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4 충돌 =========================
탈칵. 쟁반을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된장찌개를 해봤어요. 먹어봐요.”
“그러지.”
언제 나와 같은 신우의 무뚝뚝한 말투에 수아는 살짝 실망감이 들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으며 애써 웃는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맛있게 드세요. 저 가볼게요.”
그렇게 말하며 방을 나서는 수아의 모습이다. 이런 그녀의 뒷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는 신우의 시선이었는데, 그렇게 그녀가 나가자 신우는 쟁반 안에 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순간 이런 신우에게 타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도 참 여자의 마음 모른다. 그냥 팍! 받아주면 좋잖아.-
“시끄러 밥 먹잖아. 조용히 해.”
-알았어.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조용히 있을게.-
이런 타노의 말에 순간 신우의 이마에 핏줄이 섰다. 뭔가 상당히 기분 나쁜 말이었다. 그럼 내가 개라는 말? 어느새 수저를 들었던 손을 내려놓은 신우는 상당히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점점 기어오른다?”
이런 신우의 말에 진지함의 느꼈을까. 타노는 순간 얼른 꼬리를 말았다. 이 종잡을 수 없는 놈이 화를 내면 어떻게 될지 몰랐기에 얼른 잘못을 시인해야 했던 것이다.
-잘못했어!-
“음.”
바로 꼬리를 말고 잘못했다고 말하는 행동에 신우는 할 말을 잃었다. 이놈 확실히 여우다. 생각 같아서는 그대로 인벤토리 안으로 처넣어버리고 싶었지만 최초의 생명체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놈이 꼭 필요했다.
결국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고 타노에게 경고만 한 신우였다.
“다음에도 이런 일이 있으면 그대로 인벤토리 안에 넣어놓고 그대로 놔둘 테니 그렇게 알아.”
이런 신우의 말에 타노는 그저 찍소리도 못하고 입을 다물어야 했다. 내심 인벤토리 안에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지겹고 무서웠던 것이다. 그렇게 타노가 입을 다물자 신우는 그대로 다시 수저를 들어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밥을 다 먹고 있었을까, 머릿속에 각인 메시지가 떠올랐다.
[1명이 죽었습니다. 앞으로 888명이 남았습니다]
“888명이라. 많이도 줄었군.”
이정도 수가 남았다는 말은 이제 슬슬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말이었다. 사실 지난 시간동안 신우는 단 한 번도 최초의 생명체와 마주치지 못한 상태였다. 어떻게 된 게 놈들을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사람들만 주구장창 마주쳤던 것이다.
그래서 현재 신우의 수중에 있는 코인은 87만 3250코인. 즉 7만 6000코인만을 벌여들였다는 말이었다. 상대적으로는 상당히 많은 코인이 벌어들인 것 같지만 신우에게는 전혀 아니었다.
신우는 어느새 먹던 밥을 다 먹었고, 곧 방을 나섰다. 한동안 보이지 않는 모습에 벌써 이틀이나 방안에만 있었더니 바깥 공기를 마시고 싶었던 것이다.
갑판 위에 올라선 신우였다. 그리고 갑판 위는 상당히 조용했다. 십수 일 전 신우의 손에 죽은 십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은 상태라 조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비론호는 여전히 바다를 향해하는 중이었다. 40여 일 동안 향해하였지만 어디 한 군데, 부서진 곳 없이 상당히 양호한 편이었다. 이런 모습을 본다면 신우가 얼마나 아비론호를 애지중지하였는지 확실히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바닷바람을 맞으며 주변을 둘러보던 신우는 내심 자신에게 매일 음식을 차려서 가져오는 수아란 여자에 대해서 생각에 빠졌다.
그동안 자신에게 해왔던 행동을 생각한다면, 신우가 참 좋은 여자다.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수아의 노력이 완전히 헛짓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런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는 없는 신우였다.
“내가 무슨 하렘에 대한 환상을 가진 것도 아니고..”
오직 한 여자만을 받아들일 마음의 공간만 있었기에 수아를 받아들일 수 없는 신우였다.
“어디에 있는 거냐? 넌”
예린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웃는 모습, 우는 모습, 기뻐하는 모습등. 다양한 모습들이 떠올랐다. 신우는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예린이에 대한 마음만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녀와 격정적인 키스를 나누고 싶었다. 그녀의 품 안에서 편안히 잠들고 싶었다.
전이라면 이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이혜미 그년이 죽고 나서였다. 뭔가 막혔던 감정이 터지면서 물밀듯이 미칠 듯이 사랑이라는 감정이 일어났던 것이다.
예린이에 대한 사랑을 생각하는 동시에 순간 분노심이 일었다.
빠드득
“검은가면..”
놈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당장이라도 놈을 찢어발기고 싶었다. 놈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예린이와 함께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화가 나는 마음에 주먹을 꽉 쥐고 있던 신우는 순간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다. 혼자서 이렇게 화를 내보았자 전혀 놈에 대한 복수를 할 수 없다는 걸 알았던 것이다.
“휴.”
그렇게 화를 가라앉히고는 이내 다시 바다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방금 전 일었던 분노심이 가라앉는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이번 3차 진화를 이룬다면, 확실히 검은가면 그놈을 죽일 수 있겠지.”
분명히 그럴 거라고 생각하며 중얼거리는 신우였는데, 순간 찰랑~ 거리며 바닷물이 물방울들이 이루며 통통 튀어 오르는 모습이 일어났다. 이런 모습을 발견한 신우의 눈빛은 빛났다.
“사냥감이군.”
일정거리 내에 있을 사냥감이 감지되면 알아서 바닷물들이 신호를 주는 것이기에 그대로 눈을 빛낸 신우다.
분신들을 만들어 아비론호를 보호하도록 만들고는 그대로 바다로 뛰어내린 신우였다. 발은 어느새 강하게 바다를 박차기 시작했고, 순간 푸확~!! 바닷물들이 솟구쳐 올랐다. 순간 신우의 육신은 빠르게 바다 위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런 물보라의 모습이었을까. 함교에서 망원경을 들고 주변을 살피던 김준수가 물보라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뭔가 또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에 즉시 아비론호 곳곳을 살폈다. 역시나 아비론호 곳곳에 서있는 신우의 분신들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아비론호를 정지시켰다.
신우가 사냥을 위해 떠났다는 걸 한 번에 알아챈 김준수였던 것이다.
그렇게 바다 위를 질주하는 신우였고, 어느새 점이 되어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 * *
남산만 하게 불러온 배를 잡으며 걸음을 옮기고 있는 건 에니란 가명을 사용하고 있는 예린이었다.
이제 애가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준비할게 많은 상황이었다. 요즘 들어 자주 거리를 걷었다. 임산부가 되어서도 자주 걸어주어야 건강하게 순산한다는 말을 어디서 주워들었던 지라 착실히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에니? 그렇게 걸어 다녀도 되는 거야?”
“어머. 벌써 그렇게 배가 불렀어?”
“얼마 남은 거야?”
“아기가 태어나면 내가 몸보신하게 고기 좀 주도록 하지. 하하핫”
시장을 걸어가던 중인지라 시장 상인들이 예린을 향해 말들을 걸어왔다. 사실 처음부터 이런 건 아니었다. 오히려 남편도 없이 오직 혼자서 임신한 상태인 예린을 경멸하듯 보았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의 시선에도 예린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일거리를 얻어 착실히 돈을 모으기 위해 일을 했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여러 가지 잡일을 도맡아 하는 이런 예린의 모습에 처음과 달리 사람들의 마음은 어느새 풀어져야 했다.
애초에 나쁜 사람은 없었다. 다들 배가 부른 상태에서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려는 예린이의 행동에 마음이 풀어져 이제는 먼저 말들을 걸고 하였던 것이다.
예린은 사람들을 향해 웃으며 인사를 하고는 그대로 현재 자신이 묵고 있는 여관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겼을까. 한쪽 벽지에 붙어 있는 그림이 보였다.
자신의 얼굴이다. 여전히 이곳의 사람들은 자신을 찾고 있었다. 검은머리라고 하면 불을 켜고 다니고 있던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예린은 슬슬 이곳을 떠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애를 낳을 생각은 전혀 없는 예린이었다. 변신 목걸이는 시간 타임이 있었다. 애를 낳을 동안 자칫 자신이 기절하여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 테니 이곳에서 애를 낳는 건 너무 위험했다.
그동안 부른 배를 부여잡고 일해서 어느 정도 돈을 모았다. 그렇게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상당한 식량을 살 수 있을 양이었다. 자신에게는 인벤토리가 있으니 거기에 식량을 보관해 놓고 아무런 인적이 없는 산속에 숨어 애를 낳을 계획이었다.
그렇게 계획을 생각하며 걷던 예린은 어느새 여관에 도착했고, 곧 여관주인 아주머니에게 꾸중을 들어야 했다.
“에니 그렇게 나다니지 말라고 했지 않니. 애가 나올 날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얼마나 위험한지 아는 거니!”
“죄송해요. 하지만 이렇게 걷는 것도 몸에 좋은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니? 그런 말은 살아생전 처음 들어본다.”
“그런 가요.. 헤헤..”
상당히 어색하게 웃는 예린이었다. 지구에서 들었던 말을 주인아주머니에게 말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요즘 소문 들었니? 조심해야겠더구나.”
갑자기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하는 아주머니의 말에 예린은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무슨 소문이기에 자신을 보고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건지 궁금증이 생겼던 것이다.
“무슨 소문이기에 그러세요?”
“그게. 내가 친한 친구에게 들은 말인데, 그 친구 아들이 황궁 수비대에 일하고 있는데, 임산부들을 잡아들일 계획들이 나오고 있다는 이상한 말들이 오고가고 있다더구나.”
“네에? 임산부들을 잡아들인다고요?”
예린이 놀란 듯 말하자 주인아주머니는 이해한다는 얼굴로 말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기는 하지. 그냥 헛소리라고 생각은 하는데, 왠지 미친 황제라면 그렇게 할 것 같구나.”
주인아주머니의 말을 들은 예린은 상당히 곤혹스러웠다. 내심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검은가면 그자의 소행이 분명했다.
내심 황궁을 간신히 빠져나왔는데, 임산부라는 이유로 다시 황궁으로 잡혀 들어가게 생겼다는 사실에 예린은 어서 세웠던 계획을 앞당겨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했다.
“저. 전 이만 올라가 볼게요.”
“그래. 어서 올라가보렴. 그 무거운 몸을 이끌고 걸어 다녔으니 힘들 만도 하겠지.”
한때 임신을 해보았기에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던 그녀였기에 얼른 예린을 올려 보내려 했다.
그렇게 계단을 타고 자신의 방으로 올라간 예린은 그대로 문을 닫고 잠그고는 그대로 침대에 걸터앉았다. 뭔가 심장이 두근두근 빠르게 뛰고 있었다.
“계획을 앞당겨야해. 최대한 빨리.”
그렇게 중얼거리는 예린의 얼굴은 상당히 조급함이 보였다.
그렇게 조금함 마음으로 생각에 빠져있었을까. 돌연 예린의 머릿속에 뭔가가 떠올랐다. 각인 메시지, 예린의 두 눈은 크게 떠질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30일 후. 이곳 세상으로 이계인들이 찾아올 것입니다. 그들은 서로 죽이고 죽이는 싸움을 할 것입니다. 그들을 최대한 막으십시오. 그리고 살아남으십시오. 이곳에 살아가는 모든 주민들은 명심하십시오. 100일 동안 그들 중 단 한 명만 살아 있을 시 이 세상은 멸망한다는 것을.]
“이. 이게 무슨..?”
예린으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계인? 누구지? 순간 이런 생각을 하던 예린은 이내 그것이 지구인을 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희망이 생겼다.
“신우..신우도 오는 거겠지?”
그렇게 희망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예린이었지만.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어쩌면 자신이 있는 곳에 신우가 오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예린은 그래도 희망을 잃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꼭. 올 거야. 신우라면 꼭..”
그렇게 중얼거리는 예린의 얼굴은 예전에 없던 희망이 엿보이고 있었다.
한편 이곳 세상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은 이런 각인 메시지에 당황하고 있는 중이었다. 특히나 신을 모시는 신관들은 더욱더 난리였다. 방금 전 그 메세지가 악마의 속삭임이라고 칭하며 이단이라고 부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인간들이 당황과 함께 의혹에 차 있는 그때 이 종족들은 이런 메시지를 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진실을 보는 눈을 가진 이 종족들이었던지라 각인 메시지가 진실이라는 걸 느꼈던 것이다.
특히 이곳 세상의 최강의 종족인 드래곤족은 더욱더 이를 쉽게 받아들였다.
수면기에 들었던 모든 드래곤들은 동시에 눈을 떴다. 이 세계의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심지어 유희를 즐기고 있던 모든 드래곤들도 위험을 감지하고는 유희를 즉시 중지하고 드래곤들의 성지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직 끝이 나지 않은 전 세상이었지만 다음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들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