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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다-128화 (128/364)

00128 의문의 통신 =========================

수룡 아그니스크를 죽인지 하루라는 시간이 지났다. 아비론호는 여전히 바다 위를 향해하는 중이었고, 신우도 자신의 방안에서만 지내고 있는 중이었다.

현재 신우는 간이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누운 상태로 뭔가를 손가락으로 잡고 있었는데, 무척이 밝은 빛을 내는 유리조각의 모습이었다.

“시작의 조각이라..”

손가락 사이에 있는 건 수룡 아그니스크라는 최초의 생명체를 죽이고 얻은 3자 주재료의 조각 중 하나였다. 이런 걸 9개나 더 모아야 시작의 빛의 심장이라는 재료가 된다니..

“귀찮게 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쯧”

그렇게 눈을 찡그리며 말하는 신우였고, 곧 타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당히 호기심이 어린 목소리였다.

-나도 이런 건 처음 보는 거야. 대체 무슨 성분인지도 모르겠어. 뭔가 미지의 에너지 같기는 한데?-

“갑옷이 그런 것도 할 줄 아는 거냐?”

성분을 분석한다니? 어떻게 갑옷 따위가 그런 걸 한다는 거냐는 얼굴로 말하는 이런 신우의 말에 타노는 바로 발끈하며 말했다.

-무시하지 말라고! 이래보여도 난 마도과학의 기술력이 결집되어 만들어진 최고의 마도갑옷이라고! 얼마나 많고 다양한 기능들이 이 렉시안에 들어있는지 알아!-

시끄럽게 마도과학이니 뭐니 하는 이런 타노의 말이 그렇게 와닿지 않은 신우였다.

“네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하더니 그런건 어떻게 아는 거야?”

-다 내 기억 속에 있다고, 비록 내가 누군지 어떻게 탄생한 건지 모르지만 내 기억 속에서는 방대한 양의 마도과학의 기술력이 저장되어 있다고. 사실 말하자면 여기 세상의 문명발전은 나로 인해 탄생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아 그래.”

별달리 와 닿지 않아 아 그래. 라고 말하는 신우였다. 방금 타노가 말한게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알지 못하고 있는 신우다. 뭐 신우에게 있어서 기술이니 하는 것들은 관심이 없는 것들이었다. 그저 강해지는 것밖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어느새 신우는 손가락으로 잡고 있던 시작의 조각이라는 걸 인벤토리 안으로 넣었다. 은은하게 빛나던 방은 천장에 달린 조명만으로 밝아진 상태가 되었는데, 어느새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신우였다.

통통.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신우는 누군지 알고 있었기에 별다른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곧 철컹. 하며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오는데, 수아였다. 그리고 이런 수아의 손에는 역시나 음식이 담겨 있는 쟁판이 들려 있었다.

“아침 먹어요.”

그렇게 말한 수아는 쟁판을 한쪽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나가려했다. 그때 이런 그녀를 향해 신우가 입을 열었다.

“물어볼게 있는데.”

“네? 아. 뭐든지 물어보세요.”

언제나 음식을 가져다주어도 무심하게 지켜보았던 신우가 자신에게 물어볼게 있다고 말을 걸자 대번에 표정이 밝아진 수아였다. 이런 밝아진 수아의 얼굴을 보던 신우는 여전히 담담한 시선을 한 채 물어볼 말을 꺼냈다.

“저번부터 궁금한데. 왜 나에게 존대를 하는 거지?”

“네?”

전혀 생각을 못했던 질문에 당황한 얼굴이 된 수였다. 이런 수아를 향해 신우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알기로는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데, 내게 존댓말을 하는 게 이상해서 물어보는 거야.”

“그게.. 아직 나이도 모르고, 상대방의 예의 때문이라도..”

“난 21살. 넌?”

흐극. 수아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자신보다 2살 어리다. 23살이라는 나이를 가진 수아로서는 설마 신우가 자신보다 어릴 줄은 몰랐다는 생각에 살짝 당황하는 마음이 들었다.

“넌?”

나이를 물어오는 이런 신우의 말에 수아는 우물쭈물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여자에게 나이를 막 물어오다니 참으로 여자에 대해서 모르는 신우다. 여자에게 나이를 물어본다는 게 얼마나 실례인지 모르는 것이다.

“그게.. 23살..”

결국 자신의 나이를 말하는 수아였는데, 웬지 모를 부끄러움을 느꼈다. 죄가 아니지만 이상하게 죄를 지은 것 같이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한편 수아의 나이를 들은 신우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누나군.”

“저기. 누나라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왜. 누나가 아닌가?”

“그냥.. 수아는 이름을 불러주면 좋겠어요..”

고개를 푹 숙이며 말하는 이런 수아의 모습에 신우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나이를 알았음에도 자꾸만 존댓말을 하는 모습과 누나라고 부르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굳이 그렇게 해달라고 하니 거절하기도 모한 신우는 곧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말한다면 누나라고 부르지 않지.”

별다른 말없이 수긍하는 이런 신우의 말에 왠지 모를 안도(?)가 드는 수아였다. 그러다 이내 더 이상 이곳에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얼른 몸을 돌리며 말했다.

“저. 전 이만 나가볼게요.”

서둘러 방을 나가버리는 수아의 뒷모습이었다. 이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던 신우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왜 존댓말을 계속 하는 거지?”

여전히 모르겠다는 얼굴이 되어버린 신우였다.

한편 신우의 방에서 나온 수아는 그대로 복도를 따라 계단을 타고 올라가 갑판위에 올라섰다. 어느새 시원한 바닷바람이 그녀를 맞이하는데, 그녀는 곧 긴 숨을 토해냈다. 올라오면서 왠지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었던 것이다.

“후아~”

그렇게 긴 숨을 토해낸 수아는 유유히 지나가는 바다의 모습을 보며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채 중얼거렸다.

“나이가 많다고 날 싫어하면 어떡하지..?”

고작 2살 차이였지만 수아가 알기로는 모든 남자가 나이가 어린 여자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던 수아를 향해 누군가 다가왔다.

저벅저벅.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자연이 수아의 고개가 돌아갔다. 수아도 알고 있는 남자였다. 돌로 변하던 사람이었다. 그나저나 이름이 뭐였지?

“이거 안녕하십니까? 바다가 참 아름답네요.”

“아. 네..? 그런데 무슨 일로.”

절로 경계가 서린 눈이 된 수아였다. 그는 처음부터 사람들에게 위협을 주던 사람이었다. 결코 좋은 사람은 아닌 걸 알고 있는 수아였던 것이다. 이런 경계하는 수아의 모습에 박동수는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하하핫. 그렇게 경계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이야기나 나눌까 싶어서 다가온 것입니다.”

“저와 이야기를요?”

눈이 동그랗게 떠진 수아다. 비록 20여일이 넘는 시간동안 같은 배에 타고 있었지만 서로 이야기를 할 사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죄송해요. 전 할 일이 있어서..”

뭔가 불안한 마음에 사과하며 얼른 배안으로 들어가려는 수아였다. 이런 수아의 모습에 급하게 이런 그녀의 손목을 잡아 멈춰 세우려는 박동수였는데, 이런 그의 손길은 하나의 음성이 멈춰야 했다.

“수아야!”

수아를 부른 건 그녀의 단짝친구인 최진영이었다. 그녀는 때마침 갑판위로 나왔다가 수아의 손목을 잡으려는 박동수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수아를 급히 불렀던 것이다. 어느새 경계의 눈초리로 수아가 있는 곳으로 달려온 최진영은 수아를 자신의 몸 뒤로 감추게 만들고는 박동수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죠? 수아에게 무슨 볼일이 있나요.”

“아. 아닙니다. 그저 이야기를 좀 할까 싶어서요.”

조금 곤란해 졌다는 생각을 하며 말하던 박동수는 이내 됐다는 듯 그대로 몸을 돌리고 가버리는 모습이었다. 어느새 배안으로 사라지는 박동수의 모습이었고, 이런 그의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던 최진영은 몸을 돌려 수아를 보고는 걱정스럽게 괜찮은지 물었다.

“괜찮아? 혹시 저사람 너한테 뭐라고 했니?”

“나보고 그냥 같이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어. 그런데 내가 죄송하다고 그냥 가겠다고 했어.”

“잘했어. 저 사람 그렇게 좋은 사람 아니야. 절대 혼자서 저 사람하고는 말하지 마.”

“응 나도 그러려고 했었어.”

이런 수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최진영은 이내 그녀를 데리고 배안으로 가버렸다. 그렇게 둘이 배안으로 사라지는데, 이런 그녀들의 모습을 멀리서 노려보고 있는 여인이 있었으니 이혜미였다.

그녀는 곧 살짝 입술을 깨무는 모습을 보이면서 짜증이 서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실패하다니..”

어느새 몸을 휙 돌리는 그녀였다. 그리고는 그대로 배안으로 들어가 버리는데, 이런 그녀의 두 주먹은 꽉 쥐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틀 후.

이틀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동안 박동수는 수시로 수아에게 접촉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수아의 옆에는 언제나 최진영이 붙어 다녔다. 이 때문에 박동수는 제대로 수아에게 말조차 붙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당연이 이런 상황에 이혜미의 짜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는데, 이런 이혜미의 모습을 보는 박동수의 마음은 다급할 수밖에 없었다. 뭔가 특단의 조치를 내야 한다고 생각이 가득 찼다.

아비론호 함교.

배성수라는 이름을 가진 중년인이 키를 잡고 배를 몰고 있는 가운데, 김준수와 최진영이 서로 굳은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런 둘의 옆에는 수아가 다소곳이 의자에 앉아 함께 듣고 있는 모습이었다.

“준수오빠. 자꾸 그 박동수라는 사람이 수아에게 이야기를 하자며 다가오려고 해요. 어떡해요?”

“음.. 당장은 어떻게 할지 모르겠구나. 딱히 위협을 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이야기만 하자는 말을 하니 다가오지 말아달라고 말할 수도 없잖니”

“그래도 뭔가 나쁜 의도가 있는게 분명해요.”

이런 최진영의 말에 김준수도 같은 생각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당장 뾰족한 수는 없었다. 내심 신우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이런 일로 나선다고 보장할 수도 없었다. 어느새 한쪽에 이를 듣고 있던 수아에게 고개를 돌린 김준수는 수아에게 절대 혼자 다니지 말라며 말했다.

“지금 당장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수아 너는 절대 혼자 다니면 안 된다. 특히나 진영이하고는 꼭 붙어 다니고.”

“알겠어요.”

수아도 그럴 생각이었기에 그렇게 대답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셋이 이야기를 하는 그때 배를 몰고 있던 배성수라는 사람이 응? 하는 의문성을 냈다. 이제껏 단 한번도 울리지 않았던 무전통신기에서 말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치익!... 여기는...치익!...우리는...치익!...먹을 것이..치익!..없다.. 치익!.. 도와 달라...치익!.. 굻어..죽을..치익!..판이..]

상당히 감도가 좋지 않아 말들을 끊어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한쪽에서 이런 무전을 들은 김준수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이내 배성수에게 다가가서는 어떻게 된 거냐는 물음을 던졌다.

“어떻게 된 겁니까? 갑자기 무선통신기에서 말소리가 들리다니요?”

“나도 잘 모르겠네. 갑자기 무선 통신기를 통해 누군가 우리에게 도움을 구하려는 모양인 것 같네.”

“도움이라니..”

서로 죽이고 죽이는 상황 속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통신을 보낸다니 김준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무선 통신기에서는 계속해서 말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치익! 우리의 위치는....이다..치익! 조속히.. 치익.. 찾아..치익! 오길....치익!..다.]

스스로 위치까지 말해주고 있는 말소리였다. 그랬기에 더욱더 이해가 가지 않는 김준수였다.

“이해가 가지 않아..”

이해가 가지 않지만 어쨌든 가야할 터였다. 분명 이 사실을 안 신우라는 사내는 상대방을 죽이기 위해서라도 가라고 말할 거였다.

“우선 저들이 말한 위치로 이동을 시작하지요.”

이런 김준수의 말에 배성수라는 중년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말하고는 배의 방향을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방향을 틀기 시작한 아비론호는 무선 통신기를 통해 전해진 위치를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이런 소식을 김준수를 통해 들은 신우 또한 의문어린 얼굴이 되어야 했다. 위치를 알린다니 스스로 사냥감이 되려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굴러들어온 사냥감들이다. 굳이 의문을 달 필요도 없이 그대로 가서 다 죽여 버리면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아비론호는 갑작스럽게 전해진 통신으로 방향이 정해졌고, 그대로 목표장소를 향해 속도를 내면서 빠르게 바다를 전진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자꾸 콧물과 기침이 터져서 간신히 썼네요. 이제 약먹고 자야겠어요.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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