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2 의문의 통신(수정) =========================
아비론호. 최하층
각종 파이프들이 복잡하게 연결되어있는 최하층 구석으로 박동수가 숨죽인 상태로 바닥에 앉아 있었다. 상당히 불안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머리까지 움켜쥔 채 자신의 서두름에 후회하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너무 서둘렀어.. 제길”
뭔가에 쓰인 것처럼 너무도 다급하게 일을 저질러 버렸다. 마음만 앞서가 버린 것이다. 박동수는 앞으로 자신의 미래가 너무도 불안했다.
“그래. 고작 그놈 한명 죽였을 뿐이잖아. 사람의 생명을 개떡같이 생각하는 그놈이 신경 쓸 리가 없어.”
혼잣말로 그렇게 말하며 스스로를 위해 위안을 해보지만 불안한 마음을 사라지지 않아야 했다. 그때 뭔가가 빠르게 다가가 박동수의 목을 움켜쥐었다.
“크읍!?”
박동수로서는 너무도 갑작스럽게 목이 움켜져야 했기에 두 눈을 부릅 떠야 했다.
“왜지?”
목을 움켜진 동시에 들린 목소리에 경악하던 박동수는 자신의 목을 움켜지고 있는 신우의 모습을 보면서 전신을 떨었다. 그렇게 몸을 떠는 박동수를 향해 신우는 다시 물었다.
“그 여자를 노린 이유가 뭐지? 너 자신의 성욕을 풀려고? 아니면 죽이려고?”
이런 신우의 말에 박동수는 그저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는 이미 이혜미의 충실한 노예였다. 그녀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 자체를 생각할 수 없었다. 오직 그녀가 무사하기만을 빌고 있을 뿐이었다.
“말을 안 한다는 말이지?”
그럼 굳이 더 들을 필요도 없이 죽여야겠다는 생각으로 손가락에 힘을 주는 신우였다. 그러자 두 눈이 튀어 나올 듯 잔뜩 얼굴에 붉어지는 박동수의 모습이었다.
-내가 말을 하게 할 수 있는데..-
이런 타노의 말소리에 신우는 손가락에 힘을 주는 걸 멈추었다. 그냥 죽여 버려도 되지만 내심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궁금증은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말을 하게 하는데?”
이런 신우의 중얼거림에 손가락에 힘이 풀려 크게 숨결을 내뱉던 박동수가 의문에 담은 시선으로 신우를 올려다보았다. 그로서는 신우가 혼잣말을 하는 게 이상했던 것이다. 이런 박동수의 시선에도 신우는 무시하고 타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래보여도 다양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있거든. 그 중에 최면마법도 있는데, 최면마법을 걸면 상대방의 의지와 상관없이 진실을 말하게 만들 수 있어. 물론 신우 네가 그에 합당한 에너지를 렉시안에 주입해야 가능한 일이지만.-
“무척 쓰임새가 많은 갑옷이네.”
의외로(?) 쓰임새가 무척 많은 갑옷이라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기운은 그대로 렉시안이라는 마도갑옷에 주입시켰다. 비록 마나와는 다르지만 상당히 흡사한 기운이었기에 그대로 렉시안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었다.
지잉!
복잡한 마법진이 렉시안의 갑옷 표면에 빛을 내는 모습이 일었다. 이런 모습에 박동수는 헉!? 놀라며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지 몰라 두려움에 가득한 시선으로 신우를 봐야 했다. 하지만 곧 눈동자가 멍한 모습으로 변해야 했다.
-됐어. 이제 뭐든 물어봐. 대답할 테니까.-
타노의 말에 신우는 진짜 된 건가? 싶은 마음으로 멍한 얼굴을 하고 있는 박동수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왜 그랬지?”
“.......”
“음? 왜 말이 없는 거지?”
자신의 질문에 전혀 대답을 하지 않는 모습에 그렇게 말하는 신우였는데, 이런 신우를 향해 장난 하냐는 듯 말하는 타노였다.
-질문을 정확히 해야지. 왜 그랬지? 라고 말하면 뭐라고 대답 하냐고. 너 바보냐?-
음. 신우는 바보냐는 타노의 말에 이놈이 점점 기어오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제대로 교육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내심 자신 스스로가 점점 바보 같아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생각만 해도 말이 안 되는 질문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바보 같다는 생각을 하던 신우는 이번엔 정확히 질문을 던졌다.
“수아란 여자를 노린 이유는 뭐지? 성욕구를 채우기 위해서였나?”
이런 신우의 질문에 멍하니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는 박동수였다.
“그녀를 죽이라고 사주를 받았습니다.”
“사주? 누가 그녀를 죽이라고 했지?”
“그건..”
우물쭈물 말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본 신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뭐든지 대답한다고 하더니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왜 말을 안 하는 거야? 그 최면마법이라는 거 완벽하지 않는 거냐?”
이런 신우의 말에 발끈한 타노다. 최면마법은 완벽했다. 다만 뭔가 작용을 하면서 대답하지 못하게 만든 게 변수가 있는 게 분명했다.
-최면마법은 완벽했어! 뭔가 대답하지 못하게 만드는 변수가 있는 모양이야. 뭔가 크게 금제가 가해진 것 같기는 한데?-
“결국 대답을 듣지 못한다는 말이군.”
역시 너따위를 믿는 게 아니었다는 뜻이 담겨 있는 이런 신우의 목소리이었기에 타노는 자존심이 상해야 했다.
-무슨 소리! 당연히 대답을 들을 수 있지. 다만 저 녀석의 뇌가 타버릴 거야.-
“방법이 있다면 굳이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굳이 놈의 뇌가 타버릴 걱정은 하지 않는 신우였다. 어차피 죽여 버릴 놈 뇌가 타든 말든 상관없었던 것이다. 이런 신우의 말에 타노는 참 잔인한 놈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대로 더욱더 강력한 최면마법을 사용했다.
-메가 마인드 컨트롤-
지잉!
렉시안의 표면에 새겨진 마법진이 더욱더 크게 빛을 밝했다. 신우는 자신의 몸에 쭉쭉 빠져나가는 기운을 것을 느꼈지만 별달리 신경 쓰지 않았다. 많다고 해도 전체를 비교하면 그다지 많다고 느껴지는 기운은 아니었던 것이다.
“크윽.. 크으으..”
박동수의 입에서는 비명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느새 두 눈이 뒤집어 지며 흰자만 보이게 되었다. 그리고 입에서는 거품이 올라오는 모습이었다.
-이제 질문해. 다만 몇 마디는 못 들을 거야-
타노의 목소리에 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대로 아까 했던 질문을 계속 했다.
“수아란 여자를 죽이라고 사주한 자는 누구지? 대답해라.”
“사주한.. 자는.. 크륵.. 이..혜..미.씨..커윽!”
박동수의 입에서 크게 비명소리가 튀어 나왔다. 어느새 전신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한편 신우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어야 했다. 이혜미라니.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이름이 놈의 입에서 나와 버린 것이다.
“이혜미라니? 대체 그년이 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년이 수아란 여자를 죽이라고 사주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그때 온몸을 떨던 박동수가 그대로 축 늘어져버렸다.
-죽었어. 뇌가 타버린 모양이야.-
이런 타노의 말에 신우는 그대로 잡고 있던 박동수의 목을 놓았다.
[1명이 죽었습니다. 앞으로 2965명이 남았습니다]
[750코인을 사살한 이로부터 얻으셨습니다.]
[상대방이 소유한 {인벤토리}안에 든 모든 물품이 이동되었습니다. 용량이 초과하지 않은 관계로 강제 확장은 없습니다.]
메시지가 들어왔지만 신우는 오직 이혜미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고민해 보는데,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이렇게 고민해 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았던 것이다. 대답은 직접 듣는 편이 이해하기가 빠를 것이었다.
그대로 이혜미가 있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신우였다. 그녀를 찾는 건 신우에게 쉬운 일이었다. 그녀의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곧장 가면 되는 것이다.
치익!
강렬한 열기가 일어남과 동시에 방을 가로막고 있던 문이 덩어리가 되어 녹아내렸다. 상당히 화려한 방의 풍경이었다. 온갖 고급스러운 가구들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아비론호 자체는 무척 커다란 크루즈선이었다. 이런 고급스러운 방이 있는 건 당연했다. 애초에 신우는 조용한 곳이 좋아 지하층에 방을 잡았을 뿐이지 원했다면 진작 이런 고급스럽고 깨끗한 방에 지냈을 것이다.
어쨌든 많은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이혜미의 모습을 보는 신우의 얼굴은 무척이나 차가 울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신우의 차가운 얼굴이었을까. 그녀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무척이나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왔구나?”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는 이혜미의 모습은 무척이나 평온했다. 이런 모습에 신우는 한발자국 걸어갔다.
“이. 이보시오. 더 이상 그녀에게 접근해 오지 마시오.”
한 남성이 신우를 막으며 말하는데, 다리를 상당히 떨고 있었다. 두려움에도 그녀를 지키겠다는 마음에서 용기를 가지고 신우의 앞을 막아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그를 용납한 신우가 아니었다. 신우의 주먹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내의 얼굴을 날려버렸다.
파각!!
한순간에 벽으로 날아가 부딪친 사내다. 잔뜩 핏물이 묻어진 벽의 모습과 함께 얼굴이 완전히 박살난 상태로 바닥으로 떨어진 사내였다. 용케도 죽지는 않았지만 일어난다고 해도 제대로 운신을 할 수 있을지가 문제였다. 이런 신우의 행동에 사람들은 잔뜩 겁을 먹은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이혜미의 주변을 물러날 모습이 아니었다.
“막으면 죽는다.”
이런 신우의 말소리에 다들 두려움에 가득한 눈빛을 하며 물러나지 않았다. 확실히 신우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그녀에 대한 마음에 더 컸던 것이다. 그녀의 사람을 홀리는 선천적 능력이 얼마나 지독한지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단 말이지.”
전혀 물러날 모습이 아닌 사람들의 모습에 신우는 손을 들어올렸다. 이런 손 위로 하나의 물방울이 모였다. 이런 물방울의 모습에 다들 흠칫 몸을 떨었다. 그러면서도 설마 죽이랴? 생각 되었다. 그동안 신우의 모습을 보고도 모르는 그들의 생각이었다.
신우가 굳이 왜 아비론호에 있는 자들을 죽이지 않았던가. 굳이 당장 죽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가져서였다. 얼마든지 죽일 기회가 있는 그들이었기에 나둔 것일 뿐이었다.
피잉!
물방울에서 순간 머리카락보다 얇은 물줄기들이 방안을 가득 퍼져나가며 이혜미를 제외한 방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머리를 꿰뚫었다. 다들 얇은 물줄기에가 머리를 꿰뚫자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별달리 이상이 없다는 사실에 이게 뭐지? 하는 얼굴들이었다. 워낙 머리카락 보다 얇은 물줄기였기에 바로 죽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물줄기들이 그대로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자 결과가 달라졌다. 그대로 사람들의 머리를 잘라버린 것이다.
일체의 비명도 없이 뇌수들이 바닥에 떨어져 내리면서 그대로 털썩. 바닥에 쓰러지는 십여 명의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신우가 살육의 그란쵸라는 놈이 공격한 모습을 보고 생각해 만든 공격법이었다. 비록 강한 자에게는 그다지 타격이 없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대량살상이 가능할 공격법이었다.
그렇게 한순간 쓰러진 사내들이었고, 이런 사내들의 모습과 함께 죽음을 알리는 메시지와 함께 코인이 들어오는 메시지들이 전해졌다. 1100 코인 11명의 사내들이 죽이고 가지게 된 코인이다. 오히려 능력자인 박동수를 죽이고 받은 코인보다 많은 코인이었다.
“어머나~ 다 죽여버렸네. 아쉬워라.”
머리가 잘려 죽은 사내들의 모습을 보는 이혜미의 얼굴은 전혀 겁을 먹은 얼굴이 아니었다. 심지어 아쉽다는 말과 달리 전혀 아쉬워하는 모습조차도 아니었다. 이런 모습을 보다면 이혜미 그녀는 참으로 정상이 아닌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내가 분명 가만히 있으라고 했을 텐데. 왜 수아란 여자를 죽이라고 사주까지 한 거지?”
이런 신우의 말에 어느새 신우의 붉은 두 눈과 마주한 이혜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짜증나서”
“짜증?”
“짜증나잖아. 신우 넌 내 껀데, 자꾸 알짱거리는 게 너무 싫었거든. 그대서 죽이라고 했어.”
하?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죽이라고 사주했다니, 어이가 없었다.
“누구 마음대로 너 거라는 거냐. 말했을 텐데. 나에게는 다른 여자가 있다고.”
“상관없어. 널 꼭 가질 테니까. 그리고 그 여자도 방해된다면 없애버릴 거야.”
눈빛이 무척이나 싸늘했다. 하지만 신우의 싸늘함 보다는 못했다. 방해가 된다면 예린이를 죽이겠다고? 지랄하고 있네.
이혜미의 멱살을 잡아버린 신우다. 하지만 이혜미는 전혀 겁을 먹은 얼굴이 아니었다. 오히려 당당한 얼굴로 오히려 신우의 손을 살포시 잡은 채 이내 자신의 볼을 신우의 손등에 문지르며 말했다.
“안 그래도 저놈들 질린 참이었어. 어때, 나하고 하자. 기분 좋게 해줄게.”
무척이나 몽환적인 목소리를 내며 말하는 이런 이혜미의 목소리는 사내의 마음을 잡아끄는 매력이 서려 있었다.
팍. 그대로 손을 뿌리친 신우였다. 이 때문에 옆으로 넘어지게 된 이혜미였다. 그런데 오히려 넘어진 상태에서 치마를 더욱 끌어올리는 행동을 했다. 새하얗고 매력적인 허벅지가 그대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꾸만 신우를 유혹하려는 이혜미였다.
이런 이혜미를 내려다보는 신우의 눈은 무척이나 차가웠다. 오히려 역겹다는 얼굴이었다. 그렇게 이혜미를 보던 신우는 이내 마음을 먹고는 입을 열었다.
“내가 널 죽이지 못 한단다는 건 인정한다. 아마도 계속 널 죽이지 못하겠지.”
“잘 아네. 호호호. 그러니까 이만 인정하고 날 받아들여.”
“말끝까지 들어. 내가 못한다는 거지 다른 사람은 아니라는 거다.”
“무슨 말이야?”
“더 이상 널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거라는 말이다. 그리고 넌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했다.”
예린이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예린이도 방해된다면 죽인다는 말을 듣고는 더 이상 그녀를 나두지 않을 결심을 하게 되었다.
“어떻게 할 건데?”
날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냐는 얼굴로 말하는 이런 이혜미의 손목을 잡고 일으켜 세운 신우였다. 이런 신우의 행동에 뭐지? 하는 얼굴을 하는 그녀였다. 이런 그녀를 끌고 그대로 방을 나서기 시작했다.
억지로 끌려가는 이혜미는 의문에 가득차야 했다. 대체 어떻게 하려는 거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걱정하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자신의 선척적인 능력을 한껏 받아들인 신우이기에 자신을 절대 죽이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새 도착한 장소는 강진수가 죽었던 큰 홀이었다. 그곳에는 여전히 죽은 강진수를 부여잡고 울고 있는 수아와 최진영의 모습이 보였다. 이런 그녀들의 근처로는 김준수와 임오식도 함께 슬픔을 나누고 있었다.
신우는 그대로 이혜미를 홀 중앙에 끌고 와서는 앞으로 밀었다. 이런 신우의 행동에 주춤거미녀 홀에 서게 된 그녀였는데, 슬퍼하던 4명은 이런 이혜민의 모습과 뒤에 선 신우의 모습을 보고는 의아한 얼굴이 되어야 했다. 신우는 이런 그들을 향해 한마디 했다.
“그년이 모든 걸 사주한 거다. 죽이고 싶었다는 군.”
다른 설명도 없이 딱 할 말만 한 신우는 그대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복수를 하려면 하도록.”
딱 그 말만 하고 그대로 홀을 나서며 나가버린 신우였다. 그랬다. 신우는 자신의 손이 아닌 복수심에 가득할 그들의 손에서 이혜미가 죽길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홀을 나가버린 신우였고, 어느새 홀에는 정적만이 가득했다.
“고. 고작 이딴 걸로 날 죽이겠다는 말이야..”
이혜미는 솔직히 당황하고 있었다. 내심 이런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설마하니 다른 사람의 손에 자신의 목숨을 맡겨버리다니! 그녀는 점점 불안한 마음이 들어야 했다.
“당신이 수아를 죽이려고 사주했다고? 대체 왜? 왜 그랬는데!?”
최진영이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런 그녀의 화가 난 고함소리에 이혜미는 손을 저으며 변명했다.
“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신우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수아가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이미 이혜미가 사주했다는 걸 인정하고 있었다. 신우가 거짓말을 할 이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수아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보아온 신우란 사내는 잔인했지만 절대 거짓을 말하는 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이혜미는 진짜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우선 빠져 나갈 생각으로 말했다.
“말 한마디로 어떻게 단정 지을 수 있겠어요. 저는 인정 못하겠으니. 가봐야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그대로 몸을 돌려 홀에서 나가려는 이혜미였다. 이런 이혜미의 모습에 죽은 강진수의 곁에서 앉아있던 최진영이 벌떡 몸을 일으켜 소리쳤다.
“거기서! 어딜 가다는 거야!”
이런 가시가 서린 최진영의 고함소리에 이혜미는 멈춰 서서는 고개를 천천히 돌리며 말했다.
“다들 죽은 동료가 슬퍼서 흥분한 상태인 모양인데, 진정하는 게 좋겠어요. 그리고 전 절대 사주 같은 거 안 했어요. 그러니 우선 다들 마음을 가라앉은 상태에서 이야기를 하는 게 좋겠어요.”
어느새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이혜미였다. 그녀의 등줄기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어서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마음으로 가득 찼다.
철컥. 순간 총이 장전되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소리에 발걸음을 멈춰선 그녀는 고개를 다시 돌려야 했다. 그러자 권총을 쥔 최진영의 모습이 보였다. 이런 모습을 보는 그녀의 얼굴은 잔뜩 핼쑥해져야 했다.
“거짓말로 여길 벗어나려고 하지 마.”
“나. 난 거짓말을..”
“닥쳐!”
“잠깐만요. 이렇게 몰아세우는 건.. 마녀사냥이라고요!”
“상관없어! 네가 죽인 게 확실하니까!”
“말도 안 돼는! 이봐요. 다들 뭐라고 말해줘요! 지금 이 상황이 말이 되는 거예요!? 좀 말려줘요!”
이혜미는 어느새 김준수와 임오식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내며 다급한 음성으로 도움을 구했다. 이런 그녀의 모습에 움찔. 할 수밖에 없는 그들이었다. 그들도 사내였던 지라 아름다운 그녀가 도움을 구하니 절로 반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둘의 모습에 어느새 희망이 생겼다고 생각한 이혜미는 적극적으로 그들을 향해 도움을 구하려 했다.
“우선 그 총 좀 치워..”
탕!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총성이 울려 펴졌다. 아. 이혜미는 순간 가슴에서 느껴지는 화끈함에 고개를 내려다보았다. 정확히 심장에 총알이 박힌 모습이었다. 옷들이 점점 붉어지는 게 핏물이 점점 퍼지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이 나쁜..”
자신이 총을 맞았다는 걸 믿기지 않는지 그렇게 중얼거리던 그녀는 그대로 털썩! 뒤로 넘어가 버렸다. 어느새 모두의 머릿속에 전해지는 죽음을 알리는 메시지였다.
[1명이 죽었습니다. 앞으로 2953명이 남았습니다]
그렇게 신우의 마음을 어지럽게 만든 그녀였지만 고작해야 많은 사람들 가운데, 죽은 한명일 뿐이었다.
“죄송해요.. 제가 죽여 버렸어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은 생각하지 않고서 자신의 손으로 복수했다는 것에 사과하는 그녀였지만 수아는 그저 이런 최진영을 꼭 끓어 앉을 뿐이었다.
임오식과 김준수도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고 말할 뿐이었다. 그들로서는 한순간 흔들린 자신들이 부끄러울 뿐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복수를 했다는 것에 마음에 큰 위안을 얻게 되었는데, 한편으로 배의 갑판 뱃머리에 서서 바다를 보고 있던 신우는 총성과 함께 이혜미가 죽었다는 메시지를 보며 시원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씁쓸한 마음이 들어야 했다.
-첫사랑은 안 이뤄진다는 속설이 있다던데.-
“시끄러.”
-쳇. 맨날 말도 못하게 하고.-
타노의 이런 투덜거림과 함께 신우는 마음을 툴툴 털어버렸다. 다시 사냥을 시작할 때였다.
============================ 작품 후기 ============================
이혜미를 그냥 죽였다고 뭐라고 하시는 분은 없겠죠? 아무튼 재밌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