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7 남하 =========================
철컥. 현관문이 열리면서 예전에 봤던 사내의 모습을 드러났다. 사내는 신우의 모습을 보고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고는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들어가시지요.”
신우는 이런 말에 망설임 없이 그대로 집안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예전에 봤던 모습과 같이 일반적인 가정집 모습 그대로였다. 이런 모습을 보며 신우는 그대로 한 방을 향해 움직였다.
사내는 이런 신우의 모습에 얼른 현관문을 닫고는 곧바로 신우를 앞질러 와서는 문을 열었다. 그러자 예전에 봤던 그대로 지하로 내려가는 문을 막은 침대의 모습이 보였다. 사내는 이런 침대를 전과 같이 들어 올리고는 그대로 장판지를 걷었다. 곧 드러나는 철문이었는데, 사내는 키패드로 비밀번호를 눌리고는 철문의 잠금장치를 풀었다.
끼익! 철문이 열리면서 그대로 들어난 계단의 모습에 신우는 망설임 없이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이런 신우의 뒤를 사내도 따라 내려가는데, 어느새 철문이 닫히고 자동으로 장판지와 침대가 다시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 모습이었다.
여전히 백색의 LED조명으로 밝혀진 지하공간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역시 전과같은 각종 골동품들이 널려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런 모습을 잠깐 보던 신우는 소파에 앉아 있는 장물아비의 모습을 보고는 그대로 소파가 있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뚜벅뚜벅.
신우의 발걸음 소리가 지하공간을 울리게 만들었다. 장물아비 홍영배는 이런 신우를 향해 시선을 주는 모습이었는데, 입을 꾹 다문 모습이었다.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신우는 그대로 장물아비 맞은편 소파에 털썩. 주저앉고는 다리를 꼬며 장물아비에게 시선을 주었다.
잠시간의 침묵이 이어졌다. 하지만 먼저 입을 연 존재는 역시 장물아비 홍영배였다.
“나에게는 아니지만 자네에게는 나를 만나는 게 오랜만이 되겠군. 무슨 일로 나를 찾아온 겐가?”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당신이 더 잘 알 텐데?”
이런 신우의 말에 홍영배는 살짝 너털웃음을 터트리면서 이내 진지한 얼굴을 바꾸고는 신우의 눈을 주시하며 말했다.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나. 현재 한국의 사정이 어떻다는 걸.”
“물론. 귀환자들이 제대로 일을 터트렸더군.”
“그렇지. 제대로 일을 터트려 버렸지. 솔직히 이 정도까지 갈 줄은 꿈에도 몰랐네. 귀환자들이 그렇게 빠르게 강하게 성장할 줄을 몰랐으니까 말이네. 자네는 알고 있는가? 현재 한국의 상류층이라는 이들 모두가 외국으로 피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로서는 자신들의 재산과 목숨을 위협하는 귀환자들이 두려운 게지.”
말하던 홍영배의 얼굴은 상당히 지쳐있는 모습이었다. 뭔가 그도 상당히 일이 풀리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솔직히 자네가 이곳에 찾아 올 줄은 생각도 못했네. 이제까지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에서 난 자네가 죽었다고 확신을 하고 있었다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왜 단정적으로 자신이 죽었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묻는 신우였는데, 이런 신우의 얼굴을 보던 홍영배가 하나의 사실을 말해주었다.
“전에 말하지 않았나. 거래를 튼 귀환자들이 있었다고, 그들 모두가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네. 단 한명도 말이네. 유일하게 자네만 내가 만난 귀환자들 중에 살아서 돌아온 자라네.”
“나만?”
신우의 반문에 홍영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이내 신우의 눈을 주시하고는 조심이 서려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하나만 물어보겠네. 혹시 자네 강한가?”
신우는 장물아비의 뜬금없는 물음에 내심 자신이 강한가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해 보았다. 강하다고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전의 검은가면 존재에게서 느꼈던 무력했던 자신을 떠올려 볼 때는 자신 있게 강하다고 할 자신은 없었다.
“글쎄..”
확신에 대한 답을 주지 않는 이런 신우의 답변이었지만 홍영배는 내심 강하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가 정보로 들은 귀환자들은 돌아오면 돌아올수록 점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지는 이들이었던 것이다. 분명 멀쩡하게 돌아온 눈앞에 있는 자도 분명 강할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건 왜 묻지. 굳이 내가 강한지 아닌지 물어볼 정도로 우리 사이가 가깝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신우의 말에 홍영배는 과연.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쓸 때 없이 정에 이끌리는 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지. 조금 궁금했을 뿐이었네. 그런데 자네가 날 찾아온 이유가 뭘 팔거나 아니면 구입하길 원해서 온 것 같은데.. 맞나?”
“맞다. 현재 좀 팔 물건이 있다. 그리고 구할 물건도 있고. 아직 장물아비를 하고 있는 건 맞겠지?”
신우의 물음에 홍영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이런 시국이라고 하지만 그는 암암리 조용히 장물아비로서의 일을 해오고 있었다. 물론 전보다 더욱 위험이 올라갔지만 말이다.
“음.. 하고 있는 건 맞네. 솔직히 이런 때가 장사가 잘되는 법이니까 말이네. 무얼 거래하려고 하는가?”
“잘됐군. 내가 팔 물건은 생활용품하고 식량이다. 그리고 옷을 좀 구해주었으면 좋겠군.”
현재 신우의 인벤토리 안에는 생활용품들과 식량들이 가득 차 있었다. 넓이는 물론이고 높이까지 110m에 이를 정도로 정사각형의 거대한 공간이었다. 쓸 때 없을 정도로 너무 많은 양이 보관되어 있었던 것이다.
“허. 생활용품과 식량이라.. 요즘 같은 때 가장 비싸게 주는 물품들이지. 그래.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
놀라며 묻는 홍영배의 목소리에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신우는 자신을 주시하는 장물아비의 모습에 잠시 지하공간을 둘로 보고는 담담히 말했다.
“여길 가득 채울 정도로.”
“허억?! 그 말이 정말인가?”
홍영배로서는 이게 사실이라면 엄청난 사실이라는 생각에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홍영배는 애써 흥분하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는 이내 옷에 대한 걸 물었다.(프로는 프로인지 옷에 대한 말을 잊지 않고 있는 홍영배다.)
“옷을 구해달라고 하던데. 어떤 걸 구해주면 되겠나?”
“사계절로 다양한 옷들을 구해주면 좋겠군. 최대한 편하게. 그리고 신발도.”
“그것만 구해주면 되겠는가? 다른 건?”
곧 들어올 생활용품과 식량에 상당히 흥분되었던지 다른 필요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구해줄 모습을 보이는 홍영배였다.
“집을 구할 수 있나?”
“집을 말인가?”
집이라는 말에 복잡한 얼굴이 된 홍영배였다. 이런 모습에 신우는 역시 구할 수 없는 건가? 하는 얼굴을 하는데, 이런 실망한 신우의 기색을 알아차린 홍영배가 급히 아니라는 듯 손을 저으며 말했다.
“솔직히 집이라고 하면 아무집이나 차지하면 뭐라 할 사람이 없다네. 요즘 과천시에서 빈 집이 제법 생겼으니까. 말이네.”
“빈집이 많다고?”
“모르나? 귀환자들이 날뛰면서 제법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당해 죽었다네. 그들 중에는 집주인도 있을 거고 빈집이 제법 생겨나게 되었지. 솔직히 지금 국가로서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현재의 사정이라면 빈집에 살아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은 없는 상태라네. 그런데 자네는 왜 그렇게 모르는 게 많은가? 돌아오고 나서 아무도 없는 무슨 산에라도 들어가 있었나?”
“.......”
아무 말 없는 이런 신우의 모습에 홍영배는 내심 자신의 말이 맞다는 사실에 의혹에 찬 시선으로 봐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눈앞에 있는 자는 다른 귀환자와는 다른 행동을 하고 있었다. 굳이 거래를 할 필요 없이 빼앗아도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솔직히 그것 때문에 처음 문을 안 열어 준 것도 있었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묻지 않겠네. 집에 대한 건 우선 내가 빈집을 찾아 주겠네. 거래는 우선 내일 정식으로 하는 게 어떻겠나? 보관할 공간을 마련해야 하고 옷들도 구해놓아야 하니 말이네.”
홍영배의 말에 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뜩 예린이의 모습을 떠올라 말했다.
“여자 옷도 구할 수 있나. 예쁜 걸로.”
“여자 옷을? 알겠네. 그것도 구하도록 하겠네. 그런데 사이즈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신우는 잠시 예린이의 모습을 생각하고는 말했다.
“가수 차예린과 같은 걸로.”
가수 차예린? 뜬금없이 가수 차예린이라는 말에 의문이 든 홍영배였지만 이내 굳어 더 캐낼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으로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도록 하지. 우선 집부터 찾아보도록 하겠네. 한 1시간 정도면 여기에 잠시 머물고 있어주게나.”
끄덕. 신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홍영배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바로 빈집을 찾을 행동에 옮기려는 것이다. 그렇게 걸어 나가는 홍영배였는데, 내심 그러고 보면 그녀가 행방불명 됐다고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든 홍영배였다. 그도 한때 차예린의 노래를 듣고는 해서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소문으로는 다른 세상에 불려가 죽었지 않았나? 하는 가능성을 말하는 했었는데, 현재 사정이 사정인지라 이런 소문은 그저 소문으로만 흘러갈 뿐이었다. 더 이상 그녀에게 신경을 쓸 정도로 사람들의 정신상태가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 * *
“여기에 지내시면 되십니다.”
장물아비의 비밀주택에서 불과 100m거리에 떨어진 장소에 있는 한 빈집에 안내를 해준 홍영배의 부하의 말이었고, 신우는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이런 신우의 모습에 사내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경계하더니 그대로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을 보던 신우는 그대로 사내가 안내해주면서 열어둔 현관문 안쪽을 살폈다. 지붕 일부가 부서진 주택치고 서둘러 치웠는지 깨끗한 편이었다.
신우는 잠시 주변을 살피다 그대로 현관문을 닫고는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러다 이내 전등 스위치를 눌러보았다.
탈칵. 탈칵.
전등이 들어오지 않았다. 역시 전기가 안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비상발전기가 돌아가는 장물아비 지하공간과 다른 모습이었지만 신우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세상에 상당히 오래 지냈던 일이 많았던지라 별달리 불편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제법 깨끗한 집안의 풍경을 보던 신우는 내심 이곳에 누군가 살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안에 있는 어린아이의 물건들을 보면 아이가 있었던 집인 모양이었다.
어느새 거실로 걸어간 신우는 그대로 소파에 앉았다.
막상 할 일이 없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tv도 되지 않아 뭔가 막상 할 게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마냥 소파에 앉아 있던 신우였는데, 그때 라디오 소파 앞에 있는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있는 라디오 하나가 보였다.
“일부로 나둔 건가?”
장물아비란 자가 나둔 거라고 생각한 신우는 라디오를 들어서 살펴보았다. 전기가 없기에 건전지를 꼽는 공간을 열어보고는 건전지를 확인했다. 멀쩡한 건전지의 모습에 그대로 전원버튼을 눌러보는 신우였다.
[.......해적방송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이 라디오 방송은 녹음된 파일입니다.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걸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아무래도 누군가 정식방송이 아닌 녹음 방송을 만들어 방송을 송출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 아. 잘 들리십니까. 그럼 언제나와 같이 오늘 전할 소식을 말해드리겠습니다. 어제 부산 쪽에 있는 지인이 보내온 자료인데, 어떤 미친 귀환자라는 놈이 재미로 사람들을 마구 죽이고 다니고 있다고 하네요. 아무도 이런 그를 막는 귀환자가 없었다고 하네요. 세상이 참 어떻게 돌아갈 모양인지. 휴, 그나저나 다른 나라들은 이런 우리나라를 도와주지도 않을 모양입니다. 아무런 조취를 취해주지 않고 방치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상당히 한탄하는 남성의 목소리였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소식을 말하는 남성의 목소리였는데. 이번엔 정말 심각하다는 목소리였다.
[아. 그리고 이건 정말 제가 극비리에 알아낸 한 가지 사실인데요. 북한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이런 때에 북한군이 남하하게 된다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네요.]
“북한군?”
신우는 북한군이 남하하려 하고 있다는 말에 잠깐 신경 쓰였다가 이내 자신과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다음 세상으로 가서 더욱 강해지는 게 목표지 북한군은 신우의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북한군이 남하한다고 해도 귀환자들이 가만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는 하는데, 문제는 피해라고 생각합니다. 충돌이 벌어지면 저번과 비교할 수 없는 희생자들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에휴.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만 일어났는지 이제는 다시 평화가 찾아올 수 있을지가 너무 걱정이네요.]
한탄하는 남자의 목소리는 현재 한국에 살아가는 모든 국민들의 마음과 같은 심정이었다.
정작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강함을 손에 넣고 있는 신우는 이런 국민의 염원과 상관없이 정작 자신만의 길을 걸으려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만 해적방송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이 라디오 방송은 녹음된 파일입니다.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걸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처음 멘트와 같은 말이 흘러나오자 신우는 이 정도가 다라는 생각에 그대로 다른 채널로 돌려보았다. 치지직! 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채널이 잡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사실에 신우는 그대로 라디오를 끄고는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내일까지 마냥 기다리려니 그렇군.”
결국 그대로 소파에서 내려와 거실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는 그대로 자신의 힘에 대한 관조를 시작했다. 이미는 거의 제어가 가능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보다는 났다는 생각에서 관조에 들어가는 신우였던 것이다.
어느새 조용해진 방안의 모습이었고, 거실 한가운데서 고요히 앉아있는 신우의 모습이었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이었다. 어느새 거실이 어두워졌고 밤이 찾아왔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봐주세요.