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1 짜증. =========================
반나절을 파도와 싸우며 전진한 끝에 가까스로 아비론호는 태풍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어느새 조용해진 주변의 바다였고, 아비론호는 어느새 속도를 줄이며 무작정 움직였다.
“휴. 다행이 이제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모양입니다.”
김준수가 진땀이 난다는 듯 땀을 훔치며 그렇게 말하자, 조종을 하고 있던 중년사내도 안도하면서 말했다.
“허헛. 이것 참. 내가 이런 큰 크루즈선을 몰고 태풍을 빠져 나올 줄은 몰랐군 그래.”
이런 중년사내의 말을 들은 김준수는 이제야 묻는다는 생각으로 앞으로 손을 뻗으면서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이제야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는 군요. 전 김준수라고 합니다.”
“난. 배성수라고 한다네.”
“성수형님이시군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형님은 무슨. 그런데, 자네는 귀환자가 아닌가?”
“맞습니다. 이번이 3번째지요.”
“허. 그런데.. 좀 뭔가 다른 것 같구만. 귀환자들은 다들.. 크흠. 그것 있잖은가.”
“아. 안하무인이요. 그렇긴 하지요. 다들 힘에 취해 마음대로 하니까요.”
조금은 씁쓸한 김준수의 말에 배성수라는 중년인은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그를 보며 김준수가 자신에 대해서 말했다.
“일반적인 귀환자와 달리 전 그렇게 강하지 못합니다. 힘을 가지길 보다는 안전을 택한 거지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본다면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고는 합니다.. 힘이 있어야 안전한 것인데.. 너무 미래를 보지 못한 거죠.”
이런 씁쓸함이 가득한 김준수의 말에 배성수라는 중년인은 뭐라 할 수가 없었다. 그가 뭐라고 말할 상황이 아닌걸 아는 것이다. 이런 배성수의 모습에 김준수는 너무 분위기가 처졌다는 생각에 애써 밝은 표정을 만들었다.
“그런데.. 신우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 있습니까?”
김준수가 함교에 있는 모두를 보며 그렇게 말하자 다들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보니 방금 전 하늘을 향해 예의 엄청난 구체를 쏘고 나서 함교로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수아만이 아까 유리창을 통해 본 모습이 있어서 조금은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앞으로 어딜 갈지 정해야 할 텐데.. 어디로 간 거지?”
김준수가 생각하기로 여기 이 배는 이제 김신우 그자의 결정으로 모든 방향이 결정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실질적으로 이 배의 최종결정자가 그인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우선은 밥부터 먹을 준비를 하죠. 벌써 날이 저물고 있어요.”
최진영이 앞 유리창을 통해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렇게 말하자 김준수는 우선 그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이내 배성수라는 중년인을 보며 말했다.
“이제 배를 우선 멈추는 게 좋겠습니다. 기름이 아직 가득한 상태지만 나중을 위해서는 최대한 연료를 아낄 필요가 있으니까요.”
이런 김준수의 말에 배성수는 알겠다는 듯 그대로 배의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고, 계기판에 있는 속도계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어느새 아비론호의 속도는 줄어들면서 바다위에 떠있는 상태가 되었다.
“휴. 이거 너무 긴장했나..”
손을 털고 말하는 배성수라는 중년사내는 긴장했던 어깨를 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몸을 푸는 배성수의 모습과 함께 누군가 함교를 나가는 모습이었다. 이를 발견한 최진영이 불렀다.
“애. 어디 가니? 밥 안 먹니?”
함교를 나서는 이는 이성훈이었다. 어느새 고개를 돌린 이성훈이었다. 이내 잔뜩 인상을 쓰며 말하는 모습이다.
“내가 어디를 가든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내가 왜 당신들과 밥을 먹어. 난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마. 쳇.”
그렇게 말한 이성훈은 그대로 함교를 나가는 출입문을 열고 쌩하니 나가버렸다. 잊고 있었지만 이성훈의 성격도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어디까지 신우의 눈치를 보고 손을 쓰지 않을 뿐. 애도 나쁜 놈 중에 한명일 뿐이었던 것이다.
“아니.. 뭐야 저애?”
최진영은 건방진 말을 하고 나간 버린 애를 보고는 기가 찼다. 생각해서 말해준 건데 저런 반응이라니 너무한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야 했던 것이다. 어쨌든 이성훈이 나가고 함교는 어느새 김준수, 배성수, 최진영, 한수아. 이렇게 4명만 남게 되었다. 그들은 이내 엔진실에 있을 임오식과 강진수, 나석환을 불러서 함께 저녁을 먹을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 *
어느새 노을이 지던 해가 지면서 완전한 어둠이 몰려왔다. 이제 하늘에 보이는 거라고는 밤바다를 비추고 있는 달빛의 모습뿐이다. 이런 밤바다를 주시하고 있는 건 신우다.
현재 아비론호에서 가장 위쪽 천장에 유유히 서있는 모습이었는데, 상당히 복잡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째서지..어째서..”
어째서 이혜미 그년을 죽이지 못한 거지란 생각에 빠져있는 신우는 자신의 가슴을 만져보았다. 그저 차분히 뛰는 심장의 느낌만 날 뿐이었다. 그런데 남아있다고? 그년에 대한 마음이?
“지랄..”
절로 입에서 지랄이라는 말이 나왔다. 자신이 얼마나 그년을 원망했는데, 얼마나 배신감을 느끼며 분노했는데.. 말도 안 된다는 생각으로 가득한 신우의 마음이었다.
첫사랑이다.
살면서 처음으로 느껴본 사랑이라는 감정이었다. 너무도 사랑했고, 너무도 행복했다. 그 어떤 누구도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았지만 이혜미 그 여자는 신우 자신을 사랑한다고 했었다. 비록 부모에게 버려졌지만 처음으로 자신이 태어난 것을 감사함을 느꼈다. 그리고 돈을 쓰면서도 아깝다고 전혀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그녈 위해서 돈을 쓰는 건 단 하나도 아깝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게 거짓이었다.
그저 자신을 가지고 논거였다. 애초에 신우 자신을 포함에 많은 남자들과 사귀고 있는 중이었다. 무려 10명이 넘은 남자들을 상대로 여러 다리를 걸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땐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었다. 오히려 자신을 탓했다. 그저 자신이 오해한 거라고, 헛것을 본거라고 그래서 찾아갔다. 이혜미 그년은 생판 처음 보는 남자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놈은 자신을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비웃음을 날렸다. 시장에서 산 옷을 입은 모습에서 자신이 가난하다는 걸 안 거였다. 이런 사내의 시선을 느낀 신우였지만 당장 진실을 듣기에도 바빴기에 이혜미에게 자신을 가지고 논거냐고 물었다.
차가운 목소리로 맞다고 했다. 널 가지고 논거라고. 고아라는 놈과 사귀면 무슨 느낌일까 싶어서 사귄 것뿐이라고. 이제 지겨워 졌으니 그만 꺼지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신우는 분노하며 이혜미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했다. 하지만 그만두었다. 한순간 모든 게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온 몸에 힘이 빠져버린 것이다.
결국 그 날 이후로 이혜미를 보지 않았다. 오직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돈을 모울 생각만 했다. 그리고 이런 날이 찾아온 것이다.
“정말 지랄 맞네.”
스스로 이혜미 그년을 죽이지 않는 자신에 대해 짜증이 났다. 당장에 이런 짜증나는 마음을 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이런 짜증나는 마음을 풀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나와.”
이런 신우의 말과 함께 순간 신우의 주변으로 무려 6명의 분신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런 분신들을 보며 신우는 그대로 몸을 낮추며 말했다.
“이 배를 지키고 있어.”
그렇게 말한 신우는 가볍게 점프해 밤바다 위를 날았다. 2시간의 자유, 분신이 유지되는 2시간 동안 아비론호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어느새 신우의 육신은 허공을 밟으며 빠르게 허공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멀리 갈 생각이 없었다. 1시간 동안 최대한 멀리 이동할 수 있는 곳까지 가서 다른 자들이 탑승한 배들을 찾을 생각이었다.
팟! 팟! 팟! 팟! 연신 허공을 박차는 신우의 육신이 바람을 갈랐다. 10분.. 20분..40분..50분.. 그렇게 한참을 이동해 갔을까. 순간 밤바다를 헤치며 움직이는 한 대의 큰 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찾았다. 배를 찾았다는 것에 눈을 빛낸 신우는 그대로 두 주먹을 움켜쥐고는 그대로 청강장력을 일으켰다. 순간 두 주먹에 청색의 강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주변 해역을 밝히게 만들었다.
@$%#$##$-!!
$#%^@@$%-!!
밑에서부터 신우의 존재를 눈치 챘는지 고함소리들이 들려왔다. 이런 가운데, 신우는 자신의 짜증나는 마음을 풀기 위해서 그대로 청강장력을 발출해냈다.
콰과가가가각-!!!
청색의 강기의 파도가 하늘로부터 아래로 쏘아져 내려갔다. 순간 이에 맞서 배로부터 화려한 불꽃과 번쩍이는 전격들이 쏟아져 올라와 청강장력에 맞서는 모습이었다.
푸와학-!!! 파지직-!!!
순간 청강장력과 불꽃과 전력들을 서로를 덮치는 모습이었다. 곧 큰 폭발을 일어났다.
쿠르르릉-!!! 콰르릉-!!!
신우는 폭발하는 청강장력을 보았지만 상관하지 않고, 이번엔 연속으로 청강장력을 발출해 쏘아 보냈다. 짜증나는 마음을 풀기 위해서 처음부터 전력이 아닌 힘들을 투사하고 있는 중이었다. 저들에게는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신우에게는 그저 스트레스 해소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콰콰가가가각-!!! 콰콰가각각-!!!
이번엔 연속해서 청강장력들이 발출되었다. 연신 배를 향해 빠르게 떨어져 내리는 모습이었는데, 이런 강기의 파도들의 모습에 배에 탑승한 이들은 더욱더 다급한 모습을 보이며 능력을 발현해 막기를 노력했다. 하지만 배에 탑승한 가운데, 신우의 공격을 연속해서 막을 능력을 가진 이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다들 치치면서 결국 더 이상 강기의 파도들을 막지 못했다. 그대로 배에 강기의 파도가 덮쳐가는 모습이 되어버렸다.
쿠아앙-!!! 쿠릉!! 끼기긱!!
거대한 폭음과 함께 터져버린 큰 배의 선체가 그대로 찢겨져 나갔다. 어느새 선채가 두 동강 나버리면서, 그대로 어두운 밤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침몰하기 시작하는 모습이 되었다. 신우는 허공에 떠있는 상태로 이런 빨려가는 배들의 모습을 담담히 바라볼 뿐이었다. 순간 이런 신우의 머릿속으로 각인된 메시지가 떠올랐다.
[1명이 죽었습니다. 앞으로 9919명이 남았습니다]
[5천 200코인을 사살한 이로부터 얻으셨습니다.]
[1명이 죽었습니다. 앞으로 9918명이 남았습니다]
[1천 700코인을 사살한 이로부터 얻으셨습니다.]
[1명이 죽었습니다. 앞으로 9917명이 남았습니다]
[2천 100코인을 사살한 이로부터 얻으셨습니다.]
[1명이 죽었습니다. 앞으로 9916명이 남았습니다]
[3천 400코인을 사살한 이로부터 얻으셨습니다.]
.
.
[1명이 죽었습니다. 앞으로 9889명이 남았습니다]
[100코인을 사살한 이로부터 얻으셨습니다.]
이번에도 30명이었다. 확실히 한배에 30명의 인원이 탑승하는 걸로 이걸로 확실해졌다. 그리고 들어온 코인이 15,000코인이었다. 30명의 목숨 값으로 받은 것이.
참으로 그들에게 있어서 억울한 죽음이었다. 하지만 신우에게 있어서 더 이상 그런 억울함은 신경 쓰지 않을 감정들일 뿐이었다. 오직 자신만 생각하는 존재가 신우인 것이다.
“아직도 풀리지 않잖아.”
짜증나는 마음은 하나도 풀리지 않았다. 좀 더 이런 짜증나는 마음을 풀고 싶었지만 이제 분신들의 유지 시간은 1시간밖에 남지 않았기에 돌아갈 시간을 생각하면 바로 돌아가 봐야 했다.
“예린아. 어디에 있는 거야? 난 네가 당장 필요하다고..”
이런 짜증나는 마음과 이혜미 그년을 생각하지 않으려면 예린이가 필요했다. 만나질 못하는 예린이를 생각하고 있자. 왠지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은 신우였다.
“휴. 돌아가자.”
결국 짧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허공을 박차는 신우다. 이런 날아가는 신우의 뒷모습은 왠지 모르게 쓸쓸해 보였다.
* * *
타다다닥..
붉은 카펫이 길게 깔린 복도를 따라 맨발로 달리는 여인이 있었다. 검은색 드레스에 익숙한 모습, 예린이었다. 그녀는 연신 숨을 헐떡이며 부풀어 오른 배를 잡고는 복도를 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랬다. 현재 예린은 검은가면의 존재에게 도망치는 중이었다. 방금 전 막 자신의 몸을 마비시키고 언제나와 같이 검은 기운을 불어넣고 나가버린 놈이었다. 이때가 기회였다. 기운을 불어넣고 나면 놈은 한동안 찾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고 문을 열고 나온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아직 모르지만 검은가면 존재는 자신이 더 이상 마비가 되지 않는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아마도 마비될 시간을 계산하고 올 것이기에 여길 빠져 나갈 시간은 충분할 것이었다.
이마에 상당히 땀을 흘리며 달리는 예린은 어느새 하나의 나무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얼른 문을 활짝 여는 예린이었다. 끼릭. 문을 여는 순간 눈앞에 화려하게 반짝이는 샹드리에들이 천장에 가득한 만찬장이 모습이 드러났다.
여긴..? 생소한 만찬장의 모습을 본 예린은 잠시 주춤거렸다. 하지만 이내 시간이 없다는 생각으로 달렸다. 검은가면의 존재에게 벗어나려면 이번 기회밖에 없기에 서두른 것이다.
고급스러운 대리석 바닥을 맨발로 가로지른 예린은 곧바로 하나의 커다란 문까지 도착했다. 곧 커다란 문을 열기위해 힘을 주는데, 생각보다 쉽게 열리는 모습이었다. 철컹. 커다란 문이 활짝 열리고 보이는 모습은 또 다른 긴 복도의 모습이다. 그리고 양쪽으로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기둥들이 줄지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었다.
예린은 이런 복도를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달렸을까. 어느새 옆쪽에 훤히 밖이 훤히 보이는 형태로 된 복도가 들어났다.
“아..”
예린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하나의 중세 도시의 모습이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그와 함께 작은 모습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거리를 따라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여긴 대체 어디야?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지만 예린은 우선 빠져 나가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부풀어 오른 배를 만지며 말했다.
“제발 버티렴.”
배속의 아이에게 그렇게 말한 예린은 성 외벽의 모습을 잠깐 살피고는 그대로 밖을 향해 몸을 날렸다. 휙. 가볍게 뛰어 오른 예린의 몸은 어느새 밖을 향해 뛰고 있었다.
탁! 타탁! 탁탁!
성 외벽에 자리 잡은 석상들을 밟고는 아래로 내려가는 예린의 몸은 상당히 가벼워 보였다. 현재 자신의 능력인 추자보를 사용하고 있는 중인 거였다. 어느새 튀어나온 석상들을 밞고 내려선 예린은 바로 밑에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사람?
순간 중세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모습에 검은가면 부하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황급히 몸을 숨겼다.
그렇게 몸을 숨긴 예린은 그들의 모습을 주시했다.
사람이 분명했다. 그것도 금발의 외국인들이었다. 이런 그들을 살피던 예린은 검은가면의 존재가 자신이 도망친 것을 알아차리기 전에 서둘러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기척을 죽인 상태로 빠져 나갈 방법을 찾았다.
한참을 나갈 곳을 찾은 끝에 갑옷을 입은 자들이 지키는 활짝 열린 문이 유일한 출구였다. 성을 감싸는 성벽을 넘기에는 무리였기에 빠져나갈 곳은 저곳 밖에 없었던 것이다.
정면 돌파 밖에는 없었다. 시간도 없었고. 방법도 문을 통과하는 것밖에는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타이밍을 찾으며 정면 돌파할 순간을 기다린 예린은 기다렸다. 10초가 지나고 30초가 지나, 어느새 1분이 흘렀다. 예린은 1분이 마치 하루 같은 심정으로 있어야 했다. 그때 순간 기회가 찾아왔다.
같은 갑옷을 입은 자들이 찾아와 순번을 바꾸면서 어수선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어느새 예린의 눈이 빛났다.
제발 버텨!
배속에 있는 아이에게 그렇게 속으로 외친 순간 예린의 발이 박차기 시작했다.
파바바박!
순간 빠르게 돌진하는 예린의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을 눈치 채지 못한 갑옷을 입은 자들이었다. 그러다 순간 우연히 달려오는 에린의 모습을 발견한 한 갑옷의 사내가 어? 하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미 옆을 스치고 지나가고 있었다.
파팍! 팟! 팟팟!
지그재그로 그들을 빠르게 비켜가면서 그대로 성문을 통과해 빠져나가는 예린의 모습이었다. 순간 이런 예린의 모습에 다들 멍한 얼굴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다급히 호루라기를 불렀다.
삐이익-!! 삐이익-!!
비상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를 울리며 황급히 성문을 빠져나가는 예린이를 뒤쫓는 갑옷의 사내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그들의 움직임 보다 예린의 움직임이 빨랐다.
예린의 시야로 놀란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다들 예린이의 이국적인 생김새와 아름다운 드레스차림으로 빠르게 달리는 모습에 놀란 기색을 보이며 달려가는 예린의 뒷모습을 주시하는 모습들이었다.
골목길.
예린은 넓은 대로 보다는 골목길을 택했다. 어느새 골목길 안으로 사라지는 예린의 모습이었다. 이런 예린의 쫓는 갑옷의 사내들이었지만 결국 빠른 예린의 달리기를 따라잡지 못했다.
결국 탈출에 성공한 예린이었다.
* * *
적막감만 가득한 방안. 그곳에 검은가면의 존재가 아무도 없는 방안을 살피며 서있는 모습이었다.
뭉글뭉글. 어느새 전신에 검은 기운이 일렁거리는 모습이었다. 상당히 분노하고 있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발출을 하지 않았다. 뭔가 제약이 있는지 당장이라도 방안은 물론이고 성을 부술 수 있음에도 힘의 발출을 멈추는 모습이었다.
“이건 생각도 못한 방향이로군요.. 어떻게 마비가 풀린 걸까요?”
그렇게 중얼거리는 검은가면의 기색은 상당히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아직 제대로 완성도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러면 새롭게 세운 계획이 모두 백지화가 될 판이었다. 어떻게든 그 여자를 찾아 배속의 아기를 완성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대로 몸을 돌리는 검은가면이었다.
어느새 팟. 잔상과 함께 방안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검은가면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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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세요라고 밖에는 할말이 없네요.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