 결국 힘들어도 살기 위해서는 참을 수밖에 없는 게 그들이었다.

* * *

리베로 제국의 수도 벤.

수도 벤의 중앙에 자리한 화려한 황궁의 모습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황궁 한쪽에 화려한 정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정원사들이 가꾼 정갈한 정원수들이 간격에 맞춰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었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들이 다양한 모습들로 만개해 있었다.

참으로 아름답다고 말할 황궁정원의 모습이었다.

이런 황궁정원으로부터 까르르~ 거리는 여성들의 웃음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이런 웃음소리 뒤에 하하하! 거리는 젊은 남성의 웃음소리도 함께 포함되어 있었다.

“폐하. 이 꽃 좀 보시어요. 너무도 아름답사옵니다.”

보라색과 하늘색이 뒤섞인 꽃의 모습을 보고 말하는 여성의 외모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외모와 함께 입고 있는 드레스도 아름다웠는데, 새하얀 어깨와 가슴이 들어난 새하얀 드레스는 남자의 성욕을 자극하게 할 모습이었다.

“오, 비앙카. 너만큼이나 아름답구나.”

“어머. 폐하도 참.”

얼굴까지 붉히며 부끄럽다며 볼에 두 손을 대는 바앙카라는 여성의 모습이다. 이런 그녀의 모습에 도른 황제는 껄껄껄~ 웃음을 터트리며 그녀의 허리에 손을 가져가며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깊숙이 끌어오게 만들었다.

“비앙카야. 오늘 참 아름답구나. 오늘 침소에는 네가 들어오려무나.”

“어머!? 정말요. 아이 좋아라~”

얼굴을 붉히며 말하는 비앙카라는 여성의 모습에 성욕이 동한 도른 황제의 남은 손이 절로 그녀의 가슴으로 향해 있었다.

어느새 그녀의 가슴 속으로 들어선 도른 황제의 손길이었고, 이에 아흣~ 거리는 신음성을 터트리는 그녀였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허리를 끌어 앉고 있던 도른 황제의 손은 어느새 그녀의 드레스 치마를 살며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순간 늘씬하고 새하얀 다리가 그대로 들어났다.

이런 그녀의 모습을 그녀 못지않게 아름다운 여성들이 질투어린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그녀들은 이에 질 수 없다는 듯 도른 황제에게 다가가 살포시 도른 황제의 몸에 머리들을 기대며 아양을 떠는 모습을 보였다.

“폐하. 저는요?”

“저도 폐하의 멋지고 우람한 그것을 품속에 품고 싶사와요.”

“폐하~”

“아잉~ 폐하~”

그녀들의 애교 있는 행동에 도른 황제는 강한 자극을 받아야 했다. 그래. 여러 명이면 어떻겠는가. 그런 생각을 한 도른 황제는 어느새 자신의 몸에 기댄 여인들을 모두 끌어안으며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하하핫! 그래 오늘 한번 모두와 함께 밤을 지새우자꾸나!”

이런 황제의 말에 비앙카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풀어야 했다. 그녀가 정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황제가 원하면 따라야 하는 게 그녀의 현재 신분, 결국 혼자서 황제와의 밤을 보내는 걸 포기한 그녀는 나머지 여인들과 함께 도른 황제에게 웃음을 팔았다.

“어머 폐하~ 멋져요!”

“역시 폐하시라니깐.”

“아잉~! 폐하.”

“호호호~ 오늘 폐하의 멋진 모습을 기대할게요~”

황제의 곁에서 아양을 떠는 그녀들의 모습과 연신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는 도른 황제의 웃음소리는 황궁정원을 떠라가라 그치지 않고 있었다. 황궁정원 근처로는 현재 황실소속 근위기사들인 자리를 잡고 지키고서 있는 모습인데, 다들 입을 다문 채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순간 저벅저벅. 발걸음 소리가 주변을 울렸다. 이런 소리에 잔뜩 경계의 눈초리로 바뀐 근위기사들은 발걸음의 주인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그러다 이내 눈길을 다시 정면으로 향했다. 발걸음의 주인이 누군지 알아차렸던 것이다.

발걸음을 주인은 검은 로브를 둘러쓰고 있었다. 그리고 후드를 둘러쓴 얼굴에는 검은가면을 쓰고 있었다.

검은가면의 사내. 즉 예린이를 납치했던 그가 지금 이곳 황궁정원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어느새 황제와 여인들이 있는 곳까지 발걸음을 옮기는데, 누구 하나 이를 막아서는 이가 없었다.

당연했다. 도른 황제가 가장 가까이 두고 있는 게 그였다. 다들 그가 어떤 자이고 누군지도 알 수 없지만 그가 말을 하면 황제는 언제나 들어준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실질적으로 제국의 실세가 그라는 걸 사람들은 은연중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어느새 바로 앞까지 다가간 검은가면의 사내였고, 이런 그의 모습을 발견한 도른 황제의 표정이 일순간 변했다. 품에 않았던 비앙카라는 여인을 때어내고 옆에 있는 여인들까지도 때어냈다. 이런 황제의 태도에 그녀는 익숙한 일이라는 듯 떨어져 일어나기 시작했다.

검은가면의 사내를 힐끗 보던 그녀들이 어느새 부채를 살랑거리며 도도한 걸음으로 황제에게서 멀어졌다. 그리고 이런 그녀들의 움직임에 맞추어 황궁정원 곳곳에 자리한 근위기사들과 여러가지 잡일을 하던 시종들까지 어느새 황궁정원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황제와 검은가면의 사내가 독대하는 순간 그 누구도 가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황궁의 불문율이 있었다. 그랬기에 모두 물러난 것이다.

어느새 정적에 가득한 황궁정원이었고, 순간 도른 황제의 입이 열렸다.

“무슨 일로 이곳에 발걸음 하신 것이오?”

도저히 황제의 입에서 나왔다고 할 수 없는 무척이나 정중함이 서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런 말투를 본다면 황제는 검은가면 사내를 무척이나 어려워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어쨌든 황제의 말에 아무런 말이 없는 검은가면 사내였고, 이런 모습에 조급증이 생긴 도른 황제가 다시 말을 했다.

“그대가 찾으라는 흑발의 여자는 지금 찾고 있는 중이오. 그대가 전에 말한 대로 혹 모습이 변할 수 있다는 가정에 이곳 황궁으로 전국에 임신한 모든 여자를 모으려고 하고 있는 중이오. 분명 그 중 한명이 그대가 찾은 흑발의 여자가 있을 것이오.”

이런 도른 황제의 말에 검은가면의 사내는 잠시 더 침묵을 유지하다 말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만하셔도 되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그만 두라니? 그대가 내게 부탁한 것이 아니오? 지금 와서 왜?”

도른 황제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 되었다. 이런 그를 향해 검은가면 사내는 슬며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거든요.”

“거참. 그대가 그렇게 말한다면 알겠소. 당장 그만두리다.”

“폐하. 저희가 만난 게 언제였는지 아시겠습니까?”

“아마 10년은 되지 않을까 싶은데.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시오?”

도른 황제는 영문을 몰랐다. 그러고 보면 평소에 보이던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았다. 뭔가 작별을 고하는 듯한 분위기랄까? 비록 국정을 운영하는 능력이 없고, 사치만 부리는 황제지만 눈치 하나만큼은 있었다.

그때 도른 황제를 난감해 하는 말들이 검음 가면 사내에게서 흘러나왔다.

“제가 폐하를 황제로 만들어 들였지요. 폐하의 아비인 전 황제를 제 손으로 없애고. 다음 황위계승자인 황태자 또한 제가 죽였지요. 그리고 반란을 일으킨 귀족들과 군을 지휘할 장교들까지도 제가 모두 다 죽여 없앴습니다. 이로 인해 폐하께서는 그동안 편히 제국을 다스릴 수 있게 되었지요.”

“가. 갑자기 그런 말을 왜 꺼내는 것이오.”

당황함과 함께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인데, 혹시 누군가 들었을까? 싶어서 질겁한 얼굴이었다. 다행이 주변엔 아무도 없기에 이에 안도해야한 도른 황제였다. 그리고 이내 살짝 화가 난 목소리로 검은가면 사내에게 말했다.

“지금 뭐하자는 거요?! 이일은 절대 입 밖에 내지 않기로 약속하지 하지 않았소!”

“후후후.. 부질없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그 황제라는 자리가?”

전혀 의미를 알 수 없다는 얼굴이 되어버린 도른 황제였다. 이런 그를 향해 검은가면 사내가 살짝 고개를 숙이는 행동을 보이며 말했다.

“이제 더 이상 저를 보시는 일은 없을 겁니다.”

“볼 수 없다니? 혹 어딜 떠나시오?”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요.”

“갑자기 그런 말을 하니 내가 당혹스럽구려. 왜 떠나겠다는 것이오?”

이런 도른 황제의 물음에 검은가면의 사내는 어느새 고개를 들어 황제와 얼굴을 마주했다.

“폐하. 그간 정을 생각해서 이것 한마디는 해드리겠습니다. 이제 이 제국은 이계인들의 공격을 받을 것입니다. 즉 제국이 멸하게 될 것이라는 거지요.”

“그. 무슨 망발이오! 제국이 멸하다니!? 아무리 그대라지만 어찌 그런 끔찍한 말을 할 수 있는 것이오!”

도른 황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런 그의 고함소리에 멀리 떨어져 있던 근위기사들은 잔뜩 긴장한 얼굴이 되었다. 이제껏 황제를 보필하면서 검은가면 사내에게 고함을 지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순간 그들은 뭔가 사이가 틀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면서 잔뜩 긴장해야 했다. 혹시나 황제를 공격하면 어쩌나? 하는 경계심이 든 것이다.

한편 검은가면 사내는 화를 내는 황제의 모습에 그저 자신의 할 말만 하는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저는 이만 물러나야겠습니다. 그리고 신들의 장난질에서 부디 살아남으시길 빌겠습니다. 그럼.”

무슨? 황제가 이해를 할 수 없는 눈빛을 보이는 순간 스르륵. 연기와 같이 사라지는 검은가면 사내의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에 도른 황제는 복잡한 표정을 해야 했다.

모든 건 갑작스러웠다. 언제나 자신의 뒤를 봐줄 거라고 생각했던 그가 사라졌다고 생각이 들자 갑자기 강한 불안감이 생겼다.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면, 막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쿠우우웅-!!!

순간 갑자기 멀리서 큰 폭발음이 울렸다. 황궁이 뒤흔들릴 정도로 큰 폭발이었다. 이런 폭발에 도른 황제는 당황한 얼굴을 하며 몸을 추슬러야 했는데, 이런 그를 향해 다급히 근위기사들이 다가와 황제인 그를 보호했다.

“폐하! 괜찮으십니까?”

“괘. 괜찮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더냐?”

“성벽 쪽이옵니다. 성벽에서 큰 폭발이 일어난 게 분명하옵니다!”

그렇게 말하는 근위기사의 시선은 저 멀리 수도를 감싸는 성벽을 향해 있었다. 도른 황제 또한 그곳을 향해 시선을 주는데, 거대한 흙먼지들이 하늘 높이 치솟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소제목 정하기가 쉽지 않네요. 그냥 판타지와 같은 세상이라 판타지라고 정했습니다. 아마도 이곳에 빠져 나갈 동안은 계속 이 소제목으로 계속 쓸생각이예요. 아무튼 다들 재밌게들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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