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8 남하 =========================
타다다탕-!! 탕! 탕탕탕!
잠을 자다가 갑작스럽게 울린 총성에 눈을 뜬 신우였다. 어느새 잠을 자던 소파에서 몸을 벌떡 일으키는 신우였는데, 이내 창문 쪽으로 가서는 밖의 모습을 살폈다.
타다다타탕-!! 타타탕-! 창문 밖에는 총성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총성소리는 어느새 금방 멎게 되었다. 어느새 조용해진 밖의 상황이었는데, 이런 상황을 살피던 신우는 내심 한국이 변하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부터 총성이라니..”
예전이라면 상상 할 수 없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문뜩 생뚱맞게도 아침밥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면 전에 세상에서 돌아오고 부터 밥을 먹어 본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계속 스스로 힘에 대한 제어에만 힘을 서왔던지라 밥을 먹는 걸 그동안 까먹고 있었던 것이다.
새삼 먹지 않아도 자신이 살아있는 걸 보면 이제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2차 진화를 완료하면서 몸이 변한 모양이긴 한데, 그래도 먹는 걸 그만두고 싶다고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21년 동안 계속 먹어왔던 걸 이제 와서 안 먹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라면이라도 먹을까.”
뭔가 거창하게 음식을 만드는 게 귀찮다는 생각에 라면을 먹기로 했다. 그러고 보면 라면도 참 오랜만이다. 신우는 다른 세상에 갔을 때와 같이 인벤토리 안에서 익숙하게 가스버너를 꺼내서는 냄비까지 준비하고 물을 부어서는 그대로 불을 켜서 라면을 끓일 준비를 끝냈다.
대략 10여분 정도가 지났을까. 어느새 신우의 앞에는 2개를 끓인 라면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후르릅.
일회용 나무젓가락으로 라면을 먹기 시작한 신우다. 하지만 어느새 젓가락질을 멈추었다. 현재 집을 향해 오는 익숙한 자의 기척을 느낀 것이다. 내심 하필 먹을 때 오냐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곧 똑똑똑.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들어와.”
신우의 목소리가 거실을 타고 현관문 밖을 향해 나갔다. 어젯밤 현관문을 잠그지 않았던 신우였다. 솔직히 누가 있어 신우가 있는 곳에 도둑이 들겠는가 말이다. 있다면 진정 자살하고 싶은 자일 것이었다.
끼익.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장물아비 부하의 모습이었다. 그는 거실 소파에 앉아 테이블 위에 라면을 끓인 냄비를 놓고 먹고 있는 신우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즉시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알면 됐어.”
쌀쌀한 이런 신우의 말에 사내는 더욱 죄송스럽다는 얼굴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러면서도 내심 속으로 여전히 건방진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사내의 모습에 신우는 그대로 먹던 라면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후르릅. 라면을 먹는 신우의 모습에 사내는 내심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그도 요즘 들어서 라면을 먹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보관소에 있지만 그건 물건인지라 함부로 빼내지도 못했다.
“고개 돌리지. 누가 먹는데, 쳐다보면 입맛이 떨어지거든.”
먹으면서 말하는 이런 신우의 말에 사내는 얼른 사과하며 고개를 돌렸다.
“아. 죄송합니다.”
고개를 돌리는 이런 사내의 모습과 함께 신우는 계속해서 라면을 먹었다. 이내 국물까지 다 마시면서 완전히 냄비를 비우는데, 상당히 포만감이 들었다. 역시 사람은 먹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탁.
냄비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신우는 이내 고개를 돌리면서 사내를 향해 시선을 주며 말했다.
“이렇게 이른 아침에 온 이유는? 벌써 준비가 끝난 건가?”
솔직히 말해서 오전 9시가 이른 아침은 아니었지만 사내는 그런 말을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는 이내 이곳에 온 목적을 말했다.
“예. 새벽동안 준비를 끝냈습니다. 사실 몰래 일을 진행하는 게 새벽이 가장 안전한 편이거든요. 사람들의 시선도 그렇고 귀환자들의 시선도 피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사내의 말에 신우는 내심 하긴. 그렇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편이 숨기기도 좋고 안전할 테니 말이다. 어쨌든 신우는 준비가 되었다는 사실에 아침도 먹었겠다. 가자는 마음을 먹었다.
“그럼 이제 나가면 되는 건가?”
“예. 절 따라오시면 됩니다.”
사내의 말에 신우는 곧장 집을 나섰다. 이런 신우의 모습을 사내는 황급히 따라나서면서 어느새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걸어서 가는 길은 온통 쓰레기들이 가득 길거리에 버려져 있는 모습이었다. 환경미화원도 없고 치우는 사람이 없으니 금방 더러워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쓰레기들과 함께 그리고 곳곳에 총탄자국들과 뭔가에 의해 잘린 자국들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확실히 예전에 평화로웠던 모습과 확연히 다른 풍경이었다. 대한민국이 아닌 것 같은 모습이었다.
신우를 안내하는 사내는 주변을 둘러보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언제 귀환자들이 나타날지 몰랐기에 경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내의 모습과는 달리 신우의 발걸음을 무척 가벼웠다. 온다고 해도 죽이면 된다고 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신우였던 것이다.
이래서 강한 사람이 마음도 편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10분간 걸어간 신우와 사내였고, 곧 한 허름해 보이는 7층 규모 빌라의 앞에 멈춰 섰다. 어느새 신우가 여기냐는? 시선으로 빌라를 보자.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대로 출입문을 열고는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안쪽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대로 발걸음을 옮기는 신우였다. 이런 신우를 따라 움직인 사내는 그대로 문을 닫고는 계단을 타고 신우를 앞질러 올라서는 모습이었다.
3층까지 올라선 사내는 꺼낸 열쇠로 현관문을 열고는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들어오시면 됩니다.”
이런 사내의 말에 안쪽을 향해 시선을 주는 신우였는데, 안쪽은 역시나 일반 주택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처음 보는 5명의 사내들이 안에 있는 모습이었다. 그들 모두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신우는 이런 사내들을 보며 자신을 안내한 사내를 보았다. 내심 무슨 의도냐는 것이다.
이런 신우의 시선에 그는 뭔가 퍼뜩 생각났는지 얼른 아니라며 손을 강하게 저으며 말했다.
“생각하시는 그런 게 아닙니다. 저들은 여기 보관소를 지키는 자들입니다.”
“그래?”
신우는 생각했던 그게 아니라는 사실에 너무 확대해석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내 오해했다는 사실에 즉시 사과해 주었다.
“오해해서 미안하군.”
“아. 아닙니다.”
사과하는 신우의 모습에 사내는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과를 할 줄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신우는 뻔뻔한 사람은 아니었다. 잘못한 것은 잘못한 거였다. 그래서 사과를 한 거다.
어쨌든 신우는 안쪽으로 들어섰고, 다들 여전히 방한복을 걸치고 있는 신우의 모습을 보고는 살짝 떨리는 시선으로 신우를 보았다. 그들은 귀환자들이 얼마나 악독하고 강하지 잘 알고 있었다. 혹시나 갑자기 자신들을 공격하지 않을까 겁을 살짝 내고 있는 상태였다.
어쨌든 신우는 사내의 안내를 따라 한 방으로 들어가는데, 역시나 뭔가 비밀 문이 있는 모양이었다.
드르륵. 방 천장에 문이 열리면서 그곳으로부터 계단이 만들어지며 내려오는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을 뚜러져라 보는 신우였는데, 이런 신우의 모습에 굳이 설명하는 사내였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일부로 막아놓은 상태입니다. 부수지 않는 이상은 여기로만 올라가야 합니다.”
“그래? 그럼 올라가면 되나?”
“예. 올라가시지요.”
고개를 다시 끄덕인 신우는 그대로 계단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올라온 신우는 넓은 방의 모습과 함께 활짝 열려진 문 사이로 있는 거실로 천장까지 닿은 보관대들의 모습과 다양한 물건들을 가득 쌓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느새 뒤따라 올라온 사내가 주변을 둘러보며 신우에게 설명했다. 역시 방금전과 같이 굳이 설명해 주지 않아도 알아서 설명하는 모습이었다.
“여기가 저희가 물건 보관하는 보관소 중에 한곳입니다. 이런 곳이 전국 어디에나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사내의 설명에 신우는 물건들을 보며 내심 홍영배라는 자가 장물아비로서 제법 큰 규모를 가진 이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여기에 말씀하신 물건들이 있습니다.”
사내는 어느새 거실로 가서는 한 보관대에 있는 커다란 비닐봉지들을 가리며 말했다.
“말하신 옷들과 신발. 그리고 여성분의 옷들을 여기에 넣어 놓았습니다. 아 그리고 혹시나 해서 홍영배님께서 속옷들도 필요하실 것 같아서 보너스로 수십 벌 준비해서 넣어놓았습니다.”
아. 속옷도 있었다. 내심 속옷은 생각하지 않고 옷들만 구했다는 생각에 신우는 역시나 장물아비 그 사람의 사업수단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말하지도 않는 걸 준비해둔 걸 보면 제대로 거래를 계속 틀고 싶은 모양이기는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우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그대로 한 봉지를 뜯어서 안쪽을 뒤져서는 속옷과 신발, 무난한 티셔츠 한 벌과 청바지 한 벌을 꺼내서 그대로 방한복을 벗고 갈아입기 시작했다.
헛? 갑자기 갈아입어버리는 신우의 모습에 놀란 사내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게이가 아닌 이상에야 같은 남자의 몸을 보는 취미를 가진 사내는 없었다. 한편 잠깐 벗은 신우의 모습을 기억한 사내는 내심 정말 살벌한 몸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온몸에 자리한 꽉찬 근육들이 완전 조각이었다. 그리고 몸 여기저기에 자리한 기하학 무늬들까지 뭔가 확실히 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모습들이었다.
“이제 내 차롄가. 어디에 물건을 꺼내면 되는 거지?”
언제 다 갈아입었는지 말하는 이런 신우의 말에 사내는 퍼뜩 정신 차리고는 이내 위층을 향해 가리키고는 말했다.
“위층부터 다 비워둔 상태입니다. 그곳에 내려놓으시면 됩니다.”
그 말에 신우는 안내하라는 듯 고갯짓을 했다. 그러자 사내는 얼른 알아듣고는 신우를 안내하면서 위로 향하는 계단을 타고 올라섰다. 직접 제작했는지 계단은 철제 계단의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에서 절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신우였다.
어쨌든 위로 올라가자 텅 빈 방안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거실 쪽도 완전히 빈 모습이었는데, 이런 모습에 사내가 위를 가리키며 곧이 또 설명했다.
“위에 2개의 층도 모두 다 비운 상태입니다.”
신우는 새벽동안 열심히 비웠을 거라는 생각이 잠깐 하면서 이내 인벤토리를 열어 꺼낼 목록을 살피며 말했다.
“이제부터 꺼내도록 할 테니까 너희들 알아서 정리해.”
이런 신우의 말에 사내는 얼른 아래쪽을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2명의 사내들이 얼른 올라오는 모습이었다. 신우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인벤토리 안에 있는 각종 식료품들과 생활용품들을 꺼내어 착착 내려놓기 시작했다.
쌓이는 물건에 안내하던 사내를 포함해 2명의 사내들이 황급히 물건들을 보관대에 쌓기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신우는 계속 꺼냈다.
거의 40분 동안 줄줄이 꺼내기만 한 신우였다. 이제는 혼자서 반년가량은 버틸 수 있는 식료품과 생활용품만 나둔 상태였다.
주변에 있는 보관대에는 이제 물건들이 가득 쌓여 있는 모습이었다. 이런 가운데, 물건을 옮겼던 사내들은 온통 땀을 흘리며 지쳐 보이는 모습이었다. 40분 동안 물건만 주구장창 빠르게 옮겼으니 지칠 만도 한 것이다.
어쨌든 모든 물건을 다 꺼낸 신우는 홀가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너무 인벤토리가 꽉 찬 상태라 자꾸 사용되는 코인이 너무 아까웠었던 것이다.
“이제 끝난 겁니까?”
사내가 물건을 보관대에 넣고 와서는 묻자 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제야 물어왔던 사내와 함께 물건을 옮긴 2명의 사내들이 이제야 끝났다는 얼굴들이 되었다. 제법 힘이 든 모양이었다.
“이제 물건 값은 홍영배님이 있는 곳에 가시면 지급해 드릴 겁니다. 이제 가실까요?”
신우는 그 말에 가자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이런 신우의 모습에 따라 나서려는 사내는 얼른 뒤에 있는 2명의 사내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너희들은 남은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어라. 난 손님과 함께 홍영배님에게 가볼 테니까.”
이런 사내의 말에 2명의 사내들이 왠지 지친다. 라는 얼굴을 하다가 이내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해야 한다는 생각에 얼른 남은 물건을 보관대에 옮기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빌라 밖으로 나온 신우와 안내하는 사내였다.
신우는 여전히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발걸음을 옮기려고 하는데, 그때 이런 신우의 귀로 콰앙-!! 하는 큰 폭발음이 들려왔다. 상당히 근처에서 울린 폭발이었다.
신우를 안내하던 사내도 그걸 들은 모양인지 폭발이 들려온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데, 금방 표정이 굳어져 버렸다. 폭발이 일어난 방향이 자신의 상관인 홍영배님이 있는 장소였던 것이다.
사내는 얼른 폼 속에서 베레타 권총으로 보이는 총을 황급히 꺼내더니 다급해 보이는 목소리로 신우에게 말했다.
“아. 아무래도 홍영배님에게 뭔가 일어난 모양입니다. 전 빨리 가봐야겠으니 잠시만 여기서 기다리고 계십시오!”
그렇게 말한 사내가 서둘러 달려가기 시작하자, 이런 사내의 모습을 보던 신우는 폭발이 일어난 장소로부터 검은 연기가 올라오는 모습을 잠깐 보고는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 분명 지하공간이 있는 그곳과 아주 가까운 곳이었다.
내심 장물아비에게 무슨 일 있다면 방금 꺼낸 물건 값을 못 받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신우는 그럼 안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장물아비를 공격하려는 모양인데, 값을 받으려면 그자가 지금 죽으면 안 되었다.
어느새 신우는 그대로 발을 박차며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
파앗!
허공을 빠르게 가르는 신우의 모습이었는데, 이런 신우의 아래로는 안내했던 사내가 골목길 따라 다급히 달려가는 모습이 잡히고 있었다.
긴 포물선을 그리며 점프에 날던 신우의 육신은 어느새 장물아비가 있을 주택에 도착하는 모습이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날을 아주 잘못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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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질질 끈다고 생각되지는 않으시죠? 어쨌든 재밌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