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3 티에리 섬 =========================
“음..“
그렇게 후려쳤음에도 붉은막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상태였다. 신우는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오지게 단단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으...어...어어..-
놈의 입에서 힘겨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확실히 이 중갑옷은 모르겠지만 안에 있는 놈은 상당히 피해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걸로 위안을 얻은 신우는 그대로 다시 주먹을 들어올려 후려치려는 그 순간 촤르륵!! 거리는 소리와 함께 중갑옷이 줄어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뭐지? 줄어들었네?”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신우는 미라와 같이 피부가 쪼그라든 죽어있는 로딘 경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라가 되어 얼굴을 알아볼 수 없지만 얼굴이 멀쩡했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신우에게 있어서 자신에게 당한 자를 기억할 필요성을 없었던 것이다.
어느새 신우는 손을 뻗어 경갑옷을 변한 렉시안을 벗겨버렸다. 순간 이런 신우의 머릿속으로 3차 진화에 필요한 재료를 획득했다는 메시지가 각인되었다.
[3차 진화에 필요한 {렉시안}을 획득하셨습니다]
“렉시안? 이걸 렉시안이라고 부르는구나. 보자. 누가 만들었는지 모른다고? 아끼는 붉은머리 검사에게 선물했다고? 마도갑옷? 마나하트? 도통 뭔 말인지 모르겠네. 그나저나 이런 걸 만들 정도라니 이걸 만든 그자 엄청 강하겠지?”
내심 자신의 공격에 끝까지 버틴 갑옷이었기에 신우는 렉시안이라는 갑옷을 만든 자에 대한 왠지 모를 경외심이 들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경외심을 가지던 신우는 이내 인벤토리 안에 렉시안을 넣으려 했다. 하지만 이내 한번 착용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넣어놓고 보관하기에는 뭔가 아쉬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결국 착용해 보기로 하고 입어보는데, 생각보다 착용하기는 쉬웠다. 그저 머리를 집어넣고 입으면 되는 거였다.
“이제 어떻게 하는 거지?”
착용한 렉시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말하는 신우의 얼굴에서는 렉시안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해 있었다. 그렇게 이리저리 팔을 휘둘러보고 두드려 보기까지 하는데, 꼼짝도 하지 않는 렉시안이었다.
“음.. 안되나?”
신우의 얼굴은 실망이 서려 있었다. 결국 그만 벗자는 생각으로 렉시안이라는 경갑옷을 벗으려는 그때 순간 머릿속으로 하나의 음성이 들려왔다.
-힘이 필요한가? 그럼 주겠다. 나에게 모든 걸 맡겨라.-
“뭐?”
갑작스러운 목소리였다. 그런데 무척이나 어린 남자아이의 목소리였다. 신우는 이게 뭐냐는 생각을 하는 그 순간 자신의 몸에서 기운을 빨아들이려는 느낌을 받았다. 착용하고 있는 렉시안이라는 갑옷이 자신의 기운을 빨아드리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운을 빼앗길 신우가 아니었다. 꽉 막고 기운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제어한 신우였고, 그러자 기운을 일체 움직이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도리어 당황한 건 렉시안이라는 갑옷이었다. 순간 당황이 뒤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히. 힘을 가지려면 너의 기운이 필요하다.-
“당황하고 있는 것 같은데, 설마 이 갑옷, 지능을 가지고 있나?”
그렇게 말하는 순간 더 이상 기운을 빨아들이는 것을 멈춘 렉시안은 오히려 촤르륵!! 신우의 전신에 중갑주를 덥히게 만들어 버렸다. 완전히 갑옷 안에 갇히게 된 신우는 인상을 써야 했다.
“이게 날 가두려고 하네?”
그렇게 말한 신우는 그대로 힘을 주었다. 엄청난 압력이 렉시안에게 가해지기 시작했다. 치지지직! 치치직!! 연신 스파크가 튀어 오르는 모습이 일었다. 상당히 렉시안에게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역시 밖에서 그렇게 단단한 렉시안이라고 해도 안에서는 그렇게 단단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자.. 잠깐! 그만해! 부서진다고!-
또 다시 들려온 남자아이 목소리에 역시 이 갑옷 지능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일종의 인공지능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신우는 어느새 힘을 빼고는 말했다.
“너 누구야?”
-나. 난 타노다.-
“그래. 너 누구냐니까?”
-타노라고 말했잖아!“
상당히 열 받은 목소린데, 신우는 오히려 더욱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이 이름을 묻고 있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네 정체가 뭐냐고. 빨리 말해 안 그럼 그대로 부셔버린다.”
그렇게 말하며 그대로 힘을 다시 주는 신우였는데, 또 다시 스파크가 일어났다. 사실 살짝만 힘을 준 신우였다. 3차 진화에 필요한 주재료인 이 렉시안을 부술 의도는 없었던 것이다. 그때 크게 소리를 지르는 타노라고 이름을 밝힌 인공지능이었다.
-나도 몰라.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른다고! 제발 그만해. 나 부서져!-
“네가 누군지 몰라?”
-그래.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른다고. 그러니까 제발 그만해!-
“으흠..”
목소리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아 그러냐? 하고 그냥 나둘수는 없는 문제였다.
“그럼 생각나는 걸 말해봐. 가장 처음 시작된 기억 말이야.”
-그게..-
조금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신우는 그대로 다시 몸에 힘을 주었다. 이런 모습에 다급히 말하는 타노였다.
-내가 처음 기억나는 건 내가 사람들의 손에 떠돌아다니고 있다는 거야. 정말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의 손때를 타며 떠돌아 다녔어. 그러다가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알게 되면서 그 사람들에게 힘을 가지게 만들어 주었어.-
상당히 자랑스럽게 말하는 모습이었다. 신우는 눈매가 가늘해졌다. 힘을 가지게 만들어 주었다? 아까 제정신이 아닌 미라가 된 놈의 모습을 보다면 정상적인 방법으로 힘을 가지게 만들진 않았던 게 분명해 보였다.
-다들 날 떠받들더라고, 히히. 그래서 더욱 큰 힘을 주었지. 뭐. 그 때문에 그 사람들 일찍 죽어버렸지만 말이야. 솔직히 마나를 가지고 있었으면 그렇게 힘에 발려 죽지 않았을 텐데.-
방금 전 미라가 된 로딘 경의 모습과 같이 그자들도 모두 생명에너지가 모두 소진되어 죽은 게 분명해 보였다.
“그러니까 넌 네가 누군지 모르고 그동안 사람들에게 힘을 빼앗으면서 힘을 사용하게 해주면서 살아왔다는 그 말이네?”
-맞아. 그나저나 요변 천년이 정말 힘들었었어. 그 긴 시간동안 날 보관만 해놓고 날 사용하지도 않았다니까. 솔직히 내 말을 알아듣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가 않거든. 특별한 마나의 재능이 있어야지만 가능하니깐-
“마나? 아까도 마나라는 말을 했었던 것 같은데, 너에 대해서 기억나지 않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게 말하며 그대로 다시 힘을 주는 신우였다. 또 다시 스파크가 일며 연신 떨리는 렉시안의 모습이었다.
-끼악! 부서져 부서진다고!-
자신이 부서진다고 난리를 치는 모습에 신우는 정말 자기 몸 하나만큼은 챙긴다는 생각에 마나에 대해 물었다. 분명 설명에도 마나란 명칭이 있었던 걸로 기억했다.
“마나란 걸 어떻게 알아? 그게 뭐지?”
-자연계 전체에 분포되어 있는 에너지의 일종이야. 나도 그냥 그렇게 알고 있다고. 처음부터 내 기억 속에 있었던 말이야!-
이런 타노란 놈의 말에 신우는 그대로 가해지는 힘을 풀었다. 그러자 스파크가 사라지며 다시 평온함을 되찾은 렉시안의 모습이었다.
음.. 마나가 내가 가진 정령력과 같은 일종의 기운이로구나. 신우는 마나에 대해 알고서는 이내 이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고민을 해야 했다.
“너 분리 못하냐?”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 이 갑옷에 떨어질 수 있냔 말이야.“
-그랬으면 내가 이때까지 이렇게 살고있겠어! 진작 나왔지!-
“아 그렇군.”
신우는 발끈하고 말하는 타노란 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심 아쉬운 얼굴을 했다. 이런 신우의 기색을 알아차린 타노였을까. 순간 불길함을 느끼고 말했다.
-나. 날 렉시안에서 떨어트릴 생각이냐 본데. 내가 렉시안. 그 자체라고. 내가 없으면 렉시안은 그냥 앙꼬 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라고! 알겠어!-
소리를 지르며 말하는 이런 타노의 모습에 신우는 소리 한번 되게 꽥꽥 지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문뜩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말은 어떻게 알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나 사용되는 말이었던 것이다.
“너 어떻게 그런 말 알아?”
-뭐. 뭘?-
이번엔 뭐가지고 자신을 못되게구나 싶은 마음으로 말하는 타노였는데, 이런 타노를 향해 신우가 방금 말한 말을 물었다.
“앙꼬 없는 찐빵 이말 어디서 배웠어? 여기도 그런 말 있나?”
-그냥 내가 처음부터 알고 있는 말인데?-
“역시 아까 마나라는 것과 같이 그냥 기억에 있었다는 말이겠지?”
-그. 그렇지. 그런데 그게 왜..?-
대체 그건 왜 묻냐는 씩으로 말하는 타노의 말에 신우는 됐다는 듯 이내 이거나 풀라는 듯 말했다.
“이거나 풀어. 계속 날 가둘 생각이라면 그냥 부셔버린다.”
이런 협박어린 말에 타노는 얼른 렉시안의 장갑을 액체금속화 하여 풀었다. 촤르륵!! 순간 다시 경갑옷의 형태로 돌아간 렉시아의 모습이었다. 신우는 어느새 풀려버린 몸 상태에 경갑옷으로 변한 렉시안을 보고는 말했다.
“네가 뭐든지 난 이 렉시안을 가질 거야. 그러니 넌 이제 닥치고 가만히 있는 거야.”
-나. 날 가진다고? 난 그런 취향이 없는데..“
순간 이마에 핏줄인 선 신우였다. 이놈 지금 장난하는 걸까? 바로 눈앞에 타토란 이놈의 육신이 있다면 그대로 머리를 날려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헛소리 그만해라, 한번만 그딴 소리를 하면 정말로 박살내버릴 거니까.”
-.......-
신우의 목소리에서 진담이 느껴지자 즉시 아무 말 하지 않는 타노였다. 이런 상태에 만족한 신우는 이내 이번일은 일단락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혹(?)이 붙었지만 어차피 3차 진화에서 흡수되어 사라질 놈이라는 생각에서 잠시 참아주기로 했다.
“더 이상 볼일이 없겠군.”
이제 이곳 섬에는 용무가 없는 신우였다. 그대로 점프한 신우였고, 무려 1km에 달하는 깊이로 파여진 구덩이였지만 신우의 육신은 빠르게 허공을 가르며 날아올라서는 구덩이를 빠져 나와 그대로 아비론호가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날아간 신우는 어느새 아비론호가 보이는 곳에 도착해서는 그대로 갑판으로 내려섰다.
탁. 아비론호의 갑판위로 내려선 신우는 배의 분위기가 상당히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누군가 죽었는지 갑판위에 붉은 피가 묻어있는 하얀 천으로 싸여진 모습이 보였다. 누가 죽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건 뭐지?”
하얀천을 가리키며 말하는 이런 신우의 질문에 어느새 다가온 김준수가 굳은 얼굴을 한 채 아까 있었던 내용에 대해서 설명했다.
“상처를 입고 돌아온 이 아이를 죽이고 가버린 자가 있습니다. 검은 도마뱀과 같이 변하는 그자인데, 그가 말하기로는 여길 떠나서 힘을 기르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김준수의 말에 신우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이런 고개를 끄덕이는 게 다인 신우의 모습에 김준수는 살짝 당혹감이 들었다. 이런 당혹해하는 김준수를 향해 신우가 물었다.
“뭔가 할 말 있나?”
“그게.. 아는 애가 아니었습니까?”
분명 처음 봤을 때부터 어느 정도 아는 사이였기에 물어보는 말이었는데, 신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그냥 나에게 빚이 있는 놈이었을 뿐이야. 남이나 마찬가지지.”
이런 신우의 말에 김준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하는데, 더 이상 뭐라고 말을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아까 가던 방향을 따라 출발하도록.”
“예에? 아직 다 타지 못한 사람이 있습니다.”
김준수는 당황한 얼굴로 아직 타지 않은 나석환의 모습을 생각하며 말했다. 이런 김준수의 말에 신우는 잠깐 고민이 들었다. 말할까? 말하지 말까? 두 가지 문제로 고민해 보는데, 역시 거짓을 말하는 건 자신의 성미가 아니었다.
“나석환이라는 놈은 나에게 죽었다.”
헉! 허헉! 헉! 헉헉! 다들 놀란 얼굴을 한 채 나석환을 죽였다는 신우를 보았다. 내심 어떤 이는 이러다 자신들을 다 죽이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고 있었다.
“대체.. 왜?”
“나에게 덤볐다. 그래서 죽인 것뿐이다.”
그 말 말고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뜻으로 몸을 돌리고 배안으로 걸어가는 신우의 모습인데, 다들 이런 신우의 뒷모습을 보며 조용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수아는 한쪽에서 조용히 두 눈을 감고 있었다.
모든 게 신우가 나쁜 사람이라고 정의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신우를 사랑하고 있는 게 자신이었다. 수아는 이런 자신의 마음을 느끼면서 조용히 죽은 나석환에 대한 미안함을 빌었다.
어차피 죽은 사람은 죽은 거였고, 아비론호는 출발준비를 시작했다. 그렇게 준비가 끝이나고 이내 항구를 빠져나와 아까와 같이 또 다른 이들이 있을 배를 쫓기 위해 항해를 시작했다.
그렇게 점점 섬에서 멀어지는 아비론호였고, 티에리 섬은 어느새 대피소로 피난했던 사람들이 전투가 끝났다는 걸 알고는 도시로 모여들고 있었다.
그들은 파괴된 도시의 전경을 보고 할 말을 잃어야 했다. 졸지에 삶의 터전이었던 도시자체가 완전히 엉망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